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전편
 
그와 그녀는 페스티벌. 전편
 
 
2학기가 시작된지 1주일 정도 지났다.
여전히 나는 누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일 없이 1학기와 마찬가지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똑바로 말해 즐거운 일은 특별히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가지만 즐거움이 생겼다.
선배와 점심식사다.
불꽃놀이 대회 일건 이래로 조금만 서로의 거리가 줄어든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그날 이래로 서로를 조금씩 얘기하게 됐다.
 
 
 
 
4교시 종료 종이 울어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빠잉 든 편의점 봉투를 집어들고 교실을 나가서 군대가 무색한 스텔스 기능을 발휘하면서 베스트 플레이스까지 간다.
나의 적성 직업은 닌자나 스파이라고 최근에 생각하는데.
뭐 일할 생각은 없지만.
 
 
매점 옆의 모퉁이를 돌면 나의 안주의 땅, 베스트 플레이스.
 
 
모퉁이를 도니 선배는 먼저 와서 휴대폰을 똑딱이고 있다.
내가 걸어가니 선배가 고개를 들고 옷, 하며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이야! 히키가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나는 선배의 옆에 앉아 빵봉투를 뜯는다.
이야아~ 오늘도 빵이 맛있네, 라며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빵을 먹고 있으니 선배가 말을 걸어온다.
 
"히키가야네 반은 뭘 해-?"
 
대체 무슨 얘기지?
어벙해하는 내 얼굴을 보고 눈치챘는지 선배가 덧붙여 말한다.
 
"그게, 이제 곧 문화제잖아? 그러니까 상연물 뭘로 하나 해서"
 
아아, 그러고보니 어제 오후 LHR에서 교실 위원을 정했지.
 
"아아, 저희는 분명히 귀신의 집이라고 했네요"
 
귀신의 집은 리얼충이 생각할법한 문화제 상연물 랭킹 톱3에 들어간다.
 
"선배네는 뭘 하는건가요?"
 
"으음……이……집"
 
왜 얼굴을 붉히는거야, 이 사람.
분노야? 격렬 분노야?
 
"에? 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메이드 찻집이야!"
 
선배도 리얼충 상연물 랭킹 톱3 중 하나를 하다니……
참고로 마지막 1개가 뭔지는 모른다.
그럼 톱2 잖아.
 
 
하지만 그거다.
선배의 메이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건 아니네요, 어어……
오히려 보고 싶다.
따, 딱히 선배라서 그런건 아니거든!
 
 
 
라며 누가 득보는건지 모를 뇌내 츤데레를 펼치고 있는 사이에 선배는 도시락을 다 먹고 도시락통을 치우고 일어난다.
 
"그럼 또 봐~"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내가 대답을 할 틈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거기서 깨달아버린다.
그걸 조금 슬프게 생각하는 내가 있다는걸.
 
 
불꽃놀이 대회때도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었던거겠지.
그저 자기탓에 친구랑 떨어진 자신을 탓하고 있던것 뿐이겠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금 칭찬받고 싶었던 차에 내가 있었다거나 그 정도다.
 
 
선배하고는 서로에 대해서 얘기하게 됐다고 해도 겨우 평범한 친구다운 관계가 된것 뿐이다.
나같은건 주변에 몹몹 거리는 몹이랑 별반 차이가 없다.
 
 
선배는 나에게 특별한 감정은 갖고 있지 않다.
갖고 있을리가 없다.
 
 
 
세상 남자의 8할은 "이 녀석, 나를 좋아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럴리가 없다"라고.
 
 
 
 
 
× × ×
 
 
 
 
나는 MAX커피 캔을 툭 옆에 둔다.
벌써 선배와 점심시간을 보내지 않게 된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선배는 교실 위원에게 다른 여자의 악의 아래 하게 되었기 때문에 문화제 부실행 위원장까지 하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문화제에 바빠서 학교 전체가 활기를 띤 지금, 선배는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모양이라 여기에 못 오는 모양이다.
 
 
딱히 지금까지 내내 혼자였으니까 새삼 이러저러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역시 조금 쓸쓸하게도 생각한다.
 
 
그 점에서 맥스커피는 좋다.
언제나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나는 맥스커피를 다 마시고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베스트 플레이스를 뒤로 한다.
 
 
 
 
× × ×
 
 
 
 
교실로 돌아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는 척을 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예비령이 울리고 우르르 학생이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LHR이 시작되어 우리 교실의 상연물인 귀신의 집 준비에 착수했다.
내가 하는 일은 잡무다.
교실 위원이라는 상사에게 들은걸 그저 한다는 사축스런 어중간한 일을 담담히 해낸다.
여기 며칠간 일을 하면서 실은 나는 사축인거 아냐? 라고 깨달아버린 내가 무섭다.
그리고 다시 장래는 전업주부가 되자고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이다.
 
 
아-, 장래의 아내가 지금 들어와주지 않으려나~, 등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오로지 박스에 색을 칠해간다.
 
그러자 교실이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한다.
뭘까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다들 시선이 문으로 향하고 있다.
 
 
시선의 방향을 쳐다보니 본 적이 있는 얼굴이 있었다.
 
 
 
"으음, 교실 진행상황은 어떤가요~? ……앗, 히키가야다!"
 
"……켁"
 
 
 
모두의 시선이 처음으로 나에게 향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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