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엘리트라도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유키노가 교무실에서 시즈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동안 하치만과 유이는 복도에서 나란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치만은 휴대폰을 만지고 유이는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다. 침묵을 견딜 수 없었는지 유이가 하치만에게 말을 걸었다.
 
"히, 힛키는 부활동 했구나. 몰랐어-"
 
"하고 있다고 들어도… 봉사부에 들어간지 아직 오늘을 포함해 3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아무것도 안 한거나 마찬가지일까요. 그리고 힛키는 저 말입니까?"
 
"아, 응… 별명이 있는 편이 부르기 쉬울까나 해서…어. 아, 시, 싫었어!?"
 
"그럴리가요. 지금까지 그런 참신한 별명으로 불린 적이 없었으므로 기쁠 정도입니다"
 
"…그나저나 힛키, 기뻐보이지 않네. 교실에서도 내내 그런 느낌이라 무뚝뚝했구"
 
"그야 그렇지요. 거짓말이니까요"
 
"거짓말이구나!? 역시 싫었어!?"
 
"아뇨, 싫지도 않습니다. 그저 아무래도 좋을뿐입니다. 그러니까 아무쪼록 좋을대로 불러주세요"
 
"……그, 그럼 힛키로…"
 
"그걸로 괜찮다면 그러시죠"
 
 
하치만의 별명 호칭이 결정되어서 가정과실의 열쇠를 받은 유키노가 교무실에서 나왔다.
 
 
"허가를 받았어. 재료는 가정과실에 있는걸 써도 좋은 모양이야. 잘 됐구나 히키가야"
 
"뭐가 잘 된건지 전혀……아아, 과연. 장보오는것도 제 역할입니까"
 
"당연한 일이잖니? 나는 부장이고, 유이가하마는 의뢰인. 네가 장보러 가는 역할이 되는건 필연인게 아니띾"
 
"신입이 성가신 역할을 받는건 엘리트든 평범한 사람이든 변함없군요…"
 
"이참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을거야. 네 인생의 주축이 되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시길. 도너츠라면 항상 사고 있으니까요"
 
 
시선이 부딪쳐 불꽃이 튀긴다. 그걸 본 유이가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입을 열었다.
 
 
"왠지… 즐거워보이는 부활동이네!"
 
"……그런가요?"
 
"딱히 유쾌하진 않은데…"
 
 
두 사람에게서 차가운 시선을 받으니 유이는 당황하면서도 양손을 붕붕 흔들었다.
 
 
"아, 아니, 뭐라고 할까 자연스럽구나- 라고 생각한것 뿐이야! 힛키도 교실에 있을때보다도 잘 말하구! 늘 휴대폰 만지기만 해서 누구랑 얘기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교실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대화하는것보다 메일 친구와 메일을 하는 편이 의미 있으니까요"
 
"…느낌 나쁘네에. 힛키는 교실에 친구 없어?"
 
"교실은커녕 학교를 찾아봐도 없습니다"
 
"……음, 왠지 미안…"
 
"딱히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맞아, 유이가하마. 친구가 없는건 이 남자의 성격탓이니까, 그걸 지적해도 너에게 질못한 일절 없어"
 
 
곤란한 소리를 물어버렸다고 후회하며 고개를 피하는 유이. 하치만은 친구가 없는걸 신경쓰지 않으므로 유이를 옹호하고, 유키노도 매도로서 그에 따랐다.
 
 
"…하지만 모르겠군요"
 
"……헤? 뭐가?"
 
 
턱에 손을 대고 하치만은 유이 쪽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저나 유키노시타 씨랑 달리, 당신에겐 친구가 있지요? 이런건 보통 친구에게 부탁하지 않습니까?"
 
"윽……"
 
 
이번에는 하치만이 유이에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했다.
 
 
"그게… 별로 알려지고 싶지 않구, 이런걸 하면 분명 바보취급 당할테구…. 이런 진지해보이는 분위기, 친구하고는 안 어울리니까…"
 
"……하아"
 
 
지금 하나 동의 못하는 하치만이 건성 대답을 한다. 그걸 무겁게 받아들인 유이는 고개숙여버리고 살짝 어깨를 떨어버린다.
 
 
"아하하… 역시 이상하지…. 나같은게 수제 쿠키를 주고 싶다니, 뭘 소녀같은 짓이야 라는 느낌이지-. ……미안해 유키노시타. 역시 됐어"
 
"네가 그런다면 나는 상관없지만……아아, 이 남자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인권은 없으니까 강제적으로 돕게할거야"
 
"인권이 없어도 도울겁니다. 엘리트는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니까요"
 
"됐어 됐어! 나한테는 안 어울리구…. 유미코나 히나한테 물어도 요즘 그런 유행은 안 한다고 하구…"
 
"그럼 당신은 물구나무서서 고백하는게 유행한다고 하면 그걸 따라할겁니까?"
 
 
하치만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유이와 유키노는 곤혹스런 눈빛을 하치만에게 보냈다.
 
 
"하아? 그런게 유행할리 없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상식이 없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라니…"
 
"할겁니까, 안 할겁니까?"
 
 
두 사람의 매도를 받아도 신경쓰지 않고 다시 유이에게 묻는다. 그 불길한 박력에 유이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나지만 어떻게든 대답을 했다.
 
 
"……하, 할리 없잖아…"
 
"그렇지요. 그럼 유행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게 아닙니까?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을 정하는거라면, 자기가 좋다고 생각한걸 하면 됩니다"
 
"……그, 그럴까나?"
 
 
유이는 해답을 구하듯이 유키노를 본다.
 
 
"……이 남자의 말에 동의하는건 석연치않지만… 주변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런가…그런가! 응! 나, 힘낼게!"
 
 
응응 하며 굳게 끄덕이며 유이는 기합을 넣었다. 의기양양하게 앞을 걸어가는 유이를 보고 유키노와 하치만은 내심 단순하다고 생각하면서 뒤를 따랐다.
 
 
 
 
 
~~~~~~~~
 
 
 
 
가정과실에 도착하니 유키노는 조리기구, 하치만과 유이는 재료와 역할을 분담해서 준비를 시작한다.
 
 
"유이가하마 씨, 복숭아 통조림은 필요없습니다"
 
"헤? 그치만 숨은맛이 들어가는편이 좋잖아"
 
"입장을 생각하세요. 초보자가 숨은맛이라고 손을 대면 100% 실패합니다. 입다물고 엘리트가 하는 말을 들으세요"
 
"……네에"
 
 
불만스럽게 복숭아 통조림을 돌려놓는 유이를 보고 불안이 스치는 유키노였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준비를 마친다.
이어서 삼각두건과 에이프런을 입……지만 유이는 에이프런을 구부린채로 입고 있었다.
 
 
"에이프런의 끈 묶기가 엉망진창이야. 저 남자도 할 수 있는걸 못한다는건 역사상 최대급의 수치라고 기억하렴"
 
"라고합니다. 부끄러운 사람이군요"
 
"힛키 시끄러워! 에이프런 정도는 입을 수 있다 뭐!"
 
 
그렇게 말하고 끈을 다시 묶는 유이였지만 손이 헛발쳐서 제대로 묶지를 못한다. 보다못한 유키노가 기막혀하면서 유이를 손짓한다.
 
 
"하아…이제 됐어. 내가 묶어줄테니까 이리로 와"
 
"…그래도 돼?"
 
"얼른"
 
"아, 응!"
 
 
곤혹해하던 유이를 유키노가 짜증이 난 목소리가 움직였다. 유이가 유키노에게 등을 돌리는 자세가 되고 유키노가 유이의 에이프런 끈을 재빠르게 다시 묶는다.
 
 
"왠지……유키노시타는 언니같네"
 
"내 동생이 이렇게나 솜씨가 나쁠리가 없지만 말이야"
 
 
충분히 자매로 보입니다, 라는 말을 삼키고 하치만은 둘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에이프런을 제대로 입은 유이가 겸양쩍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말야 힛키……가정적인 여자애 어떻게 생각해?"
 
"딱히 어떻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혐오감은 품지 않습니다"
 
"……그런가. 조오아, 하자-!!"
 
 
옷 소매를 접어올리며 양팔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다시 기합을 넣은 유이는 요리에 착수했다. 귀기어린 기세로 망설임 없이 달걀을 깨고 껍질이 든채로 물에 푼 달걀을 만든다. 그리고 큰 사발에 소맥분, 녹이지 않은 버터, 백방 소금, 거창한 바닐라 엣센스와 우유를 넣었다.
 
유키노는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어 이마를 부여잡고 하치만은 입을 반쯤 벌리며 경직해있다. 그런 충격을 받고 있는 둘을 전혀 모른채 유이는 인스턴트 커피를 손에 들었다. 거기서 하치만이 재기동을 개시한다.
 
 
"저기, 유이가하마 씨. 그건 어쩔 생각입니까?"
 
"이거? 이건 숨은 맛으로 넣을거야. 그게, 남자는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잖아?"
 
"카레에 사과나 벌꿀을 넣는것과 마찬가지군요. 하지만 말이죠, 아까 초보자가 숨은 맛을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괜찮아 괜찮아! 이건 텔레비전에서 하는걸 본 적이 있으니까!"
 
 
그러고 유이가 인스턴트 커피 용기를 흔든다. 아니나다를까 필요이상으로 내용이 나와버렸다.
 
 
"아, 너무 많아……설탕 넣어야지…"
 
 
인스턴트 커피의 산 옆에서 설탕 산이 구축된다. 그걸 이물이 들어간 물에 풀어놓은 달걀이 삼키고, 형용하기 어려운 쿠키의 생지가 완성했다. 이미 실패는 확정된거나 마찬가지지만 유이가 의욕으로 밀어붙여서 굽는걸 허락해버린다.
 
 
결과, 시커먼 무언가가 구워졌다.
 
 
"……어, 어째서?"
 

 
유이는 경악스럽게 검은 물체를 쳐다보고 있다.
 
 
"뭐, 낙심하지 말아주세요. 세상에는 스시를 쥐어서 이런 물체를 만드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히키가야, 충격을 받은건 알겠지만 제정신을 차리렴. 쥔것만으로 구이가 만들어질리가 없잖니"
 
 
그렇게 탓하는 유키노의 심중도 평온하진 않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실수를 연발하다니, 아무리 그녀라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유이는 검은 물체를 준비된 그릇에 올렸다.
 
 
"겉보기는 뭐하지만, 먹어보지 않으면 몰라!"
 
"그러네. 그런고로 히키가야, 맛보기를 부탁할게"
 
"탄맛밖에 안 납니다. 굉장히 맛없습니다. 다시 만드세요"
 
"하다못해 먹고나서 말해줘!?"
 
"이런건 평범한 사람은커녕 개고양이도 어떤 맛인지 본것만으로 알아버린다고요…"
 
 
드물게도 질색한 표정을 짓는 하치만이었지만 뒤로 미루어봐야 소용이 없으므로 쿠키 하나 정도의 분량의 시커먼 물체를 들고 단번에 먹었다. 버스럭버스럭하는 불길한 소리를 내며 맛보고, 꿀꺽 삼킨다.
 
 
"……봐요~ 말했죠? 이런건 탄맛밖에 안◎☆♯□$&%¥▼…"
 
"힛키!?"
 
"히키가야!?"
 
 
중간에 혀가 꼬이고 하치만은 뒤로 있는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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