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는 그녀를 바꾼다.
 
그는 그녀를 바꾼다.
 
 
 
"다녀왔습니다-……"
 
대답은 없다.
부모님은 맞벌이고 나는 외동이다.
 
 
아아, 피곤해…
매일매일 공부공부.
수험생은 너무 힘들어.
여름방학 과외도 이제 3일이나 있고……
 
 
 
오늘도 여름방학 과외가 오전중에 끝나서 점심을 먹으면 오후도 공부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 점심은 별로 맛있지 않다.
분명 그가 없기 때문이겠지.
그와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고나서는 왠지 조금이지만 매일이 즐겁다.
그는 다른 남자와 달리 관계를 유지하려고 열심히 말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 침묵이 기분 좋은 것이다.
 
 
핫! 안 돼 안 돼!
나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따, 딱히 히키가야가 시, 신경쓰인다거나 전혀 그런게 아니거든!
왜냐면 나는 남자애를 좋아하게 된적이 없으니까.
그런것보다도 밥을 먹고 공부해야지!
 
 
나는 부엌으로 가서 자, 뭘 먹을까~, 하며 냉장고를 뒤적거리고 있으니 뚜르르르르 내 휴대폰이 운다.
쳐다보니 모르는 번호다.
 
"네?"
 
"아, 카나 선배인가요~? 오빠가 항상 신세를 지고 있어요! 동생인 코마치에요!"
 
"에에!? 코마치? 왜 내 번호를 알고 있는거야?"
 
"오빠의 휴대폰을 멋대로 봤어요!"
 
히키가야는 휴대폰에 잠금을 걸지 않았나?
히키가야의 프라이버시 지켜지지 않잖아……수고하십니다…
 
"그래서 갑자기 어쩐 일이야?"
 
"으음, 카나 선배한테 하나 질문인데요, 선배는 오빠의 생일 알고 있어요?"
 
"아니, 모르는데……"
 
"아-, 역시 그런가요-. 오레기니까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히키가야, 동생한테 쓰레기라고 불리다니 무슨 생활을 한거야!
왠지 가여워졌어……
 
"그래서 말이죠~, 오빠의 생일이 8월 8일이에요~. 하지만 그 날에 저는 놀 예정이 있고 오레기는 어차피 집에서 혼자 늘어져 있을테니까 축하라도 해주지 않겠어요~?"
 
……어?
요컨대 나한테 히키가야의 집에 히키가야를 부르러 가서 히키가야와 단 둘이서 축하를 하라고?
무리무리무리무리!
 
하지만, 조금 괜찮을지도……
 
 
"아, 하지만 선배 수험생이라서 바쁘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뭐, 뭐라고?
공부는 지금은 아무래도 좋아졌습니다. 이다.
 
"히키가야가 가여우니까 가줄게-!"
 
"카나 선배도 솔직하지 않네요~. 그럼 집 지도 보내둘게요~"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는 실례합니다, 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갑자기 메일이 왔다.
열어보니 코마치한테 집 지도와 히키가야가 어렸을 무렵의 사진이 첨부되었다.
눈이 썩지 않았……다고……?
 
 
왜 히키가야의 어렸을적의 사진이 동봉된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3번정도 보존해뒀습니다☆
 
 
 
 
× × ×
 
 
 
 
긴장되네……
어? 남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는건 이렇게나 긴장되는거였어? 이상한데에-.
 
왜 10분이나 고민하고 있는걸까.
아아 진짜! 눌러버려!
띵동- 하는 기계음이 울리고 어째선지 무릎이 바들바들 떨린다.
 
 
………………
 
 
 
………안 나온다고?
내 긴장을 돌려줘! 엄청 손해봤잖아!
나는 원망의 모든걸 검지 손가락에 실어서 띵동을 마구 누른다.
그러자 문이 달칵 열리고 안에서 좀비가……가 아니라 히키가야가 나왔다.
 
어라? 왠지 평소보다도 눈이 썩은것 같은데……
 
"아, 안녕, 히키가야…"
 
"왜 선배가 있는겁니까?"
 
"어, 아니~, 히키가야가 혼자 쓸쓸하게 생일을 보낼것 같으니까 수험공부 숨돌리기 겸 축하를 해주려고 해서"
 
 
하아~, 왜 평범하게 축하하러 왔다고 말 못하는거지……
히키가야가 상대라면 정상이 아니네에.
 
 
"뭐, 아무래도 좋지만요"
 
"솔직하지 않네에~"
 
"뭐, 아무래도 좋지만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현관문을 닫으려고 한다.
나는 문 사이에 다리를 비집어 넣어서 있는 힘껏 문을 연다.
 
"아-직 얘기는 안 끝났다구?"
 
내가 가능한 엄청난 미소로 그렇게 말하자 히키가야의 얼굴이 경직되어 있었다.
 
"선배, 그거 무섭거든요? 그런데 아직 무슨 일 있습니까?"
 
"있는게 당연하지~! 자! 지금부터 선물 사러 갈거야! 참고로 같이 안 가주면 코마치한테 일러줄거야!"
 
"하아-, 알겠어요. 준비할테니까 들어와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나를 집에 들여줬다.
 
 
 
 
× × ×
 
 
 
 
"여기요"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나한테 커피랑 케이크를 받는다.
그리고 히키가야의 손에는 대량의 설탕.
나 그렇게 안 넣는데?
 
지금 우리는 대형 쇼핑몰에 와 있다.
여기라면 대개는 다 있으니까!
내가 점심 전에 히키가야의 집에 간것도 있고, 또 히키가야의 생일 케이크도 겸해서 카페에서 케이크를 사줬다.
얼라-, 이상한데에-, 지갑 속에서 히구치 씨가 사라지고 야구치 씨가 분신술을 쓰고 있어……
 
히키가야는 들고 있던 설탕을 전부 첨벙첨벙 넣고 맛있다는 듯이 마시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점심시간에도 MAX커피라는걸 마셨지이, 라며 떠올린다.
다음에 마셔보자.
 
"그래서 지금부터 뭐할건가요?"
 
"음-, 영화같은건 어때?"
 
"선배, 보고 싶은거 있어요?"
 
"있지만 꽤나 전이니까 시간이 있을란지 모르겠는데……"
 
"뭐, 선배가 보고 싶은게 있다면 어울려드릴게요"
 
이럴때 히키가야는 치사하다.
평소엔 뭐든지 다 싫어하면서 이럴때만 상냥하니까.
이런 점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그저 친구인데.
 
"왜 빨개지는거에요? 저 뭔가 화나게 만드는 소리 했어요?"
 
조금 기웃거리면서 히키가야는 말한다.
어? 나 얼굴 빨개졌어?
위험해! 뭐가 위험한진 모르겠지만 위험해!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괜찮지만요…그럼 가볼까요"
 
'응!"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걷기 시작한 내 앞을 가는것도 뒤를 따라오는것도 아니라 내 옆을 같이 걸어준다.
평소 나를 약아빠졌다고 하지만 히키가야도 꽤나 약았거든?
 
 
영화관 앞에 도착해서 시간표를 본다.
아무래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7시부터 2시간……끝나는거 9시잖아!
역시 안 되겠지, 라고 생각해서 히키가야를 보니 히키가야가 입을 연다.
 
"4시간 정도 남았는데요, 뭘 하고 시간을 보낼까요?"
 
"어, 끝나는거 9시 정도인데 괜찮아?"
 
그러자 히키가야는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네, 뭐 어차피 부모님이 돌아오는건 한밤중이고, 외톨이는 시간 죽이는거 특기잖아요?"
 
"시간죽이는데 특기같은게 있어?"
 
자연히 웃음이 흘러나와버린다.
요즘 웃지 않았지.
나 몰리고 있었구나……
 
"네, 멍하니 있으면 순식간에 하루가 끝난다구요"
 
"수업 제대로 듣고 있어?"
 
"네, 뭐어. 국어만 보면 학년 3위입니다"
 
뭐……라고…………?
히, 히키가야는 머리 좋았구나…
몰랐네에-…
 
"그럼 뭐, 갈까요"
 
"그러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히키가야의 소매를 잡는다.
새빨개진 히키가야는 그만둬주세요, 라고 말했지만 나는 놓지 않았다.
빙금전의 보복이야!
 
 
 
 
× × ×
 
 
 
 
"이야-, 꽤 재미있었네요"
 
"응!"
 
아무래도 히키가야는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즐겨준것 같다.
나로 말하자면 어째선지 히키가야의 옆에 있으면 두리뭉실해져버려서 그럴 참이 아니었다.
뭐야 이거……
 
 
영화를 볼때까지 시간 죽이기는 꽤 즐거웠다.
나는 이렇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돈이……그게-………히키가야가 사주게 됐습니다.
미안 히키가야, 생일이었는데……
 
참고로 이때 히키가야에게 생일 선물로서 북 커버를 줬습니다!
히키가야 책 좋아하는것 같으니까!
 
 
그후는 나의 응석에 어울려줘서 히키가야는 실은 영화를 보기전에는 이미 잠들어버릴 정도로 지쳐있었다.
 
그런 지쳐있떤 히키가야가 어째선지 영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 가서 주절주절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정도로 즐거운듯이 영화 얘기를 하고 있어서 나는 히키가야의 얘기 덕분에 왠지 모르게 영화 내용을 알았다.
 
정신을 차리니 그로부터 더욱 2시간이 지나서 서둘러 전차에 올라탔다.
역시 밤도 늦어선지 전차 안은 텅 비어서 우리 둘 말고는 사람은 없었다.
 
 
히키가야로 말하자면 3분도 되지 않은 사이에 새근새근 자는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히키가야는 눈을 감으면 멋있는데, 라고 깨달아버린다.
 
 
아-! 두리뭉실해!
뭐야 이거!
나는 딱히 히키가야를 좋아하는건……아닐………텐데………
 
 
거기서 겨우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그런가, 나………
 
 
그러자 갑자기 두근두근거려버린다.
 
폭신, 히키가야의 뺨을 손가락으로 밀어본다.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 모양이다.
 
 
나는 히키가야가 자고 이는걸 확인하고 아직 그에게 말하지 않았던 말을 한다.
 
 
 
 
 
"히키가야, 생일 축하해"
 
 
 
 
 
 
 
그리고 나는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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