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고독한 우리
 
 
 
 
주위 일면이 선명한 꽃들로 매워져있다.
햇빛의 따뜻함이 몸을 감싸고 꽃의 꿀에 유혹당한 나비가 활기차게 날아들고 있다.
 
 
47층에 도달한 이 게임도 이제 조금이면 중간지점을 맞이한다.
 
 
머나먼 앞에 보인 출구의 빛은 아직 작아서 믿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하게 그 빛은 다가오고 있다.
 
 
 
――――――
 
 
 
"우와아! 예뻐-!!"
 
"그래. 굉장히 예뻐"
 
"그렇군. 정말로 예쁘군"
 
 
전이문을 나오고 바로 뛰쳐나간 유이가하마를 쫓듯이 나와 유키노시타도 화단으로 다가간다.
 
일면에 꽃들로 감싸인 47층 주거구역 플로리아는 공략조로부터 보면 아직 미지의 땅.
하지만 일반 플레이어에게는 이미 데이트 스팟으로서 확립하고 있다.
 
 
"……."
 
"응? 힛키 왜 그랭?"
 
"……음, 아무것도 아냐"
 
"아까부터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신경쓰는 모양인데, 그렇게 자신의 추함이 부끄러운거니?"
 
"너, 이런 멋진 곳에서도 잘도 독설을 토하는구만"
 
"아, 아하하. 히키가야랑 꽃밭은 확실히 안 어울릴지도"
 
"……너네들 말이다아"
 
 
기막힌다는 듯이 고개를 떨구는 히키가야는, 도무지 아까부터 괜히 자세를 잡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색적……?
 
…….
 
여기는 주거구역이다. 몬스터의 출입은 없을터.
 
……?
 
 
"…? 히키…"
 
"아!! 나비다!! 잡아라-!!"
 
 
눈 앞을 날아가는 나비를 쫓아 유이가하마는 기쁘게 달려간다.
 
나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웃으며 그녀의 모습을 쳐다봤다.
 
조용히 미소짓는 유키노시타는 긴 흑발을 쓸어올린다.
 
거기에 있는 행복을 마치 공유하고 있는것처럼, 우리는 작은 나비가 춤추듯이 마음을 통했다.
 
 
 
그렇게, 눈 앞의 행복만을 보고, 일말의 불안을 보지 않도록.
 
 
나는 무의식중에.
 
 
그래도 그는 어디까지나 꿰뚫어보고 있다.
 
 
 
 
……

.
 
 
 
 
넓은 플로리아의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22층에 있는 홈으로 돌아갔다.
 
 
"히야-! 예뻤어-! 또 가자!!"
 
"그래, 기회가 있으면"
 
"또 바로 갈 수 있어. 그치, 히키가야"
 
"음. ……유우키, 잠깐 시간 돼?"
 
"?"
 
 
두 사람이 거실에서 대화에 꽃을 피우고 있을때, 히키가야는 나를 테라스로 부른다.
 
 
"……너, 지금 레벨 몇이 됐어?"
 
"어? 52인데……"
 
"……. 저 녀석들이 둘이서 플로리아에 갈 수 없도록 지켜봐줘"
 
"……무슨 소리야?"
 
"딱히. 그저, 유이가하마 바보가 실수로 권외로 나가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그는 겁없이 웃으면서 일부러라는듯이 중상을 섞어서 말한다.
 
그건 연기인것 처럼…….
 
 
"……그나저나 꽤나 레벨을 올렸군"
 
"어, 아, 응. 히키가야에게 요령을 배우고나서, 약한 몬스터라면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게 됐어"
 
"레벨이 높아서 나쁠건 없지만. 너무 권외로는 나가지마"
 
"후후, 고마워. 하지만 밤이면 밤마다 던전에 숨어드는 너에겐 듣고 싶지 않아요"
 
"……무슨 소릴련지"
 
"……히키가야. 부탁이니까 무모한 짓은…"
 
"음. …안 해"
 
 
그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늘 묵묵히 무모한 짓을 하는 그에게는 못을 아무리 박아도 부족하니까.
 
언젠가 나도 강해져서, 두 사람이 걱정하지 않도록 그의 등을 지켜줄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묵묵히 쳐다볼뿐이지만, 분명 언젠간…….
 
 
"이봐-, 아스낫치. 손님이야-"
 
"어? 손님?"
 
"응. 왠지 아스나 씨는 계십니까? 래"
 
 
가늘고 빈상.
장비는 도저히 공략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장비.
 
실례지만 야윈 30대 회사원을 연상케하는 남성이 홈의 입구에 서 있었다.
 
적어도 친구 등록을 한 기억은 없다.
 
 
"음, 제가 아스나인데요…"
 
"아, 아스나 씨! 무례를 알고서 부탁합니다. ……저의, 저의 친구를 구해주세요!!"
 
"좀, 고개를 들어주세요. ……힘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얘기를 들려주세요"
 
남성 플레이어를 홈을 통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면에 앉게 한다.
유이가하마는 조금 걱정스러운듯이 내 옆에 앉고 유키노시타도 가까이서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어라?
 
히키가야는 어디로 간거지?
 
 
"저, 저기, 그래서 친구 말인데요……"
 
"어, 아, 아아. …들려주세요"
 
 
 
………
……

.
 
 
 
남성 플레이어… 케이 씨는 게임 안에서 알게 된 룰러 씨와 제 20층 해바라기 숲에서 몬스터를 잡고 잇었다.
 
둘의 레벨은 도저히 최전선에서 싸울만한 것은 아니지만 중층 플레이어로서 벌은 콜로 유유작작하게 살고 있었다거나.
 
그때, 중층 던전에서는 본 적이 없는 두터운 장비를 입은 몇 명의 플레이어가 나타난다.
 
 
그들은 갑자기 케이 씨와 룰러 씨를 베었다.
 
 
새빨갛게 물든 이펙트가 자신의 몸에서 발해지고 있다고 몇초 후에 깨닫는다.
 
룰러 씨의 비명으로 제정신을 차린 케이 씨는 룰러 씨를 감싸면서도 죽을 각오로 그 자리에서 도망친 모양이지만 케이 씨와 룰러 씨의 눈에는 광기로 가득찬 웃음을 지으며 베어오는 '오렌지 플레이어'의 얼굴이 찍혔다.
 
 
그 이래로 룰러 씨는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NPC와 접촉마저도 겁에 질리게 되어버려서, 지금은 숙소에서 한 걸음도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

……
………
 
 
"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거야?"
 
 
유이가하마는 당혹한듯이 중얼거렸다.
불안한 표정이 지금 당장이라도 울며 무너져버릴것 같다.
 
 
"게임 안이기에 사람은 악역에 철저해지고 싶어지는거야. 현실하고는 다른 비현실을 추구해서"
 
"……어째서 그런 얘기를 저에게?"
 
 
케이 씨는 한 호흡을 두고나서 나를 쳐다봤다.
 
 
"공략조 분들에게는 부탁할 수 없습니다……. 거기서 공략조가 아닌 고레벨의 플레이어, 아스나 씨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한겁니다"
 
"그, 그런. 고레벨이라니…"
 
"실례지만, 로우가하라 전투를 엿봤습니다. 당신은 강합니다…"
 
 
나는 케이 씨에게 전투를 보였던건 이상으로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에게 그 얘기를 들켜버렸다는데 긴장해버린다.
 
 
"…아스낫치?"
 
"…아스나?"
 
"아, 아니야! …아니진 않지만…"
 
 
두 사람의 시선에 황급히 변명을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이 무서운데에.
 
 
"룰러를 도와줬으면 싶습니다…. 룰러가 또 웃어줬으면 싶어요"
 
"…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라도 괜찮다면 힘을 빌려드릴게요?"
 
"저, 정말입니까!?"
 
"네. …그, 오렌지 플레이어를 토벌했으면 좋겠다는거라면 거절하겠지만요……"
 
"아뇨, 그런 야만적인 짓은…. 아스나 씨에겐 저와 같이 아이템을 가질러 가줬으면 싶습니다"
 
 
"""아이템?"""
 
 
 
 
―――――
 
 
 
 
 
특수 아이템.
 
플로리아 던전, '추억의 언덕'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이 있는 모양이다.
 
그건 일곱색의 잎을 가지고 태양빛보다도 강한 신성함을 발하고 있다던가.
 
그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그 사람은 특별한 가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소문이다.
 
 
 
 
 
그걸 들은 케이 씨는 그 아이템을 룰러 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내가 있는 곳까지 부탁하러 온 것이다.
 
47층 던전을 돌파하려면 적어도 55레벨은 필요하니까.
중층 플레이어인 케이 씨만으로는 짐이 무겁다.
 
그는 룰러 씨를 지키기 위해, 나를 눈독 들였다.
 
무척이나 진지하게, 그가 룰러 씨를 도우려고 했으니까.
 
 
나는 그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알겠어? 아스나. 위험해지면 바로 전이결정을 사용할것. 자신의 목숨을 우선해줘"
 
"강한 몬스터가 있으면 바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거든!?"
 
 
유이가하마는 세게 손을 잡으면서 곧게 나를 쳐다본다.
손은 조금 아플 정도로, 하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럽다.
정말로 게임속인건지 의심해버릴 정도다.
 
 
"응. 고마워. 위험해지면 반드시 전이할게. ……, 그러고보니, 히키가야는?"
 
"어, 그러고보니 어디 간거지…"
 
"어차피 또, 그늘에 숨어서 발정하고 있는거 아니니?
 
"아, 아하하-"
 
 
케이 씨는 한번 숙소로 돌아가 장비를 정리하고 오는 모양이라, 47층 전이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벤토리에는 들 수 있을만큼 들은 전이결정.
 
그녀들의 다정함에 마음을 힐링받으면서 나는 47층 플로리아로 전이했다.
 
 
"……. 여"
 
"어? 히, 히키가야!?"
 
"음"
 
"어째서 플로리아에? ……핫! …설마, 꽃속에 숨어서 발정…"
 
"어이. 유키노시타에게 무슨 바람을 불어넣어진거야"
 
 
플로리아의 꽃속에 둘러싸인 한 명의 플레이어는 무척이나 붕 떠있다.
 
꽃처럼 화사하지 않고.
 
나비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감추고 있으니까.
 
 
"……레어 아이템을 가질러 가는거지. 나도 간다"
 
"……흐응-. 헤에, 그래"
 
"……뭔데"
 
"후후후. 보디가드 잘 부탁해. 츤데레 씨"
 
"….…흥"
 
"응, 이걸로 안심하고 아이템을 가질러 갈 수 있겠네. 그나저나, 케이 씨 늦네에"
 
 
내가 여기로 전이하고나서 몇 분, 진작에 약속 시간은 지났다.
 
전이문은 흔들거리기만 하지 거기에서 플레이어가 나오는 기색은 없다.
 
 
"……안 와. 무슨 일이 있던걸까"
 
"…음. 오지 않는 녀석을 기다려봐야 소용없어. 먼저 갖고오자"
 
 
그렇게 말하고 히키가야는 가벼운 어조로 던전으로 향해버린다.
 
 
"조, 좀, 기다려-"
 
 
 
―――――
 
 
 
꽃에 둘러싸인 던전 안은 길고 긴 외길이 이어져, 멀리 보이는 살짝 높은 언덕이 아마 추억의 언덕이겠지.
 
 
"너무 떨어지지마"
 
"아, 응. ……아까부터 몬스터 안 나오네"
 
"음-. 내 스킬이 발동하고 있는걸지도"
 
"어!? 그런 스킬이 있어!?"
 
"응, 내 외톨이 스킬, 숙련도 8만이니까. 하치만인만큼"
 
"……"
 
"……떨어지지마!"
 
 
흔들리듯 흐르는 대화.
이렇게 장난칠 수 있는것도 그 날, 시작의 마을에서 그가 손을 내밀어줬으니까.
 
 
시간은 흐른다.
 
 
행복한 시간일 수록 빠르게.
 
 
그리고 잔혹한 결말은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등에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

……
 
 
 
"……음. 저게 그 아이템같군"
 
"헤에, 예쁜 꽃이네……"
 
 
추억의 언덕에 도달하자, 한 송이의 꽃이 덧없이 피어있었다.
 
이것이 그 아이템.
 
내가 그 꽃에 손을 뻗으려고 했을때, 큰 목소리에 나는 돌아본다.
 
 
"아, 아스나 씨!!"
 
"읏! …아, 케이 씨…?"
 
"하아하아하아. 겨우, 쫓아왔습니다…"
 
"아, 죄송해요. 먼저 얻어두려고 생각해서…"
 
"그, 그런건 됐어요!! 유, 유키농 씨네가 위험합니다!!"
 
 
나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케이 씨의 어깨를 잡아버린다.
 
유키노시타네가 위험해…….
 
 
"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오, 오렌지 플레이어들이…, 저의 뒤를 쫓았던 모양이라, 유키농 씨네가 그들의 눈에 들어버린 모양이라……"
 
"읏!? 오, 오렌지 플레이어…"
 
"그녀들이 권외에 나가는걸 보고 습격했습니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건 마치,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댐이 무너지듯이 분노가 흘러나온다.
 
저도 모르게 움켜쥔 레이피어로부터 꽈직꽈직 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세게 움켜쥐고 있던 모양이다.
 
 
"……바로…, 바로 그 위치를 가르쳐주세요!!"
 
"기, 기다려주세요! 아스나 씨가 가도 위험합니다!! 유키농 씨가, 누구보다도 강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 이지요?"
 
 
케이 씨는 매달리듯이 히키가야에게 도움을 요구한다.
지푸라기에 매달리는, 모양새 갖추지 않고.
 
 
"부탁합니다! 그녀들을 구하러 가주세요!"
 
"……"
 
"히, 히키……, PoH"
 
 
그는 겁없이 웃었다.
 
등골이 얼어붙을만한 분위기가 둘러싼다.
 
마치, 보스룸을 눈 앞에 둔 분위기.
 
죽느냐 사느냐 경계선을 긋는 듯한.
 
 
"히, 히키가……야?"
 
 
"케이라고 했나?"
 
"아, 네"
 
"너도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 아스나랑 같이 마을까지 돌아가줘"
 
"아, 알겠습니다!"
 
 
공기가 들쑤신다.
 
바람이 히키가야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고 생각하니, 내 시야에서 그는 사라져있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
 
그는 흉흉한 붉은 대거를 들고…
 
 
케이 씨의 목에 그걸 꽂고 있었다.
 
 
 
"……라고 하면, 네 생각대로 될거라 생각했나?"
 
 
"……읏, …뭐, 뭐를"
 
"조, 좀! 히키가야!!"
 
 
저도 모르게 불러버린 현실 이름을 지금은 신경 쓸수가 없다.
 
차분함을 뿌리치는듯한 눈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한 말과 분위기는 찌를듯이 날카롭고, 차가우니까.
 
 
"……그 녀석은"
 
"?"
 
 
"그 녀석은, 나를 친구라고는 절대로 부르지 않아……"
 
 
그가 대거를 든 손에 힘을 넣은 순간, 케이 씨는 경쾌한 움직임으로 그로부터 도망친다.
 
방금전까지의 케이 씨하고는 다르다.
 
겁없는 미소를 짓고.
 
 
"……큭, 하하하하! …기분 나쁜 애새끼로군. …닥치고 속아주면, 거기 여자 한 명이 희생되는것만으로 끝났을텐데"
 
"케, 케이 씨……?"
 
"……유우키"
 
 
당혹해하는 내 팔을 잡고 그는 자신의 등에 나를 감추듯이 섰다.
 
 
"……, 언제부터 깨달았냐?"
 
"……"
 
"닥치기냐. ……나참, 전이했을때, 거기 여자 옆에 네놈이 서 있었을때는 실망했다고"
 
"……"
 
"모처럼의 데이트가 엉망이다. 네놈은 여기서 사라져야겠다"
 
 
한 사람, 두 사람, 나무 그늘에서 나타난 모르는 플레이어.
 
10명 정도, 그들의 커서는 모두 오렌지색으로 칠해져있다.
 
마치 여기에 피는 꽃처럼 밝은 오렌지.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눈 앞에 닥쳐왔을 자신의 위기가, 몸을 두르듯이 피를 식혔다.
 
 
변모한 케이 씨와 대치하듯이 선 히키가야는 묵묵히 앞을 돌다본다.
 
 
"……, 닥치고 있지말라고! 애새끼가!!"
 
 
라며 플로리아에 어울리지 않게 케이 씨에게 나온 가시 돋친 말이 주위에 울려퍼진다.
 
그것과 동시에.
 
 
케이 씨의 목은 몸과 분단되어, 붉은 이펙트가 목, 몸의 두 쪽에서 떠올랐다.
 
 
"……헤?"
 
 
단말마.
 
그런건 거짓말이다.
 
죽을때 발해지는 인간의 목소리는 '헤?'였다.
 
 
꽃들이 장식하는 지면에 붉은 이펙트가 떠오르는 하늘.
 

커서가 붉게 물드는 그.
 
 
색이 선명하다.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해보거나.
 

"히, 히키가……야"
 
"……유우키, 미안. 그 녀석들에게 사과해줘"
 
 
무수히 흩어지는 붉은 이펙트는 히키가야를 감싸듯이, 그래도 그의 HP는 조금도 줄지 않는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붉은 이펙트가 되어 하늘로 떠올라간다.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새애 10명 정도 있던 낯선 오렌지 플레이어는 5명도 되지 않은 수까지 줄어들어갔다.
 
 
"뭐, 뭐야! 너!! 사, 살인마!!"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죽을 각오만 해주면"
 
 
안 돼.
 
히키가야를 저지해야해.
 
그렇게 생각해도 내 다리는 얼어붙은것처럼 움직일 수 없다.
 
 
 
"……끝났다"
 
"……어, 아, 히키가…야"
 
 
정신을 차리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나와 그.
 
꽃에 둘러싸인 이세계에서, 떠오르듯이 둥실둥실하는, 발밑의 감각이 없다.
 
그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는다.
 
 
시답잖은 대화를 할때 같은.
 
바보처럼 장난치는것 같은.
 
귀찮다는듯이 우리를 지켜주는것 같은.
 
 
평소와 다른건,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는것 뿐이다.
 
 
"……돌아가줘"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갈 수 없어. …같이, 돌아가자"
 
"레드 플레이어는 마을로 들어갈 수 없어"
 
"그, 그런건 알고 있어! ……, 왜, 왜……"
 
 
 
왜 우리를 위해…….
 
 
그 말은 목에서는 나올 수 없다.
 
 
 
"……전이문 근처까지 바래다줄게"
 
"……응"
 
 
평소처럼 묵묵히 앞을 걷는 그의 뒤를 쫓는다.
 
나는 붉은 커서로부터 눈을 피했다.
 
 
"……몬스터의 알고리즘, 쳐다보면서 확실하게 한 방을 맞추는거야"
 
"응"
 
"발견하기 쉬운 히든 룸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조심해"
 
"응"
 
"스킬후의 경직은……"
 
"……"
 
"……, 유키노시타는 지기 싫어하니까, 섣부르게 자존심을 상처입히면 나중이 무서워"
 
"……아하하, 알고 있어"
 
"유이가하마는 바보니까, 분위기를 너무 읽어서 자신의 의견을 말 못할 때가 있어"
 
"……알고 있어"
 
"……그 녀석들을, ……부탁해"
 
 
 
표표하게 나긋나긋하게, 그는 남의 걱정만 한다.
 
어느샌가 어두워진 주위에는 작게 빛나는 별로 비추어지고 있다.
 
이펙트가 아닌, 진짜 별.
 
 
둥실둥실 떠오르는 전이문 근처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별빛에 비쳐지고 있었다.
 
 
아름답고 귀엽다.
 
 
그런 두 사람이, 우리들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던것처럼 거기에 서 있다.
 
 
 
"너에게 걱정받을 만큼 우리는 연약하지 않아"
 
 
"……. 권외에는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힛키"
 
 
 
밤하늘 아래서 나는 눈물을 감출 수 없다.
두 사람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강해진다.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히키가야를 위해서도.
 
 
 
"……응. 그런가"
 
"…제대로 돌아올 수 있는거지?"
 
"…조만간에"
 
"조만간? 그런 확증도 없는 약속을 네가 할 수 있다는거야?"
 
"…"
 
 
"약속해줘. 반드시 살아서 돌아온다고"
 
 
"아아"
 
 
"또, 그 부실에서……"
 
 
"아아"
 
 
맹세한 약속은 그와 우리들의 연결.
 
친구 등록마저도 거절한 그와 우리들의 연결.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거야"
 
 
 
 
 
그리고 그는 우리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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