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와 그녀는 계략에 빠진다. 후편
 
 
 
 
"꺄아~! 폭신폭신해~!"
 
라고 하면서 눈 앞에 있는 선배는 토끼를 폭신폭신 만지고 있다.
그런 선배를 보면서도 이건 "토끼를 귀엽다고 말하는 내가 귀여워" 어필인건 아닌가, 하며 나의 약아빠진 스카우터가 멋대로 간파한다.
이 사람의 무서운 점은 이런 점이다.
약삭빠른짓도 많이 있지만 가끔 순수하게 이런걸 하므로 두근거리고 만다.
제길! 이게 갭이라는건가!
 
"히키가야, 여기야 여기! 햄스터래-!"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와-! 꺄-! 거리면서 애완동물을 문지른다.
 
"선배, 동물을 좋아하네요"
 
"응! 하지만 큰 동물은 좀 버거우려나. 하지만 여기 태반은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니까 괜찮아!"
 
선배도 작은 동물계 여자니까 통하는게 있는거겠지.
그보다 작은 동물계 여자는 뭐야.
그거 나였으면 뭐가 되는거야?
썩은 눈알계 남자인가?
뭐야 그거 평범하게 싫어!
 
라며 아무래도 좋은걸 생각하고 있으니 선배가 "다음은 새를 보러 가자!" 라며 내 소매를 잡아당긴다.
선배 그만해! 모두에게 보여진다고요!
 
새 코너로 가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나는 평소 내가 리얼충(웃음)에게 하는 저주를 잔뜩 받았다……
 
 
 
 
× × ×
 
 
 
 
선배는 나를 새 코너로 데려간것 치고는 특별하게 기뻐하는 모습도 없이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저 선배는 펭귄을 보고 기뻐하고 있던 나에게 "펭귄은 라틴어로 비만이라는 의미야" 라고 귓속말을 했다.
선배 때문에 펭귄이 그냥 살찐 샐러리맨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이다.
그리고 내년에 또 코마치랑 오면 오늘의 보복으로 절대로 이걸 가르쳐주자고 깊게 마음에 새겼다.
 
 
"히키가야, 나 배고파~"
 
그것도 그렇다.
벌써 점심도 지난 참이다.
 
"그렇네요. 그럼 집에 갈까요"
 
"좀! 왜 그렇게 되는데!"
 
선배는 뿌우 볼을 부풀린다.
잠깐! 직원씨! 햄스터가 도망쳤어요!
 
"배고프네~, 라고 들으면 뭘 먹으러 갈까요? 잖아?"
 
에-, 그런거 하치만 몰라.
친구 없으니까 그런걸 들은적이 없는걸……
게다가 그걸 들으면 말하는수밖에 없어진다……
 
"하아…그래서 어디 갈래요?"
 
"음-, 그러게-……아, 그렇지! 나 얼마전에 선생님한테 맛있는 가게 들었어~. 거기 안 갈래?"
 
"어디라도 좋아요"
 
"아으~, 재미없어라~"
 
"예이예이, 죄송합니다"
 
"자! 가자!"
 
그렇게 말하고 선배의 뒤를 따라가니 거기는 라면 가게였다.
 
"저기, 선생님은 남자지요?"
 
"아니야~! 내가 남자 선생님한테 라면 가게를 들을리가 없잖아!"
 
그것도 그런가, 라며 납득하는것과 동시에 여자 선생님인데 라면을 좋아한다니, 어떻게 되먹은거야 라고 생각한다.
여교사는 『여교사』보다도 『여성 교사』쪽이 에로할것 같다고 생각하는 오늘 이맘이었다.
 
 
 
 
× × ×
 
 
 
 
"잘 먹었습니다~! 이야~ 맛있었어!"
 
"그렇네요"
 
제길, 오랜만에 내 치바라면 랭킹이 갱신 되어버렸어……
이렇게나 맛있는 가게가 있다는걸 몰랐다.

꽤나 하네, 그 선생님.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니 선배가 입을 연다.
 
"자아, 다음은 어디 갈래-?"
 
"집이 좋네요"
 
"에? 내, 내 집?"
 
그, 그만둬줘! 그렇게 뺨을 붉히고 이쪽을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선배는 뺨을 붉히면서 어떡하지이~, 하며 뺨에 손을 대고 있다.
제길, 귀여워……
 
"아니아니, 귀가를 제안한건데요"
 
"좀! 귀가같은건 안 돼! 자자, 다음 가자-!"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내 소매를 잡아당긴다.
하치만, 소매는 좀 반칙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따라간 곳은 평범한 카페였다.
 
"히키가야, 커피 좋아했지?"
 
"네, 뭐어…"
 
선배는 어째선지 기쁜듯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외견과 어울리지 않게 내장은 화려했다.
 
점원에게 자리를 안내받아 자리에 앉으니 메뉴도 보지 않고 선배는 내 몫까지 주문을 마친다.
 
"선배, 여기 자주 와요?"
 
"뭐 그래~♪ 어때? 단골 손님같아서 멋있었지?"
 
"네, 그걸 말 안했으면 멋있었네요"
 
선배는 시끄럽네에~, 라고 하면서도 기뻐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선배는 기쁜듯이 케이크를 우물거리고 있고 그걸 보고 있으니 어째선지 나도 조금 기뻐졌다.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선배와 얘기하고 가게를 나온다.
드물게도 선배가 먼저 이제 돌아갈까, 라고 제안받고 집까지 바래다주는 처지가 됐다.
선배는 말할때는 마구 말하지만 말하지 않을때는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불쾌한 침묵은 아니고 마음이 편하니까 신기하다.
 
 
이후로도 선배의 옆에 있다면 좋겠는데 생각하는 내가 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마음이 무엇인지는 안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전하면 분명 선배는 나한테서 떠나가겠지.
 
 
"선배는……"
 
"응?"
 
"저랑 있으면 폐가 되지 않아요? 저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에 소문도 났었고요…"
 
"그런거 아니야~"
 
선배는 어물쩍 내 질문을 피해간다.
거기에 짜증을 안으면서도 질문을 계속한다.
 
"그럼 왜"히키가야"
 
선배가 내 말에 끼어들어온다.
짜증을 감추지 못한채 뭡니까, 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니 조금 앞에 있던 선배가 빙그르 돌아본다.
 
"우리집 여기야"
 
아무래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집 앞까지 왔던 모양이다.
바래다줘서 고마워~, 라고 하면서 문을 향해 가는 선배를 아무말도 못하고 보고 있으니 선배가 빙그르 돌아보고 이쪽으로 돌아온다.
 
 
마치, 전에 그때처럼……
 
 
 
 
 
 
 
 
"히키가야라면 알고 있지?"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끼익 소리와 함께 내 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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