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중편2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중편2
 
 
 
 
 
후아아, 하품이 나온다.
개회식이 끝나고 나는 교실 앞에 책상을 두고 턱을 괴면서 멍하니 눈 앞을 걸어가는 학생들을 쳐다본다.
 
 
오늘은 문화제 당일이다.
우리 학교의 문화제는 이틀로 나뉘어서 첫날은 학생만으로 개최되고 이틀째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개방된다.
 
 
딱히 전혀 기대하고 있던건 아니지만 조금만 일찍 학교에 와보면 어째선지 접수계가 내가 되었고, 딱히 전혀 기대하고 있던건 아니지만 다른 반을 전혀 보지 못한채로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중요하므로 두 번 말했습니다. 이다.
 
 
안에서 이따끔 비명이 들려오고 우리 반의 상연물이 꽤나 좋은 성과였다는걸 엿볼 수 있다.
뭐 나도 반쯤 강제라고는 해도 교실에서 가장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했으므로 성과가 좋았다면 기쁘다.
뭐, 지금은 접수지만 말야?
 
 
그런 가운데에서도 미미하게 구제가 있는건 교실 여자애한테 점심 먹고 싶다는 이유로 접수를 교대했다.
아니 전혀 구제가 아니잖아.
 
 
그런고로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어제 신발장에 들어있던 이 종이 쪼가리다.
가장 먼저 미카미라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몰랐지만 집에 돌아가고나서 선배랑 같은 교실의 사람이라고 떠올렸다.
하아……누구를 지명하라는거야……
하지만 안 가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까……
 
 
아아-! 가고 싶지 않아!
하치만의 흑역사 생산 레이더가 반응하고 있어! 가면 안 돼!
 
하지만 도망치면 안 돼, 도망치면 안 돼, 라며 반복하고 있으니 메이드 찻집을 하고 있는 교실 앞에 도착했다.
 
 
수제라는 느낌이 나오는 메이드 찻집이라고 그려진 간판이 놓여있고 남학생에 의한 적당한 인파가 생겨있었다.
인파라니, 하치만은 좀 싫네!
 
 
하지만 일단 미카미 선배한테 한 마디는 걸지 않으면 나중에 심한 꼴을 겪을지는 확실하므로 인파 사이를 스르륵 빠져나가 교실로 들어간다.
참고로 스텔스는 오토로 24시간 체제로 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로 들어가니 미카미 선배는 바로 발견했다.
저 사람은 이래저래 미인이니까.
자, 한 마디 걸고 얼른 돌아갈까, 해서 말을 걸려고 하니 옆에서 비명과 비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효왓!"
 
 
 
옆을 쳐다보니 메이드복의 선배가 있었다.
 
 
 
 
× × ×
 
 
 
 
"서, 선배?"
 
"아, 안녕! 히, 히키가야!"
 
선배, 눈이 엄청 요동치고 있어요……
그리고 화를 눌러주세요.
그렇게 얼굴이 새빨개질때까지 화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
여기는 한 가지 코마치에게 배운걸 떠올리자.
 
 
『오빠야, 여자는 일단 칭찬해두면 돼!』
 
 
그런가 그런가, 칭찬해두면 되는거였지.
 
"선배,"
 
"느헤!?"
 
왜 아까부터 그렇게 깨물고 있는거야?
그건 뭐 내버려두고 허둥대는 정령을 사그라드는 의식을 해야겠지!
 
"그 옷, 어울리네요"
 
그 순간 충격이 내 왼쪽 어깨에 달렸다.
그흑,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온다.
쳐다보니 오른손을 움켜쥔 선배가 새빨개진 얼굴로 째릿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조, 좀 코마치야? 정령은 더욱 날뛰었는데?
그리고 거기 미카미 선배? 뭘 스마트폰으로 무진장 찍어대는겁니까?
 
 
선배는 툭 뭔가를 중얼거리고 대기실로 잽싸게 가버렸다.
 
 
 
그보다, 나 일단 손님이지?
 
그러자 미카미 선배가 이쪽으로 다가와서 말을 건다.
 
"으음, 어제 받은거 갖고 왔어?"
 
바, 받지 않았다 뭐!
들어있던 뿐이다 뭐!
 
하지만 그런 변명이 통할리도 없어서 순순히 접어둔 종이를 건낸다.
 
"좋아좋아, 갖고 왔네. 그럼 누구를 지명할래?"
 
"으음, 주위 사람을 지명하는건 아니죠?"
 
주위를 돌아보니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그저 적당하게 상대받는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는 대놓고 싫다는 듯이 상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가운데 나 같은게 선택할 수 있을리가 없다.
 
"뭐 그래~! 하지만 너는 선택받은거야! 자아, 선택하게나!"
 
으음, 그건 무슨 캐릭터입니까? 라는 질문은 꾹 삼킨다.
여기는 섣부르게 지명하면 블랙한 히스토리를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여기는…
 
 
"그럼 추천으로"
 
훗, 완벽해.
이걸로 누가 오든 내 탓이 아니게 된다.
그런 똑똑한 하치만을 하치만은 좋아해!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리 무르지는 않다.
미카미 선배는 히죽 웃고 대기실로 들어가 뭔가를 끌고 나왔다.
그렇게해서 내 앞까지 갖고와서 이렇게 말했다.
 
"자, 오늘은 대절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내 앞자리에 앉혀진 오늘 나의 대절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되버린 불쌍한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래, 선배밖에 없다.
 
 
 
 
× × ×
 
 
 
톡, 내 눈 앞에 컵이 놓여진다.
 
"드, 드세요, 주인님…"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꼼질거리고 있다.
위험해, 뭐가 위험하냐면 진짜로 위험해.
아까부터 주위의 시선이 위험해.
선배는 희미하게 볼을 붉히며 고개숙이면서 꼼질거리고 있다.
위험해, 귀여워……아니 위험해 위험해.
내가 아니었다면 고백하고 차여서 여기에서 쫓겨나서 문화제 이틀째엔 못 오기까지 한다.
 
 
그런 선배와 묘한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그 사람이 다가온다.
물론 미카미 선배다.
 
 
"여기는 메이드랑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요~ 한장 어떤가요~?"
 
 
거짓말! 왜 그렇게 히죽거리면서 말하는거에요!
 
 
네네, 좀 더 붙어요~, 라고 하면서 미카미 선배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다.
좀? 왜 당신의 스마트폰이야? 절대로 이런 서비스 없지?
 
 
불평을 하려고 입을 여니 무언가가 어깨에 닿는다.
쳐다보니 선배였다.
 
 
찰칵
 
 
기계음이 울리며 사진이 찍혔다는걸 알게 된다.
그러자 미카미 선배는 갑자기 선배의 어깨를 안고 나한테서 몇 걸음 떨어진다.
 
 
"………500엔………"
 
 
희미하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엥? 좀? 선배 그렇게나 나랑 사진 찍는거 싫었어?
500엔으로 데이터를 지울 거래를 하다니……
하다못해 내가 없는데서 해줬으면 싶었는데……
 
 
나는 커피값을 지불하고 실을 나간다.
 
 
"히키가야1"
 
뒤에서 불려서 뒤돌아보니 선배가 있었다.
 
"저기……왠지 미안해"
 
"아뇨, 뭐 아마 조금 정도는 미미하게 조금만 즐거웟어요"
 
"그거 거의 조금이잖아!"
 
 
선배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미소에 두근거리고 만다.
 
 
"내일은 히키가야네 교실로 갈게! 순찰겸!"
 
"뭐, 저는 접수지만요"
 
그럴거라고 생각했어! 라며 선배는 무구하게 웃는다.
 
 
 
 
"그럼 또 봐요"
 
 
 
"응, 내일 또 봐"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가슴 앞에서 살짝 손을 흔들었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