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테이링은 필드 위에 있는 체크포인트를 지정받은 순서로 통과하여 골까지 소요시간을 겨루는 스포츠다.
원래는 군사훈련이었던 만큼, 제대로 하면 지도와 컴퍼스를 한손에 들고 오로지 전력질주를 하는 모양이다.
뭐, 우리들은 골 지점에서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 오리엔테이링 자체에 참가하고 있는건 아니어서 관계없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들은 일단 인솔이라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의욕이 넘치는 미우라 그룹은 때때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힘내라-" 혹은 "골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등 말을 걸며, 제대로 자원봉사하는 형 언니다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얘, 얘 하야토. 나아, 의외로 애들 완전 좋아하지-. 애들 완전 귀엽지 않아?"
전혀 의외가 아닙니다, 네. 조금은 자신의 엄마 속성을 이해하는 편이 좋다. 외모는 화려한데 속은 완전히 엄마잖냐, 너.
그런 미우라의 엄마 속성을 아이들이 느꼈는지, 아동들은 미우라 그룹에 금방 친숙해졌다.
몇 명의 아동과 엇갈려, 때로는 행동을 함께하는 동안 어떤 여자 다섯명 그룹이었다.
깜찍한 그 그룹은 깜찍한 선배인 미우라 그룹에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어느샌가 함께 체크 포인트를 찾게 됐다.
"자, 여기만 도와줄게. 하지만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이야"
부정, 절대로 안 돼. 라고는 하지 않았다. 소위 이런건 놀이 일환이다. 일부러 그런 무순한 짓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유키노가 작게 한숨을 내쉰것을 깨달았다.
시선 끝을 보니 아까부터 행동을 함께 하는 깜찍한 5인조. 아니, 5인조라는건 올바르지 않다. 4인조 플러스 한 명이라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크게 보면 5인조지만, 한 명만 떨어져서 뒤늦게 따라온다.
"……유키노"
늦춰진 그 아이는 깨끗하게 차려 입어서, 있는대로 말해서 충분히 귀여워 보이는 아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늦어지고 있는걸 탓하는게 아닌, 때때로 뒤돌아보고 쿡쿡 자기들만 통하는 모양인지 소리죽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유키노가 한숨을 쉬었는가, 그 광경만으로 십이분 전해졌다.
아마, 일찍이 자신의 모습을 겹치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다르더라도 배제되고 있는 그녀에게.
줄곧 혼자 있어온 나에게 있어 저 상황은 도리어 고맙다. 네 자리는 없거든! 하면 솔직히 감사의 말을 할 것이다.
그것이 평범한 감각하고는 어긋난다는건 나도 알고 있다. 모두와 있는 것이 보통이며, 모두의 틀에서 저해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를 제외하고는.
내게 있어 저 아이는 자원봉사로 인솔하는 다수 아동중의 한 명이며, 당연히 손을 내밀어줄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
유키노를 동생처럼 신경쓰고 있다고 해서, 저 아이까지 신경쓸 이유는 되지 않는다. 설령 유키노가 자신의 모습을 겹치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저 내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다.
"체크포인트 찾았어?"
"……아니요"
모두와 사이좋게를 신념으로 삼는 그 녀석이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가, 그럼 다같이 찾자. 이름은?"
"츠루미 루미"
"나는 하야마 하야토. 잘 부탁해. 아마 저쪽에 감춰져 있지 않을까"
말하면서 츠루미라고 이름댄 소녀의 등을 밀어 모두의 원 안으로 유도해간다.
모두의 틀에 들어갔다고 해서, 츠루미가 즐거워보이는건 아니다. 물리적인 위치가 원 안에 들어갔을 뿐이지, 심정적으로는 아까전과 다를바 없을 것이다. 다른 애들과 시선을 마주치는것도 아닌, 그저 주위 자연으로 눈을 향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주위도 마찬가지로, 츠루미를 데려와다고해서 받아들여주는건 아니다. 자기들과 츠루미 사이에 얇은 막이 쳐저 말없이 전한다.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라고.
"저건 아니지"
"그렇구나. 그다지 좋은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어"
유키노가 또 한숨을 쉰다.
남에게 흥미없는 나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겹치고 있을 유키노가 저 상황을 깨닫지 못할리가 없다.
유키노가 저 녀석을 대하는 태도에 가시를 품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유키노가 저 녀석과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면. 아마, 저 녀석은 일찍이 유키노에게 같은 짓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
유키노는 바늘 방석으로 밀리고, 밀어붙인 장본인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
깨닫지 못한다. 깨달을리가 없다. 깨닫고 있다면 같은 짓을 되풀이할리가 없으니까.
저런건 단순히 독단이며, 자기만족, 자위행위와 다를바 없다.
그야 가시 하나 둘 생기게 되겠지.
"옛날부터 저랬었냐?"
"그래, 별로 변하지 않았네"
언질, 잘 먹었습니다. 가볍게 덫을 놓은것 뿐이지만, 이걸로 유키노와 저 녀석이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는건 확정이군. 유키노의 이전 언동에서 헤아리건데, 최저한 같은 중학교였던건 확실할 것이다.
그 후에 나와 유키노는 말없이 골을 목표로 갔다. 유키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까전의 광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을 하는것이 최고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뭐, 일단 모두의 틀 안으로 집어넣는 짓 만큼은 하지않겠지. 애시당초 내가 들어가고 싶지 않고. 그보다 이번에는 유키노의 한숨으로 눈치챘지만, 그거 없었으면 깨달았냐고 하면 의문이니까. 깨달으려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응을 생각하는것도 낭비니까. 관두자 관둬.
골 지점 광장에 도착하니 우리들을 눈치챈 히라츠카 선생님이 차에서 내렸다.
"늦었구나. 자 바로 이걸 내려서 배급 준비를 부탁할까"
차 트렁크를 열고 안의 짐을 가리킨다.
……당신, 지금까지 놀고있었지. 원활하게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내려놓는게 옳지 않습니까? 그보다 역시 한 명 차에 태워서 이동하는 편이 시간 낭비가 적었다고 생각하는데.
항의하고 싶은 참이지만, 노예인 우리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
"그리고 디저트와 수박을 식혀뒀다. 식칼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짐을 내리는 우리들에게 거듭 일을 지시한다.
자르는건 귀찮으니 수박깨기라도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무진장 먹기 힘들것 같지만.
"수박 쪽은 세 명이 있으면 충분하겠지. 남은 사람은 먼저 도시락 배급을 하고, 끝나면 수박 옮기는걸 도와줘"
주어진 일을 효율 좋게 해치우면 그 만큼 자유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내 제안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한 결과, 수박은 나와 유키노와 코마치가 담당하게 됐다.
준비된 수박을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안을 파낸다.
"코마치"
"응? 아, 아아. 아-앙"
수박의 가장 맛있는 부분인 그걸 코마치에게 먹여준다.
"유키노도"
"어? 어어?"
나아 코마치의 대응을 깨닫지 못했던걸까,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던 모양이지만, 이윽고 내 의도를 읽고 유키노는 수박을 입에 넣는다.
"응, 맛있어. ……가 아니라. 히키가야, 이건 아동 디저트지? 너, 대체 뭘 하고 있는거니"
횡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 행동이 거슬렸는지, 얼굴을 사과처럼 붉히고 유키노가 화낸다. 수박인데. 아, 수박도 안은 빨갛나.
"뭐냐니. 수박은 중심이 가장 맛있다는건 너도 알고 있잖냐? 요컨대 평범하게 잘라선 맛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지. 그렇다면 중심을 파내서 공평하게 한것 뿐이다. 아동들은 공평해지고 우리들은 수박의 중심만 먹는다는 사치를 맛본다. 오히려 잘못된 점을 찾는게 어려울걸"
"……그건 궤변이라고 하는거야"
유키노는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본다.
"그보다, 먹은 이상 너도 공범이다. 뭐, 다른 녀석들한테는 비밀이다"
목격자를 공범자로 만들어 입을 막는다. 완전범죄 성립이다.
덧붙여 비밀 공유라는것은 심리학적으로 인연을 깊게 하는 모양이다.
한정된 시간 속이라고는 해도, 동생인 코마치와 동생처럼 신경쓰고 마는 유키노. 뭐, 비밀을 공유하는 상대로서는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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