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필요악
 
 
 
 
달빛에 비추어진 주거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어다니고 있다.
안전권이라는것도 있어서 적에게 습격당할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숨길 수 없는 짜증을 억누르도록 방금전까지 들어있던 미궁구의 입구를 노려본다.
 
하지만 다시 저 미궁으로 뛰어드는 CPU를 노릴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을리도 없어서 나는 떨떠름하게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활성화된 전이문에서 마이 홈인 세름블루그로 이동한다.
 
넓은 우리 집에는 조용히 시간을 새길뿐인 시계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이제 조금이니까…"
 
 
나는 의식이 끊어지듯이 침대에 쓰러졌다.
백색을 기초로 한 장비를 손끝만으로 해제해가니, 몸을 감싸는건 속옷만이 남게 된다.
 
뭐, 됐나.
 
누구에게 보여지는것도 아니다.
 
의식이 떠나가듯이, 나는 견딜 수 없는 수면욕에 삼켜져갔다.
 
 
깨어나면 바로 길드로 가서, 또 미궁구역으로 들어간다.
 
이번주 안에는 74층 보스룸에 들어가야해…….
 
 
데스 게임이 시작된지 2년.
 
 
우리는 아직 이 세계에 사로잡혀있는 상태다―――.
 
 
 
 
―――――――
 
 
 
 
아침을 먹는 일 없이 나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갔다.
지각한건 아니다.
그저 빨리 미궁 구역으로 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시야 우측상단에 떠오르는 메세지 수신 아이콘에 다리가 멈춰진다.
 
 
 
【긴급회의】
간부, 및 기사대장은 바로 집합하라.
 
 
닥쳐올 보스전에 대비한 공략회의인가, 아니면 단순한 정기연락인가.
나는 미궁 구역에 가는 다리를 돌려 혈맹기사단의 길드 홈으로 서둘렀다.
 
 
 
 
 
―――――
 
 
 
 
 
 
"혈맹기사단 부단장 아스나, 들어갑니다"
 
 
웅장한 문을 여니 긴 테이블을 감싸듯이 단단한 장비로 몸을 감싼 플레이어들이 이미 나란히 앉아있다.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이었던 모양이다.
 
 
"왔나, 아스나군. 이걸로 모두 모인건가?"
 
 
히스클리프 단장의 낮은 목소리를 신호로 회의가 개시됐다.
 
 
"그럼 모이게 해서 미안하지만, 내가 할 얘기는 특별히 없다"
 
 
그렇게 말하고 단장은 감정을 읽기 힘든 눈빛으로 공격대 지휘관인 고플리에게 회의 진행을 일임한다.
 
 
"공략 수고한다! 이 회의를 요청한건 나지만……. 어젯밤, 우리 공격대 대원이 던전 안에서 습격을 당했다"
 
 
고플리의 말에 출석자들의 몸이 굳었다.
위세 좋은게 장점인 고플리마저도 목소리에 약간의 떨림을 느낀다.
 
 
"던전의 매핑을 하는 도중, 히든 도어를 발견해서 거기로 들어가려고 했을때, 뒤에서 일격. 다행히 경도의 마비에 의한 발묶기 정도였지만……. 이건 비도하고 잔학한 행위라고 모두가 생각할터다"
 
 
그후에 뒤에서 일격을 날린 플레이어는 히든 도어 안으로 들어갔다고――.
 
 
나는 자연히 손을 쥐는 힘이 강해진다.
 
출석한 대원으로부터 히든 도어에 있었을 보물을 가로채기나, 우리 공략을 방해하는 유쾌범이라니 추측이지만 확신에 가까운 발언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었다.
 
 
"참을 수 있는데도 한도가 있지! 우리 혈맹 기사단 및! 공략조의 방해를 하는 행위, 그건 즉! 이 세계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고플리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일어서서 도끼를 천장으로 치켜들며 크게 선언한다.
 
 
"공략조에서 유지를 모은다! 악의 근원인 PK집단 '래핑 코핀'을 토벌한다!!!"
 
"잠깐만! 나는 찬성할 수 없어!"
 
"부단장님, 이건 우리들의 체면에 관여하는 사안입니다"
 
"그렇다고……, 악인이라고 죽일 수는…"
 
"묵묵히 살해당하라는 소립니까!!"
 
"그렇게는 말 안했잖아!!"
 
"그럼 이대로 내버려두라고? 잔학하게 플레이어를 살해한 그 자식을……! ―――PoH를!!"
 
"……읏"
 
 
소동이 일어나는 회의실에 히스클리프 단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세지가 전해졌다.
 
단장을 보니 한쪽눈을 윙크하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나에게만 보낸 메세지인 모양이다.
 
 
'PoH군에게 얘기를 물어봐주게'
 
 
――――――
 
 
 
나는 회의 종료와 함게 50층에 있는 게이트로 전이했다.
 
노천상이 붐비는 구석에, 목조로 무거운 철문의 가게를 발견해서 들어간다.
 
 
"어섭쇼……, 음, 아스나인가"
 
"안녕하세요, 에길 씨. ……히키……, PoH는 있어?"
 
"아, 아아. 꽤나 기분이 나쁜것 같군……, PoH녀석, 또 뭔가 저질렀어?"
 
"……네. 2층에 올라갈게요"
 
"음, 방의 잠금은 풀어뒀어. 방금전까지 카르마 회복 퀘스트를 했던것 같으니까 아직 자고 있을지도"
 
"감사합니다"
 
 
나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 안쪽에서 2번째인 문에 손을 뻗는다.
 
살풍경인 방에는 침대와 나무 상자가 있을뿐.
그리고 그 침대에는 한 명의 숙면자가.
 
 
"……스타 스플래쉬!!"
 
 
레이피어에서 뿜어진 연격이 자고 있는 플레이어를 찔렀다.
물론 안전권내에 있어서 여기선 HP가 감소하는 일은 없지만, 쏘여진 플레이어에겐 몸을 관통당한다는 감각이 남는다.
 
 
"으!? ……어? 어?"
 
"……히키가야"
 
"…유, 유우키? 너, 좀 깨우는 방식이 비상식적인거 아냐?"
 
"비상식인건 누군데!!"
 
"……너로군"
 

 나는 다시 레이피어를 움켜쥔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저군요, 비상식인건. 네네, 물론 저고말고요"
 
"……내가 하고 싶은 말, 알고 있지?"
 
"……음. 알고 있어"
 
"고플리에게 들었어. 어젯밤은 피곤했던것 같네"
 
"지금이 더 피곤하다만"
 
"……헤에. 죽고 싶은것 같네"
 
"너 바보냐. 농담이다 농담. 그러니까 우선 그 레이피어로부터 손을 떼줘"
 
 
나는 큰 한숨을 쉬면서 레이피어와 방어구를 전부 해제해서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는 그걸 보고 안심한건지 어깨 힘이 빠지듯이 침대에 도로 앉았다.
 
 
"……위험한 짓은 안 한다고 말했찌?"
 
"아? 등 뒤로 마취독을 먹이는것 정도는 전혀 위험하지 않잖아"
 
"아냐. ……히든 룸, 트랩 존이었지"
 
"……아니. 제대로 좋은 아이템을 얻었어"
 
"거짓말 마. 나도 거기의 히든 룸은 발견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냄새가 났으니까 넘어갔어. 물론 단원에게도 그건 전해뒀어"
 
"그럼 그 바보는 자살지망자냐? 아니면 어지간히도 실력에 자신이 있는거냐?"
 
"……아마 아이템욕에 진거라고 생각해. ……, 그게, 혈맹기사단은 스테이터스 서열이 심하니까"
 
"……공략에 진지하단 증거지. 좋구만 좋아"
 
"장난치는거야?"
 
"격려할 생각이다"
 
"유키농이랑 유이의 말대로야. 정말로 청개구라니까"
 
 
내 말에 조금 놀란 모습인 그는 잠시 뜸을 두고나서 괴롭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 그게, 그 녀석들은 어때?"
 
"어떠……냐니?"
 
"그거다……. 어떤데?"
 
"후후. 어떠냐니?"
 
 
그는 뺨을 긁적이면서 부끄러운듯이 창밖을 쳐다봤다.
결코 본심을 보이지 않는 그도, 그 둘의 일이 되면 갑자기 말이 막힌다.
 
 
"유키노시타네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걱정만 한다.
 
자신이 제일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으면서.
 
그래도 그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희생을 뭐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잘 지내. ……제대로, 히키가야와 약속을 지키고 있어"
 
"……그런가"
 
 
그녀들은 결코 안전권 안에 있는 마을에서 나가지 않는다.
 
그것이 그와 2년전에 나눈 약속이니까.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거야……'
 
 
 
눈물과 함께 흘러나온 유키노시타의 말은 무겁고, 무겁게, 히키가야의 어깨에 올려져있다.
 
죽어선 안 될 그 중압을, 히키가야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럼 나는 슬슬 갈게"
 
"음. ……너도, 너무 무리하지마"
 
"어?"
 
"무리는 하지마"
 
"……응. 고마워"
 
 
나는 에길 씨의 가게를 나와, 걸으면서 유키노시타가 말했던 말을 떠올린다.
 
 
 
필요악이라는건 하나의 위선이다.
하지만 위선이어도 선이다.
혼돈으로 변한 세상에, 선과 악의 대립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거기에 통치라는 말이 생겨난다.
그는, 히키가야는, 플레이어의 원념을 한 몸에 받아 통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래핑 코핀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위험시되고 있다.
 
범죄행위를 꺼리지 않는 위험한 집단.
 
그리고 그것들을 묶어내는 절대자.
 
 
 
PoH는 SAO내에서 유일하게 PK를 저지른 레드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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