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만"내 남은 수명이 반년…?" 6월편 ③
 
 
 
 
 
아, 선배다
 
기울은 해가 비추는 복도
고양이등과 애수가 떠다니는 뒷모습에 뾰족 서있는 바보털이 특징인 선배가 걷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남자라면 누구라도 귀엽다고 느낄 목소리를 만들어 부른다
 
"선-배-애-"
 
하지만 이쪽이 불러도 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간다.
 
여전히 내가 처음 부르는 소리는 무시
평소처럼 "나를 부른다고는 생각 못했어"라고 말할 생각이겠죠
제가 선배라고 부르는건 선배뿐인데
 
혹시 또 제가 껴안는걸 기대하는거에요?
정말이지 기분 나쁘네요
그 수에는 당하지 않아요
 
"선-배-애-!"
 
이번에는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또 무시당한다
므으
그렇게나 태클당하는걸 바란다면 그렇게 해줄게요!
껴안는건 아니에요. 태클이니까 문제 없어요
 
"서-언-배-애-!"
 
이번에는 달리면서 부르지만 여전히 반응 없다
역시 이렇게까지 무시당하면 상처입는다구요
 
 
 
 
어라?
 
 
 
나는 뛰어서 쫓아가고 있는데
 
선배하고 거리고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긴커녕 아까보다도 벌어졌다
 
외로워보이는 뒷모습이 점점 작아져간다
 
기다려주세요…
 
어디에 가는거에요
 
어느샌가 선배는 해가 닿지 않는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더욱 나아가는 곳에는 그림자보다도 짙은 암흑이 펼쳐져 있고, 선배는 그곳으로 사라져간다
 
안 돼
 
뭔지는 모른다
 
거기로 가버리면 더 이상 두번 다신 돌아오지 않을것 같았다
 
잠깐
 
가지마요
 
전력으로 뛰었다
 
손을 뻗었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닿지 않아
 
쫓아갈 수 없어
 
그리고
 
한번도 이쪽을 돌아보지 않고
 
선배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
 
 
 
 
 
 
 
 
 
"선배!!"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낯익은 자기방의 천장과 뻗어진 오른손
 
"어…라?"
 
몇초동안 영문을 알지못해 굳어있었지만 일단 천장으로 뻗고 있던 오른손을 내려 일어난다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의 방이라는걸 알았다
멍하던 의식도 점점 각성해갔다
"…꿈?"
 
낯익은 광경을 본 덕분인지 몸의 긴장이 풀려, 살짝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런 꿈을 꾼건가
이유는 알고 있다
 
교무실의 대화를 들었으니까
 
『그도 남은 반년…아닌, 이제 4개월 정도 수명이 남았는데』
 
하룻밤이 지난 지금도 믿을 수 없다. 왜냐면 그런 모습은 선배도 유키노시타 선배도 유이 선배도 코마치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봉사부에 가면 평소처럼 홍차향에 감싸여서 독서나 휴대폰이나 공부로 변해있었지만 즐거워보였다
 
만약 가령 이 일이 사실이었어도, 어째서 그렇게 즐거워보이는거야?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는거야?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봉사부 사람들은 이걸 알고 있는거야?
 
 
 
 
"이로하-, 일어나렴-"
 
방 밖에서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시계를 쳐다보니 알람 시계의 전자음이 울리고 있었다.
 
"아, 몰랐네…"
 
여름이라는 기온탓인지 나쁜 꿈을 꾼 탓인지 몸이 땀투성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서랍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내어 샤워를 하기로 했다
 
탈의실에 있는 거울을 문득 쳐다보니 눈이 푸르고 안색도 좋지 않았다.
 
"얼굴 심해…"
 
따뜻한 온도로 설정한 샤워로 전신의 땀을 씻어내지만 가슴의 답답함이 함께 씻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럴때, 토베 선배의 깡통같은 머리가 부럽다고 생각해버렸다.
 
…역시 필요없어
 
 
 
아침 식사때 부모님에게 조금 걱정을 받았지만 얼버무렸다
 
샤워와 아침식사 덕분에 조금 나아졌지만 본 상태라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어서 평소보다도 신경써서 화장을 해서 감췄다
 
평소의 통학로
 
학교가 가까워짐에 따라 학생 수도 늘어간다
그 속에서 선배의 모습을 찾아버린다
 
"이로하 안녕-!"
 
움찔
 
갑자기 말을 걸려와서 놀래버렸다. 마치 선배같다
뒤돌아보니 친구 두 명이 달려와서 나는 미소로 대응한다
 
"둘 다, 안녕"
 
"있지, 이로하, 누구 찾아? 주위를 힐끔 쳐다보고 있던데"
 
"뭐야뭐야~? 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어~?"
 
"어, 아니…그런거 아니라니깐"
 
어느쪽이냐고 하면 지금은 보고 싶지 않은 편이다
어제까지는 보면 말을 걸었을텐데. 지금 여기서 보고말면, 만나버리면 나는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대로는 있을 수 없다
확인해야한다
직접 선배가 아니라
선배 말고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인물에게!
 
 
 
 
 
 
 
 
 
 

 
점심시간
친구들과 도시락을 다먹고 바로 정리해서 일어난다
 
"이로하, 어디 가?"
 
"잠깐 학생회 일이라~"
 
"하아-, 회장님은 바쁘네-"
 
"정말이야~ 일이 너무 많아서 곤란해"
 
"그치만치만! 도와주는 유능한 선배가 있다고 했잖아. 그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응, 그러네-… 미안, 나 이만 갈게"
 
선배의 화제가 나오는게 싫어서 도망치듯이 교실에서 나갔다
 
점심시간이라서 학교 여기저기에서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아서 적당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그럴 참이 아니니까
 
교무실에 들어가니 찾던 사람은 바로 발견했다
 
"히라츠카 선생님, 할 얘기가 있는데 괜찮나요?"
 
선생님은 자신의 책상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여자력은 이 사람하고는 인연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음? …알았다, 기다려라"
 
그렇게 말하고 컵을 기울여 남은 스프를 단번에 마셨다
남자다운 그 모습에 깨고 만다
그저 몇초 눈이 마주치고, 그 눈에 슬픔과 체념이 비춘것 같은건 기분탓이었을까
 
다 먹은 후에 손을 맞대고 "잘 먹었습니다" 라고 하며 나를 학생 지도실까지 데려갔다.
 
"앉거라"
 
"네"
 
가까이 있던 소파에 앉으니 선생님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면한 소파에 앉았다
 
""…""
 
뭐야
스스로 할 얘기가 있다고 말했는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렇게나 사실을 확인하는게 무서웠나
 
선생님은 재촉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저, 저기…"
 
 
 
 
 
 
"선배가… 히키가야 선배가"
 
 
 
 
 
 
"병에 걸려서…"
 
 
 
 
 
"수명이 반년이라는게…정말…인가요…?"
 
 
 
 
 
 

물어버렸다
치마 자락을 움켜쥔다
심장이 시끄럽다
위자 삐걱거린다
손은 떨리고 있다
 
방금전까지 귀에 거슬렸던 소음도 지금은 멀다
 
무거운 분위기가 방 안에 충만한다
 
"아아, 사실이야…"
 
그 말은 또렷하게 귀에서 뇌로 전해져
심장에 쿵 떨어졌다
 
"자세하게, 부탁할 수 있나요?"
 
"괜찮느냐?"
 
"괜찮…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듣고 싶어요"
 
 
 
 
 
 
 
 
 
 
 
모든걸 다 들은 나는 소파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패닉에 빠져 몸에서 힘이 빠졌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그 선배는 언제나 남을 신경만 쓰고
괴로운 일도 말하지 않고 평소대로 생활을 보내고 잇다
어째서 그렇게 강한거에요?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어쩌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다
나는 선배처럼 강하지…않은…데
 
다정하게 감싸여졌다
부드럽고 다정해서 안심한다
 
"이런 형태로 알게 되어서 미안하다. 너에게 얘기한건 네가 혼자서 안게하지 않기 위해서다. 울고 싶을때는 울거라. 언제라도 가슴을 빌려주마. 나에겐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어…"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가슴에 안기면서 눈물을 흘렸다
 
선배는 지독한 사람이에요. 최악이에요
 
모두나 저를 아무말도 하지 않고 두고가다니
 
저를 이런 마음을 들게 하다니
 
최악…이에요……
 
얼마 정도 울었을까
 
울다 지친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의 가슴에서 잠에 빠졌다
 
 
 
 
 
 
 
 
 
 
 
"……음"
 
암흑에 비치는 빛으로 눈을 떴다
 
"여기는…"
 
일어나자 이불이 미끌어떨어진다
주위는 커튼으로 칸막이되어 있지만, 그 틈새로 오렌지색 빛이 비추어들어왔다
 
"보건실…그런가, 나 잠들었구나"
 
침대에서 나오려고 자세를 바꾸자 배개맡에 종이가 끼어져 있었다
그걸 뽑아서 읽어보니 학생회나 수업 결석에 대해선 연락했으니까 문제없다고 쓰여있었다
침대 아래 상자에는 교실에 놓아둔 나의 짐이 정리되어 있고, 휴대폰에는 친구에게 걱정의 메일이 와서 고맙다는 답신을 해뒀다
 
 
저물은 태양의 오렌지색 빛이 복도를 비춘다
 
하교시간이 아슬해서인지 학생들의 대화는 없고 낮하고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뚜벅
 
나 말고 발소리가 들려와서 쳐다보니 복도 끝에 고양이 등과 애수를 풍기는 뒷모습과 뾰족 솟은 바보털이 특징인 선배가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괜찮아
 
나라면 할 수 있어
 
평소처럼 귀여운 나를 만들어서 대하면 돼
 
"선-배애-!"
 
내 첫 목소리는 들릴텐데 역시 선배는 무시를 한다
평소처럼 "나를 부른다고는 생각 안 했어"라고 할…테지
 
이건 꿈에서 본거랑 비슷하네?
 
"선배-…"
 
불안이 마음을 매워가서 목소리가 점차 작아져간다
꿈처럼 선배가 이대로 어딘가로 가버릴것 같아서
무서워서
그 등을 향해 뛰어갔다
 
"선배!"
 
"응? …우옷!?"
 
가볍게 이쪽을 쳐다봤을때는 나는 선배의 허리를 껴안고 있었다
선배의 온기가 전해져온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쫓아갔다
 
"선배-, 무시하다니 너무하잖아요-"
 
"미안, 나라고는…아니 잇시키, 너 울고 있어?"
 
"에……"
 
한손을 선배의 허리에서 떼어 눈가에 대니 손끝에 물의 감촉이 났다
 
왜…
 
아까전에 그렇게나 울었는데
 
 
선배의 얼굴을 쳐다보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건지 당혹해하고 있다
 
 
머리 위에 무언가가 포근 올려진다
그것이 선배의 손이라는걸 깨닫는다
선배의 손은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잇시키. 무슨 일이 있으면 상담 들어줄게… 봉사부로서 말이지"
 
마지막 그게 없으면 좀 멋질텐데 이 사람은 여전하다.
나보다도 커다란걸 안고 있는 주제에
선배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
평소대로 웃는거야
약삭빠르다고 들어도 좋다
 
"아니라구요, 선배. 이건 안약이에요. 어때요? 두근거렸어요?"
 
"뭐야, 걱정하게 만들고.  그보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망정이지, 이런 상황을 보이면 단방에 내가 악당이 되어서 사죄 콜이 일어난다고"
 
죄송해요 선배
거짓말을 해서요
하지만 선배의 앞에서 슬픈 얼굴은 보일 수 없어요
 
 
선배의 안에 있는 제가 웃는 얼굴이길 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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