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29화
이름을 불려서 뒤돌아보니 대백합과 연초문양이 시원스런 유카타 차림의 유키노시타 하루노 씨가 귀빈석 속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걸어온다.
"하, 하아.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어쩐 일이야?"
"뭐, 뭐어 장소 찾고 있다고 할까요"
"흐응-……괜찮으면 이리로 와. 누나가 특별히 좋은 곳에서 보여줄게"
그리 말을 듣고 하루노 씨에게 손을 잡혀 억지로 귀빈석으로 끌려가 나와 손을 잡고 있던 유이가하마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조금 걸어, 마치 여제가 앉는 의자처럼 주위에서 사람을 배제하듯 아무도 없는 의자에 억지로 앉히고 내 옆에 하루노 씨가 앉았다.
"아버지의 대리야. 인사만 하고 있어서 되게 지루했어"
걱정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시간죽이기용 게임기입니까……뭐, 이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자기 말고 다른 인간이 그런 식으로 보여도 어쩔 수 없겠지만.
"……부루주아다"
"그야 회사 사장 겸 현의회 의원인걸. 우리 아버지는 업무상 자치체계의 일에 강하거든"
이렇게까지 타의없는 자랑을 들어선 이쪽도 호에~ 라고 감탄하는 수 밖에 없어서 비아냥을 하는것 마저도 어째선지 꺼려지고 만다. 이거야말로 하루노 씨의 목적이겠지만……아무래도 좋아.
특별히 불꽃놀이에는 흥미가 없어서 PFP를 꺼내서 기동시켜서 태고의 달인의 속행을 하려고 하지만 시선을 느껴서 고개를 들어보니 하루노 씨가 화면을 엿보고 있다.
"뭐, 뭠까"
"누나랑 대화하는 것보다도 게임이 더 좋아?"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물어오지만 나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유이가하마 쪽으로 기울여, 하루노 씨로부터 조금이라도 떨어지도록 해버린다.
역시 거북해……이 사람이 사적 공간에 들어오는 지나치게 이상한 한 발자국이.
"후훗……과연~. 유키노가 왠일로 게임 동영상을 본다 싶더니"
"유키노시타가?"
"응. 유키노, 판씨를 껴안으면서 고양이 동영상도 늘 보는데, 어째선지 그때는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었어. 그게, 분명 카미하치라는 사람이었던가?"
어째서 내 주위 녀석들은 바로 나의 인터넷상 이름을 알아채는걸까. 에비나도 그렇고 유키노시타도 그렇고……하지만 유키노시타가 내 동영상을……게임에 대한 생각이 바뀐것도 그게 영향인가?
"너무 드물어서 말을 걸었는데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하, 하아"
적당하게 대답하면서 PFP로 시선을 떨구어 게임을 계속한다.
그 직후, 첫번째 불꽃이 쏘아졌는지 엄청난 소리가 울리지만 그래도 나는 위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PFP에 집중하고 있다.
"저, 저기!"
"음……무슨 가하마였더라?"
"유, 유이가하마에요. 저, 저기 오늘은 유키농은 안 왔나요?"
"유키노라면 집에 있는게 아닐까. 옛날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역할은 내가 했었고. 아버지 대리로 나온거니까 노는게 아니고 말이야"
"그건 유키농은 오면 안 되는건가요?"
"음-. 엄마 의견이니까-……그러는편이 좋지 않아?"
"뭐, 언니니까요"
아마도 그건 아닐테지. 마지막은 외면이다. 외면상으로 하루노 씨가 좋은 인상이라는 소리겠지. 우리집도 그런건 있다. 친척의 인사에서 나를 보이는것보다도 코마치를 보이는 편이 좋다는걸로 되어는지는 모르겠지만 친척이 모였을때 인사는 대개 그 녀석의 역할이다.
"우리 집은 말야, 엄마가 제일 힘이 세거든!"
"헤-"
"으으. 흥미없어 보이네"
"당연하죠. 남의 가족만큼 흥미없는건 없습니다"
"흐음……우리 엄마, 뭐든지 자기가 정해서 따르게 만드는 사람이니까. 이쪽이 굽혀주면 되지만 유키노는 그런거 잘 못하니까. 그치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나서 혼자 자취하고 싶다고 말했을때는 놀랬어-. 생떼를 부리는 애가 아니었으니까"
그 녀석 그 나이에 혼자 자취하나……얼마나 돈이 많은거야.
"그래서 딱 좋게 아버지가 고급 맨션을 준거야. 하지만 아직 엄마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말로 오늘은 아무래도 좋은 정보만 머리로 들어온다.
"…………후후후"
"뭡니까"
갑자기 하루노 씨가 재미있다는듯이 작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은 어딘가 차가움을 느끼게하는 듯한 웃음이다.
"조금 말야…………너는 유키노가 지금까지 만난적이 없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다시 생각했어"
뭐, 우정이니 인연이니 하는 풋내나는걸 전부 버리고 게임에 모든 신경을 붓고 있는 인간은 전 세상을 뒤져봐도 몇 명 없겠지.
세상에서 몇 명 수준의 인간이 유키노시타와 만나는것 자체가 레어하고 말야.
"얘, 누나한테도 하게 해줄래?"
"싫습니다. 저 남에게 게임을 빌려주지 않는 주의거든요"
거짓말입니다-. 이 사람에게 빌려주면 그야말로 평생 돌아오지 않을것 같다.
"우으-. 짠돌이네……나는 붐비는거 싫으니까 이제 돌아갈건데, 어떡할래?"
"……우리도 돌아갈까"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PFP를 슬립 모드로 바꿔서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서 하루노 씨를 따라가면서 유료 공간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색길로 걸어간다.
돌아가서 못했던 만큼의 게임을 하고……그리고 뭐하지.
그런걸 생각하고 있으니 검은 하이어가 우리들이 걷고 있는 보도에 주차되어 있다.
…………지금 왠지 모르게 알았다. 왜 유키노시타가 한발짝 물러난 곳에 서 있는지……내 기억이랑 이으면 그런건 금방 알 수 있다……왜 몰랐던거지.
"그렇게 쳐다봐도 보이는곳에 흠집은 없어"
아무래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지 하루노 씨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
"……역시"
"……어라? 유키노한테 안 들었구나"
"듣지 않았지만 딱히 따질것도 아니라서요. 제 기준으로 보면 그 사고는 매일 철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날을 준 하늘의 선물이라구요"
"아하하……역시 너는 특이한 사람이야"
"최상의 칭찬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한번 더 하루노 씨는 미소짓는다.
"그럼 그런고로"
"또 봐. 바이바이"
크게 손을 흔들고 배웅하지만 가능하면 만나고 싶지 않다.
"저기, 힛키는 유키농한테 들었어?"
전차를 유이가하마의 집 근처 역에서 내려 바래다주고 있는 와중에 그런 말을 들어다.
"아니, 못 들었는데……너는?"
내 질문에 유이가하마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가장 사이가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이가하마마저 못 들었다는걸 다른 녀석들이 알리도 없나……뭐, 왜 그 녀석이 말 안했는지는 아무래도 좋고.
"유키농, 말하고 싶어도 말 못했던게 아닐까. 집안 사정같은걸루"
"흐응~. 그런걸지도"
"…………저기, 힛키.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발걸음을 멈추고 유이가하마가 이쪽을 쳐다본다.
"어째서 그렇게나 무관심해?"
"…………"
"딱히 이제와서 힛키게 왜 게임을 하는지는 말 안하겠지만……어째서 무관심해?"
"알아서 뭐하게. 너도 부분적으로 알고 있잖아……나는 청춘이니 친구니 전부 버렸어……그러니까 남을 깊게 알 필요는 없어. 그러니까 무관심한거야"
"……나는……나는 유키농을 좀 더 알고 싶어. 유키농이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기뻐하는것, 슬퍼하는것……잔뜩 알고 싶어. 나는……유키농이랑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많이 알고 싶어"
"힘내라. 응원할게"
"그리고……힛키도 알고 싶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고, 유이가하마의 얼굴을 보지만 그 눈은 나를 곧게 쳐다보고 있다.
"나, 힛키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힛키를 좀 더 알고 싶어"
그건 나에게 있어서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갖고 있으면 자신이 좀먹어가는 듯한 감각마저 느끼는거지만, 나는 이미 그와 비슷한걸품고 있다.
그건 비슷하긴 하지만 유이가하마가 바라는 관계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다.
내딛지 않으면 상처입지 않고, 내딛으면 상처입는다. 이전에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나는 게임 세상으로 도망치고 있는것 뿐이라고. 그 대답을 지금 긍정하자. 나는 도망쳤다. 츠루미 루미처럼 강함을 갖지 않은 나는 도망쳤다. 상처입는걸 두려워해 결코 상처입지 않는 세상으로 도망쳤다. 그 세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하지만, 나는…………뭘 바라고 있는걸까. 상처입는걸 두려워한 내가 뭘 바라는걸까.
"여기까지면 됐어. 집도 가까우니까"
"……그런가"
"응. 그럼 학교에서 봐"
그렇게 말하고 나막신을 따각따각 소리를 내면서 유이가하마는 걸어간다.
나는 현관으로 사라질때까지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나는 대체 그녀에게 뭘 바라고 있는걸까
――――――어떤 사람은 그녀는 이따끔 올바르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아름답고 명석하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멋있다고 평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훌륭하다고 평한다.
――――――그렇다면 그 어떤 사람 = 나는 그녀를 뭐라고 하는걸까.
여름방학도 끝나 2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고 그걸로 갈아신고 교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려고할때, 바로 위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오랜만이야"
"……격조했네"
이 반년정도로 우리는 확실하게 거리를 좁혔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거리는 서로의 손이 닿는 일이 없이 먼 거리를 조금 좁혔을 뿐인 거리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까지 거리를 좁히는것이 가능한 것이다.
나와 그녀는 다르다. 승리자와 패배자. 딱 그대로다. 나는 게임 세상으로 도망치고 그녀는 맞서 싸워 이겼다.
"……언니와 만났구나"
"……우연히"
오른쪽으로 가면 그녀가 속하는 J반과 I반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내가 속하는 반이 있다.
서로 반대 방향에 서 있어서 교실로 가기 위해 거리를 좁힌다.
"…………저기"
"방과후에 보자"
그녀에게 불렸지만 그렇게 말하고 교실로 걸어간다.
나는 너무 다가서고 말았다……불에 손을 너무 가져가서 화상을 입은듯이, 나는 승리자에게 너무 다가가서 패배자의 상처를 쓸데없이 깊게 입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거면 됐다. 나와 유키노시타가 교차하는 일은 없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가 패배자인 나에게는 어울린다.
"어차피 나는…………히키니쿠 자식이야"
그 중얼거림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나만이 들리는 중얼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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