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중편1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중편1
 
 
 
 
교실 안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진다.
그야 그렇지.
나같은 녀석을 선배같은 사람이 알고 있으면 웅성거리겠지.
 
 
하지만 의식해서 들어보니 생각했던것과는 다른것이 들려온다.
 
"히키가야는 누구?"
"저기 저 애 아냐?"
"저 얼빵한 녀석?"
 
나 진짜로 인식되지 않았어?
어라? 왠지 눈에서 땀이……
 
 
아무래도 모두는 내 이름에 반응해서 나를 본게 아니라 선배의 시선의 방향을 보고 있던것 같다.
하치만 그렇게나 주목받으면 부끄러워☆
 
 
 
 
"앗핫핫하!"
 
갑작스런 웃음소리에 모두가 뒤돌아보니 선배가 배를 안고 웃고 있었다.
 
"히키가야…같은반 애들한테 기억도 되지 않다니……역시 히키가야야……"
 
좀 선배? 아무리 저라도 운다구요?
 
그러자 선배는 조금 뺨을 붉히며 고개숙이고서 "다행이다" 라고 말했다.
저건 그건가? 이 학교에서 자기 이상으로 외톨이가 있어서 그런가? 하하하, 진짜 웃을 수 없어.
하지만 뭐, 나는 외톨이에 긍지를 갖고 있어서 오히려 그건 칭찬이다.
 
 
선배는 열심히 해주세요~ 라고 하면서 교실을 나갔다.
 
 
조용해진 교실의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줄거에요 선배!
 
 
거기서 LHR종료 종이 운다.
그러자 모두는 왁자지껄 평소처럼 잡담을 시작했다.
 
 
교실 애들에게 뭐라 들을거라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뭔가 있는것도 아니라서 하루가 끝났다.
 
 
 
그저 그날 방과후부터 남자의 대우가 심해지고 일을 대량으로 떠맡게 됐습니다. 이다.
 
 
 
 
× × ×
 
 
 
 
오늘도 베스트 플레이스에서 빵을 우적우적 다 먹고 식후 한잔을 만끽하고 있다.
뭘 마시냐고? 그건 물론 치바의 소울 드링크 MAX커피밖에 없다.
맥스캔 진짜 신. 노벨 평화상 받아도 좋을 수준이다.
 
 
5교시까지 아직 시간도 있으니까 낮잠이라도 잘까 해서 누우니 머리 위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히키가야!"
 
올려다보니 선배가 있었다.
 
"어라? 선배, 문화제 실행위원회는 괜찮아요?"
 
"아-, 오늘은 쉬는 날이야~. 그러니까 쓸쓸하게 점심을 먹을 히키가야를 위해 와줬어!"
 
"아니, 저 벌써 다 먹었는데요……"
 
"어?"
 
선배의 놀란 얼굴이 점점 퉁명스러워진다.
내 옆에 앉고 자기 도시락통을 열고는 우걱우걱 먹기 시작한다.
선배? 왜 화풀이로 먹는거에요?
 
"먼저 먹을 일은 없잖아"
 
"아니아니, 갑자기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뿌우-!"
 
"그거 약아빠졌다구요"
 
선배는 홱 고개를 돌린다.
그것도 약아빠졌는데……
말하면 화낼것 같고……
 
나는 마실것 좀 사올게요, 라며 그 자리를 뒤로해서 자동판매기에 간다.
화났을때는 시간을 두는게 제일 좋다.
그리고 음료를 둘 사서 선배에게 돌아온다.
 
"여기요"
 
"오, 세심하네~!"
 
어느샌가 퉁명스러움이 사라진 선배가 그렇게 말하며 나한테서 캔을 받아 푸쉭 딴다.
 
"달앗!"
 
"아니아니, 맛있잖아요?"
 
"아~, 이거 히키가야가 좋아하는거였구나. 너무 달잖아"
 
"저의 인생은 씁쓸하니까요. 커피정도는 달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그거!"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깔깔 웃고 있다.
나 꽤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데……
 
 
 
 
그러자 선배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얘기해도 돼? 라며 말하기 시작했다.
 
 
"작년 문화제 실행위원장이 대단한 사람이거든, 작년 문화제가 과거 최고로 흥행했어. 그러니까 작년에 뒤지지 않도록 하려고 다들 힘내고 있지만 무언가가 빠져있어서 말야. 그러니까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모르겠어………"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고개 숙인다.
추측컨대 많은 사람에게 격려의 말을 받고 멋대로 기대받아서 자기들을 몰아붙여버린거겠지.
부실행위원장으로서 책임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뭐라고 말해주면 될까.
 
"선배, 사회는 엄격하니까요. 자기에게는 스스로 무르게 대해야죠"
 
그러자 선배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고 갑자기 웃는다.
 
"아하하! 이럴때는 보통 상냥한 말을 해줘야하는거야! 그러니까 히키가야는 친구가 없는거야"
 
 
칫, 빗나가버린 모양이다.
나의 슈퍼 하치만 BGM과 함께 침수되었다.
그보다 마지막은 평범하게 욕이지? 하치만 울어버린다.
 
 
하지만, 하며 선배가 입을 연다.
 
"하지만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나에겐 평소 별로 보여주지 않는 약아빠지지 않은 미소로 그렇게 말한다.
그만둬엇! 선배 그런 얼굴로 나를 보지마! 반해버리니까!
 
 
선배는 일어서고 특히 심한 약아빠진 모습을 보이며 다음에 만나는건 문화제 당일이라구☆ 라는 의미 모를 선전포고를 하면서 가로 피스를 하고 돌아갔다.
뭐야 저 사람……
 
 
나도 선배 덕분에 괜찮게 시간을 죽였으니까 교실로 돌아갈까, 하며 두 번째 맥캔을 다 비우고 일어난다.
 
 
그러자 파닥파닥, 발소리가 들리며 조금 얼굴을 붉힌 선배가 뛰어왔다.
 
 
 
 
 
 
"도시락통 깜빡했어!"
 
 
다음에 만나는건 문화제 당일이 아니었나?
 
 
 
 
 
× × ×
 
 
 
 
 
"자, 돌아갈까"
 
나는 자리를 일어서서 허리를 쭉 핀다.
시계를 보니 이미 17시를 돌고 있었다.
왜 내가 이런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었냐고 하면 내일은 마침내 문화제 당일이기 때문이다.
 
 
선배가 교실에 온 후로부터 나는 사축처럼 부려먹혔다.
매일 나의 사랑스런 방과후라는 집에서 늘어질 수 있는 시간을 문화제 준비 시간에 쓰게 되다니, 진짜 선배 탓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결국 오늘도 마지막까지 남겨졌던건 나뿐이었다.
우리 교실은 귀신의 집을 하는 모양이라 나는 혼자서 묵묵히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고 통로를 만들고 음원 체크도 했다.
 
이미 나는 충분히 사축으로서 일했으므로 이후 인생에선 1초도 일하고 싶지 않다.
전업주부가 나는 된다! 라며 마음에 깊이 새겼다.
 
 
 
교실 문을 닫고 열쇠를 교무실에 반납하고 신발장으로 향한다.
겨우 돌아갈 수 있다.
사랑하는 코마치가 기다려주고 있을…텐데………
 
 
신발장에 도착해서 내 신발장을 열어보니 신발 위에는 종이가 올려져있었다.
 
이럴때는 절대로 쓰레기나 협박 종이다.
출처는 나.
중학교때 나만 교실에서 못 받았던 선물이라고 생각된 쓰레기가 내 신발장에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신발장에 들어있던 종이를 러브레터라고 생각해서 쓰여있던 곳으로 갔을때는 3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위험해, 덩달아 여러가지로 생각났다. 얼른 코마치에게 돌아가자.
 
 
 
 
하지만 일단 봐둬도 손해는 없다.
팔락 종이를 뒤집어보니 그건 뭔가의 광고지 같았다.
 
 
 
 
『이 종이를 갖고 와준 분에겐 무려 메이드를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립니다~!!!
 
 
 
 추신
 
 안 오면…… 미카미 미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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