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환희의 소용돌이는 끝을 알린다 - last3 -
 
 
 
 
어둡고 어두운 터널을 그저 걷는다.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여기에는 어둠이 펼쳐져있을 뿐이라, 우리는 발밑마저 분명치 않은 길을 계속 걸어왔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작은 빛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해도 그 빛은 빛나는 나로부터 도망치듯이.
 
 
뛰려고 해도 높은 벽이 점차 가로막듯이.
 
 
……왜 내가 이런 처우에.
 
 
그렇게 생각하는것 만으로 가슴을 무겁고 강한 힘이 옭아맨다.
 
다리를 멈추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버린다.
 
 
 
'……남은건 내가 어떻게든 해둘게'
 
 
그렇게 말하고 손을 뻗어주는건 언제나 그였다.
 
흔들리는 그림자는 어딘가 신기루 같다.
 
늘 갑자기 나타나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높은 벽을 뛰어넘어간다.
 
따뜻한 손이, 나를 안심시켜주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언제나 거기에 있어주는 안심감은, 살며시 나를 감싼다.
 
 
그가 있으니까.
 
 
나도 그를 위해.
 
 
힘낼 수 있다.
 
 
…….
 
 
그러니까―――
 
 
그가 사라진다고는
 
 
나는 생각한 적도 없었다.
 
 
 
 
 

 
 
 
 
.
.

……
…………
 
 
있잖아, 유우키…….
 
 
만약…, 만약이지만, 내가 죽어도 이 망할 게임을 끝낼 수가 없었다면…….
 
 
그 녀석들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를…….
 
 
지켜주겠어?
 
 
움직이지 않는 몸에서 힘이 빠져간다.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만해, 그만해…….
 
 
넓은 공간에서 단장과 마주선 그의 뒷모습에서 들려온 말은 마치 작별의 인사같다.
 
 
내내, 함께 있어준다고 약속했잖아.
 
 
그런 기만으로 가득찬 거짓말을 남기고, 너는 죽겠다는거야?
 
 
평소처럼 얄궂은 미소를 이쪽에 지어줘.
 
 
농담을 해서 나를 안심시켜줘.
 
 
조용히 뿜어진 그의 소드 스킬이 검을 빛으로 감싸간다.
 
작게 휘둘러 올려진 오른손이 매끄럽게, 그리고 바로……,
 
 
"……미안. 약속, 못 지킬것 같아"
 
 
 
그 자신의 몸을 검이 꿰뚫었다.
 
 
 
 
 
……………
……

.
.
.
 
 
 
 

 
 
 
 
 
【환희의 소용돌이는 끝을 알린다】
 
 
―― 75층 보스전 8시간 전 ――
 
 
전날 단장과 히키가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보스전에 임하는 선발 멤버 리스트를 확인했다.
 
라고해도 평소 보스 공략 멤버에 히키가야와 단장을 더한것 뿐이지만, 그 멤버에는 확실한 안심이 존재한다.
 
 
직전 회의를 마치고 보스전까지 남은 시간에 22층에라도 얼굴을 내밀까 생각하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시간을 죽이고 있던 키리토와 클라인 씨, 그리고 에길 씨가 나에게 다가왔다.
 
 
"여, 아스나. 이번에는 히스클리프도 참가하는거지"
 
"응. 역시 쿼터 포인트니까"
 
"끄아-! 역시 쿼터 포인트가 되면 긴장감이 다르다고!"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데"
 
"뭐시라-! 에길! 네 자식이야말로 떨고 있는거 아냐!?"
 
 
평소처럼 야유해대는 클라인 씨와 에길 씨도 약간 얼굴이 경직된것 같다.
 
 
"히스클리프가 벽에 들어가는건 든든하지. 남은건 우리가 얼마나 빨리 깎는지다"
 
"후후. 열심히 해야지!"
 
"음? 되게 기분이 좋군"
 
"그, 그래?"
 
 
내 얼굴을 보자마자 수상쩍게 쳐다보는 키리토에 따라 클라인 씨나 에길 씨까지 이상하다는 얼굴을 쳐다봤다.
 
 
"아스나 양? 뭔가 히든 스킬이라도 출현했습니까?"
 
"헤? 왜?"
 
"음-, 아니-. 지금부터 쿼터 포인트 보스전인데 자신이 있어 보였으니까"
 
"어이, 클라인. 스킬 탐색은 매너 위반이야. ……, 하지만 확실히 상태가 이상한것 같은데"
 
"크, 클라인 씨, 에길 씨. 다 큰 어른이 둘이서 그렇게 위압하지 말아주세요"
 
 
미안미안, 하면서 머리에 손을 대면서 나에게 떨어지는 둘을 뒷전으로 키리토는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뭐, 키리토네라면 말해도 괜찮나"
 
"""?"""
 
"실은말야, 이번 공략에는 PoH도 참가 예정이야"
 
"""뭐, 뭐라!?"""
 
"보스전까지는 수틀리지 않도록 이름은 엎어두고 있지만 말야"
 
 
공략 작전 회의에 히키가야는 물론 참가하지 않았다.
 
공략조에는 그를 좋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빼꼼 고개를 내밀어도 회의를 할 상황이 아니게 되겠지.
 
일단 보스전도 후드를 뒤집어쓰고 참가하게 될테지만.
 
 
그후에 키리토에게 히키가야가 참가에 이르게 된 경위를 질문 받으면서도 나도 그의 행동이나 생각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만, 그건 그밖에 모르는 일이니까.
 
 
"그럼 집합 시간에 또 봐"
 
"아아, 또 봐"
 
 
키리토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나는 전이문을 향해 뛰어간다.
 
두 사람이 있는 22층으로 가기 위해.
따뜻한 홍차를 마시면서, 맛있는 과자를 먹으러.
 
 
 
 
―― 75층 보스전 6시간 전 ――
 
 
 
"다녀왔어-"
 
"아, 아스낫치! 어서와-!!"
 
 
목조의 귀여운 문을 여니 평소처럼 유이가 기운 차게 맞이해준다.
 
입 주위에 쿠키 부스러기가 묻어있어…….
 
 
"유이, 입 주위에 쿠키가 묻어있어"
 
"어!? 아, 정말이다! 맛있어! 달아!"
 
 
할짝할짝 열심히 혀를 뻗으면서 유이는 행복해보이게 손을 흔들었다.
 
유이를 보고 있으면 기운이 솟네에.
 
 
"유키노옹! 아스낫치 왔어-!"
 
"그래, 들었어. 마침 쿠키를 다 구운 참이야. 앉아줘"
 
 
에이프런 차림의 유키농이 부엌에서 갓 구운 쿠키를 갖고와준다.
 
꽃잎같은 네 꽃잎이 달린 황금색 쿠키는 접시에 빼곡하게 올려졌다.
 
 
"와아-, 맛있어보여! ……유이는 집어 먹은거야?"
 
"마, 맛보기야!"
 
"먹는게 유이가하마의 일인걸"
 
"맞아맞아! 내 일은 먹는거니까!"
 
"인정하는구나……"
 
 
소파에 앉으면서 쿠키를 먹는다.
홍차 컵은 강아지와 새끼고양이와 토끼가 사이 좋게 모인것 같다.
 
 
"히키가야는 안 왔어?"
 
"으, 음…, 아하하-, 힛키는 기분파니까-"
 
"변덕쟁이야. ……고양이 같아"
 
"아스나. 그건 전묘류에게 실례란다?"
 
"저, 전묘류……"
 
 
째릿, 유키농이 노려보길래 나는 쓴웃음을 지을수밖에 없다.
 
고양이 얘기가 되면 무서워지지이.
 
 
"그런것보다 말야! 아스낫치 오늘은 이대로 자고 갈거야?"
 
"그런것? 유이가하마, 지금 그런것이라고 했어?"
 
"음-, 자고 가고 싶긴 하지만, 오늘밤은 보스전이 있어"
 
"보, 보스전!?"
 
"유이가하마, 그런것이라고……, 보스전?"
 
 
두 사람은 갑자기 불안한 얼굴을 지어버린다.
 
정말로 다정하네에.
 
 
"괘,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지금은 분명히 75층이지? 쿼터 포인트라고 일컫는 층이 아니니"
 
"응, 강적일지도. ……하지만, 이번에는 단장도 있고, 거기다, 히키가야도 있으니까……, 아"
 
 
내 말을 듣자마자 유키농은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말해선 안 됐던걸지도 모른다.
 
 
"……읏. …하아, 갑자기 일어나버려서 미안해. …정말이지, 걱정할 일이 늘어버렸어"
 
"하, 하지만 말야! 힛키는 엄청 세지!? 거기다, 아스낫치네 단장도 세다고 들었구…"
 
"응. 솔직히 히키가야와 단장의 참가는 공략조에게 있어선 굉장히 듬직해"
 
 
유이가 나와 유키농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두리번두리번 얼굴을 쳐다본다.
 
그래도 유키농은 팔짱을 끼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유, 유키농?"
 
"……그는 스스로 보스전에 참가를 지원한거니"
 
"어? 으, 응. 일부러 혈맹 기사단의 길드 본부까지 와서……"
 
"……그래. 굉장히 행동적이구나. 여기서의 그는"
 
 
그녀는 살짝 소파에 앉는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표정으로.
 
갑자기 그녀는 홍차에 떨구고 있던 시선을 나에게 향한다.
 
굳게, 나의 마음을 꿰뚫듯이.
 
 
 
 
"아스나.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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