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는 아닙니다, 엘리트입니다. - 엘리트는 개를 구할때도 엘리트.
 
아침 일찍 인적이 드문 길을 하치만과 노부메는 나란히 걷는다. 하지만 세간 일반적인 커플같은 달짝한 분위기는 둘 사이에는 흐르지 않았다.
 
 
"……역시 이렇게 일찍 나오면 다른 사람이 없네"
 
"엘리트니까요, 평범한 사람과 같은 경치를 보고만 있으면 안 됩니다"
 
"나는 하치만이랑 같은 경치를 보고 싶어"
 
"프로포즈입니까? 죄송하지만 성인이 될때까지 결혼은 안 할겁니다"
 
 
하치만의 마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노부메의 뺨이 도너츠를 입에 물었을때처럼 부푼다. 하지만 그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다. 무언가를 발견한 노부메가 손가락을 차도를 향해 가리킨다.
 
 
"……하치만, 개가…"
 
"개? ……있군요. 저건 미니튜어 닥스훈트군요. 목줄이 걸려있는 점을 보면, 누군가가 기르는 개일까요"
 
"저런곳에 있으면 위험해. 언제 차가 올지……!"
 
 
노부메가 가리킨건 누군가가 기르는 개일 미니튜어 닥스훈트. 차도에 뛰어든것을 노부메는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걱정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하치만과 노부메가 걸어온 방향의 반대쪽에서 검은 리무진이 달려왔다. 아마 운전수는 개가 보였겠지만 그런대로 속도를 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아도 늦는다. 개는 다리가 굳어버렸는지 그 자리에 엎드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개를 구하려고 뛴 노부메의 옆을 더 빠른 인영이 추월한다. 가드 레일을 가볍게 뛰어넘어 개 목덜미를 잡아 든 하치만은 속도를 줄이지 못해 돌진ㄴ해오는 리무진을 향해 뛰어 올라, 본넷을 발판으로 삼아 더 점프. 공중돌기를 피로하고 깨끗하게 착지했다.
 
 
"하치만!!"
 
"괜찮습니다 노부메 씨. 보다시피 다친 곳은 없습니다. 개도 저도"
 
"……다행이다"
 
 
하치만은 구해낸 개를 노부메에게 건내고 뒤에 정지한 리무진을 향해 걸어간다. 운전석의 창문을 똑똑 두드리니 창문이 열리고 운전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엘리트라고해도 그것 말고 사고를 피할 수단은 없었습니다. 본넷이 조금 파인것 같으니 후일 변상드리겠습니다"
 
"아, 아뇨…이쪽의 부주의니까 신경쓰지 마시길…. 그쪽이야말로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네, 문제없습니다. 가벼운 차체라서 다행입니다"
 
"하, 하아…"
 
"……어라, 아무래도 그 개의 주인이 온것 같군요. 그럼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서로가 불행했다는걸로 보고, 아무쪼록 비밀로…"
 
 
하치만은 인사를 하고 발꿈치를 돌려 노부메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 분위기가 나쁘다. 아무래도 개 주인이 개의 목줄을 놓쳐버린걸 탓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신 탓에 이 아이가 죽을지도 몰랐어. 어째서 목줄을 놓은거야?"
 
"그건……그게…사브레가 갑자기 뛰어갔으니까…"
 
"그건 당신이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으니까. 개 탓으로 하지마. 주인도 만족스럽게 교육시키지 못할거면 애완동물은 기르지마. 무책임하니까"
 
"……읏"
 
 
신랄한 말에 개 주인 소녀는 고개를 숙인다.
 
 
"진정하세요 노부메 씨. 평범한 사람에게 거기까지 바라는건 잔혹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생각없는 행동 탓에 이 아이가 위험한 꼴을 겪는건 잘못됐어"
 
"네, 그 말대로입니다. 그러면 어떡할까요, 이 멍멍이를 저희들에게 양보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인 당신에게는 벅찬 모양이니까요"
 
"……에?"
 
 
예상치도 못한 하치만의 제안에 개주인 소녀는 굳어버렸다.
 
 
"안심하시길. 집에는 고양이가 있으니까 동물 취급은 익숙합니다. 이 멍멍이도, 평범한 사람에게 길러지는것보다 저희 엘리트에게 길러지는 편이…"
 
"아, 안 돼!!"
 
 
소녀는 노부메가 안고 있던 개를 어거지로 낚아챘다. 그후에 정신을 차리며 쭈뼛거리면서 뒷걸음질친다.
 
 
"그게, 사브레를 구해준건 감사합니다…. 하, 하지만 사브레는 저희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겁에 질린듯이 개를 꼬옥 안는다. 하치만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후, 입을 열었다.
 
 
"그런가요, 지나친 짓을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앞으로는 개주인으로서 책임을 가진 행동을 하시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설령 또 같은 일이 일어나고, 우연히 저희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저희는 일절 개입하지 않을테니 알아주세요. 이번에 당신의 강아지를 구한건,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서 평생에 한번 있을지 말지한 행운이었다는걸 잊지 마시길"
 
"……네…"
 
"좋아요. 그럼 노부메 씨, 갈까요"
 
"응. 바이바이, 사브레"
 
 
하고 싶은 말을 끝낸 하치만은 사브레에게 무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노부메를 기다리고 다시 학교로 향해 걸어갔다.
 
 
그후에 노부메가 소부고 학생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같이 들어가려고 한 점이나,
 
아침에 구해준 개 주인이 소부고에 있던거나,
 
휴대폰을 만지기만 해서 일년간 친구가 안 생겼던건,
 
엘리트에게 있어선 사소한 일이므로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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