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이렇게해서 엘리트는 평범한 교사에게 눈독 들여진다.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
 
 
저는 이 1년간 실로 충실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선생님분은 무척이나 다정하게 공부를 가르쳐주시고 급우 여러분과도 화기애애하게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나날의 생활에도 활력이 솟고 면학에 힘쓴 결과 학년총합 1위를 1년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모두 저와 사이 좋게 보내주신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이후로도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한층 더 힘을 다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소부고등학교에서 보내는 고등학교 생활을 좀 더 충실한 것으로 변화시켜가려고 생각합니다.
 
 
 
 
 
 
 
 
 
 
 
 
 
 
 
 
라고 써봤지만 거짓말이거든요. 실제로 학년 1위를 유지한 이유는 저의 실력 말고는 무엇도 없습니다. 교실내 평버한 여러분은 아무 관계 없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없는 사람 취급 당했으니까요.
 
거기다 학년 1위가 되고나서도 좋은 일은 없었습니다. 있었다고 하면 근거 없는 질투나 원한을 어느샌가 사게 되어서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 씨에게 필기도구를 감춰지거나, △△ 씨한테 태클을 당하거나, □□ 씨에게 이상한 소문을 흘려지거나……끝이 없으므로 전부는 못 쓰겠지만요. 뭐, 엘리트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상담해봤지만 바쁜 모양이라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으므로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대강 2개월 정도 소비했지만 쓰레기 청소치고는 빨리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1년간을 뒤돌아보고 깨달은 것은 여기에는 평범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 편차치가 높으므로 저와 같은 엘리트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예상했지만, 나쁜 의미로 배신당했군요. 이럴거면 편차치가 여기보다 낮아도 노부네 씨와 같은 고교를 선택할걸 좋았다고 실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제가 아무리 이 학교를 위해 의식개혁을 하려고 해도 평범한 사람에겐 도저히 이해못할테고, 애시당초 실행조차 못 하니까요.
 
 
결론, 엘리트라서 괴롭군요.
 
 
~~~~~~~~
 
 
 
"……저기 말이다, 히키가야. 내가 내준 과제는 뭐였느냐?"
 
"어라, 잊으셨습니까?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고, 라는 테마로 작문을 쓰라고 전날에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이 얕보는 문장은 무슨 심산이냐?"
 
 
교무실에서 작무을 읽은 후에 노려보기를 하는 국어교사 히라츠카 시즈카(독신). 그리고 일어선 자세로 대답을 하는 히키가야 하치만(엘리트). 국어 과제인 작문에 문제가 있었다며 히라츠카 시즈카가 하치만을 불러낸 것이다.
 
 
"얕보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군요. 그저 사실과 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쓴것 뿐입니다"
 
"그게 어째서 거짓말과 밀고문과 전교생을 내려다보는 문장이 된거지?"
 
"실례지만 밀고는 아닙니다. 이미 사형을 내렸으니까요. 이 일은 사후보고라는게 올바른 표현입니다"
 
"애송이, 땡깡을 부리지마라"
 
"애송이……뭐 확실히 히라츠카 선생님의 연령으로 보면 타당한 표현……"
 
 
히라츠카 시즈카의 주먹이 하치만의 얼굴 바로 옆을 스쳤다. 휵,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치만은 스친 주먹을 보기는커녕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다음은 맞춘다"
 
"그럼 다음은 피합니다. 엘리트니까요"
 
 
내지른 주먹을 돌리면서 히라츠카 시즈카는 내심 하치만의 확고한 자세에 경악하고 있었다. 지금 그건 맞출 생각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건가?
 
히라츠카 시즈카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불을 붙여서 깊게 빨고 하얀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분명히, 너는 부활동에는 들어가지 않았지?"
 
"네. 평범한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걸 쉽게 해내버려선 반감을 사버리니까요"
 
"그 불쾌하기 짝이없는 말은 어떻게 안 되는거냐…. 그 험한 입에다가 썩은 물고기같은 눈……친구가 있는거냐?"
 
"있습니다. 메일 친구라면 100명 이상 등록했습니다. 자요"
 
"하하하, 거짓말이라면 좀 더 나은걸……아니 많구만!?"
 
 
시즈카는 하치만에게는 친구는 없을거라고 예상했지만 하치만의 휴대전화 주소록에 등록된 사람 수를 보고 간담을 떨었다.
 
코맛짱, 노부땅, 긴땅, 토시짱, 소고짱, 밋짱, 삿짱, 츳키, 신짱, 톳쯔앙, 카구린, 즈라, 신짱, 뭇짱, 카무린, 타카칭, 타마타마, 완폐아, 아부씽, 묘땅, 쿠짱, 피라랑, 쿠리링, 탓짱etc….
 
사람수도 그러지만 평소 언동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우스꽝스런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게 믿을 수 없어서 히라츠카 시즈카는 머리를 싸맸다.
 
 
"……그게, 여친은 있는거냐?"
 
"미래의 아내라면 있습니다만"
 
"아내에!?"
 
 
기세 좋게 일어서서 하치만을 따지는 시즈카. 여전히 하치만의 표정에 움직임은 없다. 자기만 야단법석을 피우는데 약간 부끄러움을 느낀 시즈카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하치만에게 말한다.
 
 
"――――좋아, 이렇게 하자. 레포트는 다시 써라"
 
"하아…뭐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네 마음에 없는 말과 태도가 나의 마음을 상처입힌건 사실이다. 여성에게 연령 얘기를 하지말라고 배우지 않은거냐?"
 
"그건 죄송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마음의 약함을 생각해서 발언을 해야했습니다"
 
"……뭐 됐다. 죄에는 벌을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지금 변호사를 부를테니까 위자료는 그쪽과 얘기해서 정해주세요"
 
"아니 아냐아냐아냐!! 봉사활동이다! 너에겐 벌로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할테니까 휴대폰에서 손을 뗴거라!!"
 
 
휴대전화로 변호사를 부르려고 한 하치만을 시즈카는 황급히 저지한다.
 
 
"정말이지…보통 고등학생이 변호사를 부르려고 생각하는거냐…?"
 
"엘리트에게 있어선 당연한 일입니다. 몇 번이나 신세를 지고 있고……음 죄송합니다. 평범한 사람인 히라츠카 선생님에겐 아무 연도 없는 이야기였군요"
 
"……너는 또……하아. 뭐 됐다. 아무튼 따라오거라!"
 
 
쓸데없이 남자다운 분위기를 두르면서 시즈카는 하치만을 데리고 교무실을 나갔다….
 
 
 
 
 
 
 
 
 
 
 
 
 
 
 
 
 
 
 
 
 
 
 
 
 
 
 
 
 
 
 
 
 
 
"히라츠카 선생님, 모처럼이니까 메일 친구가 됩시다. 메일 주소, 시즈짱으로 등록해두겠습니다"
 
"너는 교사를 상대로……아니 야! 그거 내 휴대폰!? 어느틈에 뺏은거냐!?"
 
"쓸쓸하면 언제라도 메일을 해도 괜찮다구요"
 
"괜한 참견이다!!"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2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