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썩은 눈은 외알 안경을 써도 썩어있다.
 
히키가야 코마치는 생각한다. 사람이 변하는 계기는 무엇일까.
 
 
히키가야 코마치의 오빠, 히키가야 하치만은 유소년 시절부터 친구를 못 만들었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두르고 있어선지,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던 탓인지, 운이 나빴던건지, 그 이유는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의 히키가야 하치만의 학교생활은 빈말로도 충실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 막 대해져, 항상 조소의 대상이 되었던 그의 마음에는 나날로 야위어가, 그걸 반영하는것처럼 눈은 썩어갔다.
 
그래도 히키가야 코마치에게 있어서 히키가야 하치만은 자랑스런 오빠였다. 부모님과 싸워서 가출했을때, 가장 먼저 맞이하러 와준 오빠였다. 자신은 일절 잘못하지 않았는데 함께 사과해준것도 오빠였다.
 
방구석폐인스럽게 된 오빠를 어떻게든 기운내게 만들려고 히키가야 코마치는 어느날, 근처 축제로 오빠를 억지로 데려나갔다. 본인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모처럼 동생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어서 그럭저럭 어울려주고 잽싸게 돌아가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거기서 문득 눈에 들어온게 제비뽑기 가게. 경품이 제비에 달려있어서 그 제비 다발 중에서 하나 골라서 뽑는다는 것이다. 뭐, 모처럼 온 거니까 한번 정도 하고 가자고 생각한 하치만은 초등학생에게 있어선 큰 돈인 500엔을 지불해서 제비를 뽑았다.
 
당첨된건 외알 안경. 시력도 특별히 나쁜건 아닌 하치만에게 있어선 쓸데없는 잡동사니였지만 이걸 끼면 자신의 썩은 눈이 가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하치만은 그 외알 안경을 꼈다. 그것과 동시에 유카타를 입고 솜사탕을 한 손에 든 코마치가 합류했다.
 
 
"앗, 오빠야 제비 뽑기 했어? 그 최신 게임기 땄어? 그거 정말로 끈에 연결된걸까?"
 
"……저런 인목을 끄는 경품은 손님 끄는 목적이니까 간단하게는 딸 수 없도록 세공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죠. 그렇다고는 해도 전혀 딸 수 없는 세공이 되어 있다고 하면, 사기가 되지만요"
 
"……헷? 오, 오빠…야…?"
 
"뭔가요, 코마치 씨?"
 
 
 
 
 
이 외알 안경을 낀 순간부터 히키가야 하치만의 인생은 180°변화를 이룬다.
 
 
 
 
 
축제에 간 다음날부터 하치만은 항상 외알 안경을 끼게 됐다. 대화체도 누구에게든 경어를 쓰게 되었고 학교 성적도 순식간에 학년 톱까지 올라갔다. 코마치와 부모님은 하치만의 변모에 당혹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리고 하치만이 중학생일 무렵,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 동급생인 오리모토 카오리에게 하치만이 고백. 하지만 바로 차여버린다. 그때,
 
 
"이 일은 둘만의 비밀로 하자? 그러는 편이 서로를 위한거고…"
 
 
라고 카오리에게 듣게 된다. 하치만으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승낙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 하치만이 카오리에게 고백해서 차였다는게 교실 내에 퍼져있던 것이다. 칠판에 쓰인 비방중상의 말을 조용히 보는 하치만. 그걸 본 교실 애들이 웃으면서 기분 나빠, 말도 안 돼, 착각남 등 계속 욕을 한다. 당사자인 카오리도 함꼐 웃고 있었다.
 
 
하치만은 칠판을 보는걸 그만두고 돌아본다. 그 표정은 평소와 아무 변화는 없었다. 아이답지 않은 박력에 삼켜져서 교실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지자, 하치만이 칠판을 가리키고 입을 열었다.
 
 
"이거, 쓴 사람 누구입니까?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지만, 여성의 비밀을 밝히다니 취미 나쁘네요…. 에, 저입니까? 저는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요, 퍼뜨려지든 뭘 당하든 딱히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모르실거라 생각하지만 제가 고백한걸 비밀로 하자고 말한건 오리모토 씨입니다. 아무리 차였다고는해도 고백한 상대를 밝히는 행위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안심해주세요, 오리모토 씨. 엘리트니까요, 이걸 쓴 범인을 찾아내는건 길에 떨어진 자전거 열쇠를 찾아내는것보다 간단합니다"
 
 
가슴에 손을 대고 카오리에게 말한다. 카오리는 거북한듯이 시선을 보내지만 하치만은 그걸 신경쓰지 않고 더 말한다.
 
 
"자, 이걸 쓴 사람은 얼른 이름을 대주세요. 지금 솔직하게 말하면 반죽음 정도로 용서해주겠습니다. 어쩌면 전부 죽여버릴지도 모르겠군요. 좋아했던 사람의 비밀을 밝혀져서 조금 언짢기도 하니까요"
 
 
무기질한 눈이 교실을 돌아본다. 이 분위기 속에서 누가 이름을 댈리가 없어서 시간만이 착실히 지나간다. 이대로 묵묵히 있으면 이 일은 어물쩡 넘어갈거라고 생각한 교실 모두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치만에게 그런 어설픈 수는 통하지 않았다.
 
 
"딱히 말하고 싶지 않다면 됐습니다. 뒤에 구며둔 습자와 칠판 문자의 필적을 비교하면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엘리트니까요, 뭐 평범한 당신들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인 증거가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알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거겠지만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이라면 이 낙서를 보고 웃고 있던 당신들 모두를 같은 죄로 봐도 되겠지요? 괜찮겠습니까, 덤터기를 먹어도? 저는 딱히 한 사람이든 30명이든 상관없습니다만"
 
 
몇 명의 안색이 단번에 나빠진다. 하치만은 굳이 신경쓰지 않은 척을 하면서 교실 모두에게 물었다. ……그 중에서 띄엄띄엄 범인을 가리키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교실의 악의가 하치만에게서 범인들에게 향해져, 하치만은 차였는데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좋은 녀석이라는 평가가 됐다.
 
 
 
 
 
"(오빠는 오리모토 언니에게 차인 후, 아빠에게 휴대폰을 사달라고 해서 여러 사람들과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메일만 보내게 됐지…. 그때는 오빠가 정말로 글러먹은 인간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히키가야 코마치는 거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침부터 도너츠를 한입 가득 물고 있는 남색 장발에 붉은 눈을 가진 여성을 쳐다봤다.
 
 
"……? 왜 그래 코마치. 도너츠 먹고 싶어?"
 
"아뇨아뇨, 설마 그 오빠한테 이렇게나 빨리 신부 후보가 생기다니, 지금도 믿을 수 없어서요…"
 
"……코마치, 나는 신부 후보가 아니야. 미래의 아내"
 
 
우물, 입 안의 내용물을 삼킨 미래의 아내……이마이 노부메는 안광을 날카롭게 하며 반론했다.
 
 
"노부메 씨… 또 아침부터 도너츠입니까. 올거면 온다고 말해주면 아침정도는 준비할테니까 슬슬 보고 연락 상담 이 뭔지를 기억해주세요"
 
"생각난 순간이 길일, 베지 않고 후회하기보다 베고나서 후회하는 편이 좋아. 그게 나의 정의저스티스. 거기에 나는 도너츠만 있으면 살 수 있어"
 
"아니, 가까운 시일에 죽습니다. 오래 살고 싶다면 조금은 도너츠에서 떨어지세요"
 
"…………하치만이 말한다면"
 
 
담담하게 노부네는 먹던 도너츠를 상자에 돌려넣었다. 하치만은 코마치와 노부메 몫의 우유를 테이블에 두고 자신은 MAX커피를 마시고 한숨 내쉬었다.
 
 
"정말이지, 함께 등교하고 싶다면 전날에 그렇게 말해주세요. 제가 엘리트니까 다행이지,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일주일도 못 버티고 헤어졌을겁니다"
 
"괜찮아, 만약 하치만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하치만의 생활에 맞춰줄게"
 
"……그건 고맙네요"
 
 
뭘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낀 하치만은 남아있는 커피를 다 마시고 가방을 들었다. 노부메도 거기에 뒤따른다.
 
 
"그럼 조금 이르지만 가도록 할까요. 코마치 씨, 아무쪼록 사고에 휩쓸리지 말도록 하세요"
 
"그건 평범하게 바래다주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닐까…"
 
"저희는 엘리트지만,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걱정이 드는거라구요"
 
"그렇게 걱정받는건 포인트 낮아, 오빠야…"
 
"위험해지면 바로 베면 돼, 코마치"
 
"그거 할 수 있는건 노부메 언니 뿐이거든요!! 둘 다 다녀오세요!!"
 
 
반쯤 재촉하듯이 둘을 내보낸 코마치는 쌔액쌔액 어깨로 숨을 내쉰다. 그리고 어딘가 먼 눈으로 두 사람이 나간 문을 쳐다본다.
 
 
"(설마, 여친을 확 날리고 아내가 생긴다고는 생각 못했네에…)"
 
 
학교에 가는걸 약간 나른하게 느끼면서 코마치는 자신의 등교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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