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유키노시타는 그의 존재를 통감한다.
 
 
"실례합니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히키가야의 병실에 들어간다. 당연하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벌써 2주 동안이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다. 의사가 말하기에 어디에도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는 모양이지만……
 
그저 머리를 몹시 세게 부딪친 모양이다.
 
 
"…………"
 
 
나는 히키가야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의 용태를 엿본다. 아직 벗겨지지 않은 붕대와 호흡기가 뼈아프게 느껴진다.
 
최근 봉사부에는 그 평온한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유이가하마는 히키가야가 입원한 이래, 그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는 일이 적어져버렸다.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하는 그녀의 경직된 미소를 볼때마다, 마음이 조여진다.
 
하야마는 히키가야의 일을 알게 됐을때 굉장히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토츠카도 하야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자이…뭐시기는 봉사부에 오는일 없이 학교에서 보는 일이 있지만, 어딘지 불안한 모습이었다.
 
카와사키도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히키가야와 연관된 사람들은 도저히 눈을 둘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요즘, 지금까지 크게 품어본 적이 없는 감정을 품게 됐다.
 
그것은 분노다.
 
히키가야가, 이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가 없었던것 처럼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단순한 반 친구로서도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한다.
 
보통이라면 그를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는 것이다.
 
분명히 그가 행한 자기를 희생하기까지 주위를 구하는 행위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악의있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를 바보취급해도 좋은 이유는 아니다.
 
얼마전에 복도에서 스쳐지나간 학생들의 이야기가 히키가야의 전도 사고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녀석들은 히키가야를 바보니 얼빠지니 실컷 모욕하고 있었다.
 
………분명히 나도 그를 모욕하기는 하지만, 진심이 아니고 히키가야이기에 모욕할 수 있다.
 
커흠……, 이야기가 틀어졌다.
 
이 자리에 없는데. 본것도 아닌데.
 
나는 반론도 하지 못하고 그저 화를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이래로 히키가야의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그가 비웃음당하고 있다는걸 알았다.
 
…………………어째서일까.
 
그 날, 봉사부의 부활동이 머리에 스민채 떠나가지 않는다.
 
석양진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을.
 
네가, 성실하게 과제를 하던 날을.
 
계단에서 떨어진 날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살며시 히키가야의 손을 잡고 조용히 기도한다
 
――부디, 히키가야가 눈을 뜰 수 있도록――
 
――그 즐거웠던 나날을 다시 보낼 수 있도록――
 
내게는 기도하는 수 밖에 할 수 없다.
그를 모욕하는 녀석들을 제지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너 같은 강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걸 굳게 느꼈다.
 
 
 
 
 
 
나는 움켜쥐던 손을 놓고 병실을 뒤로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으면 분명 마주설 수 없게 된다.
어째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 히키가야 하치만의 팔이 움찔 움직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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