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시작
 
 
시작
 
 
 
이건 게임이어도 놀이는 아니다.
 
시작의 마을에 모인 1만명의 플레이어를 앞에 나타난 허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에 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비규환, 어두컴컴하게 연출되는 하늘, 흔들리는듯한 노호.
 
처음에는 게임 이벤트나 뭔가로 생각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움츠리며, 그저 그 허상을 쳐다보는 수밖에 할 수 없다.
 
 
"……뭐야 이건"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변덕으로 오빠에게 너브기어와 SAO를 빌린 몇 시간 전의 자신을 원망한다.
 
광장은 혼돈으로 변하여, 나는 누군가에게 부딪친 충격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이건 정말로 현실인걸까, 꿈이라면, 작은 희망을 띄우면서 게임 메뉴에 로그아웃 버튼이 없어졌다는걸 지금와서 깨닫는다.
 
광장에서 소란부리는 플레이어를 뒷전으로 그 자리에서 뛰어가는 플레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초조의 표정을 띄우면서도 제대로 이후의 비전을 그리고 있는 플레이어겠지.
 
 
나는 어떡하면…….
 
 
무의식중에 나는 마을에서 나가기 위해 광장을 뒤로 하려고 한다.
 
그러자 뒤에 작은 충격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나는 지면에 손을 대고 있었다.
 
뛰어가는 사람의 등을 쳐다보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기 위해 다리에 힘을 넣는다.
 
넣지만 일어설 수 없다.
 
지면이 흔들리는게 아닌데, 주위에 보이는 건물이나 사람이 굽이굽이 흔들리고 있으니까.
 
 
"……읏. 어떡하면…"
 
 
눈에서 흘러나오는 물방울이 뚝뚝 지면에 자욱을 내자, 나는 자신이 울고 있다고 겨우 깨달았다.
 
감정의 조절이 되지 않는다.
 
게임이니까?
 
멈추지 않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나는 지면에 댄 손을 얼굴에 댄다.
 
 
"……어이, 너"
 
"……"
 
"…넘어져있는 너"
 
"…? 저, 저 말인가요?"
 
 
조금 낮은 목소리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걸 깨닫고 고개를 드니 한 명의 남성 플레이어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음. 그런데서 넘어져있으면 밟힐거야"
 
"어, 아, 감사합니다"
 
 
나는 내밀어진 손을 잡고 간접적인 힘을 빌려 그 자리에 일어섰다.
 
남성다운 플레이어는 로브로 얼굴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나 풍모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어깨는 심히 위아래로 흔들려서 숨이 거칠어져 있다는것만큼은 알 수 있다.
 
 
"……, 미안하지만 서두를거야"
 
 
그가 가려고한 순간, 로브 속에서 얼굴이 힐끔 보였다.
 
어딘가 반쯤 탁한 눈초리.
 
단정한건지 빈상한건지 남성답지 않은 가는 선은 인상을 주는 그의 얼굴은 무언가를 걱정하는듯한…….
 
 
"저, 저기! 좀……!"
 
 
둥실 떠오르는 로브 자락을 잡아 그를 멈춰세운다.
 
 
"……?"
 
"도, 도와주신 사례로, 뭔가 곤란하다면 도와드릴게요. ……아니, 돕게 해주세요"
 
"……, 도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손을 내밀어주셨어요"
 
 
구해준 의리에 답하도록, 나는 불안으로 가득한 가슴 응어리를 그에게 맡기고 싶었다.
 
어쩌지도 못하는 나를 구해줬으면 싶었다.
 
 
"……부탁…. 할게요. 돕게 해주세요…"
 
"……. 그럼 호의를 받아줄건가?"
 
"읏! …네, 넵! ……, 음, 이름은…"
 
 
그는 얼굴을 덮은 로브를 벗는다.
키는 나보다 10센치 정도 크고 분위기도 어른에 가까운걸 느낀다.
 
 
"히키가야 하치만이다. 잘 부탁해"
 
"어, 아, 저기. 그건 현실 이름인게……"
 
"음? 말하면 안 되나?"
 
"……푸, 아하하-! 안 된다구요, 원칙, 본명을 게임내에서 공개하는건 금지라고 설명서에 쓰여있었어요"
 
"호오. 유키노시타라면 숙지할것 같구만……, 아, 찾고 있는 도중이었다"
 
"응? 찾고 있어? 누군가를 찾고 있는건가요?"
 
 
그는 생각났다는 듯이 광장을 돌아본다.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플레이어가 많은 광장 안에서 사람을 찾는건 어려울것 같다.
 
 
"친구인가요? 그럼 얼른 찾아요"
 
"어. 미안하지만 부탁해"
 
 
 
 
――――――――
 
 
 
 
"힛키!!"
 
"히키가야…"
 
 
나와 히키가야 씨가 사람 찾기를 시작한지 몇 분.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분수 에리어 벤치에 앉아있던 두 명의 여성 플레이어를 찾아내자 히키가야 씨는 냉정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명백하게 빠른 걸음으로 그녀들에게 달려갔다.
 
한 명은 활발해보이는 귀여운 여성.
 
다른 한 명은 차분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여성.
 
 
"음. 너네 여기에 있었냐"
 
"증말! 힛키는 어디에 날려졌던거야!? 정말로 맨날 맨날!"
 
"그렇게 맨날 날려지진 않아!"
 
 
아마 셋은 같이 플레이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시작의 마을에서 모였을때 강제전이로 따로 날려져버렸다거나.
 
 
"그보다 히키가야. 그쪽의 여성은?"
 
"아, 이 사람은 아까…"
 
"경찰에 신고할게. 유이가하마, 전화를"
 
"……경찰에 전화할 수 있다면 이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부탁해줘"
 
"어머, 히키가야. 혹시 겁먹은거니?"
 
"아?"
 
"후후. 이런건 어차피 게임이야. 하루 이틀 참으면 되잖니"
 
"……, 그건 모른다고"
 
 
그는 신묘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쳐다봤다.
나는 히키가야 씨의 뒤에서 얘기를 묵묵히 듣는다.
 
 
"이 게임 서비스가 개시되기 몇 개월 전에 추첨으로 뽑힌 녀석들만 사전에 플레이 할 수 있어…, 이른바 β테스터라는 녀석들이 말한 얘기인데"
 
"응? 다스베이더?"
 
"……. 그 녀석들이 체험 플레이한 2개월간 공략할 수 있었던건 8층까지라고 해"
 
"……, 분명히 클리어 조건은…"
 
"100층의 공략"
 
"단순 계산으로…25개월"
 
 
25개월……2년이상.
내 안에서 지금까지 없는 강렬한 절망이 밀려왔다.
 
 

"……, 게다가 β때와 이번에 좀 더 다른것이…"
 
"게임 오버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 자리의 모두가 입을 다무는수밖에 없었다.
유이가하마라고 불린 여성도 유키노시타 양도, 물론 나도. 2년의 오랜 구속과 가까이에 다가오는 죽음을 실감해가듯이.
 
피가 안쪽에서 식어간다.
 
 
"……하아. 성가시지만 할수밖에 없군"
 
 
담담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그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표표한 어투로 말을 했다.
 
 
"나도,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아마 당신도. 이 VRMMO에 관해선 초보자야. 무턱대고 움직이면 바로 게임 오버. 그렇다면 해야할 일은 하나…"
 
"정보수집……, 이지?"
 
 
이런 가려고해도 돌아가려고해도 지옥인 상황에서 어째서 그는 그렇게나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걸까.
 
믿음직스런 사람…….
 
 
"……에. 몬스터가 오지 않는 마을 속에서 클리어를 기다린다. 가 아니야?"
 
"""……"""
 
 
그는 모두에게 노려보기를 당한다.
거북하다는 듯이 눈을 피할때까지 우리는 그를 노려봤다.
 
 
"……그는 내버려두고 자기소개를 하자. 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에요"
 
"응, 그러게. 나, 유이가하마 유이! 잘 부탁해!"
 
"아, 음, ……. 아까 히키가야 씨에게도 말했지만, 현실 이름은 그다지 밝히지 않는 편이…"
 
"에!? 그래!? 어, 어음, 게임 이름은 유이야!"
 
"확실히, 나쁘게 악용될질도 모르구나…. 나는 유키농이야……. 유감스럽지만"
 
"아, 아하하-. 저는 아스나에요. ……, 현실 네임은 유우키 아스나에요. 이걸로 동등하네요"
 
 
들어버린 이상,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을 신용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현실 이름을 밝힌다.
 
굉장히 따끈따끈한 셋의 관계.
그 일편에 접한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가슴에 채워져있던 불안은 흔들리며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아, 히키가야 씨의 게임 이름을 아직 못 들었네요"
 
"음. 나?"
 
"후후, 듣고 놀라지 마, 아스나. 그의 네임 센스가 없다는걸"
 
"너한테 듣고 싶지 않아. 유키농"
 
"……좀, 너. 그 이름으로 부르는건 그만둬줘"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구요?"
 
"헤헹! 유키농의 이름을 준 사람은 나야!"
 
"유감스럽지만……"
 
"힛키의 이름은 코마치가 생각한거지?"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자신의 게임 이름을 읽는다.
 
귀여운 울림이 특징적인 이름.
 
그에게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이름.
 
 
멀지 않은 미래, 그 이름이 SAO내에서 1위 2위를 다툴 유명한 이름이 된다.
 
그걸,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모른다.
 
알리가 없다.
 
 
 
 
"코마치가 좋아하는 인형 이름
 
 
 
 
 
 ―――――Po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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