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는 그녀의 산타클로스. 후편
 
그는 그녀의 산타클로스. 후편
 
 
 
"……눈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그것에 저도 모르게 툭 중얼거린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하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에겐 이해할 수 없다.
눈이 내리면 비나 마찬가지로 몸은 젖고, 교통기관에 지장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학교 등하교에서 자전거를 타다 굴러버리는 부끄러움을 겪은 일도 한 두번이 아니다.
 
내가 눈에 대해 생각하는건 그런거다.
뭐, 옆에 있는 사람은 나하고 전혀 다른 감상을 가졌지만.
 
 
"히키가야! 눈이야 눈!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나보다 두 살이나 연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법한 떠들썩함을 보이는 선배는 내 옆을 걸으면서 뿅뿅 뛰고 있다.
그만둬! 출렁이게 맺힌 과실에 내 눈이 빨려들어가니까!
 
차라리 똑바로 보는 편이 뻔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눈을 고속으로 요동치고 있으니 선배가 들여다보듯이 나를 올려다본다.
 
 
"왜 그래, 히키가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다음은 어디로 갈거에요?"
 
"비밀이야! 뭐, 따라오게나!"
 
 
선배는 흥흐~응♪ 하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반발짝 앞 정도를 스킵하면서 걸어간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제 곧 9시가 되려던 참이다.
시간상 생각하면 갈 수 있는곳은 많아봐야 두 곳이겠지.
 
그런걸 생각하면서도 선배의 뒤를 따라가자 어느샌가 오늘의 집합장소였던 역 앞에 도착했다.
 
 
"으음, 전차에 타는건가요?"
 
"아냐아냐! 목적지는 여기야!"
 
 
아무래도 이겼다는 얼굴을 하는 선배는 기쁜듯이 내 얼굴을 쳐다본다.
 
 
"……하아, 항복이에요. 가르쳐주실래요?"
 
 
겁없는 미소를 지은 선배는 힐끔 시계를 본다.
 
 
"………오"
 
"오?"
 
 
오랫동안 따라다니는거 이제 그만해줄래의 오?
싫다, 그거라면 하치만 울어버려.
 
그런 생각하고는 반대로 선배는 시계를 쳐다본채 계속 입을 연다.
 
 
"4…3…2…1…"
 
 
그리고 시계로부터 얼굴을 든 선배가 나를 쳐다보면서 마지막 말을 했다.
 
 
"……제로♪"
 
 
 
 
× × ×
 
 
 
 
선배가 제로라고 말한 순간 팟! 하고 주위가 밝아진다.
그것과 동시에 주위에서 꺄악-! 하는 환성이 오른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몰랐지만 눈이 익숙해지자 나무들이나 건물에 달려있던 전구장식이 형용색색하게 빛을 내고 있는걸 알았다.
 
어느샌가 옆에 와 있던 선배는 내 소매를 슥 잡는다.
 
 
"……예쁘지"
 
 
꼬옥 내 소매를 잡는 손에 힘을 넣는 선배의 옆 얼굴은 웃는 얼굴이지만 어딘가 슬퍼보여서 눈을 뗄 수 없어지고 만다.
 
그런 시선을 깨달은건지 선배는 왜 그래? 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는식으로 나는 고개를 젓자, 그런가, 하며 선배는 중얼거리고 또 일루미네이션으로 눈을 향한다.
 
 
"오늘은 고마워, 따라와줘서"
 
"아뇨아뇨, 즐거웠어요?"
 
"응?! 히키가야 덕분이야~!"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한다.
그게 왠지 근지러워서 선배를 쳐다보니 마침 나를 올려다본 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저, 저기 말야, 히키가야"
 
 
추위 탓인지 희미하게 뺨을 붉힌 선배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나, 나아, 히키………엣췽"
 
"……풋"
 
"야, 얀마아! 웃지마아!"
 
 
퍽퍽 내 어깨를 때려오는 선배는 역시 평솨 다를바 없는 선배라 조금 안도한다……아니 아파아파!
왜 어느샌가 복싱처럼 때리고 있는거야?
왠지 살기가 담겨있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기분 탓이죠?
 
 
"히키가야 바보"
 
 
선배는 빨갛게 물든 뺨을 부풀리며 고개를 홱 돌린다.
왠지 요즘 선배는 약삭빠르지 않다고 생각하는건 기분 탓일까?
 
시간이 지나도 기분을 풀지 않는 선배에게 한숨을 쉬면서도 짊어지고 있던 가방에서 꾸러미를 꺼낸다.
 
 
"선배, 이거라도 괜찮다면 써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선배의 손에 꾸러미를 올린다.
방금전까지 뿡뿡 화내고 있던 선배는 건내바다은 꾸러미를 보면서 어벙해하고 있다.
그러자 갑자기 빨개지면서 비겁해, 라며 중얼중얼거리면서 꼬옥 내가 건낸 꾸러미를 안는다.
 
 
"고, 고마워……열어봐도 돼?"
 
"그러세요"
 
 
선배는 살짝 포장을 찢지 않도록 씰을 벗기고 포장지를 열어간다.
 
안에서 나온건 길고 새하얀 머플러였다.
 
여자사람은 커녕 남에게 선물을 준적도 받은적도 없는 내가 선물을 고를수 있을리도 없어서 코마치랑 함께 가서 고른 것이다.
코마치에겐 『오빠가 자기 혼자서 선물을 못 고르는건 포인트 낮지만, 그 오빠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려고 생각하는건 코마치 기준으로 엄청 포인트 높아!』라고 들어버렸다. 이다.
 
 
"머플러다! 히키가야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빙글빙글 목에 머플러를 감는다.
따뜻하다아~♪ 노래부르면서 머플러를 감는 선배를 보고 있으니 자연히 웃음이 흘러나오고 만다.
 
 
"기뻐해줘서 다행이에요"
 
"따뜻해 이거! 고마워 히키가야!"
 
"선배 얼마전에 재채기 했으니까 감기걸리지 않도록 생각했……우웻치!"
 
"……풋! 아하하! 히키가야도잖아! 자, 이리로 와!"
 
 
인중을 문지르면서 선배의 옆으로 가자 빙글, 도중까지 선배가 감던 머플러가 감긴다.
 
 
"좀! 부끄럽다구요 이거"
 
"히키가야가 감기 걸리면 싫다 뭐!"
 
"……죄송해요"
 
 
왜 여자가 어미에 뭐, 를 붙이면 귀여운걸까?
내가 말하면 기분 나쁠 뿐이니까.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선배가 톡톡 어깨를 건드린다.
옆을 쳐다보니 같이 머플러를 감고 있기 때문에 선배의 얼굴이 예상이상으로 가까워서 굳어버린다.
 
그런 굳어있는 나에게 선배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봐, 따뜻하지?"
 
 
 
 
× × ×
 
 
 
 
선배를 바래다주게 되어서 역에서 선배와 함께 인적이 적은 길을 걸어간다.
함께 하나의 머플러를 감고 있어서 걸을때마다 둥실둥실 흔들리는 선배의 머리카락에서 샴푸냄새가 난다.
따, 딱히 냄새를 맡고 기뻐하는건 아니거든!
 
전차에 올라탈때 머플러를 벗으려고 했더니 웃는얼굴로 제지당했다.
진짜 무서웠다. 눈이 웃지 않았으니까……
 
 
서로 말없이 걷기를 십 몇분, 선배의 집 앞에 도착한다.
 
서로 말이 없었기 때문에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라 집 앞에서 둘이서 나란히 안절부절거리고 있으니 선배가 어떻게든 얘기를 꺼낸다.
 
 
"하, 항상 바래다줘서 고마워…"
 
"아뇨, 바래다주지 않으면 코마치한테 혼나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선배가 감아준 머플러를 푼다.
어째선지 유감스럽게 그걸 보고 있는 선배에게 풀은만큼의 머플러를 감아주자 어둠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우으, 하며 소리를 흘리면서도 치마 자락을 꼬옥 잡고 있었다.
그,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히키가야의 냄새가 묻었으니까 씻어서 돌려줘'라고 들으면 하치만 울어버린다구요?
 
 
"그럼 또 봐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사랑스런 나의 집으로 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하자 기다려, 하며 선배가 작게 말을 한다.
 
 
"왜 그러세요?"
 
 
그렇게 물으니 선배가 터벅터벅 다가왔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목에 손을 감기고 껴안긴다.
 
 
"엑? 좀, 선배?"
 
"히, 히키가야. 나, 히키가야한테 선물 안 줬잖아? 그, 그러니까, 말야…"
 
 
선배는 어리둥절해하는 나의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인다.
 
그리고 내 뺨에 뭔가 부드러운것이 닿았다.
 
 
 
 
 
그리고 선배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내 귓가에서 다시 속삭였다.
 
 
 
 
 
 
 
 
"선물 고마워, 나의 산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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