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포근포근하다. - 왠지 포근포근하다. 5
 
메구리 선배와 만난 그 날부터 이틀이 지났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이 제일 좋다고 하는 사람은 곧잘 있지만, 그 사람들은 아직 무르다.
나 정도가 되면 토요일이라도 내일이면 휴일이 끝난다며 상당히 우울해한다.
하지만 뭐, 딱히 토요일이 싫은건 아니다.
그저 눈을 뜨는게 오후 1시였다는것, 거기다 나를 깨우는 것이 이…
 
띵동-
 
좀처럼 없는 인터폰 소리라는것에 다소 짜증나는것이다.
 
뭐, 무시해도 괜찮지만 불평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내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서 현관 문을 연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딱히 겁먹은건 아니다.
그저 거기에 있던것이 반쯤 울음, 아니 이미 8할 정도 울고 있는 메구리 선배였기 떄문이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고개를 숙인다.
왜냐고? 뭐어, 응…
메구리 선배는 약 2시간 전부터 내가 돌아오는걸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뭐어, 집에 있었지만…
정말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으응, 괜찮다구? 자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가 없어. 나야말로 깨워버려서 미안해?"
 
이런, 울것 같아.
메구리 선배 너무 사람 좋잖아.
 
"이봐-, 히키가야?"
 
"앗, 죄송합니다. 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그러자 메구리 선배는 조금 불안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다.
 
"으음~, 용건이 없으면 오면 안 돼?"
 
"아니, 그런건 아닌데요…"
 
내 말을 들어도 메구리 선배는 불안하다는 표정인 상태다.
어색해…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바꿀,
 
꼬르륵~
 
하는 무척이나 귀여운 소리가 났다.
그걸 듣고 나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금은 오후 1시다.
그리고 메구리 선배는 2시간 전, 요컨대 11시 정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으음, 시로메구리 선배?
 
"…왜?"
 
그렇게 말하는 메구리 선배의 얼굴은 새빨갛다.
 
"그게, 저 배고파서 뭐 먹으려고 생각하는데요, 선배도 같이 어떤가해서…"
 
"엣, 그래도 돼!"
 
"아, 네"
 
"앗, 그게, 부탁해도 될까?"
 
"알겠어요.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앗, 나도 도울게?"
 
"아뇨, 괜찮으니까 앉아주세요"
 
"…응, 그럼 기다릴게?"
 
"네"
 
대답하고 나는 부엌으로 간다.
까르보나라를 만들면서 나는 생각한다.
왜 메구리 선배는 내 집을 알고 있는건가, 라는 것이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이라고 할까, 집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부모님과 코마치, 그리코 토츠카, 그리고 뭐어…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정도이다.
그런걸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요리가 완성되었다.
무의식중에 만든다니, 또 주부 레벨이 하나 올라가버린 모양이다.
 
 
"기다리셨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의 앞에 요리를 놓는다.
 
"고마워~ 히키가야!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열심히 우물우물 먹기 시작한다.
뭐야 이거, 힐링되네.
어이쿠야, 제대로 물어둬야지.
 
"시로메구리 선배"
 
"응? 왜~에~"
 
"아니, 그게 왜 시로메구리 선배는 제 집을 알고 있는지 신경쓰여서요…"
 
"헷? 앗, 그건 말야~ 하루 선배한테 들었어~!"
 
"유키노시타 씨인가요…"
 
"응!"
 
그러고보니 그 사람도 알고 있었지.
그보다 왜 잊고 있던걸까, 그 사람이 제일 여기에 많이 오는데. 물론 가족을 제외하고지만.
라고해도 코마치밖에 안 오지만.
엣? 코마치는 언제 오냐고?
토일요일은 매주 묵으러…오…지
어라? 위험하지 않아?
아니, 딱히 위험한건 아니지만…
응, 성가신 일이 일어나기 전에 돌려보내자.
 
아니, 잠깐만.
메구리 선배는 일부러 여기까지 와준거다.
아마, 나를 걱정해서.
아니, 아니라면 엄청 부끄럽지만…
거기다, 2시간이나 밖에서 기다리게 해버린 것이다, 그건 좋지 않다.
응, 어떡하지…
 
"…키가…야!"
 
어쩌…
 
"히키가야!"
 
"아, 네!"
 
"아까부터 띵동거리고 있는데?"
 
"진짠가요?"
 
"응, 진짜야!"
 
띵동- 띠리리리링동동
 
진짜였습니다…
 
그보다 너무 누르잖아, 코마치…
 
평소라면 기쁘게 문을 열겠지만 오늘은 조금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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