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5화
"물러! 물러! 무르다고!"
나는 아침바람부터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컨트롤러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통신이 가능해진 현대,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통신대결이 가능해져서 아무 벽도 없이 대화를 할 수가 있다. 뭐, 보내오는 대화는 전부 무시하고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건 세상에 대히트 하고 있는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어디의 특촬 히어로의 대사라고 처음에는 스포일러 당했지만 그 재미에 점차 그 드립은 살아나서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폭 빠져있는 게임이다.
무장을 장비한 상태로 플레이어가 모여있는 에리어에서 그저 싸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전차나 항공기, 거기다 거대 로봇까지 있다고 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나도 물론 폭 빠져서 이렇게 아침부터 하고 있다.
"오빠, 아침부터 게임하지마~. 텔레비전 못 보잖아"
"중학생은 아침 텔레비전을 봐선 안 됩니다. 눈이 나빠져요"
"어두운데서 게임하는 오빠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기막힌 태도로 내가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게 내 동생 코마치.
현재 중학교 3학년이며 학생회 멤버이며, 교사로부터 받는 평가는 최고, 친구도 나 이상으로 있다. 거기다 자신의 의사로 외톨이도 될 수 있다고 하는 하이브리드형 차세대 외톨이다.
뭐, 중학교 시절 내 평가가 엄청 위험했으니까 하는 보정도 있겠지만.
"게다가 오빠는 게임 동영상 올리잖아"
"그렇군. 그걸로 용돈정도는 벌고 있어"
모 동영상 사이트에 동영상을 투고하니 의외로 이게 좋은 평가를 받아버려서 지금으론 꽤 유명한 게임 공략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뭐, 덕분에 게임비는 벌고 있지만.
"그걸 친구가 봤는데 말야. 부끄러웠어"
"그럼 보지마. 싫으면 보지마"
"증말-! 빨리 끝내줘! 코마치 지각해!"
"알았다고"
퍽퍽 등을 때려서 하는 수 없이 게임을 멈추고 옆에 놓아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온다.
문을 잠그고 자전거를 타려고 생각하니 어느샌가 코마치가 자전거를 꺼내놓고, 거기다 그 뒤에 이미 타고 있었다.
"렛츠 고-!"
"예예"
기막히다는 듯이 말하고 가방을 바구니에 집어넣고 경쾌하게 달린다.
우리 집의 권력 관계도는 엄마가 톱, 다음이 코마치, 그리고 카마쿠라라고 하는 애완용 고양이가 있고, 넘사벽이 몇 개 있는 후에 아빠, 그리고 나다.
왜 아빠가 코마치보다도 밑이냐고 하면 이 아빠가 코마치에게 약하기 때문이다. 코마치가 오른쪽이라고 하면 오른쪽을 보고, 왼쪽이라고 하면 왼쪽을 본다. 반대로 내가 오른쪽을 보라고 하면 뒤를 본다.
가족여행으로 돈을 내는건 아버지지만 여행 목적지를 정하는건 코마치다. 무시무시하구만.
"오늘은 코마치도 있으니까 사고 치지마"
"나 혼자 있을때는 되는거냐"
"그럴리 없잖아……그치만 오빠 입원중에 기뻐하면서 게임 했었지"
작년 고등학교 입학식 당일. 그 날에 나는 평소처럼 아침에도 게임하려고 생각했지만 코마치에게 케이블을 뽑혀서 입학식날 정도는 빨리 가라고 듣고 학교에 갔다. 1시간이나 일찍.
그래서 가던 길 도중에 개를 산책시키고 있던 여자애의 손에서 개 목줄이 떨어져서 운 나쁘게도 시커매서 비싸보이는 리무진이 달려왔다.
그래서 어재선지 나는 가방을 집어던지고 개를 구했다……대신에 골절해서 입원했지만.
"왠지 그냥 입원이 아니라 병원에 놀러간 기분이었던거 아냐?"
"그런가? 하지만 왠지 개인실이었지. 게임을 맘대로 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게다가 오빠, 아침부터 밤까지 게임하고 있으니까 선생님이 기막혀했어. 이렇게나 즐거워보이는 입원환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래"
"나는 간호사가 식겁했지만 말야"
"아, 맞다맞아. 개 주인이 고맙다는 인사하러 왔었어. 과자 맛있었어~"
"……너, 그거 나 안 먹었는데? 그보다 처음 들어"
"그랬나? 그치만 꽤 귀여운 사람이었어. 과자 준 사람"
뭐, 아무래도 좋아……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우가 좋았지. 개인 병실이었고, 게임할 수 있는 소형 모니터도 준비해줬고……그때는 아무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하지만 같은 학교라고 했으니까 얘기 안 했어?"
"호오. 그건 나한테 친구가 있냐고 묻는 시비냐?"
"테헷☆ 아읏!"
조금 열받아서 브레이크를 전력으로 밟아주니 내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켁! 꼴 좋다.
"도착했어. 자 얼른 다녀와"
"고마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한테 경례하고 코마치는 학교로 들어간다.
나는 그 개 주인이 있다고 하는 고등학교로 향한다.
딱히 사죄는 하러 왔다는 모양이니까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딱히 입원기간은 고통스럽지 않았고……오히려 천국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즐거웠으니까. 만약 만났는데 신경쓰고 있다면 고맙다고 말이라도 할까……아니, 역효과인가.
뭐 됐어.
점심시간, 특별동 2층, 보건실 옆, 매점의 대각선 뒤쪽이 나의 정위치다.
무슨 정위치냐고 하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위치이며, 교사도 여기는 지나가지 않으므로 몰수당하는 일도 없다.
얼마전에는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교실에서 했었지만……역시 여기는 좋다. 마침 테니스 코트를 지켜보는 위치에 있지만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연습하는 녀석은 한 사람 정도라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음. 슬슬 끝인가"
이어폰을 끼면서 하고 있으니 갑자기 바람 방향이 변했다.
그 날의 날씨에 따르지만 임해부에 소속하는 이 학교는 점심시간을 경계로 바다측에서 불고 있던 바람이 육지측으로 돌아가듯이 분다.
대충 이 시간대가 점심시간 종료 15분 전이다.
"어라? 힛키잖아"
"……누구십니까?"
"힛키, 그 농담은 웃을 수 없어"
"칫. 유이가하마라면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그거 무슨 의미야!?"
그렇게 말하면서 어째선지 유이가하마는 내 옆에 앉는다.
젠장……내 게임 시간이 없어지잖아……왜 리얼충들은 아는 사람을 보면 시간과 장소를 생각하지 않고 가까이에 오는걸까.
"아, 또 게임하고 있네. 그렇게나 재미있어?"
"재미없으면 안 해. 그래서, 쿠키는 어땠는데"
"진짜 최고! 있잖아, 힛키. 또 빌려주지 않을래?"
"다음에 말이다……"
PFP에 시선을 떨구니 어째선지 좋은 냄새가 나서 옆을 쳐다보니 유이가하마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 어째서 여자는 게임을 하고 있으면 화면을 엿보려고 하는걸까……너무 보지마……라며 황급히 뿌리칠 수도 없다……하아.
"우왓. 굉장한 손가락 놀림……힛키는 우주인?"
"블라인드 터치하는 놈은 죄다 우주인이구만"
"부, 부잉 터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하지만 실수하는 방식이 장난이 아니라서 매력이 반감하고 있다.
부잉 터치는 뭐야. 양키가 부이부이 거리면서 터치하는거야?
"저기, 들어봐 힛키"
"시러"
"너무해!? 방금전 일인데 유키농한테 가위바위보에 져서 벌게임을 하고 있어"
어이, 나 지금 싫다고 말했지……이 녀석의 귀에 뭐가 틀어막고 있나?
"호호오. 요컨대 나랑 말하는게 벌게임이라고. 그럼 나는 지금부터 유이가하마를 무시하는 게임을 하마"
"아, 아니야! 히, 힛키하고는 좀 더 얘기하고 싶다고 할까……그게"
……흥. 그 정도 쭈뼛거리는걸로 내가 낚일거라고 생각하나. 수많은 벌게임의 대상이 되었던 나다. 그런건 이 하치만 스캐너로 한방이다!
"그래서 말야! 유키농 처음에는 『자신의 양식은 스스로 손에 넣는거야』라고 해서 의욕이 없었는데 지는게 무섭구나 라고 했더니 덤벼들었어! 그리고 이겼을때 살짝 승리 포즈 취한게 귀여웠어!"
"헤- 호-"
나한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정보다. 이거라면 아직 게릴라 시간대의 정보가 훨씬 더 유익하다. 최근 여러모로 방해가 들어오니까 육성 프로그램이 지연되고 있지……한번 더 다시 짜야한다.
"그보다 힛키 잘도 입학했네"
"그 말 그대로 돌려주마. 잘도 붙었군"
"뭣! 바보 취급하지마! 나는 이래보여도 공부 한단 말이야! 힛키야말로 게임만 하니까 점수 아슬아슬했던거 아냐!?"
"작년 학년말 시험 문과 과목 전과목 만점. 수학 61, 물리・화학 둘 다 25점입니다만?"
그렇게 말하니 유이가하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적의 AI를 완벽하게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자연스레 기억력이 단련되어서 지금이 되어선 보거나 들은건 대개 머리속에 남아있다. 화학이랑 물리에 관해서는 암기과목이 아니므로 사망. 수학은 간단한 계산과 확률계산이라면 특기. 이걸 게임의 폐해라고 부르는건 그 사람에 달려있다.
"……그런데 말야. 힛키는 입학식때 일 기억해?"
"입학식? 아아, 그 때 멍청한 애의 개를 감싸고 사고당해서 입학식에 안 나갔어"
"……그, 그 여자애 기억해?"
……나, 여자애라고 했던가? 뭐, 바보 녀석이라고 하면 대개 남자의 상상은 아니지.
"아니. 기억 못 해……뭐, 입원한 덕분에 게임 삼매경이었지만. 의사한테 이렇게 즐겁게 입원생활을 보내는 사람은 처음입니다고 들을 정도다"
"…………그렇……구나"
아까와 비교해 되게 유이가하마의 목소리가 낮아진거 같지만 그런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PFP에 집중한다.
"아, 사이야-!"
갑자기 유이가하마가 소리를 질러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니 방금전까지 테니스코트에서 연습하고 있던 여자 테니스부 녀석이 땀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 연습?"
"응. 우리 부 약하니까. 거기다 이번 대회에서 3학년이 은퇴해버려서 자연히 내가 부장이 되어서 레귤러가 되었으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이거야말로 청춘이군……뭐, 내 기준으로 보면 몸을 혹사해서 뭘 하고 싶냐는 이야기지만.
다칠 정도로 까지 운동을 해서 그래서 왜 좋은 추억으로 새겨지냐고 버그에 침식당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라면 당장 데이터 삭제다.
"유이가하마랑 히키가야는 뭐해?"
"아무것도 안 해-. 그치만 사이는 점심시간에도 연습하고 체육시간에도 테니스 선택했지?"
"응. 좀 더 잘해야지. 아, 히키가야 테니스 잘하지. 폼이 깨끗했어"
"핫핫하. 그러십니까- 기쁘네- ……그래서, 누구?"
"하아아!? 힛키 몰라!? 최악! 같은 반이잖아!"
"아니, 일단 여자하고는 체육 따로하고. 그보다 같은반 이름을 모르는것만으로 그렇게까지 말하냐?"
"어쩔 수 없어, 유이가하마. 늘 게임하고 있으니까. 나는 토츠카 사이카야"
그 글썽거리는 눈동자는 마치 치와와처럼 뭔가를 호소하는게 있어서 나는 무심코 게임하던 손을 멈춰서 그 토츠카 라는 애의 눈을 빤히 쳐다보니 부끄러운듯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피했다.
뭐야 이 생물은……왠지 치유된다.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는데……기억 못하려나"
"힛키 최악!"
"어째서!? 나한테 같은반애 이름을 외우라는게 더 최악이다!"
"이름 정도는 외우는게 보통이잖아"
"사이 좋구나"
"전혀 좋지 않아! 살의밖에 없는걸! 살의살의!"
"와- 큰일이다- 경찰 불러야지-"
스마트폰을 꺼내들지만 순식간에 유이가하마에게 빼앗겨버린다.
"아하하……그런데 말이야 나…… 남자앤데?"
"하?"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내 시간이 모두 멈춰버렸다.
……마, 말도 안 돼……이런 남자애가 있을까보냐! 어디에서 뭘 어떻게 봐도 남자로밖에……피부는 예쁘고, 목덜미는 요염하고 허벅다리는 희고 예쁜데……거짓말이지.
"그, 그런가……미안, 불쾌하게 해서"
"으응. 그런데 히키가야는 경험자야?"
"아니. 마이로 테니스라면 있지만"
"아, 그거 나도 있어! 더블즈 재미있지!"
"아 그래. 영원히 결착이 나지 않으니까, 그거"
"어?"
"어?"
어? 마리오 테니스 더블즈 모드는 혼자서 컨트롤러를 두 개 들고 조작해서 랠리랑 필살기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지 다투는 게임 아니야? 나 그걸로 8시간을 한 적이 있어.
그런 미묘한 분위기를 깨부수듯이 점심시간 종료 종이 운다.
"슬슬 돌아갈까"
"그러게"
"……너, 심부름은"
"하아?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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