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가야 하치만은 모든걸 떠나보내고 눈을 뜬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잠에 든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만큼.
 
나는 경련하는 몸에 채찍을 가해 억지로 일어난다.
 
 
 
여기는 어디야, 시커멓잖아.
 
 
"여, 나"
 
 
……………하?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다.
 
굉장히 귀에 찌든 목소리
아니, 입에 찌든 목소리라는 편이 올바른다.
 
거기에는 나, 히키가야 하치만이 서 있었다.
어, 뭐야 이거. 꿈……이겠지
 
 
"그런 기괴한 표정 짓지마. 알고 있잖아"
 
"시끄러, 망상이잖냐, 이거"
 
"아아, 망상일지도 모르지"
 
 
망상이라면 하다못해 미소녀를 내놓으라고, 인마.
 
 
"그래서, 너는 왜 내 앞에 나타난건데"
 
"죽었으니까"
 
 
………하아?
아니, 잠깐. 죽었다니 무슨 소리야!!?
 
 
"그 말대로다. 말하게 하지마, 부끄럽게시리"
 
 
눈 앞에 있는 나는 한숨을 쉬며 갑자기 질문을 시작한다.
 
 
"질문이다"
 
"뭔데"
 
"너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부활동에 들어갔어?"
 
 
………?
 
 

・・・・・
아니, 들어가지 않았다.
분명히 그렇다.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눈 앞의 나는 벌레를 씹은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 질문에 의미 있는거냐"
 
"아니, 아무것도 없지"
 
 
그렇게 말하며 눈 앞의 나는 등을 돌리고
 
 
"………빌어먹을"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그 때, 중학교때의 내가 하던 목소리와 완전히 같은 목소리였다.
 
 
"아마, 너는 이제 곧 눈을 뜰거야"
 
 
왜, 그런걸 아는건데……
 
 
"왠지 모르게다"
 
 
그리고 눈 앞의 나는 등을 돌린채로 손을 내린다.
 
 
"후회하지 않도록 해"
 
 
그렇게 말하며 어둠 속에서 사라져갔다.
 
후회하지 않도록………이라
 
…………………무슨 소린데, 대체.
 
그리고 나, 히키가야 하치만은 석양과 함께 눈을 떴다.
 
 
 
 
 
 
 
 
 
 
 
주위에 있는 정체불명의 녀석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
──────────────────
─────────────────────
 
 
 
 
 
 
 
 
"힛키!!"
 
 
누구냐, 힛키란거
 
 
"히키타니, 일어났어!?"
 
 
나는 히키가야다.
 
 
"정말이지, 걱정시키게 해놓고, 사죄조차 없는거야?"
 
 
걱정? 내가 누구한테 걱정을 끼친건데.
 
 
"하치만!"
 
 
천사가 보인다. 나, 일어나자마자 죽는건가?
 
 
"하치마아아아아안!!! 일어났는가아아아아아아!!"
 
 
기분 나쁜 소리 내지마
 
 
"바보 같애……"
 
 
울먹거리지 말라고
 
 
"…………………누구야 너네들"
 
 
내 기억에 없는 녀석들이군, 응.
 
 
""""""…………하?""""""
 
"아니, 누군데"
 
 
병실을 잘못 찾아온거 아니냐, 이 녀석들.
애시당초, 병문안은 가족 말고는 올리가 없잖아
 
 
"히, 힛키?"
 
"아?"
 
 
누가 힛키냐, 자택경비원 아니라고.
 
 
"히키타니, 장난은 치지마"
 
"장난은 너네가 치고 있잖아. 새빨간 남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하, 하치만……?"
 
"………뭔데"
 
 
언뜻 보기에 여자애로 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애가 무섭게 말을 걸어온다.
 
응, 천사구나.
 
 
"우리 기억나지 않아?"
 
"………기억이 올바르다면 그렇군"
 
 
그렇게 말한 순간, 흑발의 예쁜 소녀는 무릎을 찧으며 울기 시작했다.
 
잠깐, 어, 뭐야!?
내가 잘못한거야!!?
 
 
"히키가야…… 내……이름을……말해봐……!"
 
 
소녀는 내 팔을 움켜쥐고 겁에질린듯이 말했다.
마치 받아들일 수 없다는듯이
 
 
"아니……말해보라고 해도 모른다고"
 
 
나는 어색하게 뺨을 긁적인다.
 
 
"그, 그래…………"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병실에서 뛰쳐나가버렸다.
 
 
"힛키 최악이야! 유키농, 기다려!!"
 
 
처음에 말을 걸어온 사람은 내게 욕을 퍼붓고 소녀를 쫓아가버렸다.
 
뭐냐고 지금 그거.
 
 
"………일단 나가주지 않겠습니까"
 
 
나는 누가 뭐라 말하기 전에 못을 박고, 퇴거명령을 내린다.
더 이상 무슨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그 한마디로 다른 녀석들은 아쉬운듯이 병실을 나갔다.
 
 
 
이렇게해서 나, 히키가야 하치만의 이야기는 최악의 리스타트를 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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