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7화
 
 
 
 
유키노시타네에게 부탁받고 밖으로 나온건 좋지만 집계결과표를 갖고 있는 사가미를 찾기 위해 어디를 찾으면 좋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서 신발장에서 조금 생각하기로 했다.
방송을 했다고 하니까 교사들은 움직이고 있는건 확실하고, 그 중에는 보건실 선생님도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아마 보건실일 가능성은 없다. 그럼 여자화장실……도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면 찾을테고, 남자 화장실 등은 선택에서 빼야할 것이다. 냄새나고.
남아있는 선택지는 교실인가……하지만 대부분이 체육관에 모여있다는걸 생각하면 가게를 접고 문을 잠궈뒀을 테니까……하야마의 친구 연락망도 일하고 있으니까 교실 등은 그 녀석들이 갈테지……그럼 달리 갈 만한 곳은 어딘가. 보건실도 아니고 여자화장실도 아니고 교실도 아니다……귀가했나? 귀가했다면 이렇게까지 찾아도 못 찾는것도 납득이 간다……일단 확인할까.
신발장에 쓰여있는 이름을 보고 사가미의 이름을 찾아 신발장을 열어보지만 안에는 제대로 깨끗하게 정리된 신발이 들어있다.
귀가의 선택지는 사라졌나………특별동……도 교사는 갔겠지……반대로 생각하자. 교사나 하야마 친구들이 없는 곳을 생각해라. 거기에 사가미는 있다………….
"아……있네"
아무도 가지 않을법한 곳이 한 군데 머리에 떠올라,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그 곳으로 향한다.
"우왓!"
"어이쿠"
종종걸음인 탓에 모퉁이에서 갑자기 나온 사람에 반응하지 못해 부딪쳐서 서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아, 카와사키"
"너 문화제 실행위원인 주제에 뭐하는거야"
"뭐, 사람찾기"
"어디 가는데"
"옥상"
"옥상 문 잠겨있어"
카와사키의 말에 무심코 다리가 멈춘다.
뭐, 뭐라고……역시 교사들도 맹꽁이 자물쇠가 망가져있다는걸 깨닫고 새걸로 바꿨나……자칫하면 엔딩 세레모니 시간에 안 맞잖아.
"그런가……일단 묻겠는데, 그 열쇠 여는법 알아?"
"……알아"
……신님. 당신은 나에게 대체 뭘 시키고 싶은겁니까? 선행을 쌓게해서 천국에 보내줄거야?
"가르쳐줘"
그렇게 말하면서 카와사키의 손을 잡으니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내 손을 뿌리쳤다.
"매, 맹꽁이 자물쇠에서 다이얼식으로 바뀌었지만, 누가 그 번호를 기입한 모양이야"
"그 번호는?"
"분명……801"
그 세자리 숫자를 들은 순간, 어째선지 단번에 그 숫자를 누가 기입한건지 알것 같았다.

왜 그 사람이 다이얼록 번호를 써둔거야……뭐,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굿잡. 과연 사짱. 진짜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고 아까보다도 빨리뛰어서 옥상으로 향하자 뒤쪽에서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일단 시간이 없어서 무시하고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하지만 문화제의 물건 방치가 되어 있는듯, 올라갈때마다 짐 등으로 공간이 좁아지지만 옥상에 가까워지니 서서히 공간이 넓어져갔다.
역시 위쪽까지는 갖다놓으러 오는 무리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 조금 트인 곳으로 나와 다이얼 록식 자물쇠가 걸려있는 문이 보여서 801이라고 입력을 하니 달칵, 하고 열렸다.
"……에비나, 진짜 쩔어"
문을 열자 한 차례의 바람이 부는것과 함께 목표를 시야에 담았다.
사가미는 기대로 가득찬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지만 내 얼굴을 본 순간 실망감을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쉬고 싶은건 이쪽이라고.
"미안하지만 돌아가줘. 시간이 없어"
"딱히 내가 없어도 되잖아. 유키노시타는 뭐든 할 수 있고"
"그렇군.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집계결과를 갖고 있는건 너뿐이잖아. 그게 없으면 세레모니를 시작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하야마랑 유키노시타가 시간을 벌고 있어"
"그렇구나……"
순간 하야마라는 단어에 사가미는 반응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대로 내가 설득해도 움직일 기색은 없군…….
그 때,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돌아보니 사가미의 친구 A, B와 연주를 마친 모양인 하야마의 모습이 보였다.
"겨우 찾았어"
친구 A, B가 사가미에게 다가가서 그 손을 잡았다.
"미나미. 돌아갈까? 다들 기다리고 있어"
"미나미가 없으면 문화제는 끝나지 않아"
친구들의 다정한 말과 따뜻한 손의 온기를 느끼고 감동했는지 사가미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야마가 여기에 왔다는건 이미 유키노시타네의 연주는 시작됐다는 소리다. 유키노시타와 엔딩 세레모니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약속을 나눈 이상 깰 수는 없다.
"야, 사가미. 집계결과만 줘"
"어?"
사가미는 왜? 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집계결과만 있으면 세레모니는 할 수 있어. 사가미, 딱히 네가 문화제에 있든 없든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집계결과만큼은 이쪽으로 넘겨줘. 여기까지 온 이상 실패하는건 싫잖아"
사가미가 출석하든 말든 나하고는 관계없다. 솔직히 말해서 사가미는 있어도 없어도 아무래도 좋은 부속품이다. 집계결과만 있으면 그걸로 끝날 이야기다.
"…………이거"
그러자 사가미는 주머니에서 집계결과가 기입된 종이를 꺼내서 내 발가에 그 종이를 던졌다.
"…………뒷일은 맡긴다"
"……알았어"
내용을 확인하고 집계결과라는걸 확인하고 나는 출구로 향해 걷기 시작해, 지나가듯이 하야마에게 살짝 말하고 옥상을 뒤로 한다.
내같은 현실선행형 인간이 설득하는것 보다는 하야마같은 이상선행형 인간이 설득하는 편이 이번에는 사가미의 설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다.
사가미가 하야마의 설득에 응해, 세레모니를 하기까지 오면 그걸로 되고, 안 오면 거기까지다.
종종걸음으로 체육관으로 향해, 뒷무대로 들어가자 마침 간주 부분에 들어갔는지 관객의 흥분도도 최고조가 되어서 연주하고 있는 본인들도 즐거운 듯이 보인다.
나는 순간……아주 잠깐만 그 광경을 보고 '즐거워보여'라고 생각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저너머로 날려버리고, 의자에 앉아 PFP 전원을 킨다.
하야마의 설득이 사가미를 움직이는게 빠른지, 아니면 엔딩 세레모니가 시작되는게 빠른가.
5분정도 지나고나서 한 차례 큰 환성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들어보니 연주를 마쳤는지 서로 손을 잡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유키노시타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저런 식으로는 평생 될 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유키노시타네가 돌아온다.
"아, 힛키……어라? 사가밍은?"
"음"
유이가하마가 주위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가미한테 회수한 집계결과를 유키노시타에게 건낸다.
"히키가야. 사가미는"
"찾았어……찾았지만 사가미보다도 그쪽이 중요하잖아. 그것만 있으면 엔딩 세레모니까지 사가미가 돌아오지 않아도 네가 대역할 수 있어. 거기다 나로선 시간까지 데려오는건 불가능해"
"……그래"
"그러니까 의뢰했다"
"누구한테?"
유키노시타의 그 한 마디 직후, 기세 좋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를 돌아보니 무대뒤로 사가미와 그 친구 A, B, 그리고 설득을 맡긴 하야마의 모습이 있었다.
사가미는 유키노시타로부터 집계결과를 받아내고 마이크를 들고 단상에 선다.
그 모습에는 오프닝 세레모니만큼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그 대신에 친구 A, B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말야.
"과연 카스트 1위인 핸섬. 하야마로군"
"……그 일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어"
"하?
"……사가미를 데려올때……너를 핑계댔어"
하야마는 면목없다는 듯한 얼굴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 소리는?"
"……저런 녀석한테 그런 취급을 받고 좋냐고……그렇게 말해버렸어"
과연. 카스트 최하위에 위치하는 히키니쿠 자식인 나한테 바보취급 당한 분노를 사가미의 안에서 폭발시키기 위해 나라는 기폭제를 이용해서 사가미의 안의 분노를 폭발시켜서 이쪽으로 데려왔다는건가.
순전히 네가 없으면~ 이나 너밖에~ 같은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도 의외로 써먹을 수 있는건 전부 다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군.
"괜찮지 않냐? 그 상황에선 최선책이잖아"
"하지만……쓰고 싶지 않았어"
모두 사이 좋게……그런 생각이 밑바탕에 있는 이 녀석의 기준으로 보면 누군가를 희생해서 누군가를 구한다는 방법의 존재자체를 용서할 수 없겠지. 이번 일로 스스로 그 방법의 존재를 증명한것 뿐만 아니라 이용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그 상황에선 가장 좋은 최선책이었겠지. 이상만 주절주절 들어놓아서 사가미를 위로해도 세레모니까지는 데려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딱히 상관없잖아……금단의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될때도 있어. 게임에서도 치트라는 금단의 수를 써서라도 나를 쓰러뜨리려고 오는 놈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뭐, 그 녀석들 전부 때려눕혔지만. 치트를 쓴다는 방심에서 오는 빈틈을 찌르면 된다.
박수소리가 들려오고 고개를 들어 무대뒤로 돌아오는 사가미의 모습이 보여, 거기에 모이는 친구 A, B와 대기하고 있던 토베랑 오오오카 등이 모인다.
"미나미 최고였어!"
"미나미가 위원장이라서 정말로 다행이야! 어디의 누구씨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여기서부터 팍팍 퍼지겠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으니까. 소문도 75일이라고 하고, 게임하고 있으면 조만간 멋대로 사라지겠지.
그때, 문득 맥북의 화면이 눈에 들어와서 작업이 완료했다는 팝업이 뜨여있어서 그걸 닫고, 작업내용을 원반에 구워 케이스에 넣으니 무대뒤에 호탕한 소리가 울린다.
"어이, 문화제 실행위원들 모여라"
아츠키의 목소리에 문화제 실행위원들이 전부 모인다.
"내가 봤던 가운데 꽤 좋은 문화제였다. 수고했다. 이후 사후처리가 있지만 그것도 힘내라. 그리고 이 뒤에 뒤풀이에서 정도껏 하도록. 그럼"
그렇게 말하고 아츠키는 무대 뒤로 사라지고 문화제 실행위원 멤버는 다시 정리하러 들어간다. 나도 생각을 하면서 뒷정리를 한다.
저 녀석들은……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뭘 기대하고 있던걸까.
내가 유키노시타에게 집계결과를 건낼때, 명백하게 둘의 얼굴은 조금 맥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녀석들은 내가 사가미를 데려와주는걸 기대하고 있던걸까……아니, 그건 아니겠지. 그 녀석들은 내 성격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내가 사가미를 데려오지 않는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그 녀석들은 대체 뭐에 맥이 빠졌던걸까.
"히키가야"
뒷정리도 대충 끝났을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뒤에 메구리 선배가 있었다.
"이거. CD굽기 끝났어요"
"일처리가 빠르네…………순전히 나는 사가미를 데려와줄거라고 생각했어"
"저에게 뭘 기대하는겁니까. 제가 말해서 돌아오는 녀석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집계결과만 회수하고 나머지는 하야마에게 맡긴겁니다"
"확실히 그게 제일 확실하게 문화제를 성공시키겠지만………… 내 입장으로는……조금 남을 너무 안 보는게 아닐까……그치만 고마워. 너 덕분에 문화제는 성공했어"
그렇게 말하고 메구리 선배는 사라진다.
…………유이가하마네도 메구리 선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걸까.
"히키가야"
뒤돌아보니 유키노시타가 있었다.
"여. 굉장했어"
"……보고 있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어딘가 기뻐보였다.
"간부 부분만이지만"
"…………히키가야"
"어, 어이"
갑자기 유키노시타는 내 이름을 부르고 거리를 좁혀서 바로 옆까지 다가온다.
하얀 눈처럼 깨끗한 피부, 투명하게 비치는 눈동자, 그리고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붉은 입술……늘 보고 있는 그것들이 어딘가 지금은 무척이나 요염하게 보여서, 심장 고동이 쿵쿵 빨라졌다는걸 알 수 있다.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문화제는 못 했을거야"
"그, 그런거 아니잖아"
"그럴까? 서류를 분실했을때도, 내가 쓰러졌을때도 너는 구해줬어……슬슬 너는 눈치를 채야해"
"뭐, 뭘 말이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생각에 잠기듯이 눈을 감고, 그리고 뺨을 조금 붉히면서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너는 이미 필요한 존재야"
"으읏!"
그 말을 들은 순간, 단번에 심장고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빨개져가는걸 안다.
무엇에 대해서 필요한 존재인가……그건 모른다. 하지만……별로 나쁜 느낌은 아니다.
부끄러움을 감추듯이 아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유키노시타로부터 시선을 피하지만 어떻게 해도 그녀를 쳐다보고 만다.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빠른걸음으로 체육관을 나갔다.
…………아직도 심장고동이 빠르다. 뭐냐고 이건…….
"정말로 너는 재미있네"
어느샌가 내 앞에 하루노 씨가 서 있었다.
"남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가하마나 유키노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
"치, 친하지 않다고요. 같은 부활동인것 뿐입니다"
"그럴까나~? 같은 부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불꽃놀이 대회를 같이 보러 가거나, 판다 판씨 인형을 주거나 집에 묵으면서까지 간호를 해줄까? 네 안에선 같은 부활동이라는 것 만으로 그런 짓을 하는거니?"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겁니까"
"후후……뭐, 됐어. 너는 말야………………그렇게나 남이 다가와서 상처입는게 싫어?"
그 목소리를 귓가에서 속삭여진 순간, 등골은 물론 전신이 얼어붙고,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후후후. 히키가야는 역시 재미있네-"
"그, 그거 고맙네요"
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남의 개인 공간에 들어와야 마음이 풀리는걸까……대체 얼마나 남을 휘저어야 내키는걸까.
"문화제 즐거웠어. 또 봐, 히키가야!"
손을 흔들면서 하루노 씨는 체육관에서 나간다.
…………이제 영문을 모르겠네.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체육관을 뒤로하여 교실로 향했다.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로 SHR이 종료하여, 기록잡무 일이 아직 남아있던 나는 조용한 봉사부에서 일을 끝내려고 혼자서 특별동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머리속에는 하루노 씨에게 들은 말이 몇 번이고 재생된다.
확실히 왜 나는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 둘하고 관계를 계속하고 있는걸까. 나는 대체 뭘 바라고 있는걸까……전혀 모르겠다.
고민하면서 부실 문을 열자 평소와 다를바 없는 풍경 속에 유키노시타가 펜을 굴리고 있는 모습이 비치지만 어딘가 평소 익숙한 그 광경이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고 말았다.
거기다 방금전의 광경도 플래쉬백해서 더 그렇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거니?"
"아, 아니 딱히"
그렇게 말하고 평소의 정위치에 앉아 책상에 기록잡무 일을 두고 착수한다.
"게임은 안 하는구나"
"오늘 끝내두면 일.월요일은 게임을 마구 할 수 있잖아. 효율 좋게 게임을 하는거야"
"그걸 일상생활로 삼으면 대단히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네 부모님의 우는 얼굴이 떠오르는구나"
"야, 그만해. 리얼하게 울린 나로서는 상처입잖아"
고1때 한번, 리얼하게 울린적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릇을 만들고 있던 스승이 납득이 안 됐는지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깨는 장면을 보면서 "실패작을 그 자리에서 부수는건 좋구나"라고 들었으니까.
그때 빡쳐서 어거지로 PF3를 해서 텔레비전을 1개월간 못 보게 만들었지만.
"……고마워"
"헤?"
"얼마전에 말이야. 네가 있어준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어"
"그, 그러십니까"
그리고나서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정적이 부실을 채워간다.
이것이 승리자와 패배자의 차이인걸까. 승리자는 칭찬, 박수갈채를 받고, 패배자는 모독험담, 증오를 받는다. 딱히 이런 인생을 후회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나는 어딘가 승리자에게……승리자가 선 장소를 동경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나 루미가 서있는 장소……그건 어떤 경치가 보일까, 남의 얼굴은 대체 어떤식으로 보일까……결코 볼 수 없는 것을 나는 바라고 있는걸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또 하나를 내 가슴 속에는 있었다.
『너는 가하마나 유키노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있어』
하루노 씨의 말이 머리에 울린다.
"저기, 유키"
"얏하로-!"
내가 하려던 말을 지우듯이 밝은 목소리가 부실 내에 울렸다.
"어라? 둘 다 뭐해?"
"나는 진로희망표. 그는……뭘 하고 있는걸까"
"기록잡무 일이다. 게임하는걸로 보여?"
"흐응-. 아, 후야제 가자, 후야제!"
""안 가""
"둘 다 거절했어! 그보다 호흡 딱이잖아! 왜 안가?"
"게임 하고 싶고. 구석에서 하고 있어도 그 녀석들이 화낼거 아냐"
"애시당초 나는 그런데 갈 생각은 없어"
"에- 가자~. 셋이서 노래방가자! 아, 밥먹는것도 괜찮은데!?"
유키노시타의 팔을 안고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고 유키노시타는 싫지는 않은걸로 보인다.
어느샌가 내가 하려던 말은 유키노시타의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부실의 분위기에서도 사라져간다.
나는 기록잡무 일도 끝내고 가방에서 PFP를 꺼내려고 하지만 잠깐 생각을 하고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아주 조금만……아주 조금만 지금 분위기를 느껴두자.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분위기에 몸을 맡긴다.
승리자만이 느끼는 것을 허락받은 분위기. 그걸 패배자인 내가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딘가의 SNS――――
『문화제 수고했어-!』
『수고~. 진짜 엄청 즐거웠어!』
『그치~. 있잖아, 좀 들어봐~』
『왜?』
『위원장인 사가미 있잖아? 그 애한테 문화제에 너는 없어도 된다고 말해서 울린 녀석이 있어~. 너무하지 않아?』
『넘해라~. 그 녀석 누구야?』
『2학년 F반의 히키가야라는 녀석』
『진짜!? 나 같은 반이야~』
『거짓말~! 어떤 녀석인데?』
『맨날 게임만 해서 우리들 사이에선 히키니쿠라고 부르고 있엌ㅋㅋㅋ』
『뭐야 그겈ㅋㅋㅋ?』
『히키코모리・니트・게임오타쿠를 줄여서 히키니쿸ㅋㅋ』
『뿜었닼ㅋㅋㅋ. 다음에 보면 나도 불러볼까』
『게다가 여름방학에 산에 갔었는데 그때, 히키타니가 하야마를 화나게했어』
『하야마를?』
『응. 영웅인척 나대지 말라고 했으. 게다가 괴롭히는 가해자를 전부 죽여버리면 된다던가. 그때부터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위험해~. 히키타니 진짜 위험혀~』
『무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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