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내 남은 수명이 반년…?" 6월편⑥ - 26
 
카와사키 사키
 
6월 초
이전의 약속을 다하기 위해 케이카를 데리고 봉사부로 향한다. 손을 잡고 걷는 케이카는 히키가야를 만날 수 있다는걸 알고 있는건지 기분 좋은 모양이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언니로서는 조금 복잡하다. 타이시도 그 녀석을 싫어하지 않는 모양이고, 우리 가계는 그 녀석들에게 약한걸까?
 
………아니, 나는 딱히 약하진 않지만
 
"사짱, 기뻐보여. 케짱이랑 같아!"
 
"케짱!?"///
 
나, 나나나는 딱히 그 녀석 만날 수 있다고 기쁜게 아니고…아니 언제까지 자신의 마음을 감출 생각인걸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 아이가 부럽다
 
부실에 가까이 왔을때는 어떻게든 냉정함을 되찾았다
 
"케짱, 제대로 인사하는거야"
 
"응!"
 
부실 문 앞에 도착해서 노크를 하려고하자 케이카가 하고 싶어보여서 하게 해줬다
 
노크한 후에 "들어오세요" 라고 들려와서 문을 여니 안에 있는 히키가야를 본 케이카는 만면의 미소로 그 녀석을 향해 뛰어갔다.
"크헉"하고 그 녀석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다시 인사를 하고 케이카는 히키가야의 무릎 위에 앉아서 신학기부터 생긴 일을 더듬거리면서 말하고 있었다. 조금 괜한 소리를 했지만 타이시를 나중에 혼낼거니까 문제없다.
그 녀석은 케이카의 얘기를 흘려 듣지 않고 제대로 듣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케이카는 무척이나 기뻐보였고, 그 녀석도 평소하고는 달리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헤헤~/// 하짱, 아빠같아"
아아, 확실히. 아빠가 오랜만에 케짱을 만나면 이런 느낌이다
역시 나나 타이시에겐 머리를 쓰다듬어주진 않지만…왠지 부러울지도
 
케이카의 제안으로 다 같이 종이접기를 하게 됐다
나는 옛날에 타이시가 "누나, 굉장해!" 라고 기뻐해줬으니까 여러가지를 접을 수 있게 됐지만 히키가야와 유키노시타도 잘 접는것 같다. 유이가하마는…응
 
 
 
 
응?
 
조금 주위를 돌아봤을때였다
 
밝은 분위기 속에 있는 위화감
 
본건 잠깐이며, 기분 탓이라고 흘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리에 남아버렸다
 
히키가야 코마치가 지친 모습으로 자신의 오빠를 슬프다는 얼굴로 보고 있는 모습이
 
 
 
 
 
나는 어쩌면 좋은걸까?
현재 코마치 본인은 케이카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 표정은 즐거워보여서 도저히 방금전에 본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히키가야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라며 혼자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히키가야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기, 잠깐 괜찮아?"
 
"응? 뭔데"
 
남의 사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 조금 묻기 힘들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걸로 됐다
 
"네 동생,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딱히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특별히 감추고 있는 모습은 없는걸로 보였다
내 기분 탓이었나. 시스콘인 이 녀석이 하는 말이라면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닌거겠지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는데. 네가 그리 말한다면 그런거겠지"
 
 
 
 
 
 
 
 
 
 
 
봉사부를 뒤로하고 케이카랑 나란히 귀로에 이른다
잡고 있는 손을 크게 흔들고 기쁜듯이 걷고 있다
 
"케짱, 즐거웠어?"
 
"응! 저기 사짱, 하짱을 집에 불러도 돼?"
 
"우에!?"
 
 
그리고나서 며칠후 밤
케이카네를 재우고 공부하고 있으니 타이시가 내 방에 들어왔다
 
"누나, 잠깐 괜찮아?"
 
샤프펜을 노트에 두고 돌아보니 타이시는 신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왜 그래?"
 
"저기 말야, 누나한테 상담이 있는데"
 
이런 표정의 동생한테 상담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묵묵히 끄덕였다
 
"누나랑 케이카가 월요일에 봉사부에 갔을때, 봉사부에서 특이한 일같은거 없었어?"
 
"똑바로 말해봐. 특이한건 뭔데"
 
"히키가야 말인데"
 
"코마치가…왜?"
 
"히키가야, 저번달 끝무렵부터 기운이 없어보여서. 요즘엔 잠부족인건지 수업중에 졸려보이고… 얘기를 물어보려해도 아무일도 아니라고"
 
어떻게 된 일이지?
히키가야에게 물었더니 모른다는 느낌이었고,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시가 깨달은걸 시스콘인 그 녀석이 동생의 이변을 눈치 못 챘다는게 있을까
그리고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도 눈치챈 모습은 아니었다
 
"누나?"
 
"아, 아아 미안. 나도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히키가야한테 물어봤는데 눈치 못챈것 같았어. 내가 눈치챈건 정말로 우연이었고. 그때까지는 정말로 평소대로라는 느낌이었어… 어쩌면 히키가야네한테는 얘기 못할 일일지도 몰라"
 
"그럴수가…형님네가 안 된다면 히키가야는 어떡해야…"
 
코마치가 뭘 안고 있다는건 아마 틀림없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그 녀석들에게 얘기 못하는걸 누가
 
"누나, 부탁해! 히키가야랑 얘기를 해줬으면 싶어!"
 
탕, 하고 테이블에 손을 대고 타이시는 고개를 숙였다
 
"좀, 뭐하는거야!?"
 
"분하지만, 나로선 히키가야를 도와줄 수가 없어. 상담조차 들어주지 못하니까. 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이대로라면 히키가야, 망가져버릴것 같아"
 
동생에게 이렇게까지 듣고 떠맡지 않는다는건 나에게 할 수 있을리도 없었다
거기다 나 자신도 코마치의 잠깐의 표정을 잊을 수 있을것 같지 않다. 혼자서 안고 있을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았어. 일단 얘기를 해볼게. 하지만 얘기해준다고는 할 수 없고, 얘기했다고 해도 너한테는 가르쳐줄 수 없는걸지도 몰라. 너는 남자답게 무게잡고 평소대로 대해"
 
"응! 고마워 누나!"
 
"세팅 정도는 네가 해. 이제 잘거야. 잘 자"
 
 
 
 
 
 
 
 
 
 
 
"뭔가요 사키 언니. 할 얘기라니?"
 
토요일, 나는 코마치를 자택으로 불렀다
타이시네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가주고 있다. 지금 이 집에는 나와 코마치 둘뿐이다
 
나는 돌려말하기나 뒤를 읽고 얘기하는건 버겁다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로 했다
 
"너, 뭐 숨기고 있어?"
 
 
 
 
 
 
 
 
 
 
 
오빠 일로 할 얘기가 있다고 듣고 그런대로 경계를 했지만 너무나도 직설적인 질문에 순간 동요한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만들고 조용하게 대답한다
 
"무슨 얘긴가요"
 
들켜선 안 된다
나에게 할 수 있는건 오빠의 병을 감추는것 뿐
오빠가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나는 경계 수준을 올리고 웃는 얼굴로 사키 언니를 본다
 
""……………""
 
침묵이 흐르고 기묘한 분위기가 방을 감쌌지만 그걸 깬건 사키 언니였다
 
 
 
"그래…물어놓고 뭐하지만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얘기 안 해도 돼"
 
"에?"
 
사키 언니는 따지지도 파고들지도 않는다
그저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다
그건 마치 오빠가 쳐다봐주는것처럼
 
그만해
 
모처럼 참고 있었는데
 
틀어막은 감정이 두근두근 새어나오려는걸 필사적으로 참는다
 
얘기해서 편해지고 싶다
이 괴로움을 누군가 함께 짊어졌으면 싶다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아래를 쳐다보고 필사적으로 참는다
몸이 떨린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편해지고 싶다고 마음이 외치고 있다
 
참아야해
참아서, 앞을 쳐다보고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하고 빨리 이 자리에서 도망치는거야
 
갑자기 몸이 따뜻하게 감싸였다
고개를 드니 사키 언니가 여전히 다정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뭘 안고 있는건지는 몰라. 하지만 누군가에게 응석부려도 돼. 그 녀석에게 못할때는 내가 받아줄게"
 
머리가 새하얘졌다
틀어막고 있던 감정이 단번에 흘러넘친다
더는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우…아, 아아…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빠가…오빠가!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 막아뒀던게 없어진것처럼 감정을 폭발시킨다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살살 두드린다. 맺혀있던걸 모두 토해내게 했다
실은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의 역할이지만
 
이유는 모른다
아는건 "오빠가" 라는 말뿐
하지만 지금은 됐다
이 애가 얘기해준다면 듣는다. 얘기하지 않는다면 듣지 않는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가는것과 동시에 나를 안고 있던 팔의 힘도 약해져갔다
그리고 스륵 코마치의 몸이 떨어질것 같아서 황급히 받친다
무슨일인가 싶어서 얼굴을 엿보니 눈물자국은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고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파까지 옮기고 머리를 내 무릎에 올리고 재운다
 
코마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니 이전에 옥상에서 있던 일을 떠올린다
낮잠잔후에 그 녀석의 자는 얼굴을 보고 있을때 그만 손이 뻗어버려서 머리를 쓰다듬었지. 그래서 그대로 같이 자버렸지만
너네 남매는 자는 얼굴이 판박이네
 
 
 
 
 
 
 
 
 
――――――♪
 
어디에선가 음악이 들려와서 눈을 뜬다.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멍하니 소리의 발생원을 찾으니 코마치의 가방에서였다.
코마치를 깨워야할지 고민하고 있으니 코마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기세 좋게 일어나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뛰어간다
 
잠시동안 휴대폰을 조작하고 안도한듯이 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아뇨, 하루노 언니한테 온 메일이었어요… 사키 언니, 사키 언니에게는 얘기하려고 생각해요"
 
"괜찮아? 누구에게도 알려지고 싶지 않았짢아?"
 
"네. 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요. 그저, 이 일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이것만큼은 절대로 지켜주세요"
 
부탁이라기보다 협박
그 눈동자에서 얼마만큼이나 중대하다는건지 전해져온다
각오는 되어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수명에 기한이 있다는것
평소의 일상을 바라고 있다는것
모두 얘기해줬다
 
동요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눈물을 눈에 머금으면서 열심히 얘기하는 이 애의 앞에선 정신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가…너, 열심히 했구나"
 
이 애는 누구에게도 불안이나 공포를 토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빠 본인에게 얘기하지도 못하고, 유키노시타네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매일 참고 있었다
수업중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병원에 실려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고 있는 사이에, 라는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상태로 잘 수 있을리가 없다, 수업을 듣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끊임없는 불안이 오고 있을것이다
나도 가족이 그런 상태라면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자신이 없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갈게요"
 
"벌써 가는거야? 오늘은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가도 돼"
 
"네. 이걸 보고 가지 않으면… 코마치답지 않으니까요"
 
휴대폰 화면을 나에게 보여준다
거기에는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집사복을 입은 그 녀석이 찍혀있었다
평소의 칠칠맞은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다
허리를 쭉 펴고 표정도 또렷하다
 
"알았지만, 갈거면 제대로 몸단장은 해"
 
코마치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울어서 부운 얼굴을 메이크로 가렸따
 
"좋아. 이걸로 괜찮아. 얼른 가"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다녀올게요"
 
현관에서 인사를 하고 기운 좋게 나갔다
 
집에 혼자가 되어서 정적이 몸을 감싼다
 
휴대폰으로 타이시에게 메일을 보내고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고 전한다
 
자기방으로 돌아가 심호흡을 하나 하니 굳었던 기운이 풀려 침대로 뒤로 쓰러진다
 
그 녀석이 병…이라
전혀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런대로 그 녀석은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4월 시점에서 반년이면…대충 10월쯤
벌써 6월이니까 약 4개월
 
휴대폰을 열어 아까전에 코마치에게 받은 히키가야의 사진을 본다
이걸 보면 병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코마치의 눈물이 그걸 부정한다
 
 
 
 
 
정말이지, 뭐 하는거야…
 
신경을 쓰고 있는건 안다
 
나도 괴롭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코마치가 훨씬 더 괴로운게 당연하다
 
시스콘이잖아?
 
자기 동생을 좀 더 봐주라고
 
 
 
 
"정말이지………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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