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의 평범한 한 장면.
 
그와 그녀의 평범한 한 장면.
 
 
덜컹
 
자동판매기 수취구에서 캔을 꺼내어 그대로 평소처럼 베스트 플레이스로 발을 옮긴다.
 
아니, 평소처럼이라는건 조금 어폐가 있다.
이제 그곳에 가는건 일주일 정도만이 되는걸까?
 
모퉁이를 도니 거기에는 한 명의 학생이 먼저 앉아있다.
나를 깨달은 그 사람은 얼굴을 풀며 벌써 몇 번 들었을지도 모를 인사를 한다.
 
 
"안녕, 히키가야!"
 
"네"
 
 
언제부터일까. 선배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진건.
 
설마 나는 선배를……
 
 
"히키가야"
 
"뭔가요?"
 
 
오늘은 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다.
조금만 텐션을 올리며 대답을 하고 선배를 쳐다보니 선배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히키가야의 얼굴 기분 나쁜데? 왜 그래?"
 
"………디폴트 입니다"
 
 
선뱃! 나의 시리어스한 분위기를 돌려줫!
 
 
 
 
× × ×
 
 
 
 
미안하다니까안~! 하면서 사과해오는 선배를 가볍게 대하면서 빵을 먹고 있으니 선배는 포기한건지 자기 도시락을 펼친다.
옆에서 보면 전에 받았던것같은 되게 좋은 의미로 평범한 도시락이다.
아니, 괜찮다고? 여자애가 만들어준 시점에서 하치만 플러스 8만점 줄게!
 
선배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마시써~! 하며 자기가 만든 도시락을 자화자찬하면서 먹고 있다.
 
 
화해할 수 있었던건 선배에게 들은한 미카미 선배의 힘이 있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나를 후려친 선배를 나 수준의 외톨이로 만들다니, 얼마나 무서운거야 그 사람.
그걸 들었을때 저도 모르게 두번 다신 거스르지 않겠다고 결심해버렸다.
 
 
 
하지만 화해했다고 해도 내가 적잖이 선배를 상처입힌건 사실이다.
코마치 말하길, 그럴때는 사랑한다라는 말이면 되는 모양이다.
말 못하겠지만.
 
하지만 뭐, 이런 나라도 밥 먹자고 부르는것 정도는 허락되겠지.
뭐, 거절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선배, 오늘 방과후에 시간 돼요? 만약 괜찮으면 어디 안 갈래요?"
 
 
후우~, 깨물지 않고 말했다.
욕실에서 연습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선배를 보고 있으니 새빨간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싫다-, 그렇게 화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런 거동수상쩍은 선배가 조심조심 입을 연다.
 
 
"그건, 데이트?"
 
"아니, 그런건…"
 
"데이트구나! 아싸-! 히키가야도 얕보지 못하겠네에!"
 
 
얘길 들어 인간아.
뭐, 생각해보니 데이트든 뭐든 좋다.
그보다 아싸-! 라고 들어버리면 나랑 노는게 즐겁다고 착각한데다 밥 다먹은 후에 집까지 바래다주는 도중에 고백하고 차여버린다.
아니, 차이는거냐고.
 
 
도시락을 다 먹은 선배는 그럼 나중에 봐~! 말하면서 양손을 붕붕 흔들며 돌아갔다.
 
저 사람 기운 너무 넘치잖아.
저런 사람한테 휘둘리면 하치만 죽어버려!
아니, 코마치를 남기고 죽진 않을거지만.
 
 
 
자, 나도 교실로 돌아갈까, 하고 허리를 일으키려고 손을 지면에 대니 무언가가 닿았다.
 
 
 
 
 
"하아…… 정말이지 곤란한 사람이라니까"
 
조금 그립게 생각해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선배의 도시락통을 주워들었다.
 
 
 
 
× × ×
 
 
 
선배한테 메일을 보내서 약속 장소에 온지 벌써 30분이 지났다.
이상한데, 학교 끝나는 시간은 똑같을텐데…
 
일단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서 멍하니 있으니 선배가 터벅터벅 종종 걸음으로 뛰어왔다.
 
 
"히키가야 미안해! 늦어졌어"
 
"아뇨아뇨, 딱히 괜찮지만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러자 선배는 조금 고개 숙이고 조금 말야, 하고 말을 흐린다.
그런 반응을 보면 신경 쓰여버린다.
무슨 일 있어요? 라고 물어보니 선배는 그게 말야, 하고 얘기를 했다.
 
 
"도시락통 누군가가 가져간것 같아. 그거 마음에 들었었는데에……"
 
 
 
뭐야 그런거냐고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뿜어버리니 선배는 뚱해진 표정으로 나를 본다.
 
 
"좀 히키가야? 왜 웃는거야!"
 
"아뇨, 죄송해요. 저, 도시락통을 주웟꺼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가방에서 선배가 잊고간 도시락통을 꺼내서 건낸다.
 
 
 
"아아-! 왜 갖고 있는거야!"
 
"아니, 평범하게 선배가 잊고 간거잖아요"
 
 
다행이다-, 라고 하면서 생글거리는 선배를 곁눈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핫, 하며 선배가 이쪽을 쳐다본다.
 
으음, 왜 뺨을 붉히는거야?
 
 
 
 
"젓가락 안 핥았지?"
 
커피가 하늘을 날았다.
 
 
 
 
× × ×
 
 
 
다른 통행인에게 시허연 눈으로 보여지면서 폭소하는 선배를 끌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간다.
선배, 죽겠다-, 가 아니거든요. 빨리 웃는거 그만두세요.
 
 
히이히이 거리면서 어떻게든 다 웃은 선배는 조금 힘이 빠졌지만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물으니 아무래도 가고 싶은 가게가 있던 모양이라 선배는 내 소매를 잡고 슥슥 잡아당겨간다.
 
 
"도오차악~!"
 
 
도착한 곳은 평범한 잡화점 가게였다.
안에 들어가보니 여러가지 물품이 놓여있어서 보는것만으로도 즐겁다.
선배는 굽이굽이 가게 안을 걸어가서 어떤 장소에서 멈춰선다.
 
거기에는 벽 일면에 여러가지 키홀더 등이 걸려있어서 반짝반짝하게 빛나고 있었다.
선배는 그 중 한쌍을 들고 한쪽을 나에게 건낸다.
 
 
"있잖아, 세트를 사고 싶은데……안 될까?"
 
 
그렇게 올려다보기로 보면 거절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보다 그렇게 매달리지마요!
뭐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 부드러운게, 그게, 말이죠?
그런 스킨쉽이 많은 남자를 미혹해서 죽음으로 몰아붙인다는걸 조금 더 자각해줬으면 싶네요!
 
내가 좋아요, 라고 말하자 다행이다, 라면서 고개를 숙이는건 왜 어째섭니까 카나미 양?
실은 싫었엉?
얼굴도 조금 빨갛다구요?
 
 
계산을 마치자 선배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아까 산 키홀더를 단다.
나는 어디에 달지 망설인 끝에 가방에 달기로 했다.
 
 
키홀더에 붙어있는 금속으로 된 이름 모를 꽃을 손가락으로 그어본다.
 
 
"선배, 이건 무슨 꽃이에요?"
 
 
내가 키홀더에서 고개를 들자 조금 뺨을 붉힌 선배가 나를 곧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잘레아,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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