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9화
중간고사 2주전이 된 오늘. 선량한 고등학생이라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를 하고, 덮쳐오는 불안과 공포를 쓰러뜨릴 것이다.
허나 나는 달라! 나는 게임을 하는거다! 이미 시험 범위인 부분은 통째로 암기했고
이번 화학 범위는 유기물이랑 무기물이 범위니까 단번에 통째로 암기했고, 물리는 그냥 버렸다.
"후하하하하하하하하! 어설퍼! 어설프다아!"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을 하면서 소리지르고, 컨트롤러를 만져간다.
탄환이 끊기면 상대 공격을 받기 전에 리로드하고, 상대가 리로드하는 틈에 헤드 샷으로 일격에 상대를 쳐죽인다. 상대가 수류탄을 던져오면 회피하면서 헤드 샷.
"흥. 신"
Win이라는 문자가 표시되고 대미지량과 스코어 량이 표시된다.
음음, 그 스코어를 지켜보고 있으니 스마트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서 힐끔 화면을 쳐다보니 코마치한테 와서 무시하고 제 2라운드로 하려고 하던때, 애완 고양이 카마쿠라에게 고양이 펀치를 먹어서, 빨리 받아! 코마치 아가씨의 전화잖아! 라는듯이 노려보지만 홱 무시하고 제 2라운드로 가려던 순간, 화면이 새까매졌다.
"――――――――! 카마쿠라 이 자식!"
비명으로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주범인 카마쿠라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어서 스스로도 알 정도로 핏발친 눈으로 집안을 뒤진다.
저 자식! 용서 못해! 오토 세이브 기능이 있다고해도 플로그 전원을 뽑는다는 기행을 용서할 수는 없다!
그 때, 현관쪽에서 카마쿠라의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흥분한채 현관이 보이는 복도로 나가니 카마쿠라가 현관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회!
"카마쿠……라"
"…………"
"…………"
카마쿠라를 덮치기 위해 도약한 순간, 문이 열려 코마치와 모르는 남자가 눈 앞에 나타났다.
타악, 조용히 현관쪽에 내 발소리만 울려퍼졌다.
"……히키코모리 니트"
"큭!"
코마치의 차가운 시선이 꽂힌다.
"게임 오타쿠"
"으윽!"
"히키코모리 니트 게임 오타쿠. 줄여서 히키니쿠"
"크허억!"
코마치의 확인사살 일격이 내 급소에 들어가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코마치는 카마쿠라를 사랑하고 카마쿠라도 코마치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쪽을 내가 상처입힌 순간, 더는 월드 엔드 급의 일격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로 엄마의 경우엔 스페이스 엔드 급이다.
"코, 코마치 씨야. 그, 그 옆에 있는 녀석은 설마"
"아, 카와사키 타이시임다. 히키가야하고는 친구입니다"
"좋아. 들어와라"
카와사키 타이시라고 자처하는 남자를 안으로 들이고 일단 의자에 앉혀 차를 내오지만 코마치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 차는 따뜻한데 몸은 차갑다.
칫, 카마쿠라 자식, 노렸겠다.
"네가 친구를 데려오는건 드무네"
"……뭐, 오빠가 이거니까"
"어흑……커흠. 그런데 무슨 일?"
"아, 그래. 분명히 오빠는 봉사부라는 부활동에 들어갔지?"
"뭐, 일단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부활동이지만.
"실은 타이시가 무슨 걱정이 있대"
"……실은 저, 누나가 있는데 요즘 아침에 돌아온다고 할까. 뭘 하냐고 부모님이 물어봐도 관계없다고 싸운다구요……그 탓인지 요즘 동생도 체하는 일이 많아져서요"
…………뭐라고 할까, 닮는구만. 남매가 있다는건 말이지. 오빠의 스트레스가 동생에게 알게모르게 전염해버려서 그래서 체해버린다. 옛날에도 있었지, 우리 집에도.
"헤에……그래서?"
"실은 누나는 형님이랑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슴다. 그러니까 조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할까"
……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해도, 나 외톨이에다 게임 오타쿠니까 조사하려고 해도 조사할 수 없는데……라고는 해도 이대로 내버려두면 조만간에 카와사키가가 붕괴해버릴 수도 있을것 같다……하아. 왜 나는 봉사부 따위에 들어간거지……하지만 이것만큼은 보고 못 본척을 할 수가 없다.
"그 밖에 다른 정보 같은건?"
"어음……누나는 원래 성실하게 대학교 진학을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진학교인 소부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어째선지 2학년이 되고나서 아침에 돌아오게 됐슴다. 그리고 가끔 집에 엔젤 뭐라고 하는 가게의 점장이라는 녀석이 전화걸어옴다!"
"어, 어어"
갑자기 흥분한 카와사키 타이시를 따라가지 못해 어리둥절하면서 진정시켰다.
"저, 누나가 걱정이 되서"
그렇게 말하는 타이시의 눈에는 조금 눈물이 보인것 같았다.
……뭐라고 할까, 누나를 생각하는 좋은 동생이잖아.
"그러니까 오빠. 게임 의뢰라고 생각하구, 응?"
"하아……일단 네 누나의 이름 가르쳐줘"
"카와사키 사키임다"
그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옥상에서 만난 소녀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기억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자신이 있다. 그러니까 한번 들은 이름은 기억하고, 본 얼굴도 거의 잊지 않는다. 얼굴과 이름이 이어지게 되면……그 녀석이 카와사키 사키인가……확실히 어딘가 타이시도 닮은 기분도 들지 않는건 아니군……뭐, 됐어. 그보다 같은 반이잖아.
"어라, 형님 게임하심까?"
문득 타이시가 거실에 펼쳐둔 게임기 산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오빠는 게임 폐인 수준이야. 엄마한테 몇 번이나 그만두라고들었는데도 그만두기는 커녕 게임으로 용돈까지 벌고 있어"
"딱히 상관없잖냐. 외국에선 프로게이머는 당연하다고"
"……굉장함다"
"…………괜찮다면 빌려줄까?"
"아, 괜찮슴다. 저, 게임 같은건 안 해서요"
내가 실망하니 어째선지 코마치는 이겼다는 포즈를 잡고 있었다.
칫. 역시 세뇌작업은 꽤 어렵나.
그 후에 타이시는 돌아가고 코마치는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나는 게임 속행을 개시한다.
"그치만 오빠가 받아들여줄 줄은 생각 못했어~. 또 게임이~ 라고 하면서 거절할거라 생각했는걸"
"싯꺼"
……뭐라고 할까, 내버려둘 수 없지……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입장으로는……아마, 코마치도 그걸 이해해서 이 얘기를 나한테 들려주자고 생각한거겠지……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며칠후 쉬는 시간, 나는 꾸벅거리면서 교실의 소란의 중심에 몸을 두고 있었다.
평소라면 어제 텔레비전은 어땠니 저 사람은 어떠니 등 애기를 하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말은 마치 외국어처럼 알아들을 수 없다.
그 이유로는 직업체험이 있기 때문이겠지. 조 결정은 모레라고 하는데.
그때, 내 앞 자리에 누군가가 앉은것 같아서 얼굴을 힐끔 들어보니 거기에는 천사가 있었다.
"안녕, 히키가야"
"……천사다"
"어? 처, 천사?
"아, 미안"
무심코 생각하던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테니스 사건 이래로 얼굴을 마주치면 두 세 마디는 대화하게 됐다.
세간으로는 친구가 아닌 지인 관계이겠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게 딱 좋은 수준이라 지금 관계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좋아하는 편이다.
"오늘은 게임 안 하네"
"훗. 밑을 봐"
그렇게 말하자 토츠카가 얼굴을 책상 아래로 향하자, 마침 눈 앞에 화면을 보지 않고 리듬 게임을 하고 있는 내 손이 보인 것이다. 그걸 나타내듯이 벌떡 고개를 든 토츠카의 얼굴은 놀람 반 당혹 반이다.
리듬 게임은 암기 게임이랑 같다. 그 중에는 소리를 들은 상태가 아니면 화면상에 할 수 없다는 녀석이 있어서 그걸 본 일반인들이 쩔어! 라고 추켜세우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상식이다.
무음 상태로해야 진짜로 쩌는거야……뭐, 친구가 없으니까 늘 코마치의 경직된 얼굴 밖에 못 보지만.
힐끔 교실 쪽을 쳐다보니 타이시의 누나인 카와사키 사키가 나른하다는 표정을 짓고 턱을 괴며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외모는 그대로 양키구만…….
"히키가야, 굉장한건지 잘 모르겠어"
"그게 보통이야. 너는 이쪽에 오면 안 돼"
토츠카가 이쪽에 오면 종교단체가 생길것 같다.
"어디에 갈건지 정했어?"
"아니. 마음속으로는 감기 걸렸다고 하고 쉴까 생각하던 참이야"
"그건 안 돼……만약 괜찮으면 나랑 짜지 않을래? 나도 아직이야"
"…………딱히 상관없지만 나는 게임밖에 안 하니까 대화 상대도 안 될거야"
"괜찮아……하, 하치만이랑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즐거운걸"
삐로링……어, 어라……왜 내 심장은 쿵쾅쿵쾅 고동을 치는거야……호, 혹시……이, 이게……사랑? ……진정해! 토츠카는 남자애……훌쩍. 신님 바보.
방과후, 평소처럼 나는 봉사부에서 PFP를 하고 있지만 평소 멤버 말고도 어째선지 자이모쿠자도 섞여있고, 모두 자이모쿠자를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있었다.
……힐끔힐끔 쳐다보지마, 자이모쿠자……하아. 산만해서 집중할 수 없어.
"자이모쿠자, 너 왜 있는건데"
"잘 물어봤다, 하치만! 본관은 마침내 엘도라도로 가는 길을 손에 넣은 것이다!"
왜 이 녀석, 안데스 산지에 있다는 전설상의 토지의 편도티켓을 손에 넣은데 기뻐하는거야……이 녀석의 기준으로 보면 전설의 대지인가?
"본관은 이번에……출판사로 직업체험하러 가는거다! 므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말하며 자이모쿠자는 펄럭 코트를 나부끼며, 높은 웃음소리를 흘리지만 나는 조금도 시선을 향하지 않고 PFP를 하고 있어서 어딘가 쓸쓸하게 느꼈는지 자이모쿠자의 웃음소리는 불과 몇 초만에 끊겼다.
출판사에 직업체험하는것만으로 되게 기분 좋구만.
"그래서, 왜 기분 좋은건데?"
"훗. 본관의 재능이 드디어 뽑힌거다"
"그 뽑힌 상자가 출판사가 아니라 쓰레기통이 아니길 기도하마, 자이모쿠자"
"지금 봐두거라. 이 나라에, 아니 세상이 본관의 이름이 울려퍼뜨리마! 하치만! 네놈이 가진 PFP는 조만간 본관의 서적이 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말하고 자이모쿠자는 껑충 뛰며 나갔다.
……PFP가 내 손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 그러고보니 힛키는 직업체험 어디로 가?"
유이가하마는 눈을 두리번거리며 약간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
……잘 모르겠군.
"게임 회사……하지만 다른 놈들의 의견도 있으니까"
"히, 힛키가 다른 사람이랑 간다니"
"삼인일조잖아"
유이가하마는 아, 그런가 하며 손뼉을 친다.
괜찮나……하지만 토츠카가 게임회사라도 좋아라고 말해줄지 어떨지. 나한테는 즐거운 곳이지만 토츠카한테는 미묘해보이는 곳이니까.
"유키농은 어디 갈거야?"
"나는……어딘가 싱크탱크나 연구개발직일까. 지금부터 고를거야"
뭐, 학년 톱 클래스 녀석이 말할법한 장소군.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형무소나 재판소가 어울리는데 말이야. 신랄한 말을 형수자에게 해서 고통을 주는게 취미인 여형무관……아, 하지만 그게 소문이 퍼져서 반대로 범죄율이 오를것 같네.
"유이가하마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갈래"
"발상이 히키가야 수준이야"
"어이. 이 녀석이랑 같은 취급하지마"
"뭣! 너무하지 않아!?"
드물게도 나와 유이가하마의 더블 어택이 먹혀들어서 유키노시타는 조금 주춤한다.
PFP에 집중하려던 그 때, 문이 노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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