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츠카 시즈카
 
푸앗!?
 
지, 지금 일어난 일을 그대로 말할게. 히키가야가 할 얘기가 있다고 들어보니, 사랑의 고백!?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건지 몰랐다….
 
얼굴이 뜨거워지는걸 느낀다. 아, 안 돼, 이런 얼굴을 학생에게 보여주겠나!
하지만 나는 고개숙이는 수 밖에 할 수 없었다…한심하다
 
힐끔 히키가야의 입꼬리를 보니 웃고 있다. 큭, 이 녀석 나를 놀리기 위해 불러냈다는건가?
그럼 제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상의 여자를 놀리면 어떻게 될지 알려줘야지!
 
하지만 방금전의 말이 머리에 남아있다. 진정해라, 이럴때야말로 Kool해지는거다
 
5초 정도의 공백
 
나는 부끄러움을 억누르고 다시 히키가야의 눈을 본다. 그 눈은 여전히 탁해있지만, 각오를 다진것처럼 보였다.
 
 
"저는 앞으로 반년 뒤에……죽습니다"
 
 
 
하?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이 녀석은?
죽어? 누가? 언제? 왜? 여러가지 의문이 떠오르지만 아까전의 말을 생각하면 히키가야 자신의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몸이 나쁜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에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때도 특별히 아무 이상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담인가? 아니면 나를 놀린건가? 하지만 눈을 보는한 거짓말을 하는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입니다. 여기에 증거도 있습니다"
 
히키가야는 가방 안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낸다.
 
그만, 보여주지마, 이걸 보고 말면 더는 되물릴 수 없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만그만그만그만!
그렇다, 이건 농담이다, 만우절에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지금 하려고 하는거다. 그런게 틀림없다. 그래다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들었다.
 
 
 
 
읽어가니 한 줄기의 희망은 간단히 부정되었다.
 
 
 
 
진단서
 
병명 : 변이성 극증 교원병
 
○○병원 담당의 ○○
 
환자……히키가야 하치만
 
그리고 설명란에는 히키가야의 수명이 반년이라고 기입되어 있었다.
 
정중하게 병원의 도장까지 찍혀있다. 이 서류가 진짜라는것, 히키가야가 말한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정되고 말았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히키가야가 말을 잇는다.
 
"선생님에게는 부탁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뭐지? 잠깐만 기다려줘. 아직 전혀 정리가 안 됐어. 나는 의연하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뭐, 뭐지?"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줬으면 싶은것과, 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겁니다"
 
"뭘 할 생각이지?"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학생의 마지막 소원이라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평소라면 무슨 장난을 치는거냐고 화를 내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것도 할 수 없다. 그런 사정을 말해버리면 들을 수 밖에 없잖아.
 
"……"
 
"무언은 긍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로 뭘 할건지 말하지 않을거냐?"
 
"……네. 그건 설령 선생님이라도 말할 수 없습니다"
 
한번 더 히키가야의 눈을 본다. 그건 지금까지 본 어떤 눈보다도 탁해져 있고, 한 조각의 빛 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이 녀석을 제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내버리면 이 녀석도 나도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나는 1년 이상이나 이 녀석을 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녀석은 무엇을 할까, 생각해라. 머리를 식혀라 cool해져라
안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생각해라!
 
 
 
 
 
 
 
 
설마
 
 
 
"……너는 지금까지의 관계를 모두 부술 생각이냐?"
 
움찔
 
바보털이 반응했다. 코마치의 말대로 정답을 찔리면 바보털이 반응하는 모양이다.
 
"……그렇습니다만, 그게 뭐죠? 올해 저희들은 3학년, 수험전쟁이라구요. 코마치는 이번 학기부터 새로운 생활이 시작합니다. 잇시키도 학생회장, 학생의 TOP이잖아요? 그런데 아는 사람이 병으로 죽는다고 들으면 적잖이 동정하겠죠. 저는 그런건 사양이고, 그 녀석들이 저 같은걸로 발목을 잡혀서 좋을 일이 없습니다. 이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라고 바로 말한다. 그것도 사실이겠지만, 나는 아직 듣지 않은 것이 있다.
 
"히키가야, 너는 어떡하고 싶지?"
 
"그러니까 아까 말했잖"거짓말 하지마"…"
 
"아까 네 말에는 모두의 사정은 말해도, 너 자신의 사정은 말하지 않았다. 최고의 선택이 아니야. 네 말을 들려줘. 적어도 나를 신용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히키가야를 껴안는다.
 
 
 
 
 
 
히키가야는 놀라고 있는지 굳은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1, 2분정도 그러고 있었을까, 이윽고 힘이 빠져 중얼거렸다.
 
 
 
 
 
 
 
 
"나, 나는……그 녀석들과, 함께……있고 싶어……"
 
 
 
 
 
"그 녀석들의……즐거운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요"
 
 
 
 
 
 
 
 
 
 
 
"죽고 싶지…않아요"
 
 
 
처음으로 히키가야의 본심을 들은 느낌이 든다. 울고 있는지 내 가슴 부근이 젖어있지만 놓지 않는다.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렇다, 죽는건 누구든 무섭다. 이 녀석은 삐뚤어져 있으니까 어리광부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받쳐주자. 이 녀석이 평소의 일상을 바라고 있다면, 평소의 나로 대해주자.
 
잠시간 그러고 있으니 히키가야가 나에게서 떨어진다. 그 얼굴은 새빨개져있지만, 눈물 자국이 보인다. 아직 솔직히 쓰다듬고 싶었지만 괜찮을 것이다.
 
 
"진정했나?"
 
"……네"
 
"너는 평소 일상을 보내고 싶다. 라는걸로 보면 되겠지?"
 
"……네"
 
"알았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이 일은 다물어두마. 나는 평소대로 대응할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네가 해야할 일도 알고 있겠지?"
 
"네. 저도 평소대로 생활하겠습니다. 하지만 들켜버렸을 때는……학교를 그만두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양보할 수 없어요. 그 녀석들의 동정의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가는건 딱 질색이니까요"
 
"……알았다. 그때는 나도 방해하지 않으마. 하지만 히키가야, 그 녀석들을 우습게 보지마라"
 
"?"
 
히키가야는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 때가 되면 알 것이다.
 
"뭐, 됐다. 너의 그 기어스(소원) 확실히 받았다!"
 
나는 주먹을 가볍게 내민다.
 
히키가야는 가볍게 웃는다.
 
"그거 말해보고 싶었던것 뿐이죠?"
 
라고 말하며 주먹을 내밀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
 
히키가야를 역까지 보내줬다.
 
히키가야의 얼굴은 상담하기 전과는 다르다. 후련해진건 아니지만 짐을 안아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택한 모양이다. 눈은 썩은 상태지만.
 
"무얼, 나라도 괜찮으면 언제든지 상담을 들어주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와라. 얼마든지 가슴을 빌려주마"
 
아까전의 광경을 떠올렸는지, 또 빨개진다. 훗, 오늘은 상당히 표정이 많이 바뀌는구나.
 
"아-, 그, 그 때는 부탁……합니다///"
 
큭, 그런 수줍다는듯 말하지 말아줘! 이쪽까지 부끄러워지니까!
 
서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 그럼 실례합니다. 신학기부터도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빠른걸음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나는 캔맥주를 따서 단번에 마셨다. 그걸로는 부족해서 둘, 셋을 따서 비워간다.
 
아무리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방금전의 일을 떠올렸다.
 
 
 
어째서지? 그것만이 나온다.
 
어째서 히키가야냐. 어째서 지금이냐. 어째서 내가 아닌거냐.
 
그 녀석은 고독했다. 하지만 봉사부에 들어가서 그 녀석의 주위에는 친구는 아니어도 아군이 생겼다.
있을 장소도 생겼는데……모든건 이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학생의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없었지만 이젠 멈출 수 없다. 나는 배게에 얼굴을 묻어 혼자 울었다.
 
"우으……훌쩍, 히키가야아…"
 
미안하다. 지금만큼은 약한 모습으로 있게해줘.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몸단장을 하러 세면대 앞에 선다.  지독한 얼굴이다. 눈이 충혈되어 부어있다. 머리도 버석버석하다.
 
얼굴을 씻고 다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봐도 여전히 지독한 얼굴이지만 하나 결심이 생겼다.
 
울만큼 울고, 약한 소리도 했다.
 
오늘부터는 약한 자신을 보이지 않는다. 히키가야가 평소 일상을 보내기 위해 행동한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빗고 눈썹은 메이크로 감춘다.
 
평소 입는 팬츠 수트와 백의를 입고 학교로 향한다.
 
"자, 우선 교장에게 연락해야겠군"
 
 
 
그렇게 중얼거리고 백의를 나부끼며 학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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