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뒤로한 나와 부모님은 아까전에 의사에게 들은걸 생각하고 있었다.
 
내 병세에 치료법은 없다는것, 약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건 가능한것, 일주일에 한번 병원으로 와서 진찰과 약을 받을것, 아무리 연장해봐도 반년이라는것…
 
코마치에게 연락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다. 코마치의 슬퍼하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다. 웃는 얼굴로 있어줬으면 싶다. 그 녀석은 앞으로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나 같은것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나는 부모님에게 코마치에게는 이 일을 비밀로 해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리고 부모님도 평소 대응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언젠간 들킬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평소의 남매로 있고 싶다는 나의 아집이다.
 
집에 도착하니 나는 부모님을 일하러 보냈다. 부모님은 쉬겠다고 했지만 코마치가 돌아왔을때 의문을 느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부터 일에 묻혀사는 부모님이 갑자기 쉬게 되면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자, 나는 자실 침대에 누워 이후로 어떻게 할지 머리를 일시키고 있었다……일하고 싶지 않소이다.
 
 
 
적어도 학교 측에는 이 일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님이 연락하려고 했지만 제지했다. 어차피 전할거면 나는 직접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알람과 시간죽이기 도구로 쓰고 있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전화를 걸었다.
 
 
Prrrrr Prrrrr
 
어라? 내가 전화거는건 가족 말고는 처음아냐?
하지만 이상하게도 긴장하지 않는다. 그건 상대가 그 사람이기 때문일까, 내 머리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까……그리고 착신음이 그쳤다.
 
"히키가야냐? 왠일이구나, 네가 먼저 전화를 걸다니"
 
"히라츠카 선생님, 오늘밤에 라면 먹으러 가지 않겠습니까?"
 
 
 
현재 오후 7시 50분. 나는 역앞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 밥을 먹지 않고 가려고 하는 나를 돌아온 코마치가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의 푸념에 어울리는거라며 납득하며 보냈다.
 
잠시 기다리니 낯익은 차가 와서 이쪽에서 다가가니 안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얼굴을 보였다.
 
"오늘은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얼, 나도 심심했으니까. 겨, 결코 혼인활동 파티에서 튕긴 탓이 아니다!"
 
라고 묻지도 않은걸 쭈뼛거리면서 말하는 모습은 도저히 아라사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얼른 누가 받아가줘……
 
"아, 아무튼 오늘은 정말로 무슨 일이냐? 네가 권유하는것도 드문 일인데, 게다가 멀리 나가자니"
 
"그렇군요, 이 근방은 대개 다 돌아봤으니까, 가끔은 먼곳에서 먹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거기다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구요"
 
"……그런가. 알았다"
 
분위기를 헤아렸는지 그 말만 하고 선생님은 고개를 척 흔들어 조수석에 앉도록 재촉한다……싫다, 멋있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차고서 차를 출발시킨다.
 
이동 중에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직 각오가 되지 않은 나에게는 솔직히 고마웠다.
 
차를 1시간 정도 타고가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내리니 『필승간』이라고 쓰여져 있던 가게가 세워져 있었다.
 
"여기는 내가 대학에 다닐때 가던 단골가게다. 지금도 가끔은 간다. 겉보기는 좀 그렇지만 맛은 확실하다. 가자"
 
라고 하면서 노렝을 지나 문을 연다.
 
아마 가게 이름에 끌린거라고 생각하면서 뒤를 따른다.
 
안으로 들어가니 "어서오십쇼!" 라는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결코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이상하게도 이쪽도 기운이 생기는 목소리였다.
 
"어라, 시즈카짱? 오랜만이구나. 4개월 만인가?"
 
"대장, 오랜만입니다. 그 정도였네요. 교사라는것도 꽤나 바빠서요"
 
"오늘은 무슨 일이지? 또 차였나?"
 
"크헉! 아, 아니라구요. 오늘은 제자를 데려왔습니다. 자"
 
라며 대미지를 입으면서 내게 시선을 보낸다. 이사람 어디를 가도 그 이야기를 하는거냐, 라며 쓴웃음을 짓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호오, 눈이 썩어있지만 나쁘지 않군! 과연 시즈카짱의 제자다"
 
이런 나를 보고 나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충 나를 보면 눈을 피할텐데, 이사람은 나와 눈을 마주치는건 물론 그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뭔가 마음까지 엿보여지는 느낌이 들어 간지러웠지만 평안한 느낌을 받았다.
 
"대장, 여기 자리 되겠습니까?"
 
라며 선생님이 대장에게 묻는다.
 
대장이 OK를 내자 선생님은 카운터 자리에 앉아서 나도 따라서 옆에 앉는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을 걸었다.
 
"다행이다. 여기 대장은 손님을 고르거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낼 정도니까. 뭐, 너라면 괜찮을거라 생각해서 데려왔지만"찡긋
 
라며 윙크를 한다……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고 말았다.
 
"그, 그런데 여기 추천메뉴는 뭡니까?"
 
라며 화제를 튼다.
 
여기 라면은 돈코츠 라면 밖에 팔지 않아. 그러니까 앉은 순간에 주문은 발생하도록 되어 있어. 주문한다고 하면 챠한이나 만두를 추가하거나, 토핑을 하는거다"
 
"OH……"
 
무지 강제적인 라면 가게다. 앉은 순간에 주문 발생이라니, 무서워. 아아버지의트라우마 자극하잖아? 그보다, 아들에게 카바레 클럽을 조심해라고 주의주는건 이상하잖아.
 
그렇게 공포를 느끼면서 물을 마시고 있으니, 앉고나서 3분 정도 뒤에 라면이 둘 나왔다. 정말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왔다, 어이.
 
"좋아, 히키가야! 먹자!"
 
선생님이 떠든다. 이 사람의 텐션이 오르니까 정말로 맛있을 것이다.
 
나는 젓가락을 갈라 양손을 맞댄다.
 
""잘 먹겠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맛있었다(보통)' 이상
라기보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말이 없어질만큼 젓가락을 움직일 수 있어서, 스프를 마지막까지 마셨다.
 
""잘 먹었습니다""
 
자연스레 그렇게 말해버렸다. 인간, 정말로 맛있는걸 먹으면 자연스럽게 감사의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계산을 마치려고 지갑을 꺼내려던걸 선생님이 제지하고, 바로 일어서서 계산을 마쳐줬다.
 
그대로 "잘 먹었습니다" 라고 한번 더 말하고 가게를 나온다. 나도 거기에 따라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고 가게를 나오려고하니 대장이 불러세웠다. 어? 내 몫을 지불하지 않았어? 라며 불안해지지만 아닌 모양이다.
 
"소년, 무슨 일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시즈카짱에게 얘기해봐라. 그 애는 분명 받아줄거다"
 
그렇게 말하고 가게안으로 돌아갔다.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선생님을 따라 차에 올라탄다. 그러자
 
"히키가야, 할 얘기란 뭐지?"
 
라고 물어왔다. 그저, 그 눈은 좀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 나를 혼내는게 아닌, 오히려 나를 생각하는 듯한 자애로 가득찬 눈을 하고 있었다.
아아……역시 이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이 사람에겐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결심하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친다.
 
"히라츠카 선생님. 저는 당신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예쁘고, 강하고, 멋지고, 강인하고, 폭력적이지만 저같은 비뚤어진 외톨이에게도 다정하게 대해줘서, 봉사부로 이끌어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며 나는 지금까지 품고 있던 마음을 토해낸다. 선생님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 숙이고 있다. 그걸 보고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가고 만다. 귀엽다도 추가하는편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만두자.
 
"그리고 그런 선생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 호흡을 두고
 
 
 
 
 
 
 
 
 
 
 
"저는 앞으로 반년 뒤에……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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