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청춘보다 게임이다! - 제 4화
 
 
 
 
게임……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면 너머로 이어주는 멋진 것이다.
설령 현실에서 친구 같은게 없어도 이쪽이 강하면 친구 추가를 하고, 이쪽이 약하면 무시한다.
현실세계의 축도와 많이 닮아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녀석에게는 친구 추가를 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녀석은 무시, 혹은 친구 추가를 거절하는것 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해버린다.
하지만 나는 그런거에 의지할 생각은 없다. 사실상 나는 아무리 친구 신청이 오든 모두 거절하고 혼자서 퀘스트를 공략해간다. 그래……마치 SAO 주인공처럼 고고한 전사라고.
"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실에서 몬스터 헌터를 하고 있으니 내가 하고 있는 퀘스트에 멋대로 참가해온 녀석들이 있었다.
"세, 세다! 이 녀석 뭐야!?"
"레벨 맥스, 스테이터 맥스라고!? 이 녀석 쩔어!"
뒤쪽에서 뭔가 왁자지껄 거리고 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퀘스트를 진행해, 재빠르게 보스를 쓰러뜨리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니 메일 수신란에 NEW마크가 떠오르고, 대충은 알았지만 표시를 하니 친구 신청이 와 있었다.
…………흥. 폭발해라.
나는 마음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친구 신청해온 녀석들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고 슬립 상태로 바꿨다.
"하아!? 이 새끼 뭐야!? 매너 모르네"
"우와, 죽어라니. 어차피 이런거 보내오는 놈은 이상한 놈 뿐이래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상하지 않아……게임에서 이틀 철야하는것 정도는 보통이지? 어, 어라 나는 보통이지!?
그런걸 물어봐도 아무대 대답해주는 일도 없어서 나는 교실에서 혼자 끙끙거리며 자문자답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뒤쪽에서 떠들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쪽을 힐끔 쳐다보니 축구부 직부장 후보라고 일컫는 학교 카스트 1위인 화려계 핸섬 하야마 하야토를 필두로한 줏대없는 토베, 유이가하마, 너는 화교냐고 딴지를 걸고 싶어질 정도로 교복을 흐트리며 어깨를 드러내보이는 우리 교실 여왕님, 미우라 유미코 외에도 여럿 멤버가 주절주절 대화를 하고 있다.
"아니, 오늘은 무리려나"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아? 오늘 서티원에서 더블이 싸다구. 나아 쇼콜라랑 초코 더블을 먹고 싶어"
그거 둘 다 초코잖아……어이쿠야, 그만 딴지 걸어버렸다.
나는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책상에 엎드려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방과후, 나는 평소처럼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특별동 복도를 걷고 있으니, 문득 시야에 두 사람의 다리가 보여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째선지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두 사람이 부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쳐다보고 있다.
대체 저 둘은 뭘 보고 있는건지…….
"뭐하는거야?"
"히얏!"
"히, 히키가야……놀랬잖니……"
유키노시타가 놀란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겠지만……유이가하마는 보통이지. 왠지 이 녀석은 하루 종일 놀라는 느낌이 든다.
"변태가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잖아"
"학교에 변태가 있는 시점에서 이상하다고 생각해라"
"그렇구나. 네가 있는 시점에서 이상해"
"나랑 변태를 묶지마…… 그래서 뭐하는데?
"교, 교실에 거수자가 있어! 힛키, 어떻게든 해줘!"
그렇게 말을 듣고 떠밀려서 교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한 차례의 바람이 불어 마치 트럼프가 하늘을 나는것처럼 대량의 종이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날아가는 용지 중에 홀로, 이런 더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코트를 입고 손가락 없는 장갑을 끼고 있는 좀 살찌고 안경낀 남학생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군, 하치만……아니 갓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는 그 순간 두 발짝 물러나서 문을 닫았다.
"네 지인인 모양인데"
"하아? 너 세이브 데이터 망가진거 아니냐. 내 메모리에 저런 녀석은 존재하지 않아. 좀 더 말하자면 조연 캐릭터조차도 저런 놈은 없다"
"이, 일단 들어가보자"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짓지만 또 둘에게 떠밀려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다시, 아까보다도 조금 땀을 흘린 상태인 남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더우면 코트 벗어.
"기다리다 지쳤다,하치만. 이 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저기, 지인 아니야?"
"몰라"
"쿡훗훗후. 파트너의 이름을 잊어버리다니 다시 봐야겠군, 하치만"
둘이서 파트너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 소리야 라는 얼굴로 쳐다본다.
아아, 알고있다마다…… 저 녀석의 이름은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교실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학년인 녀석이고 체육 시간에 딱 한번 조를 짠 적이 있지만 그 이래로는 계속 주위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진심으로 경찰을 부를지 망설였다만.
"하치만. 왜 네놈은 채팅을 하지 않는거냐……진짜로 친구 삭제 당했다고 생각했잖아"
야, 마지막만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하치만"
"뭔데"
"여기는 봉사부가 맞지?"
"그래, 그 말대로야"
나를 대신해 유키노시타가 대답을 하지만 자이모쿠자는 힐끔 유키노시타를 보고 바로 나에게 시선을 돌린채 히쭉 입가를 올려 불쾌한 미소를 짓는다.
"히, 히라츠카 교수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치만은 본관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훗훗후. 모습은 변해도 혼을 이어받은 동지, 주종관계는 변하지 않는 모양이군"
"아니, 그건 아니야. 우리는 어디까지나 보조를 할 뿐. 이루는지 아닌지는 너에게 달려있어"
"후, 후히! 하치만, 본관에게 힘을 빌려줘"
"싫어. 그보다 집에 가줘, 집에 가주세요. 네 자리는 없으니까"
"큭훗후…… 진짜로 그만둬"
마지막 부분에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 왠지 비슷한 경험이 있는걸테지……아니, 나는 마지막 녀석은 아니지만 처음 둘이라면 조용한 중압으로 들은 적이 있다. 그건 초등학교 1학년때 일이다. 사토를 놀자고 불러서 공원에 갔지만 우연히 친구와 만났는지 이미 사토는 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지만 사토의 시선에서 빨리 돌아가주지 않으려나 하는 시선을 느꼈다……슬프게도.
"얘, 그는 뭐니?"
"어음, 간단하게 말하자면……중이병이다"
중이병이라는 단어를 들은적이 없는지 유키노시타도 유이가하마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생각했지만 여자애가 중이병이라는건 왠지 귀엽지.
"뭐니? 그는 병에 걸린거니?
"아니, 병이 아니라……대충 설명하자면 자신에게는 남에게는 없는 특별한 힘이 있고 그 특별한 힘을 써서 악의 조직과 남모르게 싸운다……라는 설정을 있지도 않으면서 마치 있는것 처럼 연기하는거야"
"요컨대 마음의 병이구나"
이 또한 팍 잘라서……마음이라고 할까 머리 아냐? 애시당초 설정을 생각하는건 머리……아니, 나는 저 녀석이랑은 다르거든! 절대로 나는 설정 같은건 생각 안 했거든!
그렇게 말하고 유키노시타는 자이모쿠자에게 다가간다.
"요컨대 우리는 네 마음의 병을 고치면 되는구나"
"……므하하하하하! 유쾌유쾌!"
"말투를 고치렴. 그리고 이쪽을 보지 않고 말하는건 예의 나쁘지 않아?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나 더운데 코트를 입고 있는거니. 그 손가락 없는 장갑은 뭐야?
"어, 어음……딱히 병이 아니라고 할까"
유키노시타의 고속 머신건에 견딜 수 없었는지 결국 정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변명을 시작해버렸다.
안다. 이해한다 자이모쿠자. 저 녀석의 머신건은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으니까.
문득 바닥에 어질러져있는 용지 중에서 가느다란 글자가 빼곡 쓰여져 있다는걸 깨닫고, 그 한 장을 주워서 쓰여있는 내용을 읽어보니 단번에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건 뭐야?"
"소설의 원고겠지…… 자이모쿠자, 왜 원고 같은걸"
내가 말을건 순간, 자이모쿠자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잘 물어봐줬다, 하치만! 본관은 어떤 신인상에 응모하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친구가 없어서 감상을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그대의 감상을 듣고 싶은거다"
"일부러 여기에 안 와도 투고 사이트에서 비판을 받으면 되잖아"
"그건 안 된다……그 놈들은 처음부터 클라이막스니까"
요컨대 혹평받고 싶지 않다고……마음 약해라~. 뭐, 혹평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모르는것도 아니지만 설령 이 작품이 프로에 뽑히면 지금보다도 훨씬 굉장한 소리를 들을거다.
"요컨대 우리는 그 소설을 읽고 평가를 하면 된다는거니"
"그러하다"
"……음~. 너, 지금 마음의 준비를 해둬"
"어째서냐"
"저 녀석……엄청나니까"
 
 
 
 
 
 
 
 
 
 
 
 
 
 
 
 
 
 
다음날 방과후, 우리는 자이모쿠자의 원고 카피를 손에 들고 봉사부 부실에 집합했다.
유키노시타의 원고에는 포스트잇이 대량으로 붙여져 있고 유이가하마와 내 원고에는 주름 하나도 잡혀있지 않다.
나는 어제 게임에서 랭킹 이벤트가 개최되었으니까 철야해서 1위를 확고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안 읽었고 유이가하마는 평범하게 잊어먹었던거겠지.
"왠지 둘 다 꽤 졸려보이네"
"그래, 이런 종류의 책은 처음이었으니까. 별로 호감은 가지 않아"
"뭐, 라노벨의 모든 종류가 이런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게 좋아. 평범하게 순애계열도 있고, 미스테리 계열도 있으니까. 참고로 내 추천은"
"다음에 읽을게"
PFP를 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대개 저 녀석이 말하고 있는걸 가로막으면서 저런 말을 하는건 읽지 않는다, 안 본다, 안 산다 삼원칙을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다. 뭐, 유키노시타가 이런 참담한 책을 읽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도 별로 호감은 가지 않아"
"너는 읽지도 않았잖아"
"히, 힛키도 그렇잖아!"
"나는 됐어. 어제 철야해서 랭킹에 올랐으니까"
"게임으로 철야를 하는것 만큼 쓸데없는건 없어"
……뭐, 뭐어 그건 받아들이자. 평범한 게임조차도 철야는 아니지(웃음) 라고 하니까.
"실례하오!"
고풍한 외침과 함께 문이 타앙! 세게 열리며 모두의 시선이 자이모쿠자에게 집중한다.
자이모쿠자의 체력은 다했다! 눈 앞이 새카매졌다! 용돈 전액 몰수……라고 하면 식겁할것 같으니까 절대로 말하지 않지만.
"그럼 감상을 들어보실까"
어째선지 잘났다는 듯이 팔짱을 끼면서 의자에 앉는 자이모쿠자를 보고 이 후의 전개를 읽어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PFP 음량을평소보다도 조금 크게 설정해서 외부 소리를 차단하고 집중한다.
자 그럼……사이타마 2000의 귀신이라도 하고 있으면 풀콤보를 하는것과 동시에 끝나겠지.
『50콤보!』
진짜로 이 노래 풀콤보를 하는게 달인급의 입구에 선다는 느낌이지. 정말로 한 때는, 이걸 풀콤보하는데 정열을 부었었지……사고로 입원중에는 미친듯이 했었고.
『풀콤보!』
후우, 끝났나……자 어디.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드니 자이모쿠자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훗……유키노시타 머신건의 위력은 중이병의 경우 100배로 부풀어 오르니까……이 녀석에게는 너무 괴로울테지.
"하, 하치만……너라면 알아주겠지?"
눈물을 지으면서 나에게 도움을 바래오는 자이모쿠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하치만"
"……랭킹 1위는 꽤 어렵지"
"읽지도 않았어-!"
마지막 일격을 넣어주니 자이모쿠자는 소리지르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너, 나보다도 심하잖아"
"어쩔 수 없잖냐. 랭킹 이벤트가 왔으니까. 너라면 알겠지, 자이모쿠자"
"…………또 읽어줄건가?"
자이모쿠자는 고개를 들어 유키노시타와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온다.
"혹평받았는데?"
"흠.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비판받지 않는 작품 따윈 없으니까. 또 읽어줄건가?"
"……랭킹 이벤트랑 부킹하지 않으면 읽을게"
"므하하하하하하! 기대하고 기다리거라!"
 
 
 
 
 
 
 
 
 
 
 
 
 
 
며칠 후, 나는 자이모쿠자와 함께 돌아갔다.
"그런데 하치만.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건가"
"여러가지. 에로겜은 18살이 되고나서 살거지만"
"좋아, 게임 센터에 가자. 신의 힘을 본관에게 보여봐라"
"어디에서 그렇게 되는건데. 그보다 그건 네가 위세 떨치고 싶은것 뿐이잖아"
"큭! 아, 아무튼 가자!"
자이모쿠자 요시테루는 중이병이다……하지만 그 마음에 품고 있는 정열은 진짜다. 나하고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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