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나와 선배인 저 - 그에게 그녀는 사과한다.
 
 
 
 
"후와아~"
 
맥빠진 하품이 나온다.
그저께 밤도 어젯밤도 전혀 잘 수 없었다.
어제는 이 내가 프리큐어를 볼 기력이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토요일밤, 돌아온 나는 밥을 먹을 생각도 일지 않아서 내내 거실 소파에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뭘 실수했던걸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선배가 그때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선배는 카나미 카나는 만인에게 다정하다.
나같은 녀석에게도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 다정함을 잘못 생각해선 안 된다.
착각해선 안 된다.
이 3일간 내내 생각했던 일이다.
하지만 뭐야……
 
 
 
 
이 마음의 두리뭉실한건……
 
 
 
 
 
 
 
 
 
나는 재빨리 학교로 갈 준비를 마치고 코마치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집을 나간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자전거를 주륜장에 세우고 신발장으로 향한다.
스텔스 힛키의 이명을 원하고 있는 나는 누구에게도 시선을 받지 않은채 교실에 도착한다.
스스로도 투명인간인게 아닐까 의시할 수준이다.
훗, 오늘도 광학미채(자칭)는 순조롭다고!
 
 
교실에 들어가 평소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는 척을 하려고 생각하니 문득 들은적이 있는 이름이 귀에 들어온다.
 
"카나미 선배 드디어 남친 생긴 모양이야~"
"진짜로? 그 사람 누구한테 고백을 받아도 사귀지 않았는데?"
"누구야, 그 남친은"
"글쎄……"
 
분명 나와 외출했을때 소부고중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거겠지.
쉬는 날 치바역이라면 분명 많은 고등학생이 있을테니까.
선배에겐 나같은거랑 소문이 나서 미안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점심시간에 만날테니까 그때 사과하자고 생각하고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 × ×
 
 
 
결국 그날, 선배는 베스트 플레이스에는 오지 않았다.
딱히 내가 미움받은거라면 그거면 됐다.
남에게 미움사는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런건 이미 익숙해져있다.
 
하지만 왜…왜……
 
 
 
이렇게나 괴로운거지……
 
 
 
 
× × ×
 
 
 
 
선배가 이 장소에 오지 않게 된지 벌써 3일이 지났다.
라고해도 2번 같이 점심을 먹은것 뿐이다.
또 원래대로 돌아간것 뿐.
그런고로 내가 사랑하는 MAX와 함께 빵을 먹는다.
MAX커피는 무엇하고도 어울리니까 훌륭하다.
MAX커피를 마시면서 MAX커피를 마시기 까지 한다.
 
 
빵을 다 먹고 한숨 쉬고 있으니 뒤에서 발소리가 난다.
이런곳에 오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제와서 그 사람이 올리가 없다.
그럼 누구지 생각해서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엥? 뭐야 이 사람.
엄청 미인인데요?
 
"음, 히키가야니?"
 
"……네. 음, 누구신가요?"
 
"으음, 미카미 미카입니다. 카나의~친구? 아니, 아닌데. 소꿉친구? 썩을연?"
 
"아니, 모른다고요"
 
"뭐, 그건 그렇다치고. 토요일에 카나랑 무슨일 있었어?"
 
"아니, 아무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요?"
 
"아니, 카나가 토요일밤에 왠일로 나한테 전화를 해왔거든. 그애 나한테만큼은 절대로 약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데 말야"
 
"하아"
 
역시 그때 선배는 나에게 뭔가를 전하려고 했던걸까.
 
"그랬더니 열이 나서 3일이나 학교를 쉬고 있으니까 말야…"
 
그래서 여기에 안 왔었나…
 
"……그건 제 탓이라고요?"
 
"글쎄? 하지만 짐작가는게 있다면 병문안 정도는 가주지 그래?"
 
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고 그럼 갈게~, 하며 돌아갔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안 간다는 선택지는 사라지고 만다.
오늘 방과후에 들렀다 돌아갈까.
 
 
 
 
그날 오후 수업은 선배를 새각하고 있으니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귀가 HR이 끝나고 짐을 챙겨서 교실을 나간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평소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를 몬다.
선배의 집은 학교에서 먼건 아니지만 내 집하고는 거의 정반대에 있기 때문에 길을 잘 모른다.
결국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길을 지났기 때문에 선배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역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선배의 집까지 갔다.
 
 
 
 
남의 집 초인종은 친구가 있던 적이 없는 나는 거의 눌러본적이 없어서 긴장한 나머지 손이 축축하고 무릎이 니코니코니 하고 있다.
 
후우, 숨을 내쉬고 포칫☆ 초인종을 누른다.
띵동이라는 기계음이 난 후에 잠시동안 침묵.
 
…………
 
아무도 안 나온다…고?
분명 열이 있으니까 자고 있는거겠지.
하치만 믿는다.
집에 갈까…
 
그렇게 생각해서 세워둔 자전거 쪽을 돌아봤을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거기에는 평소와 다를바 없이 건강해보이는 선배가 서 있어서 어째서 히키가야가 여기에? 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히키가야가 여기에?"
 
아, 정답인것 같다.
그리고 문득 의문이 솟아오른다.
 
"선배, 열이 있는거 아니었어요?"
 
"아……"
 
 
 
 
× × ×
 
 
 
 
"…여기"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선배한테 커피를 받는다.
어랄랄라~ 이상한데에~? 라며 명탕점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흐른다.
나는 병문안을 온것 뿐인데 왜 여자애 방에 들어온거지?
 
그보다 뭘까.
기분탓인지 좋은 냄새도 난다.
이게 여자라는 생물의 보금자리인가!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진건지 선배가 입을 연다.
 
"음, 히키가야. 오늘은 어쩐 일이야?"
 
"아, 왠지 선배의 친구? 인 미카미 선배한테 병문안을 가주라고 들었거든요"
 
그러자 선배는 살짝 뺨을 부풀린다.
 
"미카는 친구 아냐! 미카는 초중고 전부 같은 반일뿐인 썩을연이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12년이나 같은 반이라니, 무슨 확률이야.
 
"미카가 뭐 이상한 소리 안 했어?"
 
"음, 분명히 토요일밤에 울면서 전화를 했다고……"
 
쳐다보니 선배는 새빨개져서 고개숙인채 역시 미카탓인가, 라며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아무튼간에 열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어, 아, 응…"
 
"그럼 돌아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니 갑자기 이름을 불린다.
 
"히키가야"
 
그 목소리는 평소 그녀하고는 다른 목소리였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런건 내가 제일 싫어했던거였을텐데……"
 
나에겐 그런거라는게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무엇인지 되물을 정도로 분위기를 못 읽는건 아니다.
나는 도망치고 있는거다.
나 자신에게서도, 이 사람에게서도.
도망치고 있다는걸 알고 있어도 나는 다른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런말밖에 못한다.
 
 
"선배, 괜찮다면 또 거기로 와주세요"
 
 
그리고 선배는 웃고 있는건지 울고 있는건지 모를 목소리로 대답한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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