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5화
 
 
 
 
일요일, 곧잘 쓰이는 역의 안내 게시판에서 코마치는 자신의 차림이 이상하지 않은지 휴대폰 화면에 비치는 음영으로 확인하고 나는 게임을 하면서 유키노시타가 오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모처럼 게임하기 좋은 날이……왜 나는 거절하지 않았던거지.
평소라면 일요일에 약속을 잡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절할텐데 어째선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서 수락해버린 것이다.
"그치만 오빠가 거절하지 않다니 왠일이래"
"……"
옆에 있는 코마치의 얘기를 나는 무시하고 게임을 한다.
"……슬슬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줘, 오빠"
그렇게 말하는 코마치의 목소리는 어딘가 슬퍼보이고 어딘가 걱정스러운 음성이었다.
"…………과자준 사람……뭐, 유이가하마라고 하는데……간단하게 말하자면 버그를 제거했어"
이 말투에는 평소라면 통하지 않지만 동생이라면 통한다.
사실상 코마치는 으응~ 하며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런가…………오빠"
"응?"
"……옛날 일은 리셋했지?"
……옛날 일……그래. 나는 확실히 버그를 제거해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으로 과거를 제거하고, 게임에 빠져가는 현실을 새로 데이터 보존했다.
"일단은"
"……유이가하마 언니는 분명 오빠랑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말을 건거라고 생각해……확실히 오빠의 안에선 청춘도 친구도 전부 버그일지도 모르지만……유이가하마 언니까지 그 생각을 강요해서 적용시키는건 조금 안 된다고 코마치는 생각해"
"…………"
"오빠가 친구라던가 전부 다 버려도……오빠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진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 유이가하마 언니도 그럴거고……아마, 유키노시타 언니도"
나의 손가락은 이미 멈춰버렸다.
"그게……오빠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가 옛날에 그 사람들이랑 똑같은건 아니라고 생각해"
"…………"
"그러니까…………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오빠야……유이아가하마 언니를 믿어줘"
 
――――토츠카 사이카는 말했다. 친구한테 말을 걸지 말라고 들으면 슬프다고.
 
――――히키가야 코마치는 말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모두가 옛날 녀석들이랑 똑같진 않다고.
 
――――히라츠카 시즈카는 말했다. 인연이나 친구의 필요성을 찾아내는게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말했다. 나는 현실의 불쾌한 부분에서 눈을 피해 게임 속 세상으로 도망치는거라고.
 
그렇다면 나는 뭘 하면 좋은가. 뭘 실행하면 좋은가.
게임 세상처럼 L버튼을 누르면 누군가가 가르쳐주는건 아니다. 모르는게 있으면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후우"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 PFP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코마치"
"응?"
"……그게……뭐냐……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코마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자 미소를 지었다.
"기다렸지"
"오요, 유키노 언니. 안녕하세요"
"안녕. 미안해, 휴일인데 어울리게 해버려서"
"아뇨아뇨! 저도 유이 언니의 생일 선물을 사고 싶어요!"
어라? 너 아까전까지 유이가하마를 이름에 언니라고 붙이지 않았냐? 후우. 이러니까 리얼충놈들은…… 만나고나서 며칠, 그것도 유이가하마하고는 한 번 밖에 만나적이 없는데 이름으로 부르다니. 무시무시하구만.
"슬슬 전차가 올테니까 가자"
그렇게 말하고 개찰구로 들어가니 딱 그 타이밍에 목적하는 역에 멈춰선 전차가 와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것과 동시에 문이 닫히고 전차가 출발한다.
일요일 이 시간에도 의외로 손님은 있군……아, 내가 안 나가는것 뿐인가.
"유키노 언니는 뭘 살지 정했어요?"
"일단 돌아봤지만 아직 정하진 못했어"
"그런가요~. 일단 묻겠는데 오빠……는 정하지 않았나"
"심하지 않냐? 야, 나한테도 제대로 물어봐줘"
"네 경우에는 유이가하마에게 게임을 줄것 같아서 불안해"
잠깐 생각하고 있던걸 듣고 움찔거리면서 창밖을 쳐다보니 코마치와 유키노시타가 둘이서 기막히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아직 그 녀석에게 게임의 본체를 빌려준 상태니까 소프트만 주면 일단은 할테고……하지만 왠지 그 녀석이니까 그 날만 하고 방치할것 같다.
"나, 다른 사람한테 생일 선물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키노시타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코마치는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핫. 나는 받은 적 있어"
"엥, 거짓말. 오빠가 받은적이 있었던가?"
"아아, 있고말고. 매년 말이지"
"일단, 참고삼아서 들어두겠는데, 뭘 받았니"
"훗…………게임 통화랑 생일 한정 장비"
그렇게 말하니 코마치는 이마를 누르며 한숨을 쉬고 유키노시타는 물어본 자신이 바보였다고 하고 싶은듯 후회의 뜻을 듬뿍 담은 한숨을 쉬었다.
 
 
 
 
 
 
 
 
 
 
 
 
 
미나미후나바시 역에서 조금 걸어, 육교를 건너자 거대한 쇼핑몰이 보였다.
이 주변에서도 최대급으로 소문날 정도로 넓은 옷가게가 있는건 물론 영화관이 있거나 푸드 코너가 있는 등 하루만으로는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넓이를 자랑한다.
참고로 나도 한번만 여기에 게임을 목적으로 온 적이 있지만 게임센터는 별로 우대받지 못한듯 UFO캐처 등 가정용 게임밖에 없었다.
"놀랬어. 상당히 넓구나"
구내 안내게시판을 보면서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말한다.
"효율을 생각해서 나눠서 행동할까. 나 저쪽, 코마치 이쪽, 유키노시타는 그쪽"
"잠깐 타임!"
"아얏!"
안네 게시판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꾸직! 소리를 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코마치로 인해 손가락이 관절하고는 반대로 굽혀졌다.
너, 너어! 내 손가락은 게임을 위해 있는거나 마찬가지라고! 그 손가락을……아파라.
얘기를 듣지 않는 코마치의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속으로 울었다.
"뭔가 문제라도? 그가 말한대로 효율을 생각하면 하루만으로는 도저히"
"오빠도 유키노 언니도 자연스럽게 단독행동을 하네요~. 안 된다구요~. 코마치 기준으로 여기만 찾으면 유이 언니의 생일 선물은 좋을거에요!'
코마치가 안내 게시판을 가리킨곳을 보니 '잣신'이니 '리사리사'등 딱 보아도 여자애용 가게가 모여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손가락, 아직 아프다.
"그럼 그쪽으로 갈까"
유키노시타도 이론은 없는지 말업이 끄덕였다.
"그럼 렛츠고-"
코마치의 기운찬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쇼핑몰 안을 걸어간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성용 가게나 아이용 가게가 몇개나 늘어서 있고, 쇼핑몰 안은 작은 음량이지만 BGM도 흐르고 있어서 처음으로 오는 곳이지만 시시하지는 않다.
유키노시타도 나와 같은지 아까부터 바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주위 가게를 보고 있다.
…………그나저나 왜 내가 선두를 걷고 있는거야.
평소 나라면 가장 뒤에 포지션을 잡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걷지만 어쨰선지 오늘은 내가 가장 앞에 나서서 걷고 있다.
그대로 직진해 가니 오른쪽 블럭, 왼쪽 블럭으로 나뉘는 분기점이 보였다.
"야, 코마치. 이쪽에……아니 없잖아"
확인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만 이미 코마치의 모습은 거기에는 없었다.
코마치에게 전화를 걸면서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지만 코마치가아닌, 인형을 감정하고 있는 유키노시타의 모습은 보였다.
……저 예리한 이빨과 날카로운 손톱, 그리고 흉악한 눈을 갖고 있는 저 생물……판다 판씨다.
도쿄 디스티니 랜드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판다 판이며, 그걸 테마로 만든 놀이기구는 3시간 대기는 당연한 초인기 놀이기구다.
지금은 치바의 인간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을 마스코트 캐릭터…….
"유키노시타"
뒤로 말을 거니 어깨를 움찔거리며 황급히 판씨 인형을 두고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선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면서 이쪽을 돌아보지만 수상함 Max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니?"
"아니, 뭐하……아무래도 좋아. 코마치가 없는데 어떡할래"
"……최종목적은 같으니까 집합장소만 정하면 되잖니. 코마치도 뭔가 갖고 싶은게 있는걸지도 모르고"
"과연. 너처럼 말이지"
그렇게 말한 순간 노려보기를 당했지만 평소의 위력은 없다.
나는 코마치에게 메일을 보내고 유이가하마의 선물을 고르는 목적의 가게로 향한다.
처음에 발견한 옷가게에 유키노시타가 들어가서 나도 들어간 순간, 뒤로 점원이 바싹 붙어서 내 걷는 속도에 맞춰서 따라온다.
…………나는 거수자냐.
"히키가야. 이건 어떠니"
유키노시타가 옷을 들고 나에게 말을 걸자 납득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진다.
"어떠냐니……나 옷같은건 엄마가 적당하게 사주는걸 입기만 하니까 몰라"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일반 여고생하고는 동떨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어"
"자각 있던거냐……그렇다고 해도 그 녀석, 복장 같은건 꽤 요란하지 않냐? 맨날 하야마나 미우라같은 리얼충 집단이랑 놀고 있으니까. 우리가 어중간한 지식으로 고른 옷을 줘도 안 입을거 아냐"
"……그것도 일리 있구나……그럼 뭘 보내면 좋을까?"
뭘 보낸다라……옷은 아니지. 화장품 등 나에게는 잘 모르는 분야고, 유키뇌타에게도 기대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나에게 맡기면 게임만 되버린다……필기용구라도……아니아니. 필기용구를 생일 선물로 보내는것도 아닌가……뭘 보내면 된담.
"인형 같은건"
"내 경우엔 판다 판씨밖에 안 고를거야"
"그러십니까……게"
"각하"
나 아직 중간밖에 말 안했는데……잠깐만. 분명히 나 아직 유이가하마에게 가정 조리학이랑 본체를 빌려준 상태였지……한번 돌려받긴 했지만 또 빌려갔다는건……그 녀석, 혹시 요리에 빠진건가?
"에이프런 같은거 괜찮지 않아?
"에이프런……어째서 또"
"그 녀석 가정 요리학이라는 게임을 빌려간 상태거든. 그러니까 아마"
"…………우리가 이 이상 생각해봐도 나오는게 없으니 그걸로 하자"
의외로 선뜻 납득하고 옷가게를 나와 그쪽으로 향해 비스듬히 있는 부엌 잡화점으로 들어가자 입구 바로 근처에 에이프런이 대량으로 놓여져 있었다.
……왠지 코마치가 오면 기뻐서 살것 같군.
"히키가야"
유키노시타가 불러서 돌아보니 얇은 흑색 에이프런을 입은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전체를 보여주기 위해선지 마치 왈츠라도 추는것처럼 빙글 한바퀴 회전한다.
회전한 기세로 둘로 묶은 끈이 흔들려, 허리의 잘록함을 강조하듯이 깨끗하게 묶인 매듭이 조금풀어져, 마치 고양이의 꼬리처럼 흔들렸다.
……흑발인 탓도 있어선지 되게 청초계 아이템이 어울리는군.
"어떠니"
"……어, 어울리는거 아니냐. 엄청"
"그래, 고마워……하지만 나한테 어울리는게 아니라 유이가하마한테 어울리는가 묻는건데"
아, 그랬습니다. 나는 뭘 진지하게 평가한거야.
"유이가하마한테는 안 어울리지 않겠냐. 뭔가 좀 더 폭신폭신하고 머리 나빠보이는게 그 녀석한테 어울리지 않아? 왠지 그 녀석 바보 같으니까"
"되게 심한 소리지만 너무 정확하니까 곤란하네"
사실상 유이가하마의 첫인상을 물으면 나는 바보같다고 말할 것이다. 평소의 행동을 알고 있다면 하는 얘기지만…………결국 나는 유이가하마와 지인 관계를 기뻐했던걸까……코마치는 조금 믿어주라고 말했지만…………역시 모르겠다.
"그럼 이건 어떠니"
그리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연분홍색 에이프런이 눈에 들어왔다.
양옆에는 주머니가 하나씩 달려 있고, 배꼽 부근에 4차원 주머니처럼 큰 주머니가 있다.
"괜찮지 않냐?"
"그래. 그럼 계산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검은 에이프런과 분홍색 에이프론을 들고 큰 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기분 탓일까. 유키노시타가 들고 있던 바구니 안에 판다 판씨의 손이 있던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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