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31화
다음날 교실은 절망에 빠진 남자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것도 불사조의 꼬리 등으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절망이며 그 원인은 제작.각본.감독 세 작품의 축을 모두 에비나 명기 프로듀서가 겸임했다는데서 시작하여, 역할도 모두 프로듀서가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주인공인 어린왕자로 뽑힌 그 하야마조차도 약간 얼굴이 하얗게 보인다.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다.
"…………왜 내가 '비행사' 야"
'비행사'는 삐뚤어진 우주비행사이며 어린왕자의 히로인같은 역할이지만 어째서 나인가. 아니, 뭐, 삐뚤어졌다는 점에선……삐뚤어진건 아니지만.
하지만 에비나는 얼굴에 옅은 분노를 배이며 돌아본다.
"하아? 히키x하야는 얇은 책이라면 머스트 바이잖아? 삐뚤어진 경향의 비행사를 어린왕자가 순진무구하고 다정한 말로 데운다. 이 이상 없는 커플링이야!"
명작이라고 듣는 원작팬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키타니는 문화제 실행위원이니까 연극이 되면 연습도 필요하니까 히키타니는 무리가 아닐까"
그래. 하야마 나이스 서포트.
"그런가……그럼 비행사를 토츠카로 하고 왕자님은 하야마야. 삐뚤어진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어쩔 수 없나"
"나는 결정인가"
풀썩 어깨를 떨구는 하야마를 곁눈으로 나는 무사 복귀를 해냈다. 하마터면 이세계가 아닌 썩은세계로 갈뻔했다. 토츠카의 그 샤이닝 스마일이라면 썩은 오러 따윈 튕겨내겠지.
"나,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오히려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런가……응. 나 힘낼게"
평소의 토츠카 스마일을 지은 후, 캐스트 미팅에 불려서 토츠카는 교실의 축 안으로 돌아가고 나는 교실에서 나와 봉사부 부실로 향하고 있으니 뒤쪽에서 실내화 소리가 들려와서 돌아보니 유이가하마가 빠른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부실 갈거지?"
"뭐 그래. 어차피 앞으로 문화제 실행위원 참가하느라 참가도 못할테니까. 그걸 말하러. 그 녀석도 문화제 실행위원이고"
"그렇구나. 유키농, 별로 이런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패션쇼랑 잡무라면 잡무를 하는게 훨씬 낫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아, 그런가라는 듯이 입을 벙 벌리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제에서 클럽으로 출점하는건 다도부나 일부 클럽 뿐이며, 대부분이 유지로서 참가하던가 교실로서 상연물을 내는것 말고는 없다.
그래서인지 특별동으로 향하는 복도에선 기타나 악기를 연습하는 녀석들이 많이 보였지만 특별동에 들어가니 그것도 사라져서 무척이나 조용하다.
"저기, 힛키는 말야"
"응?"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문화제, 힘내자. 문화제 실행위원이라서 바쁘겠지만 가끔은 교실 쪽에도 와줘. 안그래도 존재감 옅은데 잘못하면 사라져버린다구?"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내 입장으로 보면"
"그건 아니야……………왜냐면 내가 힛키를 기억하고 있는걸"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이가하마에게 어딘가 근지러움을 느끼고 적당한 곳을 긁지만 그 간지러움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서 계속 남아있다.
…………상대가 거리를 좁혀오면 거리를 뗀다…………대개는 그걸로 사라지는데 유이가하마만 계속 거리를 좁혀오는 느낌이 든다…………그걸 나는 어딘가에서…….
"얏하로~"
봉사부 부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평소처럼 문고본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와 실행위원장으로 뽑힌 사가미 미나미와 그 친구 A, B가 있었다.
"어라? 유이는 여기 부활동이었구나"
"으,응. 뭐어……그래서 어쩐 일이야?"
"응. 조금 말야……유키노시타. 위원장이 된건 좋지만 불안해서 말야. 그러니까 도와주지 않을래?"
"…………왜 나인거니. 너에겐 친구가 있잖니"
"응. 하지만 둘 다 부활동으로 바빠서 계속 붙어서 도와주는건 못하니까. 거기다 유키노시타는 엄청 머리 좋으니까. 안 될까?"
사가미의 부탁에 유키노시타의 표정은 썩 좋지 않다.
"……요약하면 네 보좌를 하라는걸로 보면 되겠니"
"그래그래. 다 같이 즐거워야지 문화제잖아? 그런데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가미의 발언에 뒤쪽에 있는 친구 A, B도 납득한 모습으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유이가하마는 그걸 보고 납득이 가지 않는지 별로 좋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위원장을 관두면 될 것을"
툭 중얼거릴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목소리가 울렸는지 사가미와 그 친구 A, B가 이쪽을 쳐다보고 노려보지만 일단 시선을 피해서 무시한다.
"……알았어. 그 의뢰 받아들일게"
"고마워-. 그럼 위원회에서 봐. 갈까"
기세 좋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듯이 나를 시야 구석으로 노려보면서 부실에서 나갔다.
"저기, 유키농"
"뭐니 유이가하마"
"……봉사부는 언제부터 해결사로 변한거야?"
평소하고는 다른 패턴의 대화. 지금까지는 유키노시타가 유이가하마에게 묻는 적은 있어도 반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성립하고 있다는건 지금 사정을 유이가하마가 납득하지 못했다는 것.
"봉사부는 그 사람이 성장하는걸 도와주는 부활동이라고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들었어……하지만 지금 그건 단순히 사가밍의 부탁을 듣는것 뿐이잖아"
"이건 봉사부로서가 아니라 나 개인으로 받아들인것 뿐이야. 운영에 효율을 생각하면 같은 위원인 내가 그녀의 보좌를 하는걸로 효율을 오를거야"
"그렇겠지만…………힛키라면 모를까 유키농이 자신을 우선시키는건 좀 이상해"
어이, 그건 무슨 의미야. 지금 대뜸 나한테 대미지를 준것 같은데.
"유키농, 지금까지 남을 위해 자신을 우선 시킨 적은 없었잖아"
"…………슬슬 위원회가 시작하니까 갈게"
그 순간 처음으로 유키노시타는 유이가하마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 그녀라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왠지 유키농 좀 이상해"
"……그런가? 내가 보기엔 평소랑 똑같은데"
"……있잖아, 힛키……이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유키농을 신경 써줘"
"왜 내가. 네가"
"나로선 무리야……봐, 나는 주위에 휩쓸리기 쉬우니까 주위에서 무슨 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못하게 돼. 그치만 힛키라면 주위가 뭐라 말하든 말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유키농을 신경써줘"
뭐, 확실히 친구 = 게임같은 구석이 있는 나라면 주위 따위 신경쓰지 않고 유키노시타에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말만 할 수 있는거지 통할지 아닌지는 모르잖아.
"뭐, 뭐어 선처할……지도"
"응, 고마워. 그럼 문화제 실행위원회 열심히 해"
유이가하마에게 배웅받고 나는 회의실로 향한다.
…………신경쓰라고 해도 뭘 신경쓰면 되는건데.
회의실로 가는 도중, 살찌고 코트를 입고 손가락 없는 장갑을 낀 녀석의 모습이 보였지만 화려하게 무시하려고 한순간, 팔을 굉장한 힘으로 덥석! 잡혀서 어째선지 뒤를 돌아보니 자이모쿠자가 내 팔을 놓치지 않겠다고 필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쳤다, 하치만. 마침 전화하려던 참이다"
"아니, 나 문화제 실행위원인데"
"거짓말은 됐다. 그대가 문화제 실행위원이라는 헬홀로 들어갈리가 없잖나"
"아니, 진짜로……잉여 인력으로 떠넘겨졌어. 너라면 알거 아냐?"
"…………없다고 착각당해서 떠넘겨졌다……후힛"
자이모쿠자는 주륵 한 줄기의 눈물을 흘렸다.
안다. 울고 싶은건 잘 안다. 나도 중학교 시절에 없다고 착각당해서 하마터면 반장으로 뽑힐뻔한적이 있었으니까. 만약 손을 들어서 존재증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으련지.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후후후, 잘 말해줬다! 이걸 봐라!"
"라노벨 원고라면 안 본다"
"라노벨이 아니다! 괄목하라! 절망하라!"
일단 받아들고 팔랑 펼쳐보니 자이모쿠자치고는 대사 기반의 글이 줄줄 쓰여져있었다.
왠일이래. 이 녀석의 라노벨은 제대로 일단은 라노벨스러운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대본 형식……대본 형식? 야, 잠깐만. 설마 이 녀석.
"흐흥. 네놈도 깨달은 모양이군"
"너, 너 제정신이냐?"
"제정신이고 뭐고 처음부터 제정신이다! 본관이 각본한 교실 연극이다!"
자이모쿠자는 코트를 펄럭 나부끼며 그렇게 외치지만 나는 머리를 싸매고 기막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말할것도 없는 중이병이다. 중이병인 이 녀석이 각본한 작품은 스스로 중이병 필터를 거치고 말아, 발언 하나하나가 모두 중이병에 감염되고 만다.
왜 죽음의 폭렬렬화라고 쓰고 헬. 다이브. 크림슨 블래스터인데. 다이브와 블래스터는 대체 어디에서 따온거야.
"나쁜 소리는 하지 않으마. 지금 당장 각본을 바꿔달라고 해라"
"무슨 소리를 하나! 그 놈들은 평범한 연극은 싫다고 했다고!?"
"확실히 평범한건 싫다고 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상상해봐라. 자기가 좋아하는 애가 히로인이고 주역이 너인 연극을 보고 남자는 어쩌는데. 여자는 어쩌는데………웃와아~. 저 녀석 중이병이잖앜ㅋㅋ. 에엑~ 혹시 저 녀석, 너 좋아하는거냨ㅋㅋㅋㅋ. 엥~ㅋㅋ. 진짜 자제좀ㅋㅋㅋ……싫어 진짜로 혐오스러워라고 뒤로 들을거다"
각본가 데뷔로 들뜬 머리에 냉수를 붓는것처럼 차가운 말을 해주자 겨우 머리가 식어서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는지 창백한 얼굴로 바들바들 떤다.
"자이모쿠자…………내가 말하는것도 뭐하지만 현실을 봐라"
"…………하치만……………그대에게 듣고 싶진 않다"
그 순간, 나는 자이모쿠자의 비명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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