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쿠키 만들기를 통해 그들의 거리는 줄어들었다……는걸지도 모른다
 
"우으~…써~…맛없어……"
 
"가능한 씹지 않고 흘려넘기는 편이 좋아. 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 극약같은거니까. ……설마 히키가야에게 잠깐이라고는 해도 감사의 마음을 품어버린다고는 생각 못했어"
 
"……저도 딸기 우유로 이런 감사를 받을줄은 생각도 못 해봤습니다"
 
 
울면서 검은 물체를 씹는 유이. 울고는 있지 않지만 조금 눈동자를 적시면서 묵묵히 먹는 유키노. 둘 다 하치만이 사온 1.5리터 딸기 우유로 검은 물체를 필사적으로 위에 흘려넣고 있었다. 참고로 하치만은 이미 부활해서 자신에게 배분된 몫의 검은 물체는 이미 다 먹었다.
 
 
"처음 먹었을때는 졸도했는데 그 후에는 잘도 평범하게 먹었네"
 
"그건 조금 놀란것 뿐입니다. 저것보다도 심한걸 먹은 적이 있으니까, 저 정도로는 몸은 배리지 않습니다. 그후에는 활성 경락을 찔러서 독을 배출하면서 먹었으므로 무사했습니다. 더럽게 맛없었지만요"
 
"어디가 독……이지, 응. 독이니까 맛없구……"
 
 
유이는 힘없이 중얼거리고 검은 물체를 씹는 얼굴을 찡그린다. 유키노는 딸기 우유 리필을 붓고 또 먹기 시작한다. 그걸 묵묵히 보고 있던 하치만은 턱을 괴면서 입을 연다.
 
 
"그렇게 무리해서 먹지 않아도 되는게 아닙니까? 그런건 버려도 아깝다 귀신도 조용히 입을 다물겁니다"
 
"……그치만 스스로 만들었구. 힛키랑 유키노시타에게 맡기는건 미안하구…"
 
"그녀의 부탁을 받은건 나란다? 책임 정도는 질거야. 거기다 뭐가 문제인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올바른 대처는 할 수 없어"
 
 
하치만의 외알 안경이 순간 빛난다. 감정하는듯이 쳐다보는 하치만의 시선을 뒷전으로 유이와 유키노는 검은 물체를 겨우 다 먹었다. 딸기 우유를 마시고 한숨 쉬고나서 유키노가 바로 입을 열고 말했다.
 
 
"자, 어떡하면 보다 좋아질지를 생각하자"
 
"이젠 요리 안 하는게 좋지 않은건 아닙니까?"
 
"몽땅 부정당했다!?"
 
"그건 최종수단이야, 히키가야"
 
"그걸로 해결하는구나!?"
 
"그럼 좀 더 간단한걸로 바꾸는건 어떨까요. 달걀 부침이라던가"
 
"과자가 아니잖아!?"
 
"달걀을 깨는것도 마음대로 안 될텐데? 그녀가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너무해!?"
 
"너무한건 네 요리 실력인데…"
 
"그럼 이런건 어떨까요. 다른 한 명의 여성 협력자를 확보해서 유이가하마 씨가 쿠키를 주고 싶은 사람에게 아까 만든 물체보다 맛없는 쿠키를 주게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유이가하마가 쿠키를 선물하면 다소는 낫다고 받아들이는게 아닐까요"
 
"나 그냥 최악인 녀석이 되잖아!?"
 
"히키가야…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동정을 금할 수 없어. 거기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는 하치만과 유키노였지만 좀처럼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유이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어 움츠러들어서 깊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나, 요리에 어울리지 않는걸까…. 재능이라는거? 그런거 없구…"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평범한 사람인 당신에게 재능따윈 처음부터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으니까요"
 
 
두 사람의 말……이라기보다도 유이의 말을 들은 유키노가 짧게 한숨을 쉰다.
 
 
"해결방법을 알았어. 노력만이 있을 뿐이야"
 
"그렇겠죠…"
 
 
유키노의 의견에 하치만도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 여러가지로 제안을 해봤지만 하치만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습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유이가하마, 너 아까 재능이 없다고 말했지?"
 
"어? 아, 응…"
 
"그 인식을 고치렴. 최저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에겐 재능이 있는 이난을 부러워할 자격은 없어. 성공못하는 인간은 성공한 사람이 쌓아올린 노력을 상상할 수 없으니까 성공하지 않는거야"
 
 
정론으로 꾸짖어진 유이는 말이 막힌다. 신랄했지만 올바른 주장을 듣고 당혹의 색을 띄우고 있다. 하지만 그걸 얼버무리듯이 지어낸 미소를 지었다.
 
 
"그, 그치만 말야… 이런거 요즘 다들 안 한다고 하구……나에겐 어울리지 않을거야, 분명…"
 
"재능이 있든 없든, 당신에게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관계없습니다. 봉사부가 받은 의뢰는 쿠키 만들기의 보조입니다. 당신이 제대로된 쿠키를 만들고 싶다면 어울려줍니다. 할 의욕이 없다면 더는 포기하겠습니다만. 아무리 한가해도 당신의 변덕에 어울릴 의리는 없습니다"
 
"…그 주변에 맞춰주려는거 그만두지 않겠니. 심히 불쾌해. 자신의 서툰점, 꼴사나운점, 어리석은점의 원인을 남에게 구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하치만의 밀어내려는 목소리가, 유키노의 혐오감이 배어나오는 목소리가 유이에게 꽂힌다. 유이는 치마 자락을 움켜쥐고 고개숙여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
 
 
눈동자를 적시고 있는 유이는 잠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
 
 
"…머……멋있어……"
 
"……하?"
 
"……으엉?"
 
 
유키노의 뜻밖이라는 목소리와 하치만의 얼빠진 목소리가 겹쳐졌다. 유이는 몸을 떨면서 두 사람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낸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이 애는…? 얘기 들었어? 나, 이래보여도 꽤 심한 소리를 했는데…"
 
"그런 성벽이셨습니까…"
 
"좀, 아냐! 확실히 말은 심했구, 까놓고 말해 가볍게 깼지만…본심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힛키도 유키노시타도 심한 소리를 하지만……제대로 얘기해주고 있어. 나는 남에게 맞춰주기만 했으니까, 이런건 처음이라서……"
 
 
유이의 표정이 일변하고 결의를 깃든 진지한 얼굴이 된다.
 
 
"미안, 다음은 제대로 할게"
 
 
사과하고나서 유이는 곧게 유키노의 눈을 보고 가르침을 받을 자세를 보였다. 예상밖의 사태에 유키노는 말을 잃어버린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는건지 그후에도 침묵이 이어진다.
 
 
"당황하지말고 실제로 쿠키를 만들어서 가르쳐주는건 어떻습니까? 그녀에게 부족한건 경험이지만 애시당초 만드는법도 잘 모르는 모양이니까요"
 
 
유키노는 제정신을 차리고 하치만을 보고, 살짝 한숨을 쉬고 끄덕였다.
 
 
"한번 견본을 보여줄테니까 그대로 만들어봐"
 
"……응!"
 
 
유키노의 솜씨는 유이와 비교도 안 됐다. 깬 달걀에는 이물이 들어가지 않고 흔든 소맥분에는 거품도 없다. 재료는 제대로 필요한 몫만 쓰고 설탕과 소금도 틈이없다. 당연한 일이 이렇게나 멋지다고 하치만은 마음속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해서 구워진 쿠키는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하치만과 유이는 하나 집어들어서 먹어보니, 하치만은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뜨고 유이는 입맛을 다셨다.
 
 
"상당한 솜씨군요…"
 
"맛있어, 굉장히 맛있어! 유키노시타 굉장해!"
 
"고마워. 하지만 이건 레시피를 충실하게 보고 만든것 뿐이야. 그러니까 유이가하마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으, 응……정말로 만들 수 있을까?"
 
"괜찮아, 나도 도와줄테니까. 제대로 레시피대로 만들어봐"
 
"……알았어!"
 
 
유이의 재도전이 시작되……지만 그전에 하치만이 유이에게 어떤 것을 내민다.
 
 
"유이가하마 씨, 이걸 쓰세요"
 
"엣? 뭐야 이거?"
 
"유키노시타 씨의 쿠키 레시피입니다. 아까전의 작업을 보면서 만들었습니다. 문장으로 알기 어려운 점은 그림으로 그려뒀으므로 활용해주세요"
 
 
유이에게 건낸건 한 장의 종이. 거기에는 아까 유키노가 만든 쿠키의 레시피가 쓰여있었다.
 
 
"고마워 힛키! 조오아, 이번에야말로 해낼거야-!!"
 
 
기합 충분한 유이. 이만큼하면 안심일거라고 둘은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유이가하마, 그게 아니라 가루를 흔들때는 원을 그리면서 하는거야. 보렴, 히키가야가 그린 그림을 보렴? 원이야 원. 알겠어? 제대로 초등학교에서 배웠어?"
 
"유이가하마 씨, 아닙니다. 버터는 이미 부드러워졌으니까요. 중탕은 됐습니다. 왜 당신은 그런 필요없는 지식을 비축한겁니까"
 
"휘저을때는 사발을 잡지 않으면 안 돼. 사발채로 회전시키면 전혀 섞이지 않아. 돌리는게 아니라 가르듯이 움직이는거야"
 
"유이가하마 씨,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옆 그림입니다. 이상하다고 알잖아요? 도구가 다른데 무리하게 하려고 하지 말아주세요"
 
"아니야, 아니야. 숨은맛은 됐어. 복숭아 통조림은 다음에 하자. 애시당초 그거 한번 돌려놨었지? 어째서 갖고 온거니? 바보야?"
 
"유이가하마 씨, 엘리트도 빡친다고요?"
 
 
온갖고생, 만신창이, 간난신고를 동시에 맛본 유키노와 하치만이었지만 어떻게든 만든 생지를 오븐에 넣는데 성공. 그렇게해서 만든 쿠키는 아까와 많이 비슷한 냄새를 푸익고 있다.
하지만 한입 먹어보고 유이는 유감스럽다는듯이 어깨를 떨구었다.
 
 
"유키노시타가 만든 쿠키랑 어딘가 달라…"
 
"……어떻게 가르치면 전해지는걸까?"
 
 
똑같이 쿠키를 먹은 유키노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유이의 성장은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은 모양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쿠키로 승화했으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음식물 쓰레기는 뭐야!"
 
"아아, 죄송합니다. 구웠으니까 음식물 쓰레기는 아니군요. 그냥 쓰레기였습니다"
 
"결국 쓰레기잖아!!"
 
"애시당초 완전히 같은 수준이 될때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게까지하면 오늘만으로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므, 므으…"
 
 
하치만의 말도 지당하다는걸 알고 있는건지 유이는 입을 다물었다.
 
 
"어떠한 이유로 쿠키를 건내고 싶은건진 모르겠지만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겠죠. 당신에게 있어선 타협에 가까운걸지도 모르겠지만요, 상대는 그런걸 모르니까요. 그야말로 상대가 남성이라면 수제라는 이유만으로도 만족해줄겁니다"
 
"…무슨 소리?"
 
"남성이라는건 말이죠, 여성의 수제라는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생물입니다. 쿠키가 맛있니 마니는 부록같은겁니다. 아이돌 그룹의 투표권을 목적으로 사용길이 없는 대량의 CD를 사버리는거랑 같습니다. 부록으로 붙은 과자는 실질 부록 목적이니까요. 들어있는 라무네 과자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예시가 긴데다 기분 나쁘고 구토기가 나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니?"
 
"…이 쿠키는 틀림없이 유이가하마 씨 노력의 결정입니다. 유키노시타 씨의 쿠키보다 맛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건 변함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갖고 건내세요. 이건 내가 만든거에요, 라고요. 그게 전해지면 남자의 마음은 간단하게 흔들릴겁니다"
 
"…그건…"
 
 
유이가 꾸물거리면서 하치만을 쳐다본다.
 
 
"힛키도 흔들리는거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엘리트니까요"
 
 
풀썩 유이는 어깨를 떨군다. 유키노도 어딘가 기막힌다는 듯이 하치만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떡할거니? 아직 할 생각이라면 한번 더 가르쳐줄건데…"
 
"……이제 됐어. 남은건 스스로 여러가지로 해볼게! 고마워, 유키노시타! 힛키! 내일 또 봐!"
 
 
유이는 뭔가 후련해진듯이 시원스런 미소를 짓고 문을 열고 돌아갔다.
 
 
"……정말로 괜찮은걸까"
 
"괜찮지 않습니다. 저 사람, 에이프런을 입은채로 돌아갔습니다"
 
"……어째서 가르쳐주지 않은거야!? 잠깐만 기다려, 유이가하마!!"
 
 
유키노가 자신이 입고 있던 에이프런을 재빨리 벗고 황급히 유이의 뒤를 쫓아갔다. 하치만은 그녀가 나간후, 혼자서 묵묵히 뒷정리를 시작한 것이었다.
 
 
 
 
 
 
~~~~~~~~~~~~~~
 
 
 
 
 
 
 
"봉사부는 어디까지나 도우미를 할 뿐이야. 소원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떤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어. 굶주린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거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가의 차이야"
 
"자기개혁을 촉구한다는건 그런거였습니까. 하지만 그래선 봉사부의 활동을 착각해서 상담하러 오는 의뢰인도 올것 같군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듣고 온 사람은 특히"
 
"…실제로 왔어. 유이가하마도 그랬고. 히키가야가 자리를 비웠을때 일이니까 몰랐겠지만"
 
"당신도 힘들겠군요. 저런 칠칠맞지 못한 어른인 부활동의 고문이라서"
 
"얄궂네. 너정도의 인간에게 걱정받을만큼 유약하진 않아"
 
"겉치레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다니, 순수한 분이군요"
 
 
유이의 의뢰가 끝나고 며칠후. 하치만은 유키노에게 봉사부의 활동 이념을 상세하게 듣고 있었다.
 
 
"……유이가하마라고 하니 정말로 그걸로 괜찮았던걸까"
 
"뭐가 말입니까?"
 
"나는 자신을 향상시킬거라면 한계까지 도전해야한다고 생각해. 그게 최종적으로는 유이가하마를 위한게 되니까"
 
"정론이군요. 하지만 어차피 논리가 너무 올바른겁니다"
 
"……무슨 의미야?"
 
"논리가 올발라도 그게 적용되지 않는 인간은 있다는 소립니다. 예를 들어 유이가하마 씨의 경우라면 유이가하마 씨의 쿠키 수준을 최고까지 올리는 도중에 그 건내주고 싶은 상대가 이사를 가버려서 쿠키를 건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요컨대 의뢰는 실패해버렸다. 라는 상황일까요"
 
"그건 궤변이야"
 
"그럼 절대로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저희는 쿠키를 건낼 상대를 아무것도 모르는데"
 
"……"
 
 
유키노는 반론을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지만 유키노 나름대로 생가가는게 있는 모양인지 어려운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자신의 방식을 남에게 강요하고 있는겁니다. 그저 올바르니까, 정론이니까 라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남의 입장이 되어서 해결법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인간이 봉사? 도움? 가능할리가 없지요"
 
"……나에게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한건 그 탓이야?"
 
"네, 뭐… 한 가지 요인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고해도 나는 지금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어. 못한다고해서 도망쳐버리면 이 잘못된 사회는 영원히 바꿀 수 없는걸"
 
"……당신다운, 실로 당신다운 숭고하고 우직한 대답이군요. 뭐, 그 사회에 살해당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주세요"
 
 
하치만은 휴대폰을 꺼내어 평소처럼 뽁뽁 만지기 시작한다. 유키노는 뭔가 말을 하고 싶어한느 얼굴이었지만 하치만에게 일단 마음이 없어보여서 얌전히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러자 여기서 봉사부 부실 문이 노크되었다.
 
 
"얏하로-!"
 
 
머리 나쁜……참신한 인사와 함께 하치만이 오고나서 봉사부 이용자 제 1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니?"
 
"어, 뭐야? 별로 환영받지 않네…? 혹시 유키노시타, 나 싫어?"
 
"싫은건 아니지만…조금 거북하려나"
 
"그거 여자어로 싫다는거랑 같은 뜻이거든!?"
 
 
유키노의 반응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동요한 유이. 하지만 진심으로 미움사는게 아니라는걸 알고 평소의 태도를 되찾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아니, 나 요즘 요리에 빠졌잖아?"
 
"……잖아? 라고 들어도, 처음 듣는데…"
 
"그래서 말야? 얼마전의 답례로 쿠키를 만들어왓어! 괜찮다면 어떨까- 해서"
 
 
유키노의 혈색이 가고 하치만이 휴대폰 버튼을 잘못 누른다. 아마 지금 말로 두 사람이 연상한건 완전히 같은거겠지.
 
 
"아니, 그게… 지금은 식욕이 솟지 않으니까 됐어… 마음만 받아둘게"
 
 
그런 유키노의 거절 메세지를 무시하고 유이는 가방 안에서 귀엽게 포장된 검은 물체를 꺼냈다.
 
 
"스스로 재능 없다고 말했지만 말야, 해보면 즐겁네. 다음에 도시락도 만들어보려고 생각해! 아, 그래서 말야, 유키농 점심 같이 먹자. 평소 어디서 먹고 있어?"
 
"부실에서 혼자 먹는걸 좋아하니까 그런건 사양할 수 없을까…. 그리고 유키농이라고 부르는거 그만해"
 
"거짓말, 쓸쓸하지 않아? 그럼 앞으로는 같이 먹자, 유키농!"
 
"…얘,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둘 다. 내 얘기 듣고 있어?"
 
"아, 그래서 말야. 앞으로 나, 이 부활동 도우미 할게! 아니, 전혀 신경쓰지마! 나 방과후에 한가하구, 얼마전의 답례니까!"
 
"…얘기, 듣고 있어?"
 
 
유이의 머신건 토크에 삐질거리는 유키노는 시선으로 하치만에게 도움을 요구한다. 당연히 하치만의 눈은 휴대폰 액정에 못이 박혀있으므로 그에 응하는 일은 없었다. 하치만은 분위기를 읽고 퇴실하려고 조용히 일어나 문에 손을 댔다.
 
 
"아, 잠깐 힛키!"
 
 
이름을 불려서 돌아본 하치만은 유이가 던전 포장된 검은 물체를 받았다.
 
 
"일단 답례의 마음? 일까? 도와줘서 고마워"
 
 
하치만은 말없이 인사를 하고 부실을 나가 자전거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가방을 자전거 바구니에 두고 포장을 풀어 검은 하트 모양 물체를 하나 입에 넣었다. 쓴맛을 감미하는 하치만의 머리에는 어떤 정경이 떠올랐다.
 
 
 
'……그치만 스스로 만들었구. 힛키랑 유키노시타에게 맡기는건 미안하구…'
 
'그녀의 부탁을 받은건 나란다? 책임 정도는 질거야. 거기다 뭐가 문제인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올바른 대처는 할 수 없어'
 
 
 
"(……그때, 그녀들의 머리에는 그 검은 물체를 버린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검은 물체를 삼키고 하치만은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재미있는 분들이야)"
 
 
하치만은 남은걸 가방에 집어넣고 자택으로 향해 자전거를 밟았다….
 
 
 
 
 
 
 
 
 
 
 
 
 
 
 
 
 
 
 
"저, 저기 오빠야? 이 숯같은건 뭐야?"
 
"제가 부활동의 사례로 받은 쿠키입니다"
 
"……하치만, 괴롭힘당하고 있다면 그렇게 말해. 내가 베러 갈테니까"
 
"아뇨, 괴롭힘당하는거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이건 사례입니다. 게다가 수제라구요? 굉장하지요?"
 
"아니, 이런 흉흉한 물체는 자연물이 아니라는건 확실하지마안…"
 
"솔직히 사례로 건내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뭘 말씀하십니까. 이래보여도 전과 비교하면 어엿하게 성장한거라구요? 보세요, 제대로 하트 모양이라는걸 알 수 있잖아요"
 
"모양!? 맛은 어떤데!? 겉보기가 나빠도 맛이 좋다면 괜찮지만, 겉보기가 나쁘고 맛도 나쁘다는건 최악이라구!?"
 
"맛도 좋아졌습니다. 활성 경락을 찌르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경락 찔렀어!?"
 
"……그거, 먹는거야?"
 
 
이후에 쿠키는 히키가야 남매와 노부메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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