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소동에 숨어
 
 
 
 
제 74층 보스전이 끝나, 한때의 환희에 감싸인 우리도 다음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출현했을때에는 얼굴에서 미소가 벗겨진다.
 
나를 포함해 20명이 참가한 혈맹 기사단, 슈미트 씨가 이끄는 성룡연합 디펜더 부대, 클라인 씨가 이끄는 풍림화산, 그리고 솔로 참가인 키리토, 모두 40명에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어떤 플레이어에 의해서 보스 공격 패턴은 이미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이번 공략은 별단리 고전을 겪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얼굴에는 약간의 그늘이 있는건 기분 탓일까.
 
 
"……아스나, 공략 수고했어"
 
"응, 키리토도"
 
"아아. ……자, 다음으로 가자"
 
"다음……, 75층이네"
 
"……쿼터 포인트야"
 
 
쿼터 포인트라는 울림에 모두의 얼굴이 더욱 긴장됐다.
 
25층, 50층의 공략을 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쿼터 포인트는 공략조에 있어서 큰 고비가 된다.
그건 지금까지의 경험상,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 좋아"
 
 
나는 꽈악 레이피어를 세게 움켜쥔다.
 
넘지 않으면 안 된다면, 넘어 주겠어.
 
여기서 멈춰서면 또 그 어두침침한 그에게 비웃음 당할테니까.
 
 
'너무 무리하지마'
 
 
그렇게 말하고, 그가 또 우리를 위해 무리를 할테니까.
 
 
첫 계단에 발을 올린다.
 
신기하게도 그의 비뚤어진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솟아오른다.
 
자아, 가자.
 
 
"다음은 75층입니다. 넘어가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

……
………
…………
 
 
 
― 혈맹 기사단 길드 본부 ―
 
75층 활성화를 마치고 이후 공략방침 결정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제 55층 글랜덤에 돌아오니 아무래도 본부 앞에서 대거의 사람들이 뿜는 열기와 그 사람들로부터 뿜해지는 환성 소리가 들려온다.
 
인파는 하나의 공간을 두고 원처럼 벌어져있다.
 
 
잠깐잠깐, 최강 길드 본부 앞에서 뭘 소란피우고 있는거야.
 
아무래도 사태의 수습을 하러 간 혈맹 기사단 길드 멤버도 그 소란의 요인인 모양이다.
 
 
"뭐여 느그들! 말단의 시다바리에겐 용건은 없으여! 단장 나오라카이!!"
 
 
삐죽머리에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거슬리는 소리.
단원을 멱살쥐려는듯 몸을 앞으로 내미는 그는 낯이 있다.
 
나는 소란을 둘러싸는 원을 뛰어넘어, 다투는 그들의 중개에 들어갔다.
 
 
"진정해주세요. ……키바오우 씨, 군의 사람이 저희에게 무슨 용건이에요?"
 
"나왔군, 섬광햄. 겨우 얘길 알것 같은 녀석이 나와서 다행이여"
 
 
누가 섬광햄이야.
 
키바오우는 히죽 웃고는 주위에 대기하고 있떤 단원들을 노려본다.
 
 
"댁들 말여, 보스전에선 대활약을 했다안카나"
 
"덕분에요"
 
"안타깝게도, 이번에 우리들은 공략에는 참가 못했으. ……왠지 알겠나?"
 
"……글쎄요"
 
"군의 정례가 겁쟁일리 없잖으"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건 그쪽의 사정이지요?"
 
"우리는 해방군이여! 모든 플레이어를 해방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것이여!"
 
 
……하아.
또 그건가.
 
 
"군이 선발한 제 74층의 탐색대는 속은거여!!"
 
"……하?"
 
"그 살인 플레이어, PoH한테 속아서 죽을뻔한겨!!"
 
 
키바오우의 말은 주변에 울려퍼졌다.
 
왁자지껄 소란피우고 있던 소동이 어느샌가 웅성웅성 살기를 낸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악의로 가득찬 그의 말은 주변에 있던 일반 플레이어에게도 공명하듯이 퍼졌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입 다물어"
 
"우리가 여기에 온건 PoH의 토벌대 결성에 대해서 진언하기 위해서여!!"
 
"…닥쳐"
 
"그 자식을 죽이는걸로 죽어간 동료들에게 하다못한 구원을 못할까!!"
 
 
"닥치라고 했잖아!!"
 
 
뚝 끊기듯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겼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검을 뽑지 않았던건 이성이라기보다도 그가 지금까지 지켜준걸 부수고 싶지 않았으니까.
 
 
"……읏! 뭐, 뭐여! 그 자식의 편을 들겠다는 소린가!?"
 
"키바오우 씨. 저희 혈맹 기사단은 어떠한 이유가 있든 플레이어 토벌에 힘을 빌려주는 일은 없습니다"
 
"~~읏!!"
 
"그리고 당신이 만약, 정말로 플레이어 토벌을 한다고 하면, 저는……"
 
 
주위가 정적을 늘린듯이, 모든 플레이어는 군침을 삼키고 그 자리에 서 있는다.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요"
 
 
 
 

 
 
 
 
 
후우, 크게 숨을 내쉰다.
 
싫다, 방 안에까지 답답한 분위기가 충만해버려….
 
부단장 공무실에 있는 잘나보이는 의자에 덜커덕 앉고 빙글빙글 그 자리에서 돌아보인다.
 
 
아-, 지쳤다.
 
공략만이라면 모를까, 저러한 시답잖은 옥신각신에까지 말려들면 피로도 배로 늘어나.
 
 
아, 회의 가야해…….
 
 
무거운 허리를 들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저 의자 등받이에 빨려들어간다.
 
 
귀찮네에, 회의……, 귀찮아.
 
 
이 방에 모여주지 않으려나아.
 
 
가는거 귀찮고오…….
 
 
똑똑
 
하며, 답지도 않게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누군가로 인해 문이 노크된다.
 
 
"아, 네! 들어오세요-"
 
"안녕한가, 아스나군. 실례할게"
 
"헤? 에? 다, 단장!? 아, 죄죄죄송합니다! 지금 회의에 가려고 생각했어요!"
 
"후후. 회의라면 각부 부장에게 맡겼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네. 여기에 온건 다름아니라 조금 비밀 얘기가 있어서 말이지"
 
"비밀?"
 
"아아. ……들어오게나"
 
 
단장은 나의 공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뒤에서 또 한 명의 플레이어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헤에, 좋은 방을 받았군"
 
"히, 히킷……, PoH!?"
 
"부단장이 되면 이런 방에서 일할수 있는거야?"
 
"조, 좀!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소파도 푹신푹신하구만"
 
"얘기가 안 맞물리네!?"
 
 
와아와아
 
왁자지껄
 
 
 
.

……
…………
 
 
테이블을 둘러싸고 만든 4인석 간이 회의장에서 나와 단장, 그리고 히키가야가 대면해서 앉는다.
 
 
"그럼 PoH군. 자네의 말대로 이러한 자리를 만들었네만"
 
"그럼 바로 말하겠지만, 히스클리프 씨, 75층 공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흠. 지금 다른 회의실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네만……"
 
"희망적 관측을 빼고 말하자고. 댁은 75층 공략을, ……보스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데"
 
 
얘, 얘기에 들어갈 틈이 없어.
 
혹시, 비밀로 얘기하고 싶기 때문에 내 공무실로 온건가?
 
 
"……. 지금까지 대로는 안 될지도 모르지"
 
"같은 의견이다"
 
"자, 잠깐만! 그건 사망자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리야!?"
 
"……이번만큼은 댁도 보스전에 참가할거지?"
 
"그럴 생각이지. 75층은 마지막 고비가 될것 같으니까"
 
 
단장의 참가는 무척이나 든든하다.
철벽이라고까지 듣는 단장의 신성검은 아마 SAO내에서 최강의 디펜스 능력을 갖고 있다.
 
 
"그, 그거라면…"
 
"그래도 사망자 0명으로 돌파하는건 어렵겠지"
 
 
내 희망은 히키가야의 무정한 말로 인해 가로막혔다.
 
 
"그러니까, ……나도 참가해주지"
 
 
"헤?"
 
 
히키가야가 어이없게 말한다.
역시 단장도 그 말에는 놀란 모양이다.
 
 
"호오. ……여전히 속을 읽을 수 없군. 자네는"
 
"댁에게 듣고 싶진 않아"
 
"후후. 자네가 있으면 사망자는 나오지 않고 끝나는건가?"
 
"선언은 할 수 없지"
 
"재미있군……"
 
 
히키가야는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마치 단장을 노려보듯이.
 
그리고 단장도 평소 이상으로 냉정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들였다.
 
 
이, 이 두 사람, 둘 다 친구 없어보이네에…….
 
 
"그럼 얘기는 그것 뿐이니까. 돌아갈래"
 
"도, 돌아간다니, 누구한테 들키면 어떡할건데!? ……그보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거야?"
 
"너랑 성게머리가 말다툼했으니까 눈에 띄지 않고 침입할 수 있었어. 보안 제대로 하고 있어?"
 
 
그, 그때인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그의 시나리오인건지, 그런건 그 말고는 모른다.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면, 그는 스르륵 도망가버리니까.
 
 
공무실을 나가려고 하는 히키가야의 등에, 나는 퉁명스러운 말을 한다.
 
 
"……보스룸에 들어가면 도망 치지 못할거아"
 
"……음. 그때는 댁이 지켜주겠지"
 
"후후. 두 사람은 감싸줄 수 없어. ……그리고…"
 
 
 
""?""
 
 
 
"'댁'이라고는 그만 부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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