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내 남은 수명이 반년…?" 6월편④ - 24
 
 
4교시 수업중, 교실에서 밖을 보니 흐린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제까지 맑은 하늘은 어디로 갔는지. 뉴스에선 오늘부터 장마에 들어가는 모양이라 한 동안은 햇님은 볼 수 없다. 교실 녀석들도 마침내 내린 비를 보고 텐션이 떨어져있다.
그러는 나도 평소 장소에서도 옥상에서도 밥을 못 먹고 연습하는 사이카를 볼 수 없는건 무척이나 아프다. 그리고 비가 계속되면 덜마른 세탁물을 방에 널어두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건 냄새난다.
방 널기~ 하지만 방 널기 하면~ 좀 냄새나~♪
 
"하아…"
 
사이카 쇼크랑 시답잖은걸 생각해버렸으므로 책상에 엎드려서 한숨을 쉬어버린다.
 
4교시 종료 알람이 울고 호령과 함께 점심시간이 된다.
 
"뭘 신물나는 얼굴을 하는거야?"
 
"카와사키…아니 딱히"
 
"그래. 그리고 이거"
 
그렇게 말하고 눈 앞에 천으로 감싸인 상자를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만들어주는 날이었나
 
"오, 땡큐. 늘 미안한데"
 
"그건 더는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나도 대가 받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내 입장에서 보면 도시락을 받는다는건 상당히 허들 높은 일이었으니까. 감사는 잊지 않아"
 
"정말로 감사하단 말만으로도 괜찮으니까 돈은 필요없는데"
 
"그건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따라하지마"
 
정말이지… 라며 투덜거리면서 카와사키는 도시락을 펼친다.
어라?
 
"너 여기서 먹을거야?"
 
"하아? 밖에 비내리니까 당연하지"
 
"아니, 같이 먹을거야? 라는 소리인데. 교실이니까 에비나네랑 안 먹어도 돼?"
 
"…앗/// 아니, 그게, 이미 도시락 펼쳤으니 됐잖아! 뭐 불만있어?"
 
"아니, 아무것도"
 
종종 점심을 같이 먹는다고 해도 노려보아지면 역시 쫀다.
 
나도 받은 도시락의 포장을 펼치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하치만, 카와사키. 우리도 같이 먹어도 될까?"
 
사, 사이카의 권유 왔다아아아아!
 
"OK!"b
 
"너, 나하고 반응 다른데"
 
바보 같은 소리 마. 사이카의 권유라고. 즉답 안하고 어떡할건데!
응? 그러고보니 사이카는 『우리』라고 했는데
 
"다행이다아! 요시테루, 같이 먹자!"
 
사이카를 쳐다보니 교실 입구에서 얼굴만 내밀어 이쪽을 보고 있는 요시테루가 있었다.
사이카의 말을 듣자마자 눈에 띄지 않도록 거체를 움츠리며 재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흠. 역시 몇 년이 지나도 스네이크 플레이는 본관을 흥분하게 만드는군"
 
"너 엄청 눈에 띄었어"
 
"진짜냐!?"
 
"그러니까 너는 캐릭터를 굳혀라. 그보다 카와사키도 너도 같이 있어도 돼?"
 
"나는 괜찮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보, 본관도 문제없다. 그대하고는 하치만으로 협력한 사이이기도 하니까! …저기저기 하치만, 본관의 존재가 인식되고 있어. 이거 온거지? 본관의 시대 온거 아냐?"
 
"안 와. 그리고 가까워"
 
기억해준게 기뻤는지 흥분한 상태로 귓속말을 해오지만 비로 인한 습기와 이 녀석의 열기가 기분 나빠서 되물렸다.
 
각각 점심을 펼친다.
 
"음? 하치만이여. 그대의 도시락은 카와사키 씨랑 속이 같지 않은가?"
 
밥에 관해서는 예리한 녀석이구만. 도저히 탄수화물 on 탄수화물 식사를 섭취하는 녀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거 내가 만든거야"
 
"하치마아아아아아아아안! 배신했겠다아아아아아아아아!?"
 
"부럽다!!" 라며 소리지르며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다 격하게 흔드는 요시테루를 뒤에서 손을 대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요시테루. 조용히해"
 
사이카는 웃는 얼굴이다.
그건 틀림없다.
그런데 뭐지? 이 위가 꽈악 잡히는 감각은!?
 
"예, 예스"
 
요시테루는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고 어째선지 영어로 대답을 했다.
 
"그럼 다시, """"잘 먹겠습니다""""
 
"토츠카의 도시락은 수제야?"
 
"응! 내가 아침 연습으로 빨리 나오니까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줘"
 
"좋은 어머니네. 보기에는 야채중심인데 네 기호야?"
 
"응. 나한테 맞춰줬어. 괜찮으면 먹어볼래? 맛있어"
 
"그럼 받아볼까"
 
카와사키는 젓가락으로 토츠카의 도시락에서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
 
"정말! 다행이다아, 기뻐"
 
"괜찮으면 레시피 가르쳐줄래? 동생들이 야채를 잘 안먹으니까"
 
"좋아. 엄마한테 물어보고 올게"
 
좋겠다아~ 나도 사이카의 어머님 도시락 먹어보고 싶어~
그리고 카와사키는 누나 캐릭터를 넘어서 정말로 주부구만. 미우라 급으로 엄마다.
 
"하치만거 맛있어 보이네~. 좋겠다~"
 
이쪽은 이쪽대로 요시테루가 부럽다는 듯이 아양떠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짜증나기 짝이없다.
 
"안 줘. 카와사키도 같은거니까 그쪽에 달라고 하지?"
 
"보, 본관에게 그런 허들을 넘을 수 없소이다!? 그런 소리 말고 부탁합니다. 코로케빵 줄테니까"
 
"너 얼마나 필사적인거야"
 
"본관도 여자가 만든 도시락을 먹고 싶어!"
 
"알았어. 손 내밀어"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집어다 요시테루의 손에 올렸다.
 
"아니 이거 냉동 식품이잖아!?"
 
"이것도 도시락에 들어있던거니까 불평하지마. 고로케빵의 고로케 부분만 넘겨라"
 
"본관의 입 안은 빡빡하잖아!"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들 한숨 쉬고 있다.
그리고나서 불평 툴툴 거리는 요시테루를 보다못한 카와사키가 반찬을 하나 주려고 했지만 제지하고 내 몫을 줬다. 결국 내 반찬이 둘 줄었잖아.
 
"그러고보니 카와사키"
 
"왜?"
 
"그리고나서 케짱은 어때? 종이 접기 잘하게 됐어?"
 
"응. 이제 종이 접기는 잘하게 됐어. 지금은 편지를 쓰는 연습을 하고 있어"
 
"그런가"
 
"저기 하치만. 무슨 얘기야?"
 
"이번달 초에 카와사키의 동생인 케이카가 봉사부에 놀러왔거든. 어버이날에 종이접기와 편지를 건내고 싶다고 말했어"
 
"어버이날은 확실히 15일이지. 전부터 준비하다니 케이카는 장하네. 카와사키는 뭘 해줄거야?"
 
"나는 특별한건 딱히. 뭐, 한다고 하면 편지는 부끄러우니까 '고마워' 라고는 말할 생각이야. 그리고 평소엔 발포주 맥주로 하는 정도일가. 하지만 늘 부모님에게는 감사하고 있으니까 그날에만 한다는것도 좀 아닌것 같아"
 
이 무슨 가족애. 코마치는 용돈을 받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그 날에만 『아빠 고마워』라고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용돈을 주다니 아빠 너무 쉬워!
 
"너네는 뭘 해줄거야?"
 
"나는 매년 아빠가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하니까…하는 수 없이"///
 
얼굴을 붉히고 고개숙여버렸다.
그보다 어떤 사진을 찍는겁니까!?
사이카네 아버지, 아니 아버님!
 
"본관은"너는 지금까지 쓴 소설이라도 줘라" 그거 가족에게 제일 들키면 안 되는ㄴ거!!"
 
"하치만은 어떡할거야?"
 
"아-, 선물이라도 줘야지 생각하짐나 말야. 뭘 할지는 생각중이야. 지금까지 어버이날은 아무것도 안 했고"
 
문득 카와사키를 보자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헤-, 너는 동생말고 가족에겐 아무것도 안 해줄거라 생각했어"
 
얼마나 내가 시스콘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시스콘이지만.
 
"뭐, 변덕이라고 할까. 나도 부모를 존경하는 마인드를 말이지"
 
어이쿠야 그만 의식이 높아져버렸다.
왠지 작년에 토베도 비슷한 소리를 했던것 같다.
 
"그래도 대단해"
 
그렇게 말하고 미소지은 카와사키는 다정하게 따뜻해서 마치 가족을 쳐다보는듯한 얼굴을 하기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평소부터 그런 표정을 지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단어가 나오면 나도 이 녀석도 허둥대잖아
 
그건 둘째치고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 안 나.
 
 
 
 
 
 
 
 
 
 
평소 공부모임을 마치니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선배~! 귀여운 후배가 마중 나왔어요"
 
"잇시키, 노크를 하렴"
 
"그래, 히라츠카 선생님처럼 된다. 그리고 마중은 뭐야"
 
"오늘 근무 시간대 같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가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노크 할게요"
 
평소처럼 약아빠졌지만 후반 대사는 진짜로 그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엄청 전해진다.
그리고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잇시키와 시간표가 겹치게 된것 같다.
 
"힛키 오늘도 알바야?"
 
"뭐, 확실히 그렇지만 아직 시간에 여유 있는데? 너 뭐하러 온거야?"
 
"저도 학생회 일이 끝났으니까 시간죽이러 온건데요? 혹시 선배를 위해서 왔다고 생각한거에요?? 죄송해요 자의식이 너무 높아서 무리에요"
 
"아, 그래"
 
"그보다 오빠야. 학교에선 머리 정리하거나 안경은 안 써?"
 
"맞아 힛키. 모처럼 어울리는데 아까워!"
 
"겉멋 안경도 의외로 눈이 피곤해. 머리 정리도 귀찮고, 갑자기 캐릭터가 변하면 『저 녀석 뭘 기합 넣고 있어? 웃긴다ㅋㅋㅋ』라고 듣는 꼬락서니라고"
 
"에-, 그럴려나? 나도 흑발에서 이 머리로 바꿨을때는 다들 평판 좋았는데"
 
바보냐. 그야 너는 생김새가 좋으니까 그렇잖냐.
누구나 너처럼 받아주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이래저래 평소 눈이 썩고 고양이 등에 뻗친 머리카락인 오빠가 제일 진정이 돼. 앗, 지금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높아!"
 
"높지 않아- 낮아-"
 
왜 『평소』뒤에 쓸데없는걸 넣어버리는걸까~?
그게 없었으면 포인트 높았어.
 
"확실히 그러네. 몸단장에 기합을 넣는건 너답지 않을지도 몰라"
 
"화, 확실히 그 힛키가 항상 곁에 있는것도 긴장하구"///
 
"그럼 그 선배를 볼 수 있는건 저뿐이라는 소리네요!"
 
어이어이 뭘 우쭐대고 가슴 펴는거야
확실히 나의 일하는 모습은 게임의 레어 드롭 정도로 드무니까. 애시당초 인식받지 않고 찾는것도 곤란하겠지
 
"히키가야. 마침 여기에 안경이랑 헤어 세트 도구가 있으니까 준비해주지 않겠니"
 
"유키농 어디에서 꺼낸거야!?"
 
여보세요~, 아까랑 하는 말이 다른데요
 
이후 엄청나게 세팅당했다.
 
 
 
 
 
 
 
 
 
 
오늘은 평일이고 비가 내린다는것도 있어선지 손님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 점장과 나와 잇시키만으로도 충분히 일할 수 있었다.
 
"둘 다, 가도 좋아"
 
폐점후의 가벼운 정리를 마치자 점장이 말을 했다.
 
"수고하셨어요~"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갈아입을건데요, 엿보지 말아주세요"
 
"안 봐. 얼른 가라"
 
쉭쉭 손을 흔들며 재촉하면서 말하자 뿌우 볼을 부풀리면서 탈의실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약아빠진 녀석이다.
 
뭐 상관없나
 
"점장, 조금 부탁이 있는데요…"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가게에서 나오자 아직 비는 내리고 있었다. 청경우독이라는 사자숙어가 있듯이 비내리는 날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독서하는게 최고다. 일하는건 언어도단이야!
뭐 맑아도 밖에 나갈 생각은 없지만
 
빌딩 계단을 내려오자 잇시키가 서 있었다.
이쪽을 돌아봐고 "늦어요-" 라며 불평을 해온다.
 
"너 돌아간거 아니었어?"
 
다 갈아입었을때 없었으므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에이~ 선배를 기다린게 당연하잖아요~"
 
"아 그래. 그보다 기다릴거면 가게 안에서 기다려"
 
"반응이 너무 차가워요. 그리고 가게 안에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것보다 밖에서 기다리는 편이 건강한 느낌이 나지 않아요?"
 
"아- 네네"
 
적당하게 흘리면서 같이 걷는다.
역시 이 시간에 여자애를 혼자 돌려보낼만큼 나도 귀축은 아니다.
라고해도 역까지 겨우 몇 분이지만.
 
 
 
 
"선배, 잠깐 괜찮아요?"
 
도중에 잇시키가 갑자기 멈춰섰다.
 
"왜 그래?"
 
"제 미소 어때요?"
 
생긋, 이라는 의성어가 딱일 정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때? 라고 물어도 내가 할 말은 평소와 다를바 없다.
 
"평소대로 약았어"
 
"그런가요……"
 
내 대답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나참, 갑자기 왜 그래?"
 
"선배가 전혀~ 제 미소에 홀리지 않으니까 스스로 걱정 된거라구요!"
 
스윽 단번에 거리를 좁히고 볼퉁해진 얼굴을 가져왔다.
이로하스 빨라! 그리고 정말로 가까워 가까워!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코마치랑 캐릭터가 겹치고 동생같은 녀석이양. 그러니까 미소 하나로 함락되는 일은 없다!"
 
"뭐에요 그 돌려말해서 동생이 되어서 『오빠야♪』 라고 불러달라고 하는건가요? 죄송해요 동생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까 무리에요"
 
거절당했다. 아니, 거절당해도 상관없지만.
후배에게 오빠야 라고 부르게 하는것도 머리 너무 아프고, 기분 나쁘겠지.
그리고 동생은 코마치만으로 충분하고 말야.
결코 아까전의 『오빠야♪』가 마음에 온게 아니다.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잖냐. 자, 얼른 가자"
 
"에이~ 기다려주세요-"
 
 
 
 
 
 
 
 
 
 
 
선배와 역의 홈에서 헤어지고 자택으로 걸어간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어서 지면에 닿아 튀는 빗방울이 양말을 적시고 우산을 쓰고 있어도 바람으로 내려부어서 팔이 젖어서 기분 나쁘다.
 
오늘은 어땠을까.
나는 제대로 있고 있었을까.
선배는 평소의 일상을 느껴준걸까.
 
히라츠카 선생님은 이런걸 내내 참아 왔던걸까.
 
선배는 우리에게 조금도 약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보내고 있던걸까.
 
 
 
 
선배는 헤어질때 "조심해서 돌아가" 라고 걱정해주었다.
정말로 오빠야같았다.
 
오빠야…라….
선배가 나의 오빠였다면, 좀 더 오래 보냈을까?
유키노시타 선배나 유이 선배보다도 소중하게, 가장 가까이서 있어줬을까….
 
이런 가정은 무의미하다는걸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남매가 아니라도.
 
좀 더 빨리 만났더라면.
 
내가 가장 먼저 만났더라면.
 
선배의 곁에 있던건 나였을까….
 
 
 
 
 
 
"부럽네…"
 
 
우산을 쓰고있는데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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