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모닥불 빛을 등불삼아 홍차를 마신다.
……아니, 이럴때는 보통 커피 마시지 않냐? 나는 보통 안 마시지만.
야외 취사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초등학생들은 철수했다.
이제 곧 취침시간일 것이다.
초등학생이 잠들어버리면 우리들에게 일은 없어서, 요컨대 자유시간. 잠들어버려도 상관없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의 제안으로 모닥불을 둘러싸고 다같이 홍차를 마시게 됐다.
로리콘 의혹을 날조당한 남자가 종이컵을 두었다.
"지금쯤 수학여행처럼 얘기나누고 있을까"
보통 그렇지 않냐? 나는 보통이 아니니까 모르겠지만.
"괜찮으려나……"
유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누구냐고 명확하게 말한건 아니지만, 아마 츠루미일 것이다. 그녀가 소외되어 혼자 있다는걸 알고 있는건 직접 대화한 나와 유키노, 유이 뿐만 아니다. 다들 눈치채고 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다. 저런건 보기만 하면 바로 안다.
"흠, 뭐가 걱정이냐"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묻는다.
"아니 좀. 고립해있는 학생이 있어서……"
"그치-! 완전 불쌍해-!"
로리콘이 답하고, 미우라가 맞장구를 친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놈이군. 혼자 있는걸 문제삼아서 어쩌려고. 그런걸 당하면 나는 엄청난 문제아잖냐. 그러니까 문제삼아야할건 소외되었냐 아니냐다"
"원해서 혼자 있는것과, 주위에서 혼자로 만드는건 똑같이 혼자 있어도 달라. 그런거니?"
"그렇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이 녀석은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소외되어 혼자가 된 츠루미를 모두의 안으로 밀어넣으면 해결된다는 그런 편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외된 원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결국은 똑같은 일의 되풀이다. 그리고 이 녀석은 오늘 두 번 정도 그걸 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떻게 하고 싶은거냐?"
"그건……"
모두 일제히 입을 다문다.
가놓고 말하자면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 이 자원봉사로 왔을 뿐인 아동에게 손을 내밀어줄 이유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부탁받은것도, 청구받은것도 아닌데 손을 내미는건 남의 세계에 침입하는것과 같다.
그리고 나는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가능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그거냐.
"너로는 무리야. 그랬잖니"
그랬잖니. 요컨대 과거형. 역시 저녀석은 예전에 유키노에게 같은 짓을 한 거겠지.
"그랬었……지도. 하지만 지금은 달라"
"과연 그럴까"
다를텐데, 같은 짓을 한거잖습니까. 싫다-.
고인이 말하길, 마치 성장하지 않았다.
미국 공기라도 마셨나, 이 녀석은. 오늘부터 타니자와라고 부르자.
따끔이라기 보다는 푸욱 이라는 표현이 좋을만큼 가시를 찌른 유키노에게 시선을 준다. 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유키노가 쓴웃음을 답한다.
유키노의 성격으로 생각하건데, 타니자와에게 못을 박은건 오늘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그래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채 지금에 이른다.
역시 인간관계란 귀찮은것 뿐이다. 쓸데없는 간섭을 해오는 인간이 없는 외톨이 만세.
유키노들의 대화로 무거워진 공기. 그걸 자르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이 입을 연다.
"유키노시타. 너는?"
질문을 받고 유키노는 턱에 손을 댔다.
"하나 확인할게요"
"뭔데?"
"이 봉사활동은 봉사부의 합숙도 겸한다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말씀하셨는데요, 그녀의 안건에 대해서도 활동내용에 포함되나요?"
유키노의 질문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조금 생각하고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군. 임간학교를 자원봉사 활동으로 위치시킨데다, 그걸 부활동의 일환으로 한거지. 원리원칙으로 생각해서 그 범주에 들어가도 좋을 것이다"
"그런가요……"
거기서 말을 끊고 유키노는 눈을 감는다.
"저는……그녀가 도움을 바란다면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해결에 힘씁니다"
결연하게 유키노는 선언했다. 그 발언에선 명확한 의사를 느낀다.
서투르면서도 다정한 녀석이다.
유키노시타 유키노로서 손을 내밀지 못해도 봉사부 부원으로서라면 손을 내밀 수 있다.
따, 딱히 너를 위한게 아니라니까. 봉사부 활동일 뿐이니깐.
실제로 유키노의 선언을 츤데레로 변환한 말의 갭에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온다. 내가 웃은걸 눈치챈걸까, 유키노가 이쪽을 노려본다.
"그래서, 도움은 바라고 있나?"
"……모르겠어요"
봉사부의 홀동이라는 이유로한 이상,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의뢰라는 형식을 밟을 필요가 있다. 츠루미의 의사를 모르는 이상, 우리들은 아직 움직일 수 없다.
"유키농, 아까 그 애, 말을 하고 싶어도 못했어. 따돌리는게 꽤 있어서 자신도 그 거리감을 뒀다고 했구. 그러니까 자기만 도움을 받는건 허용하지 않는게 아닐까. 딱히 루미만 잘못한건 아닌데.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환경도 있잖아. 그래도 죄악감은 남으니까……"
일단 말을 끊고 숨을 가다듬는다. 뭔가를 얼버무리듯이 타하하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싫다-, 조금은…….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무도 말걸지 않는 사람한테 말을 거는거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거든"
말할 수 없는것 자체가 말을 걸 수 없는 이유가 되다니. 꽤 참고가 되는 이야기다.
"그치만, 그건 루미의 반이면 분위기를 못 읽는 행동이 되는거 아냐? 말을 걸면 나까지 따돌려지는거 아닐까- 생각하면,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고 할까, 준비기간을 원한다거나.그래서 결국 시간이 걸려서 그대로……. 앗, 나 굉장히 성격 나쁜 소리 하지 않았어!? 괜찮아!?"
괜찮다, 문제 없어.
집단심리적으로 네 생각은 올바르다.
"괜찬다. 너는 실수하지 않았어. 그저 말이다……도중부터 그거 내 이야기지?"
용기가 있으니까 봉사부에 의뢰한다. 준비기간을 원해서 1년 경과한다. 완전히 나랑 너잖냐. 루미 얘기 아니잖냐.
"아, 아니야! 힛키 얘기 따위 안 했거든!"
"전반은 그렇다치고 후반은 말이다……"
"저, 전혀 아니거든!"
바보바보 거리는 유이에게 방금전까지 어딘가 어두운 표정은 없어졌다.
"유키노시타의 결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나?"
조금 가벼워진 분위기 속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최종확인을 한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각자의 반응을 엿본다. 하지만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뭐, 이것도 집단심리라는 거겠지.
"좋다. 그럼 남은건 너희들이 생각해보거라. 나는 잔다"
하품을 물면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간다.
그보다, 책임자 부재여도 괜찮슴까? 뭐, 평소 부활동도 그렇나.
히라츠카 선생님이 가고, 우리들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제는 '츠루미 루미는 어떻게하여 주위와 협조를 하면 좋을까'
누가 말한 의제인진 모르겠지만, 역시 논점이 조금 틀어졌다. 어차피 타니자와겠지. 틀림없다. 츠루미를 바꾸는 것이 아닌, 주위를 바꾸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을텐데.
그런 어긋난 논제를 처음으로 스타트를 끊은건 미우라였다.
"그니까, 그 애 꽤 귀여우니까, 다른 귀여운 애랑 묶으면 되지않아? 시험삼아 말 걸어보자. 그래서 사이 좋아지면 되잖아. 여유잖아?"
"그거야-! 유미코 날카로워-!"
"그치?"
"말은 나쁘지만 다리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유미코가 말하는건 올바를거야. 하지만 지금 상황하에선 애시당초 말을 건다는것이 허들이 높을지도 몰라"
최종적인 목적은 모두의 틀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모두의 대표인 이 녀석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그다지 참고는 되지 않는다,.
"응! 분명 말야, 취미를 살리면 된다고 생각해. 취미로 묶어서, 행사에 가게 되면 교우가 넓어지잖아? 분명 진정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내서, 학교만이 모든게 아니라는걸 깨달을거야. 그럼 여러가지로 즐거워질테고"
에비나한테 굉장히 정상적인 의견이 나왔다. 단순하게 썩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서 미안하다.
"나는 BL로 친구가 생겼습니다! 호모 싫어하는 여자는 없어! 그러니까 유키노시타도 나랑"
전언철회. 역시 에비나는 에비나였다.
그래도 마이널리티 같은 가치관의 제공은 나쁜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커플링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그 뒤에 몇가지 안이 나왔지만, 현실적인건 없었다.
논의가 끊기고 조용해진 순간 타니자와가 한마디 말을 했다.
"……역시 다같이 사이 좋아지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나"
그 말에 무심코 기막혀진다.
그렇게나 유키노에게 못을 박혀놓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이 녀석은 정말로 나와 같은 인간인지 의심스러워진다.
"다같이, 사이좋게라"
무심코 그렇게 말하니 타니자와가 흘끔 노려본다. 나를 노려본다기 보다는, 저녀석에게 있어선 자신이 올바르고 내가 틀렸다는 것이다.
"미안. 아무것도 아니다"
단순히 같은반인 저 녀석에게 굳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의리는 없다. 그러니까 내버려둔다. 실제로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런건 불가능해. 조금의 가능성도 있지 않아"
유키노의 늠름한 목소리가 울린다.
나와 달리 내버리는 짓을 하지 않는구나, 너.
타니자와는 짧게 한숨을 쉬고 지면으로 시선을 준다.
그걸 목격하고 미우라가 으르렁댄다.
"잠깐 유키노시타? 그 태도는 뭐야? 모처럼 다같이 사이 좋게 하려고 하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진정해 미우라. 미안하지만 나도 유키노에게 찬동한다. 나랑 유키노가 조금 생각할테니까, 그 사이에 그쪽만으로 생각해줘. 그리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나서 다시 애기하면 될거 아냐? 이런 싸움 같은 짓을 해서 사이 좋아지는 방법이 나올리 없으니까. 안 그래?"
맞붙으려는 미우라와 유키노의 사이에 들어가 미우라를 달랜다.
마지못해 끄덕이고서 미우라는 원래자리로 돌아간다.
지금은 얼버무렸지만 여자만 남으면 괜찮을까, 이거.
분명 그 사이에 있게 될 유이가 약간 불쌍해진다.
모드가 잠든 조용한 시간, 나는 혼자서 방을 빠져나왔다.
고원의 밤. 혼잡 속에서 느끼는것과 또 다른 안심을 느낀다.
나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그저 혼자 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그런 정숙함이다.
그리고 그런 정적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너는 혼자라고.
이 얼마나 멋진 환경일까. 매주 주말에 이런 곳에 오는걸 검토해봐도 좋을 수준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으니 수풀 사이에 한 명의 소녀가 서 있는게 보였다.
둥근 달빛에 비쳐져, 하얀 피부가 떠오르듯이 미미하게 빛난다. 산들바람에 날리는 기나긴 머리카락이 둥실 흔들린다. 작고,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달빛 아래 그녀는 노래부른다. 어쩌면 정령이 숲에 말을 거는 듯한, 그런 어딘가 현실에서 떨어진 환상적인 광경으로 보였다.
그녀 홀로 완성된 세게. 그런 광경에 약간이지만 질투하고 만다.
방해하는것도 미안하니 나도 딴데서 노래 불러볼까. 뭐, 저런 식으로는 안 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가려고 했지만, 나무가지를 밟고 뚜둑 소리가 났다.
"……누구?"
"야옹-"
"……빨리 나와"
무시당했다.
"말을 거는것도 아니고, 묵묵히 보고 있다니 꽤 좋은 취미를 갖고 있구나"
등장한 나를 유키노가 차가운 눈으로 본다.
"말을 걸지 않았던게 아니다. 못 걸었던거지. 너한테 넋이 나갔거든"
"그, 그러니. 그럼 어쩔 수 없네"
내 반론에 고개를 비스듬이 돌린다. 그 볼은 조금 붉다.
"별이라도 보고 있었냐?"
도시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별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아니 그게 아니라……. 조금 생각하고 있었어"
"……타니자와 말이냐?"
"타니자와……? 히키가야,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니?"
아아, 타니자와라고 하면 전해지지 않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머리에 물음표 마크를 띄운 유키노에게 변명한다.
"전혀 성장하지 않는 남자 말이다"
"너, 완고하게도 그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지 않는구나. 이유는……알것 같기도 하지만"
"……눈치챘냐"
"그래, 물론이야"
유키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남의 가치관을 존중하여 그대로 받아들이는 너여도, 그의 가치관은 받아들일 수 있는게 아니겠지. 모두와 있는걸 강제로 하는 그의 가치관은 네가 가진 홀로 있으려고 하는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인걸"
"너, 굉장한데.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왜 거기까지 아는건데. 조금 무섭다"
"네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준것 처럼, 나도 너를 제대로 보고 있어. 그저 그것뿐인 이야기야"
"……왜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걸 안거냐"
"그렇구나. 예를 들어, 하야마에 대해서. 너는 깨닫지 못했을거라 생각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제대로 눈치 채고 있었어. 나는 너에게 그에 대해서 말한 적은 없고, 분명 그가 말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아니, 진짜로 너 굉장한데"
뭐라고 할까, 유키노에게 이길수 있는 느낌이 안 든다.
"어디까지 추측하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니까 가르쳐줄게. 그하고는 초등학교가 같을 뿐이야. 그리고 부모끼리 아는 사이. 그의 아버지는 우리 회사에서 고문변호사를 하고 있어"
요컨대 그 사고 시담을 담당한건 그 녀석의 아버지라는 소린가.
"뭐라고할까, 힘들었겠구만"
"그래. 옛날부터 그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어딘가 씁쓸해보이는 웃음에 무심코 손이 나온다.
"뭐, 뭐하는 거니"
"나도 몰라. 그저, 네 얼굴을 봤더니 이렇게 해주고 싶어진것 뿐이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유키노를 정면으로 껴안고 있었다.
유키노는 그걸 거절하지도 않고 받아들여, 이윽고 작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좋아. 너니까, 값싼 동정은 아닐테고"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는 내 등으로 손을 감는다.
"그러니까, 조금만 이렇게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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