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설령 썩었어도 도미는 다른 고기하고는 일선을 긋는다.
 
"(건널 복도를 넘는다…그렇게 되면 특별동이라도 가고 있는걸까요)"
 
 
하이힐을 울리면서 빠르게 걷는 시즈카의 뒤를 따르면서 하치만은 끌려가는 곳을 예상했다. 중앙정원을 보니 모두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가운데 한 명만 배드민턴을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아서 얼른 기억에서 지우려던 차에 시즈카의 발이 멈췄다.
 
 
"――――도착했다"
 
 
아무 특이한 점도 없는 교실 문을 시즈카는 기세 좋게 열었다. 거기에 있던건 파이프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명의 소녀. 창문으로 비쳐드는 석양이 그녀의 존재를 신비스럽게 하고 있다…그런 그녀를 본 하치만이 마음속으로 품은건 예술품의 일종같다는 감상이었다.
 
소녀는 교실에 들어온 시즈카 쪽을 보고 조금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히라츠카 선생님, 들어올때는 노크를 부탁한다고 했는데요…"
 
"노크를 해도 너는 대답을 하지 않잖느냐"
 
"대답을 하기 전에 선생님이 들어오는거에요. ……그래서, 거기 입구에 있는 사람은요?"
 
"아아, 그는 히키가야 하치만……어이,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생각인거냐? 얼른 들어오거라"
 
 
시즈카에게 재촉받아 하치만은 문을 노크하고 소녀의 얼굴을 봤다. 소녀는 하치만의 의도를 이해하고 한숨을 내쉬고 거기에 대답한다.
 
 
"…들어와요"
 
"실례합니다"
 
 
짧개 문답을 하고 하치만은 겨우 교실에 들어가 시즈카의 옆에 선다. 부들부들 떠는 모습인 시즈카를 무시하고 하치만은 소녀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키노시타 유키노 씨. 아까전에 소개에 나온 2학년 F반 소속 히키가야입니다"
 
"……나, 당신한테 이름을 가르쳐준 기억이 없는데. 혹시 나를 스토킹한거니?"
 
"아뇨아뇨, 학력 시험 순위에서 제 위치를 보고 있으니 늘 가까이에 당신의 이름이 있었으니까 기억한겁니다. 그러는 김에 그걸 보고 분해보이는 당신을 몇 번이나 봤으니까, 당신이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건 알았습니다"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한 하치만을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분함에선지 날카롭게 노려본다.
 
 
"의외로군, 너니까 자기보다 성적이 아래인 유키노시타는 흥미없다고 생각했다"
 
"뜻밖이군요. 확실히 흥미는 없지만 전교생의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엘리트니까요"
 
 
유키노의 눈동자의 날카로움이 늘어난걸 피부로 느끼면서도 하치만은 동요하지 않는다.
 
 
"하아……도착하자마자 너라는 녀석은…. 앞으로 여기에 오게 될테니까, 너무 나쁜 인상을 주지 말거라"
 
"……앞으로?"
 
"그래. 너에겐 벌로서 여기서 부활동을 명한다. 이론 반론 저항 질문 말대답은 인정하지 않겠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반성해라"
 
"그럼 정정을. 아무리 당신이 생활지도 담당이라고 해도 당신의 독단으로 일개 학생을 강제적으로 특정 부활동에 입부시키는건 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월권행위를 알고서 강요하는겁니까? 좋습니다, 저는 딱히 곤란하지 않으니까요"
 
 
시즈카는 입술을 꾹 깨문다. 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3년간 졸업할 수 없다고 협박할까 생각했지만 하치만에게는 아무래도 통하지 않을것 같다. 달리 뭔가 좋은 생각이 없는지 모색하고 있던 시즈카였지만 의외로 그건 다름 아닌 하치만 자신의 입에서 제시되었다.
 
 
"……그렇군요, 그럼 히라츠카 선생님이 저의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제가 스스로 입부를 희망한걸로 입부해도 상관없습니다"
 
"뭣!? ……커, 커흠…그래서, 대체 뭘 요구할 생각이지?"
 
"도넛을 사와주세요"
 
"……도, 도넛?"
 
"네. 아, 퐁 데 링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프렌치 쿨러도. 이걸 잊으면 들어가지 않을겁니다"
 
"아, 알았다! 히키가야, 지금 말을 잊지마라!? 유키노시타, 지금부터 그를 입부시킬테니까 이 삐뚤어진 인격의 갱생을 부탁한다!"
 
"에, 잠깐……"
 
 
말하자마자 시즈카는 하치만과 아연해하는 유키노를 부실에 남겨두고 뛰어갔다.
 
 
"……그런데 여기는 뭘 하는 부활동입니까, 유키노시타 씨"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안 들었어?"
 
"네, 따라오라는 한 마디만 들었으니까요. 거기다 아까는 선생님에게 할 질문을 봉쇄당해버려서 묻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의 하치만의 삐뚤어진 변명에 기막혀하면서 유키노는 말없이 책을 덮었다.
 
 
"그래, 그럼 게임을 할까. 여기가 무슨 부인지 맞추는 게임이야. 학년 1위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어라, 그건 재미있어보이는 게임이군요. 좋지요, 받아들이겠습니다"
 
 
재미있을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하치만은 유키노가 제안하는 게임에 응하기로 했다.
 
 
"(…흠, 이 부실에는 아무 특별한건 없다. 있는건 평범한 책상과 의자. 거기다 방과후임에도 불구하고 있는건 그녀 혼자…부원이 몇 명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부실에 최소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성립한다는걸까요. 책을 읽고 있던건 활동인지 취미인지 판단할 수 없으니까 보류하기로 하죠. 하지만 평범한 사람 중에서도 그런대로 지명도는 있을 그녀가 무언가의 부활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나 소문을 들은 적이 없군요…. 그렇다는건, 별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아…? 아니면 눈에 띄지 않는 활동 내용…?)"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하치만이었지만 이윽고 뭔가를 떠올리고 썩은 눈을 썩은채로 대답을 말했다.
 
 
"명칭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의 상담사에 대응하는 부활동인게 아닌가요?"
 
"……그 이유는?"
 
"당신 혼자만으로 문제없이 할 수 있는 활동 내용. 그리고 유명한 유키노시타 씨가 소속하고 있는데 저는 이 부활동의 존재를 소문으로도 들은적이 없습니다. 거기다 사람이 별로 다가오지 않는 특별동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면, 별로 공공연하게 하는건 좋지 않을 활동이라는거겠지요. 거기에서 이끌어낸 해답은 학생의 고민을 듣거나 개인적인 부탁을 받아주는 부활동입니다"
 
"……조금 다르지만 대충 정답이라고 해도 좋아. 히키가야, 여자와 얘기한건 몇년 만이니?"
 
 
하치만은 한번 유키노를 보고 다음으로 부실 입구를 쳐다봤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세지 않아"
 
"그런가요. 그럼 오늘 아침만이군요"
 
"……가족도 안 센단다?"
 
"무, 어떤 의미로 가족이 될 예정이긴 하지만, 지금은 아직 아니니까 세어도 되겠습니까?"
 
"어머, 약혼녀라도 있는거니?"
 
"미래의 아내입니다. 보세요, 이 아이"
 
 
바보취급하듯이 웃음을 짓고 있던 유키노엿지만 하치만의 휴대폰 대기화면에 직힌 하치만의 팔을 감는 노부메의 사진을 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히키가야, 어떤 약점을 쥐어서 가엾은 여자애를 조종하는거니? 그건 범죄야. 신고당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그 아이를 풀어주렴"
 
"자유롭게 생각하시길. 그보다도 중요한 대답을 아직 못 들었습니다만"
 
"……가진자가 갖지 못한자에게 자비의 마음을 갖고 이걸 준다. 사람은 그걸 발룬티어라고 해. 도상국에는 ODA를, 노숙자에게는 밥을, 인기 없는 남자에게는 여자애와 대화를. ――――어서와, 봉사부에. 환영할게"
 
"봉사부……그게 이 부활동의 정식명칭입니까"
 
"그래. 히라츠카 선생님 말하길, 뛰어난 사람은 가엾은 사람을 구할 의무가 있다고 해"
 
"과연. 엘리트인 제가 이 학교에 흘러넘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되어주라는겁니까. 벌이라는것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이만큼 저에게 있어서 시간낭비라고 할 수 있는건 없으니까요"
 
 
혼자서 납득하는 하치만을 유키노가 믿을 수 없는걸 보는 듯한 눈으로 본다.
 
 
"당신, 잘도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엘리트라고 자처하는구나. 적어도 너의 그 썩은 성격과 눈은 보통 이하라고 생각하는데"
 
"썩어도 모자른건 아닙니다"
 
 
일없다는 듯이 말하는 하치만에게 유키노가 더 뭐라 말하려던 차에 시즈카가 부실로 돌아왔다.
 
 
"유키노시타, 실례하마. 히키가야, 보다시피 사왔으니까 약속은 지켜라"
 
"감사합니다"
 
 
도넛 상자를 받아든 하치만을 보고 유키노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시즈카는 그 모습을 보고 음음하고 끄덕인다.
 
 
"사이가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히키가야도 이대로 삐뚤어진 성격의 갱생과 썩은 눈의 교정에 힘쓰거라"
 
"……갱생? 저는 순전히 평범한 사람의 고민을 해결시키는게 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것도 있지만 봉사부의 목적은 자기개혁을 촉구해서 고민을 해결하는것이 활동 내용이다. 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학생을 여기로 데려오고 있다.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소녀 혁명 우테나라고 하는 편이 알기 쉬우냐?"
 
"저건 엘리트니까 어떻게든 된겁니다. 평범한 사람이 그런 곳에 들어가면 죽고 끝납니다. 저희들의 싸움은 이걸로 끝 엔드입니다"
 
"……유키노시타, 그의 갱생에 고생하겠구나"
 
"본인이 문제를 자각하지 않은 탓이에요"
 
"저는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지만요"
 
 
유키노와 시즈카가 동시에 하치만을 본다.
 
 
"…흠?"
 
"옆에서 보면 네 인간성은 다른 사람보다도 현저하게 떨어지는걸로 보이는데.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 안 해?"
 
"만인에게 사랑받을 성격이 아닌건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다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어렸을 시절에 한번 크게 변했습니다. 저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의 부모님이나 동생이 변했다 변했다고 시끄러웠으니까요. 한번 변해도 주위의 변화가 대단하지 않았으니까, 몇 번을 변하든 똑같잖아요?"
 
"너의 그건, 단순히 회피하는것 뿐이야"
 
"그거면 됐습니다. 엘리트도 도망치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일도 있습니다. 인생은 중요한 선택지의 연속이라고 메일 친구가 말했습니다. 거기다 변한다는건 결국은 자신의 현재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변하는거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변하는데 집착을 하는겁니까?"
 
 
유키노가 두르는 분위가 변했다.
 
 
"――――그래선 고민은 해결되지 않고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잖아.
 
"――――공교롭게도 이런 저여도 누군가를 구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그 좁은 시야를 넓은 사물을 보세요, 평범한 사람"
 
 
귀기어린 표정인 유키노에게 하치만은 평소대로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불길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즈카가 헛기침을 하고 웃는 얼굴로 말을 했다.
 
 
"이야아, 재미있게 됐군. 서로의 정의가 부딪친다는 전개는 나는 정말 좋아한다! 거기서 이렇게 하자,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고민하는 새끼양을 이끌어주마. 그들을 너희 나름대로 구해보거라. 그리고 서로의 정의를 충분히 증명하거라!"
 
 
시즈카는 한번 말을 끊고 주먹을 쥐어 기합을 넣고 마이크를 든 제스처를 하면서 천장을 가리켰다.
 
 
"누가 남에게 봉사를 할 수 있는가?! 건담 파이트! 레디――――『안 받으면 베겠습니다!!』"죄송합니다, 히라츠카 선생님. 전화 왔으니까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
 
 
결정적인 대사를 하려던 차에 하치만의 휴대폰에 착신이 들어온다. 굳은 시즈카를 두고 하치만은 복도로 나갔다.
 
 
"죄송합니다 노부메 씨,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해서 예정보다 늦어져버렸습니다. …………네? 문 밖에 있는겁니까? 늦어지면 먼저 돌아가도 된다고 메일 보내지 않았ㅅ브니까. ………네, 마음은 대단히 감사합니다. ………네, 어차피 이제 끝나니까요, 같이 돌아갈까요. 선물도 있으니까요. 네, 그럼"
 
 
전화를 마친 하치만이 부실로 돌아온다.
 
 
"일행이 벌써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뒷일은 내일 또 해도 되겠습니까?"
 
"……맘대로 해라…. 유키노시타도 되겠지…?"
 
"……네, 네"
 
 
그로기한 시즈카와 거기에 깨고 있는 유키노를 두고 하치만은 잽싸게 노부메가 기다리는 문밖으로 향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거, 사죄인 도넛…"
 
"하음! ……우물우물……이건, 하치만이 산게 아니야"
 
"네, 정답입니다. 오늘 제가 페널티로 들어간 부활동의 교사더러 사러 보냈습니다"
 
"부활동? 하치만이 평범한 사람밖에 없는 학교의 부활동에 들어가다니, 내일은 앙고르 모어가 10명 정도 내려오겠네"
 
"그러니까 페널티라니까요…"
 
"어떤 부활동? 오락부? 학원생활지원부? GJ부?"
 
"봉사부……라고해도 통하지 않겠군요"
 
"으응, 통해. 여자가 남자에게 굴복해서 그 몸으로 음란한 접대를 하는거지? 하지만 하치만, 그런걸 좋아한다면 말해주면 좋을텐데. 나도 코마치도 하치만이 바란다면 메이드든 노예든 메이노예든 될거라구?"
 
"왜 그러한 곡해를 하는데 이르렀는지, 제가 본의로 들어간게 아니라는걸 알아주지 않는건지, 동생이 선택지에 들어있는건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주인님, 아앙-"
 
"……아앙-"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만큼 있지만 노부메가 내민 프렌치 쿨러를 먹는것과 비교하면 사소한 일이었으므로 하치만은 입을 말하는데 쓰는걸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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