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후문은 무너지고 앞문으로 호랑이랑 늑대가 닥쳐온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평소 베스트 플레이스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특별동의 1층.
보건실 옆, 매점의 비스듬하게 뒤쪽인 위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은 비. 베스트 플레이스는 쓸 수 없었기 때문에 하치만은 드물게도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터였지만.
 
 
"설마 음료를 사는걸 잊었을 줄이야…. 얼마전에 독을 다 배출하지 못했던걸까요"
 
 
편의점에서 빵을 산건 좋았지만 중요한 음료수를 사지 않았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매점으로 가서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고른다.
 
 
"……오늘은 MAX커피 말고 다른걸로 해볼까요. 아니 하지만, 역시…"
 
 
뭘 살지 자판기 앞에서 생각하고 있으니 옆에서 나이프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혀왔다.
 
 
"뭘 하고 있는거니 히키가야. 기본적으로 수상쩍은 존재인 너한테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그렇게 끙끙대고 있으면 진짜 거수자야"
 
"……유키노시타 씨? 이건드물군요. 참고로 저는 끙끙대는게 아니라 고민하고 있습니다"
 
 
팔짱을 낀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거기에 서 있었다. 주위 남자는 멀찌감찌서 유키노시타에게 넋이 팔리고 하치만에게는 질투나 증오의 시선을 보낸다. 그걸 전부 무시한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당신도 음료를 사러 온겁니까?"
 
"아니야. ……그러고보니 너와 유이가하마는 가엾게도 같은 반이었지"
 
"그렇군요. 엘리트와 같은반이라니,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선 비교되어서 자못 괴롭겠군요"
 
"…그 가능성도 전혀 부정할 수는 없네…. 그보다도 유이가하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글쎄요? 교실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슨 일 있습니까?"
 
"부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자고 권유받았는데 전혀 오질 않아"
 
"……잊은건 아닌가요?"
 
"……설마"
 
 
……불길한 침묵이 흐른다.
 
 
"……교실, 보러 가보겠습니까?"
 
"어째서 너랑 보러 가야하는거니"
 
"어차피 음료를 사면 돌아갈 예정이고, 일부러 따로 갈 필요는 없겠죠. 안내하겠습니다"
 
"…뭐, 확실히 그러네. 어쩔 수 없으니까 허락해줄게. 과분한 영광에 감사하렴"
 
"잘난 표정 짓지말고 빨리 가주세요. 저는 커피를 샀으니까 여기에 용건은 없으니까요"
 
"……"
 
 
먼저 가려고 한 하치만을 유키노는 빠른걸음으로 앞질렀다. 지기 싫어하는 그녀의 행동에 기막혀 머리를 긁으면서도 하치만은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
 
 
 
 
 
 
『저기, 나 점심에 좀 갈곳이 있으니까…』
 
『아, 그래? 그럼 돌아올때 레몬티 사오지 않을래? 나아, 오늘 음료 사오는거 깜빡했거든-』
 
『음…그게, 나 돌아오는게 5교시라고 할까, 점심시간 통째로 없으니까 그건 좀 어떠려나- 같은 느낌이라…』
 
『하? 에, 좀, 뭐야뭐야? 유이 말야-, 요즘 같은 소리만 하고 방과후에 빠지잖아? 왠지 말야, 요즘 잘 안어울리지 않아?』
 
『아니- 그건 뭐라고 할까 하지 않으면 안 될일이라고 할까, 개인적인 일이라 말하기 그렇다고 할까…』
 
『그래선 모르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똑바로 말해. 친구잖아? 그런거 말야- 비밀? 별로 안 좋잖아?』
 
『미안…』
 
『그-러니까-, 미안이 아니라. 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거잖아?』
 
"……"
 
"……"
 
교실 밖 복도에서 두 사람이 목도한건 금발의 여자, 미우라 유미코에게 유이가 위협당한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이었다. 유이네 주위 사람은 어색하다는듯이 시선을 떨구고 있고 교실 안도 조용해졌다.
 
 
"남이랑 약속을 빼먹고 저 애는…"
 
"뭐, 그녀는 저희와 달리 친구 교제가 있으니까요…"
 
"……저게, 친구 교제야?"
 
"……글쎄요?"
 
 
얼굴을 마주보며 바보취급하듯이 웃는다.
 
 
『저기 말야-, 유이를 위해서 말하는거지만 그런건 똑바로 말하지 않는 태도는 꽤 짜증나거든』
 
『……미안』
 
『하, 또 그거야?』
 
 
콧방귀를 뀌어서 유이는 울상으로 움츠러든다. 그걸 목도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교실로 발을 들였다.
 
 
"있잖아 유이. 너 아까부터 사과만하고 있는데――"
 
"대화도중에 실례하겠습니다. 유이가하마 씨, 유키노시타 씨가 마중나왔습니다만"
 
"마중나온건 아니지만……그보다 유이가하마, 사과할 상대가 다르지 않니"
 
 
유미코의 얘기를 뚝 자르고 하치만과 유키노가 끼어들어왔다. 학년 1위와 2위의 갑작스런 등장에 교실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너, 스스로 불러놓고 약속 장소로 오지 않는건 사람으로서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연락 하나라도 넣는게 보통 아니니? 그 탓에 만나고 싶지도 않은 남자랑 마주쳐버렸어"
 
"저도 번거롭기 짝이없는 평범한 사람이랑 만나버렸습니다. 이 책임은 어떻게 져줄 생각입니까?"
 
"미, 미안… 하지만 나, 유키농의 휴대폰 모르구…"
 
"…그러니? 그랬었니. 그럼 꼭 네가 나쁘다고도 말 못하겠구나. 히키가야, 유이가하마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려고 하다니 부끄러운줄 알렴"
 
"손바닥 뒤집기라는 말, 알고 있습니까? 어차피 모르지요? 지금 딱 그걸 하고 있다고요?"
 
 
교실의 분위기를 읽지 않고 전개되는 말다툼. 유이는 봉사부에서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여유가 살아났는지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조, 좀!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는데!"
 
 
제정신을 차린 유미코가 책상을 세게 치며 소리질렀다.
 
 
"뭐니? 너하고 대화할 시간도 아까운데"
 
"하, 하아? 갑자기 나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나아가 유이랑 대화하고 있는데"
 
"대화? 쏘아대는걸 잘못 말하는게 아니라? 그게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던거니. 히스테리를 일으켜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뭐야!?"
 
"안 된다고요 유이가하마 씨. 그녀는 저와 달리 평범한 사람이니까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친구라고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제한하지마, 너 뭐야? 바보, 소름돋네, 죽지 그래? 라고"
 
"……!?"
 
"에엑!? 그런 생각 안 했어!"
 
"깨닫지 못해서 미안해. 너희의 생태계는 자세하지 않으니까, 유인원의 위협과 같은거에 카테고리에 집어넣어버렸어"
 
"아아, 죄송합니다. 혹시 거기의 그녀는 이 정도의 대화도 못하는 인간이었습니다. 그게 주위에 들키지 않도록 묵묵히 있던거였군요? 밝혀버려서 죄송합니다"
 
"~읏!!"
 
 
유키노의 독설, 하치만의 유이에 대해 얘기하는걸로 보여주면서 하는 언어폭력을 연달아 듣고 유미코는 분노한채로 두 사람을 노려본다.
 
 
"골목대장인체 허세를 부리는건 상관없지만 그건 자신의 세력권 안에서만 하렴. 네 화장처럼 금방 벗겨질거야"
 
"……핫,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의미 모르겠네"
 
"그럼 물이라도 뿌려서 이해시켜드릴까요? 간단하게 떨어진다고요, 둘 다. 지금은 물이 없으니까 이 커피라도 어떤가요. 흙탕물이라고 야유받은 적도 있으니까요"
 
"자, 자자 진정해, 유키노시타랑…히, 히키타니? 유미코도 그렇게 흥분하지마"
 
 
유미코의 주위에 있던 금발 남학생…하야마 하야토가 분위기를 수습했다. 유미코는 짜증난다는 듯이 의자에 도로 앉아 휴대폰을 만진다. 다른 학생이 줄줄이 밖으로 나가는 가운데 하치만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태평하게 빵을 먹는다. 그걸 본 유키노는 한숨을 쉬고 살짝 유이에게 귓속말을 하고나서 교실을 나갔다.
 
 
"먼저 갈게"
 
"……나는…"
 
"…좋을대로 하면 돼"
 
"…응"
 
 
유이는 빵을 먹고 있는 하치만의 뒷모습을 보고 생긋 웃는다. 그리고 결심하고 유미코에게 말을 했다.
 
 
"저기, 미안해. 나 말야, 남에게 맞추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할까, 그만 분위기를 읽어버린다고 할까…그 탓에 짜증나게 만들, 었었지…. 아니, 옛날부터 이러니까 말야, 주위 분위기에 맞춰버린다고 할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는데?"
 
"아하하…그렇지…. 아니,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힛키나 유키농을 보고 생각했어. 심한 말이라도 진심으로 말을 할 수 있는건 즐거워 보여서 좋다고…. 그걸 봤떠니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남에게 맞추려고해서 그게 잘못된것 같아서…. 힛키는 무슨 생각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태연한 얼굴로 점심을 먹고 있구…"
 
 
유미코가 살짝 눈을 두니 빵을 먹으면서 이쪽을 보고 있던 하치만과 눈이 마주쳐 황급히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미코를 싫었던게 아니야. 그저, 나도 조금 더 적당한 느낌으로 할까 생각한것 뿐이야…. 그러니까, 그게,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까?"
 
"……흐응-. 뭐, 괜찮지 않겠어"
 
"……미안. 고마워"
 
 
유미코가 휴대폰을 접는것과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생긴 문제도 해결됐다. 유이는 자신의 점심을 들고 교실을 나가……기 전에 하치만의 책상으로 갔다.
 
 
"고마워, 힛키. 걱정해줘서"
 
"…아마 유키노시타 씨가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빨리 가세요"
 
 
유이는 미소를 짓고 유키노가 기다리고 있을 부실로 서두른다. 빵을 다 먹은 하치만은 커피에 입을 대고 유이가 가버린 방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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