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3화
사가미의 공고는 다음날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지각자는 없었던 정례미팅에 여기저기 지각자가 보이게 되고, 그 중에는 그날 하루 아예 안 온 부서의 멤버도 있다.
전원 오지 않는다는걸 비교하면 낫긴 하지만 그래도 일의 지연은 눈에 보인다.
당연히 없는 멤버의 몫을 끌어모으면 출석하는 멤버가 할 수 있지만 또한 그게 안 됐다.
쉬고 있는 녀석들이 놀고 있는데 왜 자기들만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하는건데 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툭툭 지각자의 수가 늘어나는것과 함께 결석자의 숫자도 늘어간다.
이윽고 붜의 일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지각자가 생겨버려서, 집행부 쪽에서도 인원이 조달되어서 매꾸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이도저도 죄다 일하는 중에 메구리 선배에게 즐겁게 말을 거는 하루노 씨 때문이다. 왜 거기서 선제 공격으로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반감과 사가미의 서포트를 한거야! 약점속성 커버하면서 서포트하는건 이상하잖아. 게임이라면 나에게는 흐응~, 아 그래. 정도지만 현실세계는 다르다.
힐끔 시야에 무언가를 찾는 모습의 사가미의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자신의 할당 몫은 끝내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자, 집에 돌아가서 게임하자 게임.
"왜 그래? 위원장"
"아, 어음 실은 서류가"
"어떤 서류? 나도찾을게"
"예산 내역결정서입니다"
유키노시타가 그 말을 듣고 두통이 오는건지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예산 내역 결정서를 잃어버리다니 위원장으로서 아니잖아. 그보다 그런 중요한걸 왜 잃어버리는거야. 나라면 갖고 있는게 무서워서 유키노시타에게 맡기겠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 안 나?"
"아, 네.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뒀는데요"
메구리 선배의 조금 화났어요~ 어필 목소리에 약간, 당혹해하면서 책상 위에서 허둥대며 서류를 물리며 찾는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 어제 주머니에서 꺼내고 그 주변에 적당하게 놔뒀었지……뭐, 어디에 있는것까지는 모르니까 잽싸게 돌아갈까나~.
"히키가야"
"…………뭐, 뭡니까? 나도 할당 몫을 마쳤으니까 돌아가려고 하는데"
왜 무시 스킬이 녀석한테는 안 통하는거야.
"예산 내역. 기억하고 있지"
"유키노시타. 기록잡무인 녀석이 예산 내역을 기억할리 없잖아. 애시당초 그 서류는 보여주지도 않았고"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왠지 짜증나네.
"금년도 예산편성 가안. 선전광고――――――"
각부서에 할당된 예산액을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그걸 메모용지에 기입하고, 그 외의 녀석들은 나를 이상한 놈이라도 보는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지만 그런건 무시하고 암기해뒀던 숫자와 문장을 일언일구 틀리지 않고 머리속에서 끄집어낸다.
어쩌면 이걸 위해 저 녀석은 나에게 서류정리와 문장의 교정을 시키고 있던건가……라고할까 왜 저 녀석, 나한테 예산 내역을 보여준거야.
"이상을 예산편성 가안으로 한다……이상"
"……맞아. 수지 통계액도 정확해"
"어? 어, 어째서"
"확실히 그는 눈도 머리도 게임에 침식되어 있지만 기억력만큼은 신뢰할 수 있어. 서류의 분실도 생각해서 그에게 서류 정리와 교정작업을 맡기고 있었어"
어이, 그건 요컨대 기억력 말고는 신뢰할 수 없다는겁니까. 그보다 눈도 머리도 게임에 침식되어있다니 병 걸린것처럼 말하지마. 상처입잖아.
"그럼 나는 이만"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아직 네 일은 남아있어"
"하아? 내 할당 몫은 이미 끝났어"
"아니, 잔업이야. 지금 진척상황으로는 도저히 만전의 상태로 문화제를 맞이하는건 무리야. 따라서 너도 남아서 일을 해줬으면 싶은데"
"나더러 서비스 잔업을"
『유키농을 신경써줘』
거기까지 말하던 차에 전날, 유이가하마에게 들은 소리가 머리속에서 재생되었다.
"서비스가 싫다면 급료는 줄게"
"……뭔데"
"…………별로 허락하고 싶진 않지만 30분만, 여기서 게임하는걸 허락할게"
뭐, 뭐, 뭐, 뭐라고!? 지, 지금 이 녀석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한건지 이해하고 있나!? 하, 하지만 매력적인……잠깐잠깐잠깐! 이건 함정이다. 아버지도 말했잖아. 미인 여성의 달콤한 유혹에는 절대로 따르지말라고. 아버지는 거기에 걸려버린 탓에 론에 얽혀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지……하,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30분 따위가 아닐 만큼 할 수 있어…….
『유키농을 신경써줘』
"유키노시타. 잠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저도 별로 허락하고 싶지는 않아요…………하지만 분하게도 그의 기억력만큼은 진짜에요. 진행상황이 늦은 현재, 이번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요. 그에게 기억해달라고 하면 진행상황 관계없이 일은 할 수 있어요"
"…………4, 40분"
"30분이야. 그 이상은 양보할 수 없어"
…………하아. 유이가하마 너, 실은 책사지.
"알았어. 잔업할게"
"그럼 바로 서류 정리를 부탁할게"
"예이예이"
유이가하마의 말이 확인사살을 꽂아서 나는 회의실에 남아 제출된 서류 정리와 암기, 그리고 남아있는 일을 유키노시타네와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30분 게임시간은 정말로 줬다.
최종하교시각이 되어 겨우 오늘 일이 끝나, 남아있는건 나와 유키노시타 둘 뿐이었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서 가로등 빛이 밤을 밝히고 있다.
"끄, 끝났다……겨우 게임할 수 있어"
"콜록. 정말로 너는 게임 일색이구나"
순간 유키노시타가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그녀를 쳐다보니 방금전까지하고는 달리 어딘가 안색이 나쁘게 보이고, 기분탓인지 손도 떨리는걸로 보인다.
뭐, 요즘 기온차가 격하니까. 유키노시타도 감기 걸리겠지.
가방을 들고 회의실을 나가 유키노시타가 문을 잠그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려던 순간, 유키노시타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어오는게 보여서 반사적으로 그 어깨를 안았다.
"어, 어이 괜찮아?
"그래. 조금 콜록. 비틀거린것 뿐이야"
"비틀거렸다니 너, 안색 나쁘다고"
"괜찮아. 너야말로 안색이 썩어있어"
평소의 신랄한 딴지가 날아오지만 어딘가 목소리가 미약하고 평소의 위력을 느낄 수 없다.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지만 복도에 그녀의 기침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역시 이런 상황으로 내버려둘 정도로 나는 게임 일색은 아니다. 거기다 유이가하마한테도 신경 써주라고 들었고……그러고보니 그 녀석도 왠일로 쉬었군. 그 녀석도 감기인가? 바보와 오타쿠는 감기 안걸린다고 하는데.
"바래다줄게"
"……상관없어. 혼자서"
"도로 중앙에서 쓰러지면 이쪽이 곤란해"
"…………고마워"
신발장까지 가서 신발로 갈아신으니 어느샌가 유키노시타는 교문을 나가 걷고 있어서 황급히 주륜장에 자전거를 가질러 가서 유키노시타의 옆에 자전거를 세웠다.
"타. 걷는것도 힘들거 아냐"
"…………그래"
조금 뜸을 두고 체념했는지 앞쪽 바구니에 가방을 두고 뒤에 앉으니 상당히 힘들었는지 내 등에 얼굴을 툭 박고 약한 힘으로 옷을 잡는다.
…………어라? 나, 코마치말고 다른 여자애를 뒤에 태우는거 처음 아냐? 설마했던 연애 플래그……가 아닌 파멸플래그가 서진 않겠지. 얼마전에 했던 전연령 대상판 미연시를 했을때 이거랑 비슷한 장면이 시작되서 행복하게 했더니 차에 치여서 BAD END가 됐다.
너무 갑작스런 스태프롤에 아무말도 못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콜록. 역앞이면 돼"
"……이 시간대, 아저씨로 가득차잖아"
"…………거기를 오른쪽으로 꺾어서 다음 편의점까지 직진으로 가줘"
역시 유키노시타도 상상한것 만으로 불쾌해졌는지 자택까지 가는 길을 나에게 구두로 전해줬다.
나도 한번 이 시간대에 전차를 탄 적이 있지만 그 때는 피로에 쩔은 회사원, 특히 중년으로 접어든 아저씨들이 뿜는 악취는 그냥……윽. 떠올린것 만으로 구역질이. 착한아이인 코마치마저도 아버지가 돌아오면 스프레이를 뿌리니까……아, 그러니까 요즘 아버지가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심한건가. 이 놈의 코마치!
"콜록콜록!"
"어이, 괜찮은거냐. 잘도 그래놓고 학교에 왔네"
"하아……아침에는 아무렇지 않았어"
뭐, 감기 걸린 적이 없으니까 모르나……아니, 게임하게 되고나서 감기를 걸린 기억이 전혀 없는데. 뭐, 게임을 위해 걸릴까보냐라는 정신이 있었던거지만.
유키노시타의 지시대로 가자 이 주위는 고급 맨션이 가득차있다고 평판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타워 맨션앞에서 멈추도록 들었다.
……엥, 이 녀석 여기서 혼자 사는거야?
"고마워, 콜록! 여기면 돼"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좌우로 흔들리면서 홀로 들어간다.
그럼 나도 돌아갈까.
페달을 밟으려고 다리에 힘을 넣은 순간, 가방을 세게 지면에 두는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자 벽에 기댄채 주저앉아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어이! 괜찮냐!"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리고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자 너무 뜨거웠다.
"어, 어쩌면 좋아…………아, 럭키"
유키노시타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 있는게 보여서 그걸 집어 홀에 있는 우편 수취 속에 유키노시타의 문자를 찾으니 15층에서 시작되는 방 번호에 그 문자열이 보여서 모니터의 아랫부에 있는 열쇠구멍에 밀어넣어 왼쪽으로 돌리니 자동문이 열렸다.
"하, 하는 수 없네"
유키노시타의 옆구리에 손을 넣고, 양 무릎을 안듯이 그녀를 공주님 포옹으로 안아들어 엘레베이터를 찾고, 마침 왔던 엘레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향한다.
……왜 이런 상태가 될때까지 일한거야.
15층에 도착해서 홀에서 확인한 방번호를 찾으니 표찰에 이름이 쓰여있지 않는 방 앞에 도착해서 방금전 집어든 열쇠로 열어간다.
"하아!? 왜 안 열려……앗, 이중 락이냐"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지만 잠금쇠가 걸린듯이 문이 열리지 않아서 황급히 열쇠구멍을 쳐다보지만 구멍이 두 개 있어서 황급히 두 번째에 밀어넣고 돌려서 문을 당기자 이번에는 제대로 열렸다.
복도를 곧장 지나 거실로 가서 바로 소파가 보여서 거기에 유키노시타를 눕히고 주위를 돌아보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두터운 코트가 보여서 그걸 집어 누워있는 그녀에게 덮어주고 문을 잠그고 현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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