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10화
 
 
 
 
부실로 들어온건 핸섬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남학생.
갈색머리에 부드럽게 칠해진 핀 파마. 화려한 플레임 안경을 끼고, 그 속에 있는 눈동자로 꿰뚫어지면 그 녀석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릴것이다……뭘 감추랴. 학교 카스트 제 1위. 하야마 하야토다.
"이런 시간에 미안해. 좀처럼 부활동을 빠져나올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유키노시타의 정면에 의자를 끈다.
"서두는 됐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온거지?"
하야마를 대하는 그녀의 말은 어딘가 날카롭다.
나를 대해서도 그렇긴 하지만 어딘가 종류가 다르다……뭐, 관계없지만.
나는 바로 이어폰을 끼고 싶었지만 우선 참고 귀로 들으면서 머리로는 PFP에 집중해서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다들 용건이 있으면 다른 날로 바꾸겠는데"
"네네-. 나 오늘은 좀 해야하는 일이"
"그래서, 여기에 온 이유는?"
"무시냐……이제 됐어"
조금도 쳐다보지 않고 대화를 진행해서 완전히 삐쳐버려서 이어폰을 양귀에 꽂고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PFP에 집중한다.
오늘은 몬헌에서 초기장비로 어디까지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나하는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가능하면 동영상을 찍으면서 하고 싶었지만 한 번 해보지 않으면 효율이……하지만 의외로 간단하잖아. 보스 하나당 한 시간이나 있으면 여유롭게 쓰러뜨리고……이거라면 일주일이면 모든 보스 한 번은 쓰러뜨리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 하고 있으니 어깨를 툭툭 건드려졌지만 무시하고 보스를 공격해간다. 자 그럼……마지막 일격!
보스에게 공격이 히트한 순간, 화면 전체를 비추는 앵글로 뒤바뀌어, 보스가 쓰러진다.
이야~ 시간제한이 있었으면 불가능했지만 무제한 게임이니까 즐겁네……응. 이 상태로 동영상 사이트에 올릴까……여름 방학이 좋으려나?
"힛키, 무시하지마!"
"가, 갑자기 큰 소리 지르지 마"
이어폰을 뽑힌 순간, 유이가하마의 큰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힛키도 조금은 얘기를 듣지 그래? 같은 반이니까"
"에- 나는 힛키니까-"
"스스로 인정하구……아무튼 힛키도 와!"
"어, 어이!"
의자 다리를 잡아당겨져서 그대로 하야마와 유키노시타 근처까지 끌려갔다고 생각하니 내 감시역인건지 유이가하마가 내 옆에 찰딱 앉았다.
뭐, 뭐야 이 녀석……왜 나는 이런곳에 있는거지.
"그래서, 의뢰는 그 체인메일을 보낸 범인을 찾으면 되는구나"
"범인찾기 보다는 수습하고 싶어. 이 메일 때문에 교실 분위기도 나쁘고"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을 힐끔 쳐다보니 『토베는 이나게 컬러갱 멤버고 게임 센터에서 니시고 애들 잡고 있었어』, 『야마토는 세 다리 걸치고 있는 쓰레기 자식』, 『오오오카는 연습시합에서 상대학교의 에이스를 박살내기 위해 거친 플레이를 했다』등 다수 실명을 거론한 비방중상이 쓰여있었다.
"이런건 나은 편이잖아"
"이것보다도 심한 내용이 있어?"
"게임 채팅은 한벌 불 붙으면 매도는 무론 비방중상의 말로 가득 채워지고, 자칫하면 운영진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어"
뭐, 대개는 나를 향한거지만. 채팅을 쓰라니 과금 쓰레기 자식은 사라지라니 니트는 사회의 쓰레기니까얼른 죽어서 사라져라던가 위험한 놈들이 대량으로 보내온다.
뭐, 나는 채팅기능은 OFF로 해두는 일이 많으니까 가끔 보고 소재로 삼는 정도지만.
"친구의 험담을 들으면 화가나고 기분도 나빠. 그러니까 어떻게든 하고 싶어"
"그럼 모두 교실 메일 주소에서 지우면 되잖아. 그러면 수수께끼 메일도 오지 않게 돼. 출처는 나. 게임채팅에서 이런 말이 오면 대개는 OFF로 한다. 간단한 얘기지"
"하지만 그래선 모두와 대화할 수 없잖아"
"교실에서 만나니까 딱히 상관없잖아"
"그런게 아니라……좀더 이렇게……안 만나는 날에도 얘기하고 싶다고 할까"
"유이가하마. 친구가 없는 그에게 말해도 소용없어"
"그 말대로. 모두 나처럼 되면 돼"
"그러면 국가가 멸명할거야. 히키가야 균"
"어이, 남을 살인 바이러스처럼 말하지마"
게다가 왜 배리어 효과가 없는건데……하이 터치. 배리어 쳤으니까 소용없습니다-! 히키가야 균에게 배리어는 통하지 않습니다-! 라고 얼마나 들었는데.
"그럼 범인찾기 밖에 없군. 원점을 박살내면 사라지겠지"
"그렇구나. 왠일로 같은 의견이네, 뾰루지"
"어이, 얼굴 씻으면 나 사라지거든? 그렇게까지 싫냐?"
"메일은 언제부터 보내진걸까"
"저번 주말부터야, 유이"
"으, 응"
아무래도 리얼충은 이름으로 서로 부르나……아, 토츠카는 예외지. 그 녀석은 치외법권이니까 법률도 통하지 않고 헌법도 통하지 않으니까……치외법권이 아니라 그냥 천사면 되잖아. 천사.
"저번주에 무슨 일이 있었지?"
둘은 기억의 서랍을 열지만 실마리는 아무것도 없는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래……일단 묻겠지만 기억머신은?"
"이젠 이름의 흔적조차 안 남았군………저번주라……하야마가 매스컴 계열이나 외자계열 기업에 직업 체험 가고 싶다고 했고, 토베는 진짜 쩔어-, 요즘 부모 존경한다고 했고, 미우라는"
"그렇게까지 상세한건 필요없어"
"대단한데, 히키타니. 기억력 좋구나"
적어도 남의 이름을 틀리는 너보다는 좋다.
"직업체험의 조 결정도 있었군"
"아, 그거야 분명해. 좋아하는 사람이랑 짤 수 없어서 화가 난 사람이 한거야!"
"하야마, 아까 이름이 쓰여졌던건 친구라고 했었지. 네 그룹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셋 중에서 고를거라고 생각해"
"그 세 명이 용의자네"
"잠깐만! 나는 그 셋 중에 범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기다 그 녀석들을 나쁘게 말하는 내용의 메일이었어. 그 녀석들은 범인이 아니잖아"
하야마가 드물게도 목소리를 올리지만 유키노시타는 끄떡않고.
"어설프군. 나라면 자신도 의심받지 않도록 자기 이름도 넣고, 더군다나 더 심한 소리를 쓴다. 그러면 하야마의 생각 방식을 가진 녀석은 적어도 나를 제외한다. 그리고나서는 마음대로 하는거지"
라고 말하니 유이가하마도 하야마도 유키노시타도 우와아, 라고 할법한 표정을 짓고 나를 한 발짝 물러난 눈으로 쳐다보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나는 PFP에 집중한다.
애시당초 누군가는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 짓는 시점에서 끝이다. 모두가 범인이라고 일단 정하고 거기에서 모순점을 찾아서 후보에서 제외하는게 제일 좋다. 성과 없는건 아니니까.
하야마는 설마 자신의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지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일단 아까 쓰어졌던 멤버의 특징을 가르쳐주겠니"
"아, 아아. 토베는 밝고 모두의 무드 메이커라는 느낌이야. 문화제나 체육대회에서 선진을 치고 모두를 추켜주는 좋은 녀석이야"
"시끄럽기만 하고 능력이 없는 아첨꾼……다음은?"
꽤나 신랄하시군.
"야마토는 럭비부. 과묵하지만 그 만큼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 둔중하지만 그런 페이스가 도리어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는 좋은 녀석이야"
"반응이 둔한데다 둔중……계속 말할래?"
"아, 아아. 오오오카는 야구부야. 친근감이 있어서 누군가의 편을 들어줘. 예의도 바르고 상하관계도 완벽하게 분별해"
"남의 안색을 엿보는 박쥐……죄다 범인이구나"
"네가 범인으로 보인다"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화가 났는지 허리에 손을 대며 나를 노려본다.
"나라면 정면으로 부술거야. 하야마의 이야기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유이가하마……히키가야. 뭔가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 없니"
지금 간격은 분명 나를 포함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거군요, 압니다. 나는 평소부터 혼자서 PFP에 집중하고 있으니까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으니까.
"벼, 별로 그 셋이랑 대화한 적이 없으니까 모른다고 할까"
"그래……그럼 조사해주겠니"
"……으, 응"
유이가하마처럼 누구하고도 대화를 하는 녀석의 입장에서 보면 유키노시타가 준 임무는 힘들 것이다.
좋은 정보를 모은다면 모를까 이번에는 그 녀석의 나쁜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모으라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유키노시타도 그걸 깨달았는지 조금 면목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별로 기분 좋지는 않겠구나"
"……하아. 내가 할게"
"힛키……"
"교실에서 아무 취급도 안 받을 내가 하는 편이 낫겠지……하지만 내 방식으로 하겠어"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약간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승낙해줬다.
 
 
 
 
 
 
 
 
 
 
 
 
 
다음날 쉬는 시간.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게임을 하면서도 토베, 오오오카, 하야마, 야마토 넷이 대화하는 모습을 시야 구석에 넣고 있었다.
딱히 말하고 있는 내용까지 기억할 필요는 없다……셋의 모습만 기억하면 그거면 된다.
하야마를 둘러싸듯 창가석에 셋은 모여있지만 때때로 대화에 끼어들기 힘들어보이는 녀석이 나오거나, 그렇게 생각하면 모두가 대화에 참가하거나.
이것도 하야마 하야토의 능력일 것이다. 모두가 사이좋게, 즐겁게 대화하도록 때로는 화제를 제공하고, 때로는 주어진 화제를 확장해서 받아 쳐준다……너는 어디의 2배 리턴 능력자냐…………시선 끝에서 안경을 낀 여자가 흥분한듯이 넷을 쳐다보고 있는건 없던걸로 하자……그저,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녀는 나와 동류의 존재다. 안다……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잡아당기듯이 오타쿠는 오타쿠를, 외톨이는 외톨이를 끌어모은다.
그러자 하야마가 그룹에서 빠져나와 내 앞에 앉아서 이어폰을 벗으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뭔데. 지금 태고의 달인으로 풀콤보를 노리고 있는데"
"괴, 굉장한 손가락 놀림이네……화면 안 봐도 돼?"
"패턴은 기억했어"
"헤, 헤에"
아, 지금 이 녀석 깼군……뭐 됐어……호오.
힐끔 하야마가 빠져나온 그룹을 쳐다보니 방금전까지 그렇게 즐겁게 대화하던 녀석들이 다른 방향을 보고, 휴대폰을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과연 그렇군……게임이랑 같은 구도구만, 나참.
"뭔가 알았어?"
"……뭐, 방과후를 기대해라"
 
 
 
 
 
 
 
 
 
 
 
자, 방과후가 됐다.
"그래서, 어땠니"
"한 마디로 말하자면……범인은 몰라"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는 역시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 녀석들의 특성은 알았다"
"특성? 이제와서 그런걸"
"중요해. 언제 어느 때라도 보스의 특성은 머리에 넣어둬라……철칙이야"
그렇게 말하지만 나를 제외한 녀석들의 머리에 물음표 마크가 떠있어서 이 녀석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라는 눈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수수하게 아프다.
칫. 하야마는 옛날에 게임은 조금 한 적이 있을거라고 느꼈는데. 잘못 생각했나.
"요컨대 언제 어떠한 때라도 남의 성격은 파악해두라는 소리다……그 셋은 말하자면 하야마라는 캐릭터에 장비된 무장 같은거야"
"그 소리는?"
"무장은 싸울때밖에 쓰지 않잖아? 그것과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은 네가 모였을때만 힘을 발휘한다고. 말하자면 방해꾼 델타 허리케인 카드가 너고 세명은 발동조건을 채우는 방해꾼이다"
"……적당히 피코피코로 예시해서 말하는건 그만두지 않겠니"
하다못해 게임이라고 말해줘……엄마도 패미컴이라고 말한다고? 아니 뭐, PE3을 패미컴이라고 들어도 그건 그거대로 좀 그렇지만.
"요컨대. 네가 없으면 친구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는 복잡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던 녀석들이 자신이 없으면 친구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걸 알면 하야마처럼 모두 사이 좋게라고 말하는 정신을 가진 녀석은 복잡하겠지.
왠지 자신이 억지로 잡아둔것 같아서……뭐, 나 같은건 일상다반사지만. 내가 로그인했을때 채팅이 떠들썩해지는 주제에 내가 빠져나가면 한 마디도 안 하니까.
"해결책은 있어"
그렇게 말하자 순식간에 하야마의 표정이 밝아지지만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는 미묘하다는 표정 밖에 짓지 않는다.
"알고 싶어?"
"…………그걸로 이 일이 수습된다면"
하야마 하야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점심시간, 토베, 오오오카, 야마토 셋은 즐거운듯이 떠들고 있다.
내가 한 것은 지극히 간단. 하야마가 놈들과 조를 짜지 않고 저 녀석들을 하나의 조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싫어도 상대와 대화하게 되어서 표면상이라도 놈들은 친구로서 이어진다.
이어폰을 끼우고 PFP에 집중하고 있으니 다시 내 앞에 하야마가 앉아서 벗으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중단하고 이어폰을 벗는다.
"내가 짜지 않는다고 하니까 놀랬지만 잘 됐어"
"그렇군요-. 잘 됐네요-"
나의 흥미없다는 목소리에 하야마는 쓴웃음을 짓는다.
"히키타니는 의외로 좋은 녀석이구나"
"나는 그저 그늘에서 힛키라고 불릴 뿐인 남학생이다"
그렇게 말하자 하야마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쓴웃음을 짓는다.
"나는 아직 조를 안 짰으니까 너랑 짜도 될까?"
"에- 그건- 곤란해-"
"하치만.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어쩔 수 없군. 너랑 짜마"
마이 엔젤 토츠카에게 들어선 어쩔 수 없다……하지만 절대로 게임 제작 회사는 허락해주지 않겠지. 특히 하야마는 게임에 흥미 없어보이고.
"아,  하야토 거기 가는구나. 나아도 여기 들어갈래!"
"아, 나도!"
핸섬남이 있는곳에 미인 모이리……그걸 체현하는것처럼 하야마가 이름을 쓴 장소에 점차 여자애들의 이름이 쓰여져서 내 이름은 지워져버렸다.
왜 토츠카의 이름은 깨끗하게 남아있는데 나는 깨끗하게 지워지는거야……뭐 상관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어폰을 기고 다시 게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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