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내 남은 수명이 반년…?" 6월편 ②
 
 
 
 
"안녕, 이런 시간에 미안해. 부장이라는 입장상 연습중에 빠질 수가 없어서"
 
젠장! 왜 이 녀석은 축구 한 다음이면서도 이렇게 산뜻한거야
나였으면 겨드랑이 냄새나 체취가 신경쓰인다고
에이트폼이라도 쓰는거 아냐?
 
"그런 얘기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용건이 있으면 빨리 말해. 여기까지 와서 차를 마시러 온것 뿐이라는건 아니겠지"
 
여전히 하야마에게는 신랄하군. 좋아, 좀 더 해라!
 
유이가하마가 준비한 의자에 하야마가 앉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실은 이로하에 관해서 할 얘기가 있어"
 
잇시키? 왜 또
 
"이로하가 왜?"
 
하야마가 말하는걸 주저하고 있는지 쓰딘 표정을 짓는다.
 
"…이로하가 좋지 않은 가게에서 일하는걸지도 몰라"
 
""""…""""
 
하야마의 말에 부실이 조용해진다
그건 믿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까
잇시키라면 없을 얘기는 아닌가…하고
묘하게 리얼한 상상을 할 수 있어서 반론할 수 없는건가
 
"에엑!? 무슨 소리야, 하야토!?"
 
가장 빨리 부활한 유이가하마가 반응한다
이 녀석은 어떻게 느껴서 반응이 늦은걸까
 
"진정해, 유이가하마. 우선 제대로 얘기를 듣고나서야"
 
"유감이지만 히키가야의 말대로야. 하야마, 설명 해주겠니"
 
"유감이라고 할 필요 있어?"
 
"…라기보다도 전부 다 이로하 선배는 그런 짓을 안 한다고는 안 하네요"
 
"""…"""
 
셋 모두 눈을 피해버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야마는 직접 본게 아니라, 오오오카가 하야마에게 상담해서 여기에 왔다는 이야기다
중간고사가 끝난 저번주 토요일에 하야마 그룹이서 놀러간 모양이다. 오오오카는 하야마네랑 헤어진 이후, 혼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잇시키를 발견한것 같아서, 문득 쳐다보니 수상쩍은 빌딩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거기에는 의심쩍은 간판이…
 
"…뭐라고할까, 신빙성이 빠진 얘기군"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 라기보다 그 동정 바람측정기가 하는 말은 신용을 할 수가 없다. 그 녀석의 경우 간판에 핑크색 문자로 쓰여있는것만으로 좋지 않은 가게라고 판단할것 같다.
나도 동정이지만
 
"의뢰 내용은 그 사실 확인이라는걸로 보면 되겠니?"
 
"아아, 만약 정말이라면 이로하에게 그만두게 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건 이로하에게 말하면 단방이잖아!"
 
"아니, 그게 가능하면 고생은 안 하지"
 
"잇시키 너 말야, 좋지 않은 가게에서 일한다는거 정말이야?" 라고 말한 순간 내 학교생활이 끝나버린다
 
"하지만 이로하 선배는 축구부 매니저도 하고 있죠? 학생회도 하면서 알바를 할 수 있나요?"
 
그렇다. 학생회랑 매니저를 하면서 알바를 할 수 있나? 한다고 하면 토, 일요일이지만 귀중한 휴일을 노동으로 채운다니 나에게는 생각할 수 없군
 
"아니, 실은 4월달부터 이로하가 축구부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었어. 본인은 학생회가 바쁘다고 하는데"
 
어이어이, 점점 더 수상쩍은거 아냐?
라고할까 그 녀석, 하야마는 괜찮은거냐…어라, 그거라면 그 녀석 자기 알바때문에 학생회나 시험공부 못했던거 아냐? 나를 걸고 넘어지지마
 
"…왠지 수상쩍어졌어"
 
"하지만 어떻게 확인할거에요? 본인에게 묻는건 좀…"
 
아는 사이에게 그런걸 의심받으면 상처받을테니까
나는 보도 알도 못한 사람한테도 의심받았다만
 
"카와사키때처럼 마찬가지로 직접 가게로 가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군. 하야마, 가게 이름이랑 장소는 알아?"
 
"미안해. 오오오카도 가게 이름은 몰랐던 모양이야. 하지만 장소라면 알아.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에 있는 잡거 빌딩인 모양이야"
 
"그런가. 그리고 하나 더"
 
"뭐지?"
 
"이 일은 우리랑 너랑 오오오카 말고는 모르지?"
 
"아아, 오오오카도 나에게만 말한것 같아.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오오오카에게는 벌써 입막음을 해뒀어"
 
그거라면 괜찮나. 언제 어디에서 정보가 새어나갈지, 다른 녀석이 목격할지 모른다. 진실이 어떻든간에 소문이 퍼지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 소문이 교사한테 퍼지면 학생회장으로서 그 녀석의 입장이 위태로워진다
 
"나에게도 뭔가 도울게 있으면 말해줘"
 
하야마는 그렇게 말하고 부실을 나갔다
 
"어떡할까…"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미행하자"
 
"그렇군. 아까 장소에 잇시키가 정말로 출입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게 우선이겠지"
 
"미행인가~, 왠지 탐정같아서 멋질지도!"
 
긴장감 없구만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로하가 그게, 그런 가게에서 일한다면?"
 
"…거기는 잇시키 본인에게 얘기를 들어봐야겠지. 가능하면 그만두게 하고 싶지만, 뭔가 사정이 있다면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건 뻔하잖아"
 
카와사키때처럼 관여하지말라고 들어버리면 그 이상 남의 사정에 우리는 파고들 수 없다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까 내일 또 얘기를 하자"
 
유키노시타의 말로 오늘은 해산하게 됐다
 
 
 
 
 
 
 
 
 
 
 
시간을 날아서 토요일
 
나의 용오도 놀랄만한 훌륭한 교섭술로 인해 잇시키가 오늘 낮에 출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게 판명됐다!
 
 
 
 
거짓말입니다. 죄송합니다. 후줄근했습니다. 말은 막히지, 씹히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잘 몰랐다. 이거 절대로 의심받겠네
하지만 "토요일에 용건같은거 있어?" 라고 물어보니 "뭣!?/// 그, 그렇게나 귀여운 후배랑 데이트 하고 싶었어요? 그거라면 긴장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네요! 어쩔 수 없으니까…아, 죄송해요. 그 날은 13시부터 알ㅂ…가 아니라 용건이 있어서요"
마지막 쪽은 목소리가 죽어갔다. 라고할까 진심으로 침울해했다
어째서일까?
 
그런고로 역 앞에서 대기해서 잇시키를 발견하는대로 추적한다. 참고로 혼자서다. 평범하게 스토커로 통보받을것 같지만 여기는 오랜시간 외톨이로서 쌓은 스텔스 힛키를 발동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참고로 봉사부 멤버도 미행한다고 땅땅거렸지만 어쨌든간에 그 녀석들은 너무 눈에 띄어서 소란스럽다. 내가 확인하는대로 연락한다고 해서 유키노시타의 맨션에 대기시키고 있다
 
그나저나 더워…
6월에 들어간 당초에는 더워도 아직 서늘함이 있었지만, 이제 며칠 후면 장마에 들어간다고 하는 탓인지 우중충한 공기가 불쾌지수를 올리고 있다
그늘 속이라고는 해도 이마에서 땀이 뺨을 타고 내린다
옆구리 땀 괜찮을까
 
15분 정도 기다리고 있더니 역에서 잇시키가 나오는게 보였다
가능하면 나와주길 바라지 않았지만…
잇시키에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뒤를 따라간다
 
그러고보니 잇시키의 사복을 보는건 오랜만이군
 
미행개시하고나서 몇 분, 잇시키는 하야마가 말했던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빌딩이 있는곳까지 가자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검은 배경에 핑크색 문자로 이렇게 쓰여있다
 
 
『Verheilen』
 
 
영어가 아니군. 뭐지?
뭐라고 읽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검색해보기로 해서 스마트폰을 기동한다
Google선생님으로 검색을 해보니 간판의 문자는 독일어로 의미는 『치유한다』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 가게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일단 그 녀석들에게 보고해둘까
 
유이가하마에게 전화해서 역에서 집합하도록 말하고 이 자리를 뒤로 한다
 
다시 역 앞으로 돌아와, 집합까지 시간을 죽이려고 휴대폰을 꺼내드니 말도 안 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히키가야?"
 
"하루노 씨?"
 
갑작스런 등장에 놀랐지만 하루노 씨도 내 존재에 놀란 모양이다.
 
"어쩐 일이야? 네가 휴일에 밖에 나오는건 보기 드무네"
 
실례네. 나도 휴일에 밖에 나가는 일은 있다고. 주로 서점에서 신간을 사러가거나, 코마치에게 심부름받고 편의점에 가거나.
뭐, 농담은 둘째치고 잇시키 일은 별로 말해선 안 되니까 적당하게 말해둘까
 
"그건"
 
"솔직하게 말하렴?"
 
웃는 얼굴로 듣고 말았다.
왜 마음을 읽는거야? 가르쳐줘 아저씨
역시, 뭐든지 말하는걸 듣겠다고 한걸 그만둔 편이 좋았을지도
 
"…흐응-, 잇시키가 말이지~. 그런걸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뭐, 저도 그렇게 믿고 싶네요. 그런데 하루노 씨는 어째서 여기에?"
 
"나는 옛날 지인을 좀 만나러. 하지만 재미있을것 같으니까 히키가야네를 따라갈까나~"
 
참아달라고요…
 
"힛키, 기다렸지!"
"기다렸군 하치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평소 봉사부 멤버에 요시테루가 나타났다. 참고로 코마치는 용건이 있는 모양이라 안 왔다
나로서는 그 편이 안심할 수 있으니까 괜찮지만
참고로 요시테루는 내가 불렀다. 만약을 위해 남자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유키노시타는 하루노 씨를 보자 눈썹을 찡그리며 이쪽을 쳐다본다
 
(어째서 언니가 있는거니)
 
그렇게 말하는것 같은 눈이다
 
(얼토당토 않는 소리 마)
 
라고 내가 체념한 눈으로 돌아보니 한숨을 쉬며 체념했다.
 
"히키가야. 유키노랑 아이컨택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야-"
 
콕콕 검지손가락을 뺨에 찔러온다.
그보다 아파! 평소보다 아파!? 손톱이 파고든다고요!
 
 
 
일동을 데리고 점포가 들어있는 빌딩 앞에 찾아왔다
 
"히키가야, 잇시키는 정말로 여기에 들어간거지?"
 
유키노시타가 간판을 보고 이어서 우리도 간판을 보지만 역시 수상쩍다
 
"…수상쩍네"
"수상쩍어"
"불순하군"
 
막상 보게 되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얼른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좋겠지만…응? 정말로 그런 가게였을 경우엔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걸 느끼고 있는건지 요시테루는 더위와 긴장으로 땀투성이다
 
"앗, 이거 봐"
 
유이가하마가 가게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한 장의 종이를 들고왔다
 
그건 알바모집 광고지였다
『캐스트 모집! 1일 체험가능』
1일 3시간~ OK
고수입!
미경험자 환영
 
이 또한 수상쩍음 만점의 광고지다
 
"사키사키때처럼 잠입수사 하자"
 
"그래. 그러는 편이 너네가 돌입하는것 보다 온경하게 얘기를 진행할 수 있을것 같아"
 
그래. 실은 나와 요시테루만 오려고 했었지만 들켜버렸다
 
"하지만 말이다…"
 
본심을 말하자면 지금부터라도 돌아가줬으면 싶은데. 메이드 찻집때하고는 다르니까
하지만 온경하게 끝낼 수 있다면 그게 최고다
 
 
"………………알았어.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줘.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뛰어갈게"
 
"좋아, 그럼 가자!"
 
두 사람은 광고지를 한 손에 들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 가게 문으로 들어갔다
 
가게 앞에는 나와 요시테루, 그리고 하루노 씨가 있었다
 
"하루노 씨는 안 가도 됩니까?"
 
"소수정예인편이 좋잖아. 거기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아…"
 
유키노시타에게 위험이 미칠지도 모르는데 차분하게 있네. 뭐, 애가 타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게 하루노 씨고
 
"음 하치만이여. 유사시에는 우리가 돌입하는거면 상관없겠지?"
 
"뭐 그래. 네 힘에 기대하고 있어"
 
"훗, 마침내 이 힘을 쓸 때가 온 모양이다…그 순간을 기대하는게 좋다!"
 
 
 
라고 기합을 넣은건 좋지만, 이래저래 15분은 지나고 있었다
 
"늦어…그리고 더워"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아지는 시간인 탓일까, 기온은 20도 후반에 미치고 있었다.
태양의 강한 빛이 머리위로 꽂히듯이 자극을 주고있다.
요시테루는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끈적끈적하다. 솔직히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 코트 벗어
하루노 씨는 근처 자판기에서 사온 주스를 마시면서 때때로 나에게 엉키고 있다.
라고할까 이 사람도 땀흘리고 있을텐데 왜 좋은 냄새가 나는거야. 여자의 7대 불가사의로구만
 
그나저나 정말로 늦다. 유키노시타네는 괜찮은걸까?
만약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채로 사로잡힌거라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가게 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목소리는 유이가하마?
전신에 긴장감이 달린다
요시테루와 눈을 마주치고 둘이서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젠장! 나도 같이 갈걸 그랬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늦다. 지금은 아무튼간에 그 녀석들을 구해야한다
 
2층까지 단번에 뛰어올라가 가게 문에 요시테루와 함께 돌입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꺄아아아아악!"
 
기세 좋게 들어온 남자 둘에게 놀란 여자애의 비명이 울리지만 그럴때가 아니다
여세로 가게 물건을 부숴버렸지만 둘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깨끗하게 정열된 테이블
밝은 가게 내부
시간이 멈춘듯한 사람
꽂히는 시선
비공을 간지르는 향기
 
여기는…………찻집?
 
손님들 모두 나와 요시테루도 굳었다
가게 안을 자세히 돌아보니 테이블 한쪽에 낯익은 세 명의 얼굴, 그 중에는 이번 조사대상인 잇시키 이로하가 메이드차림으로 서있었다
 
"아,"
 
아?
잇시키가 부들부들 어깨를 떨면서 소리를 쥐어짠다
 
"아니 왜 선배가 여기에 있는거에요-!?"
 
 
 

 
 
 
 
 
 
 
"어-, 요컨대 여기는 평범한 찻집(메이드)이고, 너는 딱히 좋지 않은 알바를 하는건 아니었다고"
 
잇시키에게 설명을 듣고 정리한다. 응, 그 바람측정기 후려패자
 
"그럼 방금전에 들은 비명은?"
 
"아, 아하하-…그게, 게임에서 져버려서 그만"
 
유이가하마가 마른 웃음을 지으면서 사정을 얘기한다. 희번뜩 노려보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으니 용서해주자
 
"나도 그만 뜨거워져버려서 연락을 잊었어. 미안해"
 
"됐어.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런데요 선배선배"
 
꾸욱 소매를 잡아당겨져서 돌아보니 잇시키가 살짝 올려다보며 물어왔다
 
"뭔데"
 
"이 제복, 어때요?"
 
잇시키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자세히 보니 메이드 찻집에 온듯한 미니 스커트가 아닌, 빅토리앙조였나, 차분한 디자인이라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미니스커트도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이쪽도 좋다. 호오즈키 씨가 좋아하는것도 수긍이 간다
이 녀석이니까 약삭빠르게 미니스커트 메이드라고 생각했어
 
"…나쁘지 않아"
 
"어울려요, 안 어울려요?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해주세요"
 
왜 그렇게까지 신경쓰는거야. 내가 말한들 제복은 변하지 않잖아
 
"뭐, 어울린…다"
 
"뭐에요. 반했어요? 죄송해요, 가게까지 스토킹하는 사람은 좀"
 
"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의뢰니까…"
 
"그런 변명이 통용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신고해도 좋다구요"
 
"그건 참아주세요"
 
화려한 엎드려빌기를 했다. 이걸로 안 된다면 어떡하지
라고할까 메이드를 상대로 엎드려 빌기라니, 뭐야 이 그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용서해줄게요"
 
"감사합니다"
 
웃음으로 둘러싸이는 가게 안. 라고해도 나를 비웃는것 뿐이지만
 
"좋아, 잇시키는 결백하다는걸 알았으니까 얼른 돌아가자"
 
돌아가면 녹화해둔 애니메이션을 봐야지
 
 
 
"하지만 이쪽은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등 뒤에서 마담 어조의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움직이지마. 나는 게이다" 라고 들으면 진짜로 무서운데
그만해, 뚫린다면 처음은 사이카가 좋다고
 
조심조심 돌아보니 거기에는
보라색이 깃든 곱슬같은 머리에, 앞머리는 길게 한쪽 눈을 가리고 있고, 조금 날카로운 눈, 하얀 셔츠에 검은 베스트, 허리에는 살롱을 두르고 있다.
가게 사람은 다들 여성인 가운데 유일한 남성
그렇다는건
 
"혹시 점장…이십니까?"
 
"그렇긴한데, 저걸 봐주겠니?"
 
검지를 가게 입구쪽으로 가리킨곳에는 빠질뻔한 문, 망가진 화분, 쓰러진 관엽식물etc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
 
혹시 아니 아마도지만 저거, 우리들 탓인가?
 
"책임. 져줘야겠지"
 
접객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만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미소네요
하지만 위압감을 주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거라면 거기에 있는 후배가 더 귀엽다구요
 
"아니, 하지만 지금은 좀 그게 그거해서 말이죠-"
 
"그럼 몸으로 갚도록 할까"
 
"모, 모옴!?"
 
뭘 당한다는거야1?
나는 자신의 몸을 감싸면서 한 발짝 물러난다
 
"그런 의미가 아냐. 평범하게 일해서 갚으면 돼"
 
그럴수가! 일하고 싶지 않은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게다가 공짜로 일해야한다니!
하지만 이 참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탓이고, 유키노시타네를 말려들게 할 수는 없나
 
"…알겠습니다. 뒤쪽에서 일하는거라도 괜찮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너는 얼굴이 좋으니까 나와서 일하는게 당연하잖아"
 
뭐…라고…!?
 
"아니, 저는 요리 할 수 있고, 나와서 일하면 손님들이 깨거든요. 거기다 여기는 여자애밖에 일 안하는거 아닙니까?"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어떻게든한다니 뭘!?
 
"저기이, 본관은?"
 
"너는…뒤쪽을 부탁해"
 
요시테루, 지금만큼은 네가 부럽다아아아아아
 
"아오하 씨…?"
 
"어머, 혹시 유키노? 유키노도 와줬구나. 같이 와줬으면 좋았을텐데"
 
"?"
 
점장이랑 유키노시타가 서로 이름을 부른다
이 둘은 아는 사이야?
그리고 왠지 미묘하게 얘기가 맞물리지 않는것 같은데
 
"얏호-. 얘기는 끝났어?"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하루노 씨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어머, 하루짱. 오랜만이네. 와줘서 기뻐"
 
"편지가 왔을때는 놀랬지만 말야. 오랜만, 10년만이려나"
 
하루노 씨하고도 지인? 어떻게 된 관계야
라고할까 하루노 씨의 용건이라는건 혹시
 
우리의 시선을 느낀건지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Verheilen』점장인 아오하 란마입니다. 이전에는 유키노시타가에서 집사를 했습니다"
 
마담 말투를 그만두고 깨끗하게 인사를 하는 그 모습은 폼이 되어있었다
마담 말투는 본래 말투야? 일부러 하는거야?
참고로 츠즈키 씨하고는 동기인 모양이다…엥? 이 사람 몇 살이야
 
"그나저나 아오하 씨. 변함없네~"
 
"후훗, 고마워. 하지만 하루짱도 유키짱도 놀라볼 정도로 예뻐졌네. 거기다 둘 다 그때보다도 훨씬 좋은 미소를 짓게 됐어"
 
엥, 그래?
라고할까 잘도 하루노 씨의 강화외골격을 보고 아네. 나에겐 차이는 전혀 모르겠는데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나를 깔때말고는 웃지 않습니다
 
"라고할까 하루노 씨, 알고 있었으면 가르쳐주세요. 공짜고 일하게 되버렸잖습니까"
 
"에- 그치만 안 물어봤구, 물건을 부순건 히키가야의 책임이잖아. 남자라면 책임은 져야지"
 
"뭐, 쌓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자, 둘 다 일해줘야겠어. 다른 사람은 천천히 쉬어줘"
 
나와 요시테루는 아오하 씨에게 가게 안까지 끌려갔다
 
스태프 룸으로 끌려간 우리는 아오하 씨가 갖고 있던 예비 제복과 아오하 씨의 집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요시테루는 그대로 주방에 설거지를 하러 갔다
 
"잇시키는 언제부터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겁니까?"
 
"올해 4월 오픈하고나서야"
 
그렇게나 전부터 했나. 전혀 깨닫지 못했군
 
"그 녀석이 왜 여기서 알바를 시작했는지 알아요?"
 
"어음,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잘 타게 되고 싶다고 말했어. 나 그런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대단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요…
그나저나 그 녀석이 그런 이유로?
순전히 시급이 좋기 때문이나, 제복이 귀엽다나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지 요즘 그 녀석이 타주는 홍차가 맛있다고 생각했어
 
나는 머리형태를 다듬고, 안경을 끼고 자세를 교정받았다
 
"허리가 굽었잖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웅성…
       웅성……
 웅성…
 
         웅성…
 
"""""…………"""""/////
 
"뭐라 말해"
 
머리는 뒤로 가볍게 흐르듯이 묶고, 점장이 갖고 있던 집사복을 입고, 거기다 겉멋 안경을 끼고 있다.
일찍이 없을정도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나는 밖으로 나왔지만 노 리액션
아무 반응도 없는게 제일 상처입는다고
라고할까 다른 스태프도 굳지 말아주세요
 
"히키가야, 꽤 잘 어울리네"///
"힛키…멋있어"///
"정말로 선배에요?"///
 
"어, 어어"
 
얼레, 순전히 풉- 쿡쿡 비웃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평가다
라고할까 역시 부끄럽다. 하지만 여기서 섣불리 수줍어하면 더욱 부끄러움을 겪게된다는건 지금까지 경험으로 배웠으므로 실수하지 않는다
 
나는 몰랐다. 뒤쪽에서 하루노 씨가 웃으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던걸
 
"그럼 이로하짱, 하치짱에게 여러모로 가르쳐줘"
 
"제, 제가 말인가요!?"
 
"그치만 같은 학교의 선후배잖아? 하지만 여기선 이로하짱이 선배니까 괜찮아"
 
"제가 선배…후후후후후훗, 그럼 선배, 각오해주세요"
 
불길한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악마같은 미소를 짓는다
 
라고할까 처음에는 점장에게 배우는거 아니야?
그 점장으로 말하자면 유키노시타네와 잡담을 하고 있다
점장 말하길 "휴식시간이니까 괜찮아"라는 모양이다
 
"처음 시작으로 선배, 저는 선배라고 불러주세요"
 
"하아?"
 
"학교에선 선배는 선배지만 여기서 함께 일한다면 제가 선배니까 선배라고 불러주세요"
 
"뭐, 그야 그렇지만. 그럼 너…아니 선배는 나를 뭐라고 부를거야?"
 
"선배인데요?"
 
뭘 당연한 소리를 하는거에요오? 같은 얼굴로 들었다
이젠 선배라는 단어는 뭐지?
 
그리고나서 말하자면 잇시키 선배에게 부려먹혔다
저 테이블에 홍차를 옮기라니 치우라니, 저거 집어달라니, 어깨를 주무르라니
아니, 마지막은 전혀 관계없잖아
 
하지만 새삼 가게를 보니 손님은 여성 손님이 많다. 거기다 스태프 사람들도 여성뿐이다. 이 공간에서 보면 내 존재감은 이상하다. 힐끔 시선을 받는 느낌을 받아서 진정이 되지 않는 요시테루도 뒤쪽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히키가야. 홍차를 리필해주겠니"
 
"알았어. 유키노시타, 잠깐 기다려"
 
"어머, 그게 집사의 어투니. 제대로 주인님이라고 부르렴"
 
젠장, 이 녀석 마구 오르긴
아니, 지금은 여기의 종업원. 진정해라. 집사로 말하면…하야테지. 하야테가 되는거다, ○학관으로. 하지만 그 녀석 리얼충이지. 폭발해라
 
"잘 알겠습니다. 유키노 아가씨"
 
"뭣…!"///
 
"아앗! 유키농 치사해! 힛키, 나도!"
 
"유이 아가씨도 어떠신가요?"
 
"부, 부탁함미다…"///
 
"히키가야. 나도~"
 
"알겠습니다. 하루노 아가씨, 조금 기다려주시길"
 
어때. 왠지 저질러버린 느낌도 들지만 해냈다고!
겉멋으로 라노벨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던건 아니다
 
"잇시키 선배, 홍차 리필을 부탁합니다"
 
새로운 홍차를 받으러 잇시키에게 가니 어째선지 찡그린 얼굴이었다
 
"왜 그래"
 
"딱히요. 제가 갈테니까 선배는 거기 테이블이라도 닦고 있으세요!"
 
새로 끓인 홍차 포트를 한 손에 들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이어이, 롱스커트로 그렇게 걸어가면
 
덜컹
 
"앗"
 
아니나다를까 자락을 밟고 중심을 잃는다
 
넘어질뻔한 잇시키를 뒤로 허리에 손을 감아서 받쳐주고, 거기다 떨어뜨릴뻔했던 홍차 포트를 캐치한다
 
"나참, 조심해라고 선배"
 
"고, 고맙습니, 다"///
 
"그리고 빨리 서주지 않을래? 포트가 엄청 뜨거워"
 
아까부터 열때문에 오른손이 저릿해서 아프다
빨리 받아줬으면 싶다
 
"정말이지…야무지지 않네요"쿡
 
살짝 웃고 포트를 받아들고서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유키노시타네에게 홍차를 부어주러 갔다
 
저 녀석 허리 얇았지. 내장이 들어있는건지 걱정이 된다
그치만 부드러웠지~
나는 뒤로가서 수돗물로 오른손을 식히면서 왼손에 남은 감촉을 확인하고 있었다
 
 
딸랑딸랑 문을 개폐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입구까지 가서 손님을 맞이한다. 참고로 문은 점장이 고쳤다
여기서는 "어서오세요" 가 아니라 "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어르신)"이라고 해야한다
들어온건 여성인지 남성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자, 들어온 사람은…
 
작은 체구에 바보털을 흔들며, 부모의 얼굴에서 본 얼굴이며, 사랑하지 마지 않는 존재
뭐, 코마치가 왔다
 
""
 
"……"
 
잠시 서로 쳐다본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좋아한다고 깨달~았어♪
 
부들부들 떠는 코마치의 입가가 서서히 말아올라간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니시노일까? 쪽이었나. 사랑하는 오빠를 만나고 싶어서 떠는걸까
 
"오빠야"
 
"아, 네"
 
"머시써어어어엇!"
 
언제적의 케짱처럼 허리에 태클을 걸어서 언제적의 케짱처럼 껴안아왔다
동생에게 멋있다고 들은 적은…있었던것 같은데…? 오히려 처음일지도 모른다
 
"사진으로도 봤지만, 엄청 멋있어! 코마치의 오빠가 포토그래픽 최우수상이야!"
 
"무슨 영문 모를 소리를…아니 사진은 뭐야?"
 
"응? 이거. 이거 보고 코마치는 날아온거야"
 
코마치가 휴대폰을 꺼내어 조작하고 사진을 보여준다
이건……나로군
 
"누구한테?"
 
"하루노 언니한테"
 
재빠르게 돌아보니 만면의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드는 하루노 씨의 모습이
 
(지워주세요)
 
(무리)
 
(그걸 어떻게든)
 
(하야토나 다른 애들한테 보내버릴까~)
 
(더는 아무 말도 안할테니까 그만두세요)
 
(좋아)
 
시선만으로 대화를 했지만 약점을 잡힌 나에게 어찌할 수는 없었다
하야마에게 보내지면 리얼충 그룹이 오고만다. 그렇게되면 바빠지는건 필연이다
그런 귀찮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아
 
"자자, 오빠야. 아가씨가 돌아왔어~"
 
"예이예…으음, 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오빠가 오빠가 아닌것 같아! 코마치 기준으로 포인트 왕창 높아"///
 
코마치도 끼어서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즐거워보여서 다행이다
 
 
"자, 모두들 수고했어"
 
폐점시간이 되어 오늘 일이 끝났다
되게 싫은 울림이다…
 
기물파손은 점장은 유키노시타의 지인이니까 오늘만 일하는걸로 좋다고 말했지만 나는 조금 더 여기서 일하기로 했다
 
다들 상당히 놀라고 있군
 
"선배가…망가졌어!? 아니, 제가 귀엽다고 같은 알바처를 고른거군요. 죄송해요 기분 나빠요"
"힛키, 피곤한거야…병원 갈래?"
"내일은 눈이라도 내리려나"
 
마음대로 말하긴. 아니, 확실히 나답지는 않지만
망가뜨린건 제대로 변상하고 싶었고, 남은건 나 개인적인 이유다
 
"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니?"
 
아…완전히 깜빡했다
 
 
 
 
 
 
 
 
 

 
 
 
잇시키 이로하
 
6월도 1주일이 지나 무지근하게 더워지는걸 느낄 수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학교가 쉬는 날이지만 낮부터 알바가 있다
선배였다면 "휴일에 일한다…아니, 밖에 나가는건 말도 안 돼"라고 말할게 틀림없다
 
역을 나와 우중충한 공기가 몸을 둘러싸서 무심코 얼굴을 찡그린다
선배는 아니지만 별로 밖에 나가고 싶지는 않네~
그렇게 생각해서 빠른 걸음으로 알바처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가게로 들어가 점장이나 다른 스태프에게 인사를 하고 제복으로 갈아입는다
여전히 점장은 ○○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정도로 젊다
정말로 이 사람은 나의 배 이상의 인생을 살은건지 의심스러워진다
점장은 일단 남성이다
일단이라는건 마담 말투 탓이지만, 제대로 여성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여기의 스태프는 여성뿐이지만 이 사람이 섞여있어도 아무 위화감이 없이 함께 대화할 수 있다
"귀여운 잡화를 샀어!"라고 떠드는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한다. ○○살인데
 
"그럼 조금 나갔다올테니까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점장은 나갔다
 
여기는 이른다 메이드 찻집같은 곳이지만 점장이 타주는 홍차나 커피는 프로급이고 요리도 맛있다. 왜 평범한 찻집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귀여운 편이 좋잖아"라고 대답했다
뭐, 그건 찬성하지만
 
딸랑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선배가 말하는 약삭빠른 목소리나 표정을 지어 손…아니 주인님을 맞이하러 간다
 
"다녀오셨어요 아가…씨"
 
"""…"""
 
긴장한 얼굴로 들어온 아가씨 두 명은 나를 보고 굳어있다. 나도 굳어있다
이상하네? 왠지 본 적이 있는듯한…흑발 롱헤어에 병풍같은 가슴의 여자애는 유키노시타 선배랑, 밝은 갈색머리에 자기주장이 심한 가슴의 여자애는 유이가하마 선배랑 닮았네~
이런 우연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등 뒤에 땀을 흘렸다
 
선배들을 자리까지 안내해서 사정을 들어보니 하야마 선배한테 의뢰를 받아서 온 모양이다. 내가 좋지 않은 가게에서 일한다니 실례네. 뿡뿡! …………DT죽인다
 
뭐, 오해도 풀어서 한 차례 안심하고서 점원으로서 일을 하기로 했다
 
"선배분들, 게임 안 할래요? 이기면 드링크 한잔 무료가 되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 선배는 의욕이 넘쳐났다
그렇게 진지하게 할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트럼프를 사용한 운 게임이지만 유키노시타 선배는 승리하고 남은건 유이가하마 선배
유이가하마 선배가 긴장된 얼굴로 트럼프를 뽑는다
떨리는 손끝을 움직여 뒤집는다
 
……………………
………………
………
…저의 승리네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고 테이블에 엎어진다.
라고할까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되니까 조용히 부탁해요
 
"유이가하마, 조용히해. 다른 손님에게 폐야"
 
"죄, 죄송합니다!"
 
유키노시타 선배에게 주의를 받고 일어서서 주위 손님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그 행동에 계산은 들어있지 않은 탓인지, 되게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선배는 이런 여자애가 타입인걸까
 
콰앙!
 
풀어진 분위기를 찢는듯한 큰 소리를 울리며 가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돌아본다
거기에는 가게 물품을 부수면서 들어오는 두 명의 남성
설마 강도!?
어, 어떡하지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으니 갑자기 조용해져서 눈을 떠보니 거기에는 여름인데 코트를 입은 살찐 자이뭐시기 선배(그렇게 땀흘리며 코트를 벗는게 어때요?)랑 바보털에 단정한 얼굴, 그리고 그걸 엉망으로 만드는 썩은 눈을 가진 선배가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자 안심했다는 표정을 짓는 선배
그건 나를 걱정했기 때문인지 유이가하마 선배네가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인건지
 
그 후에 선배들은 점내 파손 배상으로 일하게 되어서 가게 안으로 사라졌다
 
점장에게 끌려간 선배가 밖으로 나오자 여성 손님, 스태프 모두 넋이 나가버렸다
안경을 끼고 깔끔한 차림을 하면 이렇게나 멋있어지는걸까
자칭 얼굴은 좋다는것도 수긍이 간다
 
점장에게 지시를 받고 내가 선배의 선배가 됐다
선배보다도 선배라는건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장애인것에 비해 세세한 일에 눈치가 빠르고 접객자체도 나쁘지 않다. 뭐, 주문만 듣고 잽싸게 물러나버리니까 그런거겠지만
이대로라면 나의 선배로서 위엄이 사라지고 만다. 이쪽에서 지시를 내려서 선배다움을 어필해야지! 뭘까…굉장히 쪼잔한 느낌이 든다
 
왠지 선배가 유키노시타 선배네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부럽다. 나는 한번도 불린적이 없는데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적은데
 
선배가 유키노시타 선배네의 홍차를 준비하도록 말을 했다
언짢아지는 기분을 참으려고 하는게 어렵다. 표정은 무너뜨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빠른 걸음으로 발을 옮긴다.
 
"앗…"
 
치마 자락을 밟아버려서 중심이 무너진다
그 박자에 들고 있던 포트도 놓아버렸다.
위험해!
 
바닥에 넘어지는 통증은 없고, 도기가 깨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허리를 받쳐주는 감촉
눈을 떠보니 선배가 뒤로 왼손을 허리에 감아서 받치고, 오른손으로 포트를 캐치하고 있었다
 
"나참, 조심해라고. 선배"
 
"고, 고맙습니다"///
 
뒤로 껴안겨있다고 의식을 하자 몸이 뜨거워졌다
이건 분명 여름이라는 계절 탓인게 틀림없다
가게 안은 냉방을 틀어놨을텐데
 
"그리고 빨리 서주지 않을래? 포트가 엄청 뜨거워"
 
비아냥같은 소리를 말하지만 눈은 요동치고 있고 얼굴도 빨갛다
나는 코마치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의식도 해주고 있다고 느껴서 기뻐졌다
하는 수 없으니까 이로하짱을 만진건 용서해줄게요
 
이 후에 코마치가 와서 떠들썩해졌다
솔직히 여기서 일하는건 선배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즐겁다고 느껴서 좋은걸로 치자
 
폐점시간이 되어 오늘 알바는 종료
점장이 선배에게 변상은 오늘 일한 몫으로 괜찮다고 했다
선배니까 기쁘게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면 조금 더 함께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유감인데에
 
하지만 선배는 가땅치않게도 조금 더 여기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학교 이외에도 선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걸로 저 둘하고는 차이를 매울 수 있는게 아닐까

근무표를 바꾸자
 
일요일도 함께 일하고 오늘은 월요일
설마 일요일까지 유키노시타 선배네가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러는김에 하야마 선배네에게 오해도 풀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앞으로 한 동안은 알바처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얼굴이 풀어져버린다
어이쿠야, 이래선 선배랑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얼굴이 되어버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학생회실의 열쇠가 걸려있는 키홀더의 고리에 검지를 넣어 빙글빙글 돌리면서 교무실로 향한다
다행히 하교시각을 지나버려서 아까전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무실 앞에 도착해서 문을 노크하려고 하자, 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보니 들었습니까? 3학년의~ 거, 히키가야라는 학생 이야기"
 
"아~, 그 학생… 들었습니다 알바하는것 같잖습니까"
 
"괜찮을까요"
 
"학생들의 나쁜 소문에는 그의 얘기가 자주 나오는군요. 저번달에도 폭력사건으로 경찰에 신세를 졌다던가. 학교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울컥
 
마음속이 고동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제멋대로 말하고
선배가 어떤 이유로, 마음으로 행동을 일으켰는데
 
이런 대화는 내가 난입해서 얼른 끝내버리자
한번 멈춘 손을 다시 들어 노크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쓰러져도 곤란하네요. 봐요, 저번 중간고사 마지막날에는 컨디션이 무너져버렸고요"
 
쓰러져?
그러고보니 저번달 중간고사 마지막날에 오지 않았다고 코마치에게 들었다
이유는 컨디션 불량이었지만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친구가 있다고는 못 들었고, 왜 학교에 오는걸까요? 그도
 
 
 
 
 
 

 
 
 
 
 남은 반년…아니, 이제 4개월 정도밖에 수명이 남지 않았는데"
 
 
 
 

 
………………………………………………………………………에?
 
귀로 들어온 말이 뇌에 터엉 울렸다
노크되는 일 없이 문 앞에서 멈춘다
힘이 빠지듯이 흔들린 오른손이 투욱 떨어진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몰랐다
선배 병이야?
남은 4개월?
거짓말이지?
그치만 선배 기운찼잖아요
밉살스런 소리하고, 삐뚤어지고, 의욕 없고, 코마치 러브 시스콘이고, 유키노시타 선배의 매도를 듣고, 유이가하마 선배를 놀리고…평소대로였잖아요!
어디에도 그런 모습은…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움찔
 
교무실 안에서 굉음이 울려퍼져서 제정신을 차렸다
 
"히, 히라츠카 선생님"
 
"그, 그럼 저희는 이만…"
 
얘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이 문에서 떨어졌다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속이 새하얘져서 다리가 떨렸다
 
그리고 검지손가락에 걸고 있던 열쇠가 떨어졌다
 
잘그락
 
"누가 있나?"
 
문에 다가온다
 
"아…"
 
나는 떨어뜨린 열쇠를 줍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드르륵
 
"아무도 없군…응? 이 열쇠는…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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