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그 부실같은 따뜻함을
 
 
 
 
제 22층은 오늘도 조용합니다.
 
우리 집을 감싸는 나무들은 바람에 불려 흔들릴뿐이고, 거칠게 짖는 몬스터는 형태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창문으로 비쳐드는 햇살에 이끌려 넌지시 집 밖으로 나가본다.
 
 
하늘은 높고 맑아서 정말로 여기가 게임 속인건지 의심해버릴 정도다.
 

"――응"
 
 
가볍게 기지개를 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몸에 받아들인다.
 
약간 높은 언덕을 쳐다보면서 강가의 숲길을 걷길 몇 분,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음. 외출했었어?"
 
 
어머. 몬스터가 집에 들어온 모양이네.
 
구축해야겠어.
 
 
"유이가하마. 긴급시를 대비해서 놓아둔 단검을 빌려주겠니?"
 
"어이. 남을 보자마자 단검을 장비하지마"
 
"어머, 지능이 높은 몬스터네"
 
"눈이냐? 내 눈을 보고 몬스터인지 결론 짓는거지?"
 
 
 
그는 푸욱~ 소파에 누우면서 나에게 다리를 돌리면서 입을 연다.
 
하아, 고민되네.
 
 
"너, 얼마 전까지는 전혀 여기에 들르지 않았던 주제에……"
 
 
나는 저도 모르게 머리에 손을 댄다.
 
정말이지, 어쩔 심산인거니.
 
 
"자자, 유키농. 없는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잖아!"
 
"유이가하마, 너무 무른 생각이야"
 
"그 정도가 딱 좋겠지"
 
"너는 닥치고 있으렴"
 
 
 
깊게 의자에 묻혀있던 그는 곰실곰실 일어나고는 거실에서 이어지는 테라스로 향했다.
 
 
""……?""
 
 
툭,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하아, 이대로 일하고 싶지 않아"
 
"쓰레기네"
 
"쓰레기구나"
 
"……농담이거든? 그렇게 남의 마음을 꿰뚫는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요?"
 
 
 
.

……
………
…………
 
 
 
 
가벼운 점심을 먹은 후, 유이가하마는 잽싸게 방 청소를 한다.
 
파닥파닥 슬리퍼를 바쁘게 바닥에 울리면서 그녀는 우로좌로 물건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여전히 요령이 나쁜 녀석이군"
 
"……유이가하마, 천천히 앉아줄래? 천천히, 응?"
 
"너, 너무해 둘 다!!"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흔들며 화내는 동작은 어딘가 그립다.
 
 
"그보다, 왜 청소를 하고 있던거야?"
 
"헤? 아스낫치가 오니까 그런건데?"
 
"어이어이, 그 녀석은 공략도 하지 않고 여자모임을 하는거냐? 태평한 녀석이구만. ……? 억, 우오!?"
 
 
꽈당, 히키가야가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쓰러진다.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등받이를 넘어뜨려진 것이다.
 
 
"너! 한! 테! 듣고 싶지 않아!!"
 
"오-! 아스낫치 빨리 왔네!"
 
"아스나, 수고했어. 지금 차를 준비할게"
 
 
나는 부엌에 가서 그녀를 위해 구입해둔 전용 컵에 차를 붓는다.
 
 
유이가하마의 컵은 강아지.
 
아스나의 컵에는 토끼.
 
내 컵은 아기 고양이.
 
 
……내 컵이 제일 귀여운 모양이다.
 
 
내가 세 찻잔을 쟁반에 올려 갖고오니 히키가야는 어슬렁어슬렁 의자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 유키농 고마워"
 
"유키농의 차 왔어-!!"
 
"……내건?"
 
"이 세계에 종이컵은 없어"
 
"종이컵 말고도 괜찮지 않습니까?"
 
 
그가 원망스럽다는듯이 나를 노려보니, 유이가하마가 대신에 부엌에서 그의 컵을 준비해왔다.
 
 
푸르고 흰색으로 꾸며진 컵.
 
 
"헤헤헤, 자! 힛키의 컵이야!"
 
"하? 내거?"
 
"응! 나랑 유키농이 골랐어!"
 
"아, 아아, 그런가. ……그, 그런가"
 
"유키농이 말야, 얼마전에 준 인형의 사례를 하고 싶다고 말해서…"
 
"유, 유이가하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망언만 하지 말아주겠니?"
 
"너, 너무해!"
 
"……뭐, 사례라고 한다면 받아둘게. ……땡큐…"
 
 
따, 딱히 사례라거나 그런 부류의 그건 아니거든?
 
정말이지, 그, 그의 착각도 유분수지.
 
하아, 고민돼.
 
일단 머리에 손을 대볼까.
 
봐, 이걸로 언제나 고민하는 나.
 
냉정냉정…….
 
 
"유, 유키농? 왜 자신의 뺨을 만지는거야?"
 
"……"
 
"……아, 아하하-. 충치이…는 아니겠지. 아, 아하하하-"
 
"………"
 
유우키……, 무시무시한 아이.
 
 
 
 
 
 
 
✳︎
 
 
 
 
 
 
 
 
"그러고보니 히키가야가 여기에 있는건 보기 드무네"
 
 
다 마신 컵을 테이블에 두고 아스나는 한숨 쉬듯이 어떤 화제를 꺼냈다.
 
 
"그게 말야-, 최근에는 거의 매일같이 돌아와-!"
 
"어? 그래?"
 
"유이가하마, 열이라도 있는거냐? 아까부터 망언밖에 안 하잖냐"
 
"아까부터 둘 다 너무하거든!?"
 
"……왠지, 요즘 네 행동은 수상쩍어-"
 
"……. 사적인걸 캐려고 하지마"
 
"남에게 첩보원을 붙였던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데"
 
 
응? 뭔가 흘려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한것 같은데….
 
 
"아스나. 그 얘기를 자세하게 들려주겠니?"
 
"어이, 유키노시타. 저질얘기다?"
 
"저질가야? 입다물어주겠니?"
 
"……어머머. 제정신이 아닌가봐"
 
 
 
그 후에 아스나에게 들은 기행의 숫자에 나는 기막혀하면서도 '그 다움'에서 조금 일탈하고 있는것도 신경에 쓰인다.
 
 
……아스나가 걱정인건 알겠다, 알겠지만…….
 
 
"……네가 생각하는거, 언제나 전혀 모르겠어"
 
"……"
 
"……유키농, 그건 무슨 의미야…?"
 
"……, 그 우수한 첩보원, 정말로 아스나의 행동을 관리하는것만이 일이야?"
 
 
그니까 최전선에서 계속 싸우는 아스나를 신경쓰는건 물론 본심이겠지.
 
하지만 첩보원의 존재.
 
그건 그의 방식치고는 효율적이지 않은 듯한데…….
 
 
"최강 길드에 소속하는 아스나보다도 우리들의 동향을 확인하는 편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면, 우리도 그 첩보원에게 감시받고 있는거니?"
 
 
"……유키노시타, 너무 착각하지마"
 
 
"……모르겠어. 내가 모를때는 반드시, 너는 자신을……"
 
 
상처입히니까.
 
 
그늘에서 자신을 희생하니까.
 
 
이 세계에 오고나서 힘을 얻었는데, 네 행동원리는 늘 남을 위해서니까.
 
 
나나 유이가하마는 그런 너를 걱정해버려.
 
 
"조금 더, 우리에게도 '너'를 가르쳐주겠니?"
 
 
 
 
.

……
………
…………
 
 
 
'너'를 가르쳐주겠니――――
 
 
그 말에 나는 속에서 뭔가 망가진것처럼 마음이 무르게 무너질것 같다.
 
 
이 세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녀석들 만큼은…….
 
 
보스나 공략조를 앞뒀을때의 자신은 마치 거울에 비친 또 하나의 내가 올라탄것처럼.
 
나는 마모될 정도로 피로해진 마음이 진짜 나에게 거짓말을 계속한다.
 
 
 
'내가 지켜줘야해'
 
 
그것도 겨우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 개월전, 이대로 전력으로 싸워서 100층을 모두 클리어하는데는 너무 절망적이라고 느낀 나는, 한 가지 가설에 매달린 것이었다.
 
 
플레이어 중에 있을
 
카야바 아키히코를 발견해서
 
죽인다.
 
 
그러기 위한 무기도 손에 넣었다.
 
그러기 위한 스킬도 몸에 익혔다.
 
그러기 위한 각오도 굳혔다.
 
 
 
최전선에 참가하는 길드에는 나를 숭배하는 래핑 코핀의 멤버를 잠입시켰다.
 
한없는 가능성을 하나씩 없애어, 도달한 한 명의 플레이어.
 
 
 
이 데스 게임을 끝내기 위해, 나는 '그 플레이어'를 죽인다.
 
 
그때, 나는 이 녀석들의 앞에서 사라지게 되겠지.
 
 
그 전에,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이 따뜻하고 행복한 공간에 잠기게 해줘.
 
 
가능하다면, 마지막까지 평소처럼……, 봉사부 부실에서 보냈을때와 똑같이…….
 
 
"……읏"
 
 
"히키가야, 너는 또……"
 
 
아아, 또 너희와 약속을 깨버릴것 같아.
 
 
 
 
 
내가 얻은 유니크 스킬 '암흑검'은 자신의 HP와 대상자의 HP를 싱크로 시킨다.
 
 
절벽이든 신성검이든 모르지만,
 
 
내 HP가 0이 되면
 
 
'히스클리프'의 HP도 0으로 만들 수 있다.
 
 
나는 나를 희생해서더라도…….
 
 
너희들을 지키겠다고 결심했어.
 
 
 
 
 
"너는 또, 자신을 상처입힐거지?"
 
 
 
 
 
 
 
 

:
BLOG main image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fpvmsk) by 모래마녀

공지사항

카테고리

모래마녀의 번역관 (1998)
내청춘 (1613)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365)
추천 종합본 (2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
05-10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