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6화
유키노시타가 계산하고 있는 동안, 나는 가까운 펫샵에서 유이가하마에게 줄 선물을 사고 있었다.
솔직히 여자애 생일 선물 등을 산 적이 없어서 일단 기르고 있는 개의 목걸이와 그 외 기타등등 작은 도구를 사서 선물용으로 포장한다.
"감사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오려고 할때 시야 구석에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보여서 그쪽을 쳐다보니 울타리에 둘러싸인 곳에 있는 새끼고양이의 옆에 무릎을 굽혀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그 모습은 평소 모습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워 보였다.
…………설마 그 유키노시타가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좋아했다니. 게다가 가끔 작은 목소리로 "야옹-" 거리고 있고.
유키노시타에게 다가가니 새끼고양이가 귀만 빼꼼 내 쪽으로 돌리고, 그에 맞춰서 유키노시타도 이쪽을 쳐다봤다.
"빨랐구나. 뭘 산거니"
"딱히…………나 나름대로 선물"
"그래…… 개를 좋아하는구나"
"하? 내가 너한테 개를 좋아한다고 말했던가?"
"아니…………필사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것 뿐이야"
필사……나 개를 위해서 필사적이 된 적이……아, 인생중에 한번 있다. 유이가하마의 손에서 벗어난 개를 구할때다. 그 때만 어째선지 개를 위해서 필사적이 됐었지……하지만 나 사고에 대해서 얘기했던가?
"용건도 마쳤으니 돌아갈까"
"그래"
펫샵에서 나와 출구까지 걷고 있으니 문득 유키노시타의 발소리가 딱 멎은걸 깨닫고 돌아보니 게임센터 쪽을 응시하고 있어다.
응시하고 있는 곳을 보니 UFO캐처에 판다 판씨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
"게임하고 싶냐"
"너도 아니고"
……기분 탓일까, 인형만 갖고 싶어, 라는 목소리가 들린것 같다.
"갖고 싶으면 하면 되잖아. 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도발적인 어투네. 내가 못한다고 말하는거니"
"의외로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렵다. 코마치는 매번 여기에 와서 1000엔은 날리니까"
뭐, 어떤 의미로 그게 내 작전이지만. 용돈을 게임으로 벌고 있는 나에게는 용돈 제한은 없고 코마치만 받고 있어서 그 용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반드시 게임 센터에 들르는 것이다.
그리고 코마치가 반쯤 울어서 1000엔 정도 써버렸을때 내가 단번에 뽑아준다. 이정도로 시원스러운건 없다.
"그럼 익숙해지면 될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시타는 지갑에서 천엔을 꺼내서 환전기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크레인 게임기에 100엔 동전을 쌓아올리고 하나를 투입구에 넣는다.
"……"
어째선지 유키노시타는 코인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버튼에 손을 뻗으려고 하지 않는다.
……설마 모르나.
"오른쪽 버튼으로 팔이 좌우로 움직이고 왼쪽 버튼으로 앞이나 안쪽으로 움직여. 버튼을 누르는 동안에는 움직이니까 갖고 싶은 인형의 바로 위보다도 조금 앞으로 가져가면 돼"
"그, 그래. 고마워"
유키노시타는 얼굴을 화악 붉히면서 버튼을 누르고 팔을 움직인다.
목표인 판씨의 직선상까지 팔을 움직여서, 이번에는 그 직선을 따라 팔을 안쪽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내가 말한대로 팔을 조금 앞에서 멈춘다. 그러자 팔은 멋대로 손을 벌려서 판씨의 몸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린다.
"……땄다"
승리 포즈를 취하며 그렇게 말한 순간, 팔이 최종점까지 올라갔을때 흔들려서 판씨가 떨어졌다.
"……잠깐. 지금 완전히 집어들었잖아. 어째서 떨어지는거야"
"그런거잖냐. 한번만에 따는건 별로 없어. 방금 그걸로 위치도 움직였고"
"그렇구나. 힘이 약한 만큼 횟수를 늘린다는 거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운 동전을 투입해서 팔을 조작하지만 또 낙하. 세 번째 동전을 투입하지만 또 낙하.
…………어째서일까. 코마치 때는 시원스렀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저금통이라는 이름의 게임기에 100엔 동전을 넣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을 보고 죄악감밖에 느끼지 않는다.
"너 허접하구나"
"뭣.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너는 상당히 잘 한다는 소리구나. 게임가야"
이제 아무래도 좋아.
"100엔"
"…………"
"야, 그 자기 돈으로 해라는 시선은 그만둬"
그렇게 말하자 마지못해 유키노시타는 나한테 100엔 동전을 하나 건냈다.
"아, 게릴라"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진동하고 황급히 꺼내서 게임을 기동시키고 UFO 캐처는 한 손으로만 조작하고 두 눈과 한쪽 팔을 스마트폰 게임으로 넘긴다.
어쨌든간에 방금 그걸로 위치는 기억했으니 여유롭겠지.
버튼을 눌러서 팔을 움직이면서 게릴라 던전으로 잠입해서 파닥파닥 나타나는 적을 쓰러뜨려간다.
"오, 몹 등장. 축하축하"
그걸 기뻐하고 있으니 수취구에서 덜컹 소리가 나서 손을 집어넣어서 안에 있는걸 꺼내자 유키노시타가 갖고 싶어하던 판다 판씨였다.
"자. 판다 판씨"
"…………너, 그 정열을 다른데 돌리면 분명 국제교양과에 있었을거야"
"중학교 담임이랑 똑같은 소리 하지마. 자, 줄게"
"아니, 그건 네거야. 네가 뽑은거니까"
뭐라고 할까, 이 녀석은 모두 정석대로 하고 싶어한다고 할까, 완고하다고 할까.
"이 대가를 지불한건 너잖아. 그러니까 네거야"
그렇게 말하고 억지로 유키노시타에게 건내자 그렇게 기뻤는지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지으면서 판다 판씨를 꼬옥 껴안았다.
"그나저나 정말로 좋아하는군"
"그래, 옛날에 받은거야"
"인형을?
"아니, 원작이야. 영어로 된걸"
"판씨에게 원작 같은게 있나?"
그렇게 말한 순간 유키노시타의 스위치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나 뭔가 말해선 안 된 소리를 했나?
"판다 판씨. 원작명은 『헬로우 미스터 판다』. 개명전의 제목은 『판다 지가든』. 미국 생물학자였던 랜드 매키토쉬가 판다의 연구를 위해 가족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들을 위해 만들었다는게 시작이라고 일컫고 있어"
"하, 하아"
"보다 캐릭터성을 중시해서 데포르메된 디스티니판이 유명하지만 원작도 멋져. 한번 원서를 읽는걸 추천할게"
"너, 그 무렵부터 영어를 했던거냐"
"아니. 사전을 들고 퍼즐처럼 하나하나 조사해서 연결이 됐을때는 기뻤어. 거기다 생일 선물이었으니까 몹시 애착이 있던걸지도 몰라……그, 그러니까 그게……뽑아줘서……기뻤어"
그 한마디와 유키노시타가 지은 작은 미소를 본 순간,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그런가. 하지만 그 마음 잘 알지. 나도 생일에 받은 게임의 조작방법을 몰라서 하나하나 확인했을때 그 고양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고, 그 게임은 아직도 데이터를 삭제해서 다시 하고 있어"
"그거랑 같은 취급을 하는건 조금 불쾌한데"
"……뭐, 내 경우에는 환경이 환경이었으니까"
"어?"
유키노시타의 물음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휴식을 하기 위해 벤치에 앉으니 옆에 유키노시타도 앉는다.
그때 괴롭힘을 받아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라며 부모님이 사준 게임이니까…… 뭐, 이렇게까지 빠져들줄은 부모님도 생각 못했겠지만.
"…………하아……"
한숨을 쉬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어라-? 유키노? 역시 유키노구나-!"
"어, 언니"
"하?"
배려없는 목소리와 함께 유키노시타의 그 한마디가 들려와서 황급히 앞을 쳐다보니 유키노시타랑 쏙 닮은 여성이 만면의 미소를 지은채 이쪽으로 뛰어왔다.
방금전까지 부드러웠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유키노시타는 인형을 세게 꼬옥 껴안고 있다.
유키노시타를 무동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눈 앞의 여성은 유동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다.
"이런데서 뭐하는거야? 아, 데이트야? 데이트지! 요놈요놈!"
콕콕~ 팔꿈치로 유키노시타를 찌르지만 유키노시타 본인은 진심으로 귀찮다는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여성을 보고 있다.
여성은 미소를 무너뜨리는 일 없이 유키노시타에게 참견을 한다.
…………왠지 이런 느낌을 품은 적이 있는것 같은데……뭐지, 이 느낌은.
"남친? 여기 있는 남자애는 남친이야?"
"아니야, 동급생이야"
"또 또 그런다-! 유키노의 언니인 하루노에요. 유키노를 잘 부탁해"
"하, 하아. 히키가야입니다"
"히키가야……헤에"
하루노 씨는 턱에 손을 대고 내 다리 끝부터 머리 끝까지 품정하듯이 쳐다본다.
보여지고 있는 동안은 금박이라도 당한것 처럼 움직일 수 없다.
"헤에. 아, 판씨다! 좋겠다-! 남친이 뽑아줬구나! 부럽네-!"
"만지지마"
그렇게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심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차가움이 더해져서, 역시 언니도 내밀었던 손을 물리고 경직된 미소를 짓는다.
"와아, 놀래라. 미안해 유키노. 남친이 뽑아준거지 응"
"그러니까 그는 동급생이라고 아까"
"농담이라니깐-! 아, 그치만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해. 엄마, 아직 혼자 자취하는거 화내고 있으니까"
그 단어가 나온 순간,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굳고 판씨를 껴안는 힘이 강해진다.
"……언니하고는 관계없는 일이야"
지면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를 보고 나는 가볍게 충격을 받는다.
유키노시타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인물인가……괴물이군.
"아하하. 유키노는 머리 좋으니까 생각하고 있지. 그럼 히키가야. 진짜 연인이 되면 누나랑 같이 차 한잔 마시자! 바이바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그렇게 말하고 사라질때 말한 순간, 겨우 이해했다.
겨우 알았다…………그 느낌.
"네 언니 대단하구만"
"처음 만난 사람은 다들 그렇게 말해. 용모단려, 성적최고……모두 다 칭찬해"
"우수한 언니 자랑하냐"
"하?"
유키노시타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나를 쳐다본다.
"뭐라고 할까, 미연시에 나올법한 히로인이군"
"……무슨 의미니"
"……왜 미연시에 나오는 히로인은 못생긴 사람이 없고 죄다 미인인지 알고 있어?"
"……글쎄"
미연시라는 단어조차 모르는것 같지만 뭐 됐어.
"남자의 이상을 집어넣은 게임이기 때문이야. 현실로는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이상으로 매운다. 네 언니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 만들어진 누구로부터도 사랑받는 이상적인 여성. 하지만 이상을 현실로 갖고 오면 어떻게든 간에 흔들리게 되어 있어. 어디까지나 이상이니까"
"……그래. 저건 언니의 외면. 업무상 장녀인 언니는 자주 밖을 돌아다녀. 그 결과, 만들어진게 저 가면……그런 이유로 간파되었다는걸 알면 기막혀할거야"
"시끄러……거기다 명백하게 미소의 종류가 다르잖냐. 너하고는"
"어?"
"……얼른 돌아가자. 할 일도 끝났으니까"
"……그래"
다음날 방과후, 나와 유키노시타는 봉사부에서 유이가하마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안녕"
소극적인 노크 소리 후, 유이가하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부실로 들어온다.
"유이가하마"
"뭐, 뭔데?"
"우리들의 일로 할 얘기가 있어"
"으, 응……"
"그, 그게"
둘이서 입을 다물어버려서 부실에 정적이 채워진다.
"…………지금까지 네가 있던 시간은 무척이나 즐거웠어……그러니까 그 답례를"
마지막은 들리지 않았지만 가방에서 어제 산 에이프런을 유이가하마에게 건낸다.
"……헤?"
"생일 축하해"
생각지도 못한 축복을 받은 유이가하마가 멍하니 입을 벌린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뜯어봐도 돼?"
유이가하마의 확인에 유키노시타는 입을 다물고 끄덕이며, 부실에 포장을 찢는 소리만 울린 후, 유이가하마의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 에이프런……귀여워……고마워! 유키농!"
유이가하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유키노시타를 껴안는다.
유키노시타는 답답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유이가하마를 떼어놓으려고 하지 않고 자연히 떨어지는걸 기다리고 있는지 그대로 가만히 있는 상태였다.
…………내가 해야할 일은……
"유, 유이가하마"
PFP의 전원을 오랜만에 끄고 가방 속에 집어넣는것과 동시에 유이가하마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꺼내고 그녀의 옆까지 다가가서 상자를 건냈다.
"히, 힛키……"
"그, 그게……미안"
"어?"
"……나, 나는 말야. 옛날 경험으로 친구니 청춘이니 하는건 버그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나에게는 필요없는거라고 결론 지어서……그, 그 생각을 너한테까지 강요해서 거절한건……미안해. 지금까지대로는 안 되겠지만……또, 또 말 걸어주면……기, 기쁘겠어"
"…………헤?"
"하?"
유이가하마의 얼빵한 말에 나까지 따라 얼빵한 소리를 내버렸다.
"어, 어? 힛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무슨 말을 하냐니, 너를 거절했다는걸 사죄라고 할까, 속죄라고 할까"
"……엥, 그거 사고 말하는거 아니었어!?"
"하, 하아? 아, 아니 내 입장으로는 그 사고는 좋았다고할까……덕분에 입원중에 게임 삼매경이었다고 할까……뭐, 뭐야 그거"
전신의 힘이 빠져버려서 의자에 휘적휘적 앉아버렸다.
유키노시타의 말대로 완전히 엇갈림이었군.
"하……하하하하. 힛키……그게……사고는"
"딱히 아무 생각도 안 해. 구해준 개의 주인이 우연히 유이가하마였다는것 뿐이고……거기다 입원중에는 게임 삼매경이었고"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도 힘이 빠졌는지 휘적휘적 가까운 의자에 앉아버렸다.
"뜯어봐도 돼?"
"어, 어어"
그렇게 말하자 방금전하고는 달리 조심스레 포장을 뜯어가, 안에 들어있는걸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대로 상자에 들어있는걸 목에 대고……어, 야.
"어, 어때?"
그녀의 목에는 검은 레저를 몇 가닥 나누어서 짜고, 중앙에는 실버 태그. 갈색 모색에 좋다고 생각해서 샀지만 설마 인간이 찰줄은 생각 못했다.
"어떠냐니……그거 애완견용 목걸이다"
"……하, 하아!?"
"유이가하마. 설마……그의"
"아, 아니야! 이, 이건 그게…………힛키 바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들고 유이가하마는 출구로 곧장 뛰어가지만 문을 열려던 차에 움직임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봤다.
"고, 고마워"
"어, 어어"
문이 닫히고 유이가하마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잘 모르겠지만 해결한걸까"
"글쎄……해결한거 아니겠냐"
기막혀하면서도 나는 어딘가 지금 상황에 안도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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