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희생을 동반해 - 가짜 영웅
 
 
 
 
 
정보는 순식간에 퍼진다.
 
신기하다.
 
스마트폰도 SNS도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한 권의 책을 들어 코랄 마을에서도 남서쪽에 위치하는 강부근에서 그저 앉아있었다.
 
 
거리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공략본에는 연일의 공략정보와 거기다 새로운 아이템 효과에서 몬스터의 출현장소까지 기입되어 있다.
 
 
50층 도달.
 
유니크 스킬의 출현조건.
 
…….
 
 
범죄길드 래핑 코핀.
 
 
여러가지 정보는 생쥐 아르고를 통해서 모든 플레이어에게 전해진다.
신빙성이 높은건 SAO내에 있는 정보상 중에서도 제일이다.
 
 
공략본, 즉 아르고의 정보가 모인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백지 캠퍼스에 한 마디만 서술되어 있다.
 
 
'래핑 코핀, 아직 소재를 잡지 못해'
 
 
 
그가 우리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지 1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끊임없이 공략은 진행되어, 이번주에는 50층 보스 공략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참가자 란에는 PoH의 이름은 없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일어선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도저히 그 둘에게는 보여줄 수가 없다.
 
굳세게 자신의 뺨을 때리고 나는 홈에는 들르지 않고 제 50층 주거구역에 있는 얼게이트로 향했다.
 
 
 
 
 
.

……
………
 
 
 
"안녕한가, 아스나군"
 
"…처음 뵙겠어요. 히스클리프 씨"
 
"후후. 이전의 공략회의에서 얼굴을 맞대긴 했지만"
 
 
게이트에 있는 양식 건물 앞에 위치하는 광장 베네치에 백색을 기초로 한 장비를 두른 은발의 남성이 앉아있다.
 
 
혈맹기사단 단장 히스클리프.
 
SAO에서 유일하기 확인된 유니크 스킬의 사용자.
 
'신성검'이라는 절대적인 방어력을 가진 그는 성기사 히스클리프의 이명을 누린채로 다른 공략조와 비교해도 일선을 그은 존재로서 군림한다.
 
 
……이런 사람이 나에게 무슨 용건일까.
 
 
"긴장하지 말아주게"
 
"긴장할 생각은 없는데요"
 
"흠. 내 착각인가. 그럼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네. 자네도 바쁘겠지"
 
"……네. 그러니까 짧게 부탁합니다"
 
"이번 보스 공략에 대해서다. 쿼터 포인트인 50층은 고전을 하게 될거라고 예상되는데…"
 
"……"
 
"전력은 유감스럽게도 고갈되어 있다. 군의 공략철수, 각공략 길드의 자금부족, ……그리고, 대거 사용자의 무소식"
 
"…읏. 큰일이네요. 그 푸념을 저에게 풀어서 만족했습니까?"
 
 
대거 사용자의 무소식은 적잖이 공략조에 타격을 주었다.
 
최강의 대거 사용자는 최광의 대거 사용자가 되어버렸으니까.
 
 
"자네를 화나게 만들어버렸다면 미안하네. 그저, 이번 보스 공략에 그가 없는건 대단한 타격이야"
 
"……. 어차피 위험한 역할을 떠맡을 사람이 필요한것 뿐이겠죠"
 
"……흠, 그렇게 봐도 상관없네. 하지만 그 한 사람이 없는것만으로 저번과 앞으로의 보스 공략이 곤란을 겪게 되는것도 사실이지"
 
 
48층과 49층의 공략은 각각 길드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는 싸움이었다.
 
보스가 특별히 강했던건 아니다.
 
통일해야할 작전이 애매한채로 한 전투였기 때문에 플레이어끼리 발목을 부여잡게 되었다거나….
 
들은 이야기로는 결국 히스클리프 씨가 벽역할로서 '혼자서' 모든 공격을 받아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말해두겠지만, 그가 있는 곳이라면 몰라요"
 
"없는 사람을 부탁해봐도 소용이 없지. 오늘, 내가 자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건……"
 
 
 
 
 
 
.

……
………
 
 
 
 
 
"어?! 혈맹 기사단에 스카웃됐어!?"
 
"스, 스카웃이라고 할까, 조금 도와달라는 얘기인것 같은데…"
 
 
히스클리프 씨와 대화를 뒤로하고 홈으로 돌아와 둘에게 경위를 전하니, 유이가하마는 얼굴을 이래도냐 싶을 정도로 가져와 내 어깨를 잡는다.
 
 
"안 돼… 안 돼!! 혈맹 기사단은 공략조지!? 위험한게 뻔해!!"
 
"그, 그렇지만…"
 
"아스낫치….…"
 
 
유이가하마라면 그렇게 말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조금 기뻐서, 그래도 당혹이 반쯤 얼굴을 보인다.
 
 
나는 이미 결심했으니까.
 
 
"……유이가하마. 조금 진정해. 아스나도, 서 있지 말고 거기에 앉지 그러니?"
 
"으, 응"
 
"…네"
 
 
부엌에서 나타난 유키노시타가 냉정하게 그 자리를 수습한다.
 
그녀는 조금만 나를 쳐다보고, 바로 등을 돌려 부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스나. 요리 스킬은 지금 몇이야?"
 
"어? 음, 760인데…"
 
"후후. 어머 그래. 나는 어제 마스터했어"
 
"어!? 마스터!?"
 
"자랑은 아니지만"
 
"자, 자랑으로밖에 들리지 않아아"
 
"유, 유키농. 어느틈에…"
 
 
그녀가 입은 핑크색 에이프런이 귀엽에 나부꼈다.
 
 
"차를 타올게. 맛있는 차과자도……. 아침도 낮도 밤도, 내 요리를 먹을 수 있는건 너희만의 특권이니까……"
 
 
목소리 톤이 내려간다.
 
한 숨 쉬고나서, 그녀는 다시 내 쪽으로 돌아본다.
 
 
"…그러니까, 가끔은 차를 마시러 돌아오렴. 여기는 우리의 집이니까"
 
 
햇살이 닿는 이 방.
 
셋이서 보내고 웃고 울고 싸우고,
많은 시간을 공유했다.
 
따뜻한 세 사람과 함께.
 
한 명, 청개구리인 그는 우리를 속이고 여기에서 떠나갔다.
 
그와 나눈 약속을 떠올린다.
 
두 사람을 부탁해….
 
으응.
 
나는 너도 지키고 싶어.
 
이 데스 게임을 끝내고, 또 다같이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넷이서 웃을 수 있도록….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다녀올게요"
 
 
"그래, 다녀오렴"
 
"……읏. 에, 에헤헤. 다녀와!!"
 
 
 
 
――――――
 
 
 
 
50층 공략회의.
 
평소 회의와 달리 자리는 조용히 시간을 새길뿐.
 
아무도 작전을 생각하지 않는것뿐만 아니라, 기분탓인지 표정에 구름도 끼여있다.
 
 
"……히스클리프, 단장. 뭔가 작전은 없나요?"
 
"흠. 나는 벽 역할에 철저할뿐이지만, 공격부대와 서포트부대의 작전은 지금까지 군이 맡고 있었지"
 
 
히스클리프 단장은 흥미가 없다는 듯이 방관하고 있다.
 
어딘가 우리를 멀찌감찌서 감시하는듯한 눈이다.
 
아마, 히키가야가 싫어하는 타입.
 
 
그리고 그런걸 생각하고 있으니 알고 있는 얼굴을 발견했다.
 
나는 그 플레이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다.
 
 
"안녕. 키리토"
 
"음, 너는…. 레이피어 사용자인…"
 
"아스나에요. 그때는 고마워요"
 
"아아. 잘 부탁해, 아스나. ……"
 
 
키리토는 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돌아본다.
 
아마 '그'를 찾고 있는 거겠지.
 
 
"…PoH라면 없어요"
 
"그런…가. 아스나, 가르쳐줘. 그 소문은 사실이야?"
 
"글쎄요, 몰라요. 그의 행동 동기는 누구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남을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니까.
 
 
의외로 바로 근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걸지도….
 
 
앗, 그런말을 키리토에게 말해도 소용없나.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보스전 힘내자"
 
"아아……?"
 
 
나는 회의실 중앙에 가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보스를 쓰러뜨릴까.
'
누구 한 명도 죽지 않도록 쓰러뜨릴 방법을.
 
 
보스룸 맵에 지령을 써가는 가운데, 멀리서 살짝 재채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기일까?
 
 
게임 속에서도 감기를 걸리다니, 운이 없는 사람이다.
 
 
 
.

……
………
…………
 
 
 
"그럼! 지금부터 보스룸에 들어간다!! 준비는 되어 있나!?"
 
 
거친 목소리가 미궁층에 울려퍼진다.
 
두텁게 위압하는 문이 그걸 반사하듯이 우리들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어딘가 긴장된 얼굴을 하는 멤버들에게 갈을 하듯이 공격부대 대장인 고플리는 큰소리를 지른다.
 
 
혈맹 기사단에서 통일된 하얀 방어구를 입고, 나는 어째선지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무표정으로 손을 내밀어준 그와의 만남.
 
 
틀렸다, 안 돼.
 
지금은 그런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여기에는 없어.
 
 
고플리의 손에 의해 열린 문의 안쪽에는 어둡고 넓은 공간이 있을 뿐이다.
 
전원이 문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 걸려있던 램프에 불이 붙는다.
 
 
그리고 크고 무거운 날개가 퍼덕이는 소리.
 
 
천장을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사람 크기를 아득히 넘는 시커먼 드래곤의 모습이 있었다.
 
 
티아매트 더 로어 드래곤
 
 
제 50층을 지키는 큰 드래곤은 차갑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불가루에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지른다.
 
 
"읏!? 위야!! 브레스! 조심해!!"
 
 
라고 소리 지른것과 동시에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진 화염방사는 지면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덮쳐들었다.
 
 
전방위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어태커의 HP는 1/3정도가 줄어들었다.
 
 
우리의 전의를 깎는데는 충분할 인사로 시작된 쿼터 포인트 보스전.
 
 
그건 길고 길게, 살아남기 위해 한치의 잘못도 범할 수 없는 싸움의 시작이었다.
 
 
드래곤의 알고리즘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정확하게 일격을 날린다.
 
전방위 공격이 되면 벽역할이 앞으로 나와 지원을 한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HP는 황색존으로 돌입해갔다.
 
 
"윽! 스위치!! 쉬지마-! 공격을 계속해-!!"
 
 
고플리의 목소리는 자신을 고무하듯이 나온다.
 
스위치후의 고플리의 HP도 황색 존을 대폭으로 넘고 있었다.
 
다음 전방위 공격을 정통으로 먹으면…….
 
 
"아, 안 돼!! 뒤로 숨어서 회복을!!"
 
"공격을 멈추지마!! 스위치!!"
 
 
내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작전을 잊은거야?
 
위험해지면 바로 회복, 이탈.
 
왜 그런 간단한걸 못 하는거야…….
 
 
아드레날린이 분출한 그들에게 회복을 할 조짐은 없다.
 
겁에 질려 있는 것이다.
 
공격을 멈춘 순간에 또 드래곤의 공격이 시작되어버린다고.
 
 
"스, 스위치다!"
 
"자, 잠깐! 무기 내구도가……. 읏!!"
 
 
이름도 모르는 공략조 플레이어.
 
그는 스위치로 전위로 나왔지만 무기 내구도가 0이 되어 무방비한 상태인채로 드래곤과 대치한다.
 
 
안 돼…….
 
정통으로 공격을 먹으면.
 
그는…….
 
 
드래곤의 입에서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왔다.
 
 
모두가 죽음을 머리에 스친다.
 
 
그리고, 그가 죽으면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밸런스가 모두 무너진다.
 
 
드래곤이 날린 화염방사는 무방비한 그에게 쏘아졌다.
 
 
"……아, 안, 안 돼-!!"
 
 
나는 연대에서 벗어나 뛰어간다.
 
늦을지도 모를 절망적인 거리에 뻗은 손은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한 줄기의 붉은 빛이 화염방사와 무방비한 플레이어 사이에 끼어들어갔다.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쓴 붉은 빛의 소유주는 양손의 대거를 솜씨좋게 다루어 화염방사를 겨냥에서 피한다.
 
 
"……유우키, 허둥대지마. 연대를 무너뜨리면 거기서부터 모든게 무너진다"
 
 
작게 속삭여진 내 현실 이름.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히, 히키…"
 
"음. 드래곤의 HP도 반을 깎였어. 여기서 공격 알고리즘도 변해줄지도 몰라"
 
"…응, 알았어"
 
 
분명 후드 안에선 밉살스럴 정도로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억양없는 목소리가 그 자리에 소용돌이 치고 있던 초조감을 지워없앴다.
 
 
"……헤이트는 전부 내가 맡으마. 너네는 공격을 계속해"
 
 
붉고 흉흉한 대거와 함게 그는 눈에도 잡히지 않을 속도로 드래곤을 베어낸다.
 
 
멀구나아.
 
 
그의 등은 아득히 먼 곳을 걷고 있다.
 
 
흔들리면서도 실태를 가진다.
 
 
영웅처럼 깨끗한 경력은 없지만, 그는 어떠한 영웅보다도 남을 지키는데 뛰어나구나.
 
 
 
 
 
 
 
―――――
 
 
 
 
 
 
【cogratulations】
 
 
 
방에 떠오른 환희의 음성.
 
 
주위에는 보스 토벌에 어깨를 안고 기뻐하는 자나, 손을 쳐다보며 살아있는걸 실감하는 사람이 있다.
 
 
사망자는 0명이다.
 
 
"……읏! …하아하아하아"
 
 
나는 환희의 틀에서 벗어나, 보스 공략후에 나타난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랐다.
 
 
녹색으로 둘러싸인 초원 속에 떠오르는 활성화 되기 전의 전이문.
 
 
그 전이문을 앞두고 후드를 뒤집어 쓴 그 플레이어를 발견한다.
 
 
 
"…하아하아하아"
 
"……?"
 
"후-. ….…후드, 안 어울려"
 
"아? 어울리잖아. 수상함이 늘어났네- 라며 아르고가 말했었고"
 
"그거, 듣고 기뻐?"
 
"보고 못본척 당하는것보다는 기뻐. ……그럼"
 
 
후드는 바람에 날리어 자연스레 벗겨진다.
 
그걸 신경쓰지 않고 그는 전이문을 활성화했다.
 
 
"이걸로 반이다"
 
"응. 수고했어. 히키가야"
 
"너도"
 
 
여전히 그는 생각했던것 보다도 건강한 모양이다.
 
 
"후후. 제대로 토벌 멤버에 끼어들었구나"
 
"뭐 그래. 역시 쿼터 포인트쯤에는 얼굴을 내밀어야지"
 
"……강했구나. 히키가야가 없었다면……"
 
"……유우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칠칠맞지 못한 차림으로 나와 대치하는 그는 아무 변함이 없다.
 
 
다정하게 울리는 목소리를 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진정되어서 마음의 차가움을 녹여주는듯한.
 
 
"……너무 힘내진 마. 여차하면 내가 전부 처리해줄테니까"
 
 
"후후. 응! ……히키가야도, 너무 무모한 짓은 하지마"
 
 
"무모? 그딴거 안 해. 전업주부 희망을 얕보지마"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사각 이펙트가 되어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따듯한 바람만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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