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어둠과 구름
 
 
 
 
굉음이 울리는 보스룸 앞에서 그는 산책이라고 하면서 우리들의 옆을 지나간다.
 
로브 장비를 벗고 전모가 드러난 모습을 보고 키리토네도 그를 겨우 깨달은 모양이었다.
 
 
"뭣!? PoH!! 어째서 여기에……!?"
 
"……산책이라고"
 
"거, 거짓말 마!"
 
 
성가시다는 듯이 히키가야는 키리토의 어깨를 밀쳐낸다.
 
작게 숨을 내쉬고, 그는 보스룸 안으로 눈짓을 하고 오른손에 대거를 장비시켰다.
 
 
"너, 너!! 안에 들어갈 생각이야!?"
 
"…음. 뭐, 바보들에겐 좋은 약이 됐겠지. 이걸 기회로 무모한 공략은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지"
 
"……읏"
 
 
대거를 나른하다는 듯이 들면서 히키가야는 나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린다.
 
 
"우수한 첩보원에게 감사해"
 
 
"?"
 
 
뭐를…….
 
내가 당혹에 몸을 굳히고 있으니 히키가야는 키리토와 클라인에게 한 두마디 지시를 내리고 조용히 어깨 힘울 뺐다.
 
 
"하아. ……저 바보들을 빨리 구출해주라고?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는 뛰어간다.
 
빛나기 시작한 대거로부터 뿜어지는 연격이 푸른 악마의 등을 쳤다.
 
갑작스런 공격에 악마는 몸을 비틀며 공격의 주체를 찾기 위해 몸을 반전시킨다.
 
 
"……읏! 지, 지금이야! 키리토와 나는 부상자를 구출! 클라인 씨네는 유도를 부탁합니다!"
 
 
 
 
✳︎
 
 
 
 
수십분 후, 마지막 1명을 어깨에 맨 키리토가 악마의 시야밖으로 방을 나간다.
 
보스룸에서 크리스탈 사용이 불가능한것, 군의 파티 멤버가 예상보다도 많았다는것에 다소 고생을 했지만 보스는 한 번도 이쪽에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이 녀석으로 마지막이야! 클라인!!"
 
"어! 빨리 방 밖으로 나가!!"
 
 
문으로 밖에 나가니 군 파티는 각각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생사길을 오간 공포에서인지 몸을 떨고 있다.
 
 
"얼른 히키……, PoH를 구해야해!!"
 
"자, 잠깐 아스나! 대책도 없이 들어간들 PoH의 손발을 묶게될 뿐이라고!?"
 
 
황급히 뛰어들어가려던 나를 제지하듯이 키리토가 어깨넓이로 다리 벌려 가는 길을 가로 막는다.
 
군의 간호를 하고 있던 클라인 씨도 분하다는 듯이 보스룸을 밖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진입과 동시에 보스룸에서는 지금까지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소리가 날아간다.
 
 
마치 히키가야와 자신의 싸움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히, 히키가야――!!!"
 
 
 
"……왜?"
 
 
 
 

 
읍!?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썩은 눈.
 
그런가, 나는 환상을 보고 있구나.
 
이 썩은 눈의 플레이어……
 
있어…….
 
 
"그, 그 썩은 눈은……, 히키가야!?"
 
"엥, 그 매도 킬러패스는 역시 받아낼 수 없다고?"
 
"어, 어느틈에? 어!? 어라!?"
 
"마지막 녀석이 방에서 나간걸 확인후, 보스의 틈을 찔러서 도망쳤다"
 
 
보스방에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분노를 펼치면서 뭔가를 찾는 악마만이 남겨져 있었다.
 
천천히, 히키가야는 보스룸 문을 밀어 닫는다.
 
 
끼익…….
 
 
갑작스럽겍 찾아온 정적에 나도 키리토도 클라인씨 네도, 군의 사람들마저도 마치 유령을 보고 있는것처럼 히키가야의 뒤를 쫓았다.
 
 
"자, 그 녀석들의 설교는 너네가 해줘"
 
 
그는 로브를 다시 두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떠나려고 한다.
 
그 뒷모습은 옅어져 퍼져가는 아지랑이처럼, 하늘하늘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읏!"
 
 
나는 아지랑이가 사라질때를 기다리지 않고 달려갔다.
 
분노에 몸을 맡겨.
 
감정에 저항하지 않고.
 
 
나는 있는대로 오른다리를 크게 차올렸다.
 
 
"읏! 세에잇!!"
 
"누악!?!?"
 
 
아지랑이의 등은 훌륭하게 날아가.
 
어라, 실체가 있었구나.
 
 
"흥! 폼잡기만 하고!! 로브를 펄럭…거릴때 우쭐대는 얼굴도 짜증나!!"
 
"너, 너 말야……"
 
 
지면에 손을 대면서 등을 문지르는 그는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하게 해줘!"
 
"고맙다고 하기 전에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

 

"맨날맨날! 입다물고 있으면 안 전해진다고!?"
 
"……숙년부부냐고…"
 
 
기막히다는 듯이 그는 일어서고 로브에 묻은 먼지를 펑펑 털어냈다.
 
뭔가의 의사표시인건지, 뿅 자라난 바보털이 붕붕 흔들리고 있다.
 
 
"……우수한 첩보원…. 그건 크라딜 씨지"
 
"……. 그렇다고 한다면?"
 
"나한테까지 입다물고 동료를 최전선 공략길드에 잠입시키다니"
 
"다물고 있던게 아니야. 묻지 않았으니까 말 안했던것 뿐이지"
 
"……또 뭐를 꾸미고 있는거야? ……내 감시역인건 아니지?"
 
 
히키가야는 작게 웃으면서 내 말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려듣듯이, 로브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
 
 
"계략을 공개하면 의미가 없지"
 
 
퐁, 하고 머리에 손이 올려진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 뭐, 뭐야 그거!"
 
 
"뭘까. 그럼……"
 
 
그는 어느샌가 사용한 전이결정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옅게 빛나는 이펙트가 너무나도 불안하게 만든다.
 
 
믿음직스럽고 강한 그가, 어딘가 멀리 가버리는듯한 불안.
 
 
끝이 등에 다가오고 있다.
 
 
기쁠터인데, 기쁘지 않은 일도 일어난다.
 
 
어둡고 넓은 미궁 속에서 그런 예감이 머리를 스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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