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추위타는 검사
 
 
 
제 48층 주거구역 린더스
 
 
녹색이 풍요로운 고원과 낮은 산에 세워진 물레방아가 붙은 이 물건에서 리즈벳 무기점의 점장인 나는 오늘도 철을 때린다.
 
붉게 물드는 철을 몇 번이나 치고 이펙트와 함께 형성되는 것이다.
 
 
자, 오늘 상태도 좋다.
 
 
가게 뒤에 있는 공방에 내점을 알리는 방울소리가 들려온다.
 
본업은 대장장이지만 접객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
 
나는 다 쳐낸 무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좋아……. 어서오세요! 리즈벳 무기점에!!"
 
 
기운 차게 공방과 가게안을 이어주는 문을 여니 거기에는 한 명의 남성이 놀란듯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레이 슬랙스에 하얀 셔츠, 마치 학교 교복같은 의상에 얼굴을 반쯤 감추는 머플러가 특징적이다.
 
 
"……음. 무기 오더 메이드를 부탁하고 싶은데"
 
"하, 하아"
 
 
어딘가 수상한 분위기를 내는 남성은 나와 눈을 마주치는 일 없이 퉁명스럽게 말한다.
 
 
"……. 부탁하고 싶은데"
 
"어? 아, 네. 그럼 무기 종류나 희망은?"
 
"흠. ……멋진걸로 부탁해"
 
"헤?"
 
"에?"
 
 
잘못 들은걸까?
 
멋진거…….
 
오더 메이드는 작업적으로도 실질적 비용상으로도 기존의 무기보다도 몇 배의 가격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콜의 고액 보유자밖에 오더 메이드는 주문하지 않는다.
 
콜의 고액 보유자, 요컨대 최전선에서 싸울만한 공략조를 가리키는건데…….
 
 
"쩌, 저기. 멋진거라는건……"
 
"아아, 왠지 검붉은색으로, 되게 악당이 들만한것 같은거 말이지"
 
"……. 패러미터는 어떻게 되나요?"
 
"뭐든 좋아. 패러미터에 고집하지 않으니까. 아아, 굳이 말하자면 은폐계에 적합하는걸로"
 
 
……글렀다, 이 녀석.
 
흥미 본위로 오더 메이드를 주문하려고 하다니, 장비를 악세사리나 뭔가로 착각하고 있는거겠지.
 
이런 손님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플레이어가 가격을 듣고 창백해진다.
 
좋아, 이 썩은 눈을 가진 플레이어도 놀래켜줄까….
 
 
"알겠습니다! 그럼 오더 메이드는 선금제가 되므로, 300만콜을 입금 부탁합니다!"
 
"음. 여기"
 
"에엑!?"
 
"하?"
 

 
여기, 라고 말하면서 내 눈 앞에는 300만 콜이 제시된다.
 
300만 콜은, 이런 건물보다도 비싼 가격일텐데…….
 
 
"좀, 당신! 왜 그렇게나 큰 돈을 갖고 있는거야!?
 
"엥, 왜라니……"
 
"공략조조차도 보통은 지불 못할 금액이라고!? 다, 당신……, 설마!!"
 
"……정서 불안정한 녀석이군"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지!?"
 
"!?"
 
"……라는건. 농담농담! 뭐, 돈을 갖고있다면 소중한 손님이니까, 당신의 희망에 따라서 무기를 만들도록 할게"
 
"……어, 어어"
 
 
 
 
 
그 후에 나는 가게안의 카운터에서 그의 희망 상세한 내용을 다시 물었지만 외견 무장 말고 성능 희망은 특별히 없는걸로.
 
어쩔 수 없이 현재 장비하고 있는 단검의 성능에 가까운걸 제작하기 위해서 그의 단검을 받는다.
 
 
"호? 본 적이 없어……. 루에퓌유? ……앗, 뭐야 이 패러미터!?"
 
"주웠어"
 
"거짓말 마!! ……다, 당신, 이걸 넘는 단검을 만들라는 거야?"
 
"어. 부탁해"
 
"간단하게 말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기존의 금속으로는 여기에 맞는 단검을 제작할 수 있을것 같지 않다.
 
……그렇게 되면 현재 최전선인 55층, 서쪽 산에서 발견된다고 하는 귀중한 금속이 필요해지는데…….
 
 
"……한번 맡은 일은 거절하지 않는게 리즈벳 무기점의 신조야. 우선 55층으로 가서 금속을 입수할 필요가 있어"
 
"……네가 갈거야?"
 
"당연하지. 자신이 치는 금속을 얻지 못해선 대장장이는 이름댈 수 없어"
 
"그 마음가짐은 사주지. 하지만 그 금속의 입수는 내가 간다"
 
"흥! 뭘 폼잡는거야! 너처럼 약해보이는 플레이어……"
 
 
약해보이는 플레이어에게 맡길 수 있을리 없잖아,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적어도 방금전의 무기는 일급품, 그걸 갖고 있다는건…….
 
 
"당신, ……혹시 공략조야?"
 
"….…정확하게는 아니군"
 
"아니냐고!!
 
 
뭘까, 아까부터 멀리 엇갈리는 감각.
 
뭐, 외모의 수상함과 비교해서 근본은 솔직해보인다.
 
 
"하아, 그럼 금속을 얻으러 가자. 당신, 이름은?"
 
 
"……. 내 이름은……"
 
 
 
 
 
 
 
――――――
 
 
 
 
 
 
제 55층 서쪽 산
 
 
 
일면의 하얗게 덮인 은색의 세계는 몸에 불어오는듯이 눈이 가로로 부딪친다.
 
 
"햐-, 추워-!"
 
"……우으, 확실히"
 
"…아니, 당신! 뭘 그렇게 따뜻해보이는걸 둘러싸고 있는거야!!"
 
 
그는…, '키리토'는 따뜻해보이는 로브로 얼굴도 팔도 덮어서 감추고 있었다.
 
야, 그래놓고 몬스터랑 어떻게 싸울건데.
 
 
"좀! 그거 빌려줘!"
 
"너 바보냐. 하나 밖에 없으니까 미안"
 
"남자잖아! 빌려줘!!"
 
"바, 바보! 잡아당기지마! 이, 이거놔!"
 
 
햐-햐-햐-!!
와-와-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키리토에게 빌린 로브를 장비하고 설산을 걷는다.
 
 
"자아! 가자!"
 
"끄으응"
 
 
뒤를 따라오는 키리토는 양손으로 몸을 안으면서 하얀 숨을 내쉬었다.
 
음-.
 
왠지 이미지랑 다르네에.
 
키리토라고 하면 '검은 기사'.
 
최전선에서 솔로 공략에 힘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 소문은 달랐던 모양이라, 그는 공략조는 아니라고 한다.
 
…….
 
 
 
 
"이봐-, 리즈벳 무기점의 점장씨-"
 
"리즈로 부르면 된다고 했잖아!"
 
 
느릿느릿 늘어진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조금도 없다.
 
조금은 경계해!
라고 말하기 위해 뒤를 돌아본 순간.
 
 
키리토는 대거를 한 손에 들고 큰 드래곤과 대치하고 있었다.
 
 
"어? ……어어!?"
 
 
물색으로 빛나는 큰 드래곤은 입에서 흰 브래스를 뿜기 직전에서 자세잡고 있다.
 
 
"꺄―――!!??"
 
 
눈 앞에 닥쳐드는 브레스에 눈을 감으니, 어느샌가 내 몸에서 중력이 사라져 있었다.
 
 
어디까지나 펼쳐지는 하얀 산들과, 나를 올려다보는 드래곤.
 
아니, '우리'를 이다.
 
 
"……헤? 나, 날고 있어?"
 
"안 날아. 그저 떨어지는것 뿐이다. 폼잡아서 말이지"
 
 
버, 버즈라이트 이어-!!
 
……가 아니라 키리토가 내 배에 한쪽 손을 감으면서 드래곤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아니, 낙하하고 있었다.
 
 
"앗! 이대로 떨어지면 드래곤에게 먹히잖아!?"
 
"음. 내 몸을 붙잡아둬"
 
"하―!?"
 
 
키리토는 대거를 들고 드래곤을 향해 칼날을 향한다.
 
마치 하늘을 걷는것처럼, 그는 공중에서 자세를 고쳤다.
 
 
매끄럽고 선명한 움직임에,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버린다.
 
 
 
 
"……인피니트"
 
 
 
 
………
……

.
 
 
 
 
확산한 드래곤의 이펙트가 하늘에 퍼지자, 하나의 아이템이 지면에 떨어진다.
 
 
크리스탈라이트 인고트
 
 
"좋아. 이거지? 귀중한 금속이라는거"
 
"어, 아, 응……"
 
 
 
방금전의 검기가 뇌리에 새겨져있다.
 
시간이 멈춘듯한 흐르는 연격은 매끄럽게 드래곤의 머리부터 사지를 차례차례 파괴해갔다.
 
 
강함과 아니 거칠음은 틀림없이 아름답고 섬세한 강함.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하지만 그 거리는 환상이고, 게임 속에서 서 있는 위치의 차이를 강하게 느끼게 할 정도다.
 
 
 
 
 
 
"이봐-, 리즈벳 씨?"
 
"…읏! …리즈…"
 
"아?"
 
"리즈로 불러도 된다니까! 몇 번이나 부르게 하지마, 바보!"
 
 
"……어, 어어. 리, 리즈…씨"
 
 
 
그는 길게 펼쳐진 산맥에 눈을 향하면서 어째선지 수줍은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모습은 같은 세대의, 마치 같은 반에 있는 듯한 남자애를 연상케 한다.
 
 
 
"……칫, 리얼충이냐고. 자, 간다!"
 
"후후. 기다려-!"
 
 
 
 
……

.
.
 
 
 
 
린더스로 돌아와 재빠르게 공방에 틀어박힌다.
 
몇 초만에 만들어진 내 작품은 그의 희망을 만족시켰을까.
 
그런 약한 마음을 망치로 쳐서 없애며, 나는 인고트에 힘을 최대한 담아서 팔을 휘둘렀다.
 
 
3번 정도, 작은 소리를 낸 공방은 빛나는 이펙트에 감싸인다.
 
 
 
"……오오, 걸작이야…"
 
 
 
만들어진 단검을 내밀자 창문으로 비쳐든 달빛에 단검끝이 예리하게 반사했다.
 
 
"……예쁘군"
 
 
공방 문에 기대어 있던 그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 말은 단검에게 향해진거라고 깨닫는데 몇초 걸려버렸지만, 나는 착란하지 않고 만들어진 단검을 건냈다.
 
 
"……나에겐 너무 예쁠 정도야"
 
"후후. 확실히"
 
"거기는 부정해줬으면 싶은데"
 
"성능, 패러미터, 네가 갖고 있는 루에퓌유에도 지지 않을 값이야"
 
 
그 괴물급의 마검에도 지지 않아……, 랄까나.
 
 
"……그나저나 그 만큼의 단검을 갖고 있으면서 왜 또 한자루가 필요한거야?"
 
"음-. 이 녀석은 조금 '무거워'서"
 
"무거워? 네 근력치는 그렇게 낮아?"
 
 
그는 쓸쓸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만든 단검을 쳐다봤다.
 
무언가를 떠올리듯이.
 
 
"피를 너무 빨아버렸거든…"
 
 
"하?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무슨 말을 한걸까"
 
 
 
그는 어울리지도 않는 상냥한 웃음으로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은 소중하게 쓰도록 할게. 고마워. 리즈"
 
"……. 후후, 당연하지! 내가 정성담아 만들었으니까!"
 
 
 
공략에 도움이 되면……아니, 그의 도움이 된다면 나는 얼마든지 검을 칠거다.
 
분명, 상냥한 세계를 손에 넣어줄테니까.
 
그라면 우리를 게임 클리어로 이끌어준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
 
 
 
 
 
 
며칠후――
 
 
"리즈-, 있어-?"
 
"어라, 아스나잖아. 어쩐 일이야?"
 
"좀 일이 있어서. 자, 들어와"
 
 
예쁘게 뻗은 갈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면서 몇 없는 여자 친구인 아스나는 가게에 발을 들인다.
 
뒤에 숨은 검은 소년을 이끌듯이.
 
 
"이 사람에게 한손직검을 만들어줬으면 싶어. 이름은……"
 
 
"키리토야. 잘 부탁해"
 
 
"……하?"
 
 
키리토……?
어라? 너도 키리토라고 해?
 
재미있는 우연도 있다며, 조금 생각하면서 멍해져버린다.
 
 
"응? 리즈? 왜 그래?"
 
"아, 아니. 얼마전에도 '키리토' 라는 이름의 플레이어한테 무기를 만들어줬거든. 엄청난 우연이네"
 
"……어? 키리토, 여기에 온 적 있었어?"
 
"엥, 처음인데……. 그 '키리토'하고는 친구 등록했어?"
 
"안 했는데…"
 
"……그럼 가명일 가능성도 있지 않아? 키리토, 공략조 중에선 그런대로 유명인이니까"
 
 
검은 소년은 팔짱을 끼면서 생각에 잠긴다.
 
……응, 이쪽 키리토는 조금 지적이네.
 
 
"중층의 플레이어가 공략조의 이름을 대면서 무기를 협박해서 갈취하는 사건도 있었고……. 리즈, 무슨 짓 당하지 않았어!?"
 
"아-, 응. 그보다, 중층 플레이어라는 느낌이 아니었지만. ……55층의 드래곤을 솔로로 쓰러뜨려버렸고"
 
 
""!?""
 
 
아스나와 키리토(2호)는 놀란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아스나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으면서 얼굴을 이래도냐 싶을 정도로 가까이 가져온다.
 
 
"리, 리즈! 55층이라니, 지금 우리들이 공략중인 계층의 55층!?"
 
"하? 어? 으, 응. 그 빙설지대잖아?"
 
"그 드래곤은, 55층 이벤트 보스인 백룡이야?"
 
"서쪽 산에 있었는데……. 그 드래곤, 보스였어?"
 
"………"
 
 
미인에게 들이닥쳐진 남자의 기분은 이런걸까.
 
몰린 러그 래빗처럼 몸을 움츠린 나를 뒷전으로 키리토(2호)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 녀석에게 만든 무기의 종류는?"
 
"다, 단검이었는데…"
 
"얼굴 특징은?"
 
"어, 음…, 뭐 나쁘지 않지 않아? 조금 눈이 그거했지만…"
 
""……""
 
 
잠시 침묵후, 아스나는 내 어깨를 놓고 휘청휘청 뒷걸음질친다.
 
 
"……아, 아아, …진짜!! …그 사람은 또 위험한 짓을!!!"
 
"좀!? 아, 아스나!?"
 
"…리즈, 침착하고 들어.. 그 '키리토'는 키리토가 아니야"
 
"무, 무슨 소리야?"
 
"그의 이름은……"
 
 
 
 
PoH
 
 
 
헤에, 그럼 진짜 키리토는 지금 눈 앞에 있는 남자애고, 나와 55층에 간건 PoH…….
 
 
 
 
PoH!?!?
 
 
 
 
"어!? 그, 그 래핑 코핀의 PoH!?"
 
"으, 응"
 
"그 둔해보이는 녀석이!?"
 
"…뭐, 뭐어"
 
 
 
세, 세상말세야.
 
설마 범죄집단의 길드 마스터와 모험을 했었다니.
 
 
…….
 
 
문득 그의 말을 떠올린다.
 
 
 
'이 녀석은 조금, 무거워서.'
 
 
 
그 말에 감추어졌던 의미를 새삼 이해했다.
 
그 중압을, 그는 받칠 수 없어졌던걸까.
 
아니면, 그저 새로운 살인 무기를 갖고 싶어진건가.
 
 
 
추위타는 그의 모습.
 
수줍은 얼굴.
 
예쁘다고 중얼거린 말.
 
 
 
아니야.
 
그의 기억은 모두 다정하고, 따뜻하고, 순수하다.
 
분명, 조만간 또 만날 수 있다.
 
그 때 물어보면 된다.
 
 
 
내 무기로 누구를 지키고 있는거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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