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는 가장한다. 후편
 
 
 
 
"그~러~니~까~! 아직 안 했다니깐!"
 
"호오~, 『아직』이구나~"
 
"읏……시끄럽네에!"
 
 
이래저래 이런 대화가 시작된지 벌써 10분 정도 지났다.
미카미 선배가 방문을 열었을때 우연히 선배가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우연히 선배의 얼굴이 내 얼굴과 가까웠던 순간을 우연히 미카미 선배가 발견했다는 무척이나 우연이었지만 상대가 나빴다.
그게 봐, 나를 때린 사람을 나 수준의 아싸로 만들어낸 정도잖아?
진짜 무서워 이 사람……
그보다 선배? 얼굴 새빨갛게 붉히고 이쪽을 힐끔 쳐다보는데 왜 그래요?
 
그러자 방금까지 히죽거리던 미카미 선배가 후우, 한숨을 쉰다.
 
 
"하는 수 없네, 오늘은 이걸로 용서해줄게. 그래서 히키가야. 오늘은 뭐 할거야?"
 
 
돌아본 미카미 선배가 나한테 묻는다.
 
 
"으음, 왠지 코마치가 말하기에는 코스프레 파티? 같은걸 하고 싶은 모양인데요? 참고로 의상은 갖춰져 있어요"
 
 
내 돈으로 말이지! 하고 싶은 참이지만 거기는 꾹 참는다.
하지만 코스프레라고 들은 순간 미카미 선배의 얼굴이 순간 경직된건 기분 탓일까?
어쩌면 뭔가 싫은 추억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코스프레한 적이 없는 나마저도 왠지 싫은 기억이 있을 정도니까. 떠오르지 않지만.
 
 
그건 그렇고 남의 집 거실 구석에서 다리 오므려 앉아있는 선배는 괜찮은걸까?
 
 
 
 
× × ×
 
 
 
 
"하지만 설마 코마치의 친구들이 선배들이었다니"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툭 중얼거린다.
그보다 코마치는 어느틈에 미카미 선배와 알게 된거야.
 
 
코마치네 셋은 코마치의 방에서 옷갈아입기 중이다.
거실에 남겨진 나는 그저 탁상 위에 있는 과자를 다 먹는다고 하는 코마치에게 혼날법한 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거다. 코마치의 방에서 꺅꺅 우후후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건 좀 위험하다.
따, 딱히 이상한 생각하지 않거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뇌내 츤데레를 하고 있는 사이에 끼익,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니 터벅터벅 발소리가 나고 거실 문이 열린다.
 
 
"어때-? 오빠야?"
 
 
마녀 코스프레를 한 코마치가 봐! 봐! 봐! 하며 여러가지 포즈를 보여온다.
 
 
"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우와-, 진짜 적당하네, 이 사람"
 
 
그런 도끼눈으로 쳐다보면 뭔가에 눈을 뜰것 같아서 무섭다.
아니, 안 뜨거든.
 
 
"그럼 카나 선배랑 미카 선배 불러올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간다.
 
코마치의 지시라고는 해도 내가 사온거니까 어떤 의상인지는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가격과 퀄리티가 쓸데없이 높은걸 샀으므로 그 둘이 입으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할 수가 없다.
얼굴도 스타일도 괜시리 좋으니까 말이지, 그 사람들……
 
 
터벅터벅 세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끼익! 하며 기세 좋게 거실 문이 열렸다.
 
 
"짜자잔-! 봐봐! 카나 선배 오세요!"
 
 
코마치는 그렇게 말하고 문 그늘에 숨어있던 선배를 잡아당긴다.
 
하와와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 숙이고 있던 선배가 힐끔 나를 쳐다본다.
 
 
"어, 어때……?"
 
 
악마 차림을 한 선배가 조심조심 나에게 묻는다.
 
이, 이상한데……
악마인데 천사로 보이는건 기분 탓일까?
애시당초 그 가슴이 괘씸하네요! 아버지는 그런 아이로 기른 기억은 없어!
 
乳턴 선생님의 만뉴인력에 필사적으로 거스르면서 겨우 말이 나온다.
 
 
"나, 나쁘지는 않은거 아니에요?"
 
"고, 고마워……"
 
 
뺨을 붉히면서 선배는 툭 말한다.
이런, 나도 왠지 부끄러워졌다.
 
그러자 선배가 부끄럼 감추기인지 입을 연다.
 
 
"히키가야도 어울려! 좀비 코스프레!"
 
"……기본입니다"
 
 
정말이지 실례스런 사람이다. 조금 수줍어한다고 생각했더니 처사다.
그나저나 선배의 차림은 조금 가슴이 갑갑해보인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의 가슴이 서늘한 선배는 어디갔지?
 
 
"으음, 그런데 미카미 선배는 왜 그래요?"
 
"……풋"
 
 
으음, 왜 웃는건가요 선배?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코마치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낸다.
코마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무시하고 문쪽으로 걸어간다.
 
코마치야? 오빠 울어버린다?
그런 나를 뒷전으로 코마치가 미소 100%로 우리들을 돌아본다.
 
 
"다음은 미카 선배에요-! 들어오세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에게 끌려나온 미카미 선배는 어째선지 무릎위까지 밖에 없는 하얀 기모노를 입고 식칼을 들고 있었다.
할로윈인데 일본 요괴같은 차림을 입은 미카미 선배는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 사람 다리 기네. 진짜 미각.
그보다 여기의 어디에 웃을 요소가 있던걸까?
 
 
"어, 어때 히키가야?"
 
 
쭈뼛거리며 실로 미카미 선배답지 않은 모습으로 물어와서 어째선지 나도 조금 부끄러워진다.
 
 
"으음, 다리가 기네요"
 
"어, 고, 고마워…"
 
 
나쁜거라도 집어먹은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미카미 선배가 여자애다워서 두근두근거려버린다.
이, 이게 갭 모에라는건가!
딱히 모에하진 않지만. 모에 안 하는거냐. 누가 모에해줘!
 
 
그러자 또 선배가 풋, 하고 뿜었다.
 
 
"뭐야 카나 아까부터! 뭐가 이상한데"
 
 
볼퉁해진 미카미 선배에게 선배가 실로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미카는 도마를 표준 장비하고 있으니까 언제나 그 식칼 쓸 수 있구나"
 
"……부훗"
 
"뭘 웃는거야!"
 
 
따콩! 있는 대로 얻어맞았다.
 
 
 
 
 
 
× × ×
 
 
 
 
방 구석에서 다리 오므려 앉아있는 미카미 선배를 어떻게든 달래고 적당하게 파티를 한 후에 옷을 갈아입고 해산하게 됐다.
 
 
"오늘은 고마워! 즐거웠어!"
 
"아뇨아뇨-! 코마치도 즐거웠어요!"
 
 
그런 여자의 인사 대회를 현관에서 펼친후 선배는 나에게 휙휙 손짓을 한다.
뭔가요? 라며 귀를 선배 쪽으로 향하자 선배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귓가에 입을 가져댄다.
가까워진 탓에 샴푸 냄새가 내 코까지 풍겨온다.
 
 
"내일 또 봐"
 
 
그렇게 말하고 바이바이하며 손을 흔들고 미카미 선배와 돌아갔다.
미카미 선배!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지마요!
이름도 모르는 3학년처럼 나를 아싸로 만들 생각입니까!
아, 이미 아싸였습니다☆
 
 
역시 내일부터 11월인만큼 밤이 되면 차가워진다.
코마치랑 함께 추워추워 거리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 난방을 켠 거실로 간다.
 
 
"있잖아 코마치, 오늘 즐거웠어?"
 
"응! 즐거웠어! 오빠는?"
 
"뭐, 그럭저럭"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엎드려 다이브한다.
 
피곤하네에, 진짜로.
이제 당분간은 물론 평생 일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사라지지 않도록 새기고 있으니 갑자기 툭, 몸에 충격이 달린다.
 
돌아보니 어제처럼 코마치가 내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흐흥-♪ 하며 콧노래를 섞으며 코마치는 내 위에 등을 대고 누워서 등을 맞댄 상태가 된다.
 
 
"……고마워, 오빠야"
 
 
갑자기 들려온 그 말에 놀라면서도 어, 하고 대답을 한다.
 
 
뭐, 그거다.
 
코마치를 위해서라면 가끔 일하는것도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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