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포근포근하다. - 왠지 포근포근하다. 3
 
그리고나서 아무 일도 없이 사이제에 도착해 적당하게 주문을 마쳤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
곧게 나를 쳐다보는 메구리 선배.
그 시선에서 도망치려고 눈을 요동치는 거수자인 나.
아니 아니거든요 점원씨, 스토커 아니거든요.
그보다 슬슬 침묵이 괴롭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할지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메구리 선배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었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에 조금 당혹해버린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의문이었다.
그치만 그럴것이다, 나는 평소대로일터다, 그런데 왜, 메구리 선배는 그런걸 묻는걸까.
 
"그치만 네 눈이 심히 탁하고, 슬퍼 보이니까."
 
"그건 원래부터 그래요"
 
그런건가, 하며 나는 바로 메구리 선배의 말을 부정한다.
하지만 메구리 선배는 그걸 더 부정하듯이 고개를 젓고 있다.
 
"아니야, 고교시절의 네 눈은 확실히 탁하긴 했지만 굉장히 깨끗했어"
 
메구리 선배는 나의 탁해져버린 눈을 곧게 쳐다보고 진지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한다.
 
"제대로 말을 못하겠지만 그 무렵의 너는 뭔가 소중한것을 발견한듯한, 굉장히 따뜻한 눈을 하고 있었어"
 
메구리 선배는 더 말을 한다, 너는 변했다고, 그 변화를 나 자신에게 깨닫게 하듯이.
 
"하지만 지금의 너는, 뭔가를 포기해버린듯한, 그런 슬픈 눈을 하고 있어."
 
무어서 하나 거짓은 없고, ,엄청 곧게, 순수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만약, 만약 그랬다고 해도, 당신하고는 관계없잖아요…"
 
메구리 선배의 말을 덮어버리듯이 말한다.
당신하고는 관계없다고, 이건 내 문제라고.
조금 아래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메구리 선배를 거절하듯이.
 
"최악이네, 라고 나는 너한테 말했지"
 
하지만 메구리 선배는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계속한다.
 
"그떄는 미안해, 그 말을 정정할 생각은 없고, 너를 최악이라고 생각했던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한 마디 말하는걸 잊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단 한 마디.
 
"고마워"
 
그 말에 나는 어딘가 구원받은 느낌이 들었다.
메구리 선배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그 손이 따뜻하고, 다정해서
나는 그날부터 내내 담아두고 있던 눈물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흘렸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보름달이고 별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은 굉장히 아름답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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