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시끄럽다.
드물게 낮부터 행동을 개시한 나는 자실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여름방학은 쉬는것, 그런 생각을 갖고 청춘을 구가하는 자들도 세상에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게 있어 여름방학이란, 아니 여름방학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생, 그리고 앞으로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모든 시간은 내가 나 혼자이기 위한 준비기간인 것이다.
따라서 공부한다. 한발짝 한발짝 확실하게, 확실한 미래로, 혼자만의 생활로 나아가기 위해.
접어둔 곳까지 참고서를 읽고, 보리차라도 마시려고 일어나니 책상위 휴대폰이 울었다.
이 소리는 메일이군. 화면을 열어보니 착신인은 히라츠카 선생님이었다. 내용은 여름방학중 봉사부의 활동에 대해서.
로리 쇼타와 함께 가는 2박 3일 여행 in 치바마을, 거기의 인솔 자원봉사를 해라는 소리다.
……아니, 이 사람 바보아니냐. 코마치 동반 OK라면 안다. 요령 좋은 동생이니까 초등학생 인솔 정도라면 요령 좋게 해낼테니. 하지만 출발이 오늘이라니 그게 뭐냐. 내게 예정이 있냐거나, 그런 발상을 갖지 않는건가, 이 사람은.
뭐 일단 지금은 차다. 차를 마시고 한숨 쉬고, 그리고나서 거절 메일을 보내자.
메일 어플을 일단 닫고, 이번에야말로 차를 마시러 간다.
 
"오빠야, 준비 다 됐어-?"
 
허나, 글러먹었다.
노크도 하지 않고 내 방으로 침입해온 코마치의 모습에 가볍게 절망을 느낀다.
 
"너, 그 차림……"
 
갈아입을 옷이라도 들어있는건지, 부푼 가방을 어깨로 내려들고 나갈 준비를 마친 코마치가 거기에 있었다.
 
"에, 치바 마을 갈거지? 아직 준비 안했어? 왠일로 아침부터 일어난것 같아서 완전히 준비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이러니까 오레기는……"
 
싫다, 이 코마치 불합리해.
 
"내가 알게된건 지금 막이다. 뭐, 준비하고 자시고 지금 거절 메일을 보내려던 참이다만"
 
"에-, 오빠 안 갈 생각이야?"
 
"오히려 왜 내가 간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내가 자연교실때도 가고 싶지 않았는데, 뭐가 슬퍼서 굳이 자원봉사를 하러 가야하는건데"
 
단체활동을 강제하는건 학교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걸 굳이 원정까지 해서 하고 싶지는 않다. 수학여행이니 소풍이니, 정말로 뭐 때문에 있는걸까.
 
"자자, 어려운 생각하지 말구-! 코마치랑 외박하러 나간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아니면"
 
코마치는 일단 말을 끊고, 나를 올려다보기로 쳐다본다.
 
"오빠야. 코마치랑 외출하는거, 싫어?"
 
"더럽잖습니까, 닌자 더럽다"
 
나는 이걸로 닌자를 싫어하게 됐었지. 너무나도 비겁하잖아?
 
"그렇다는건-?"
 
"알았어. 가면 될거 아냐, 가면"
 
"아싸아-! 그럼 코마치 거실에서 기다릴게!"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가는 코마치를 쳐다본다.
저걸로 코마치도 공부를 열심히 할테고, 나 시스콘이고, 봉사부 운운 관계없이 그저 코마치를 위해 참가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메일에 있던 필요한 물건을 적당한 가방에 넣고 나는 코마치가 기다리는 거실로 향했다.
 
코마치와 함께 집합 장소인 역 앞 로터리로 향한다.
로터리에 도착하니 원 박스카가 서 있었다.
운전석 문 앞에서 담배를 피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말을 건다.
 
"왜 저는 당일이 되서 묻는겁니까. 코마치는 알고 있던것 같지만"
 
원망을 담아 도끼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그런 내게 히라치카 선생님은 선뜻 대답한다.
 
"예정이 없다는건 네 동생한테 확인 끝냈다. 거기다 먼저 전달해두면 너는 도망칠거잖아?"
 
"도망치지 않습니다.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당당하게 정면으로 거절할겁니다"
 
"그런 너니까 한거다"
 
미소를 짓고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라며 휴대용 재떨이로 담배를 끄고 히라츠카 선생님은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내가 바란건 아니었다고해도, 사회부적합자인 나를 갱생하려고 하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성실하고 좋은 선생님일 것이다. 왜 저래놓고 받아주는데가 없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른 녀석들은 어디있나 주위를 돌아보니 빵빵해진 편의점 봉투를 손에 든 유이가 이쪽으로 향해오는 모습이 보였다.
 
"무겁지. 들어주마"
 
다가가서 편의점 봉투를 들어준다.
 
"힛키, 늦어. 이런거 사오는건 남자애들 일인데"
 
손을 내밀면서 유이가 그런 말을 한다.
아니,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도 말이다. 이래봬도 최속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빠르게 준비해온거라고. 불만이 있으면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해줘.
 
"안녕, 히키가야"
 
유이의 뒤에서 유키노가 고개를 내민다.
 
하얀 목닫이 셔츠와 유키노치고는 보기 드문 바지 차림. 어딘가의 노래공주를 방불케하는 차림이다.
 
"여. 유키노가 바지라니 드문걸"
 
"지금부터 치바 마을에 가니까, 움직이기 쉬운 복장을 입는건 당연하잖니"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무척이나 무거운 편의점 봉투를 한손에 들고 차까지 돌아온다.
걸어오는 우리들을 발견했는지 코마치가 기운발랄하게 인사한다.
 
"유이 언니! 얏하로-"
 
"코마치, 얏하로-"
 
에, 그 인사 유행하는거야? 유이 안에서만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유키노 언니도! 얏하로-"
 
"얏……안녕, 코마치"
 
말할뻔 했지만 부끄러워졌는지, 아니면 말이 헛나온것 뿐인지. 도중까지 할뻔했지만 유키노는 평범하게 인사를 한다.
얼굴도 새빨갛고, 하고 싶었던 거겠지. 아마.
 
"코마치도 불러줘서 기뻐요!"
 
"유키농 덕분이야-. 나도 유키농한테 연락 받았지만, 코마치를 부르자고 선생님한테 부탁해준것 같아서"
 
코마치와 유이는 서로 손을 잡고 꺄아꺄아 거린다.
하지만 왜 봉사부 활동인데 부외자인 코마치에게는 연락이 가고, 부원인 나는 당일에 연락이 온걸까. 저, 신경쓰입니다.
 
"유키노, 왜 나한테 가르쳐주지 않은거냐? 매일 메일도 보내고 있으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거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꺄아꺄아 거리는 둘을 뒤로 유키노에게 물어보지만, 유키노는 벙하니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오늘 일정을 들은건 오늘 아침이었다만"
 
"미안해. 완전히 코마치 경유로 전해졌다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어쨌든간에 예정 따위 없었잖니?"
 
"무슨 소릴. 예정 완전 있었다. 공부할 생각이었으니까"
 
"결국 집에 있기만 할 뿐이잖니? 그런건 예정이라고는 하지 않아"
 
이겼다는 듯이 유키노는 미소짓는다.
 
"가고 싶은 대학이 대학이니까. 여름방학을 공부에 매진해서 뭐가 나쁜데. 그보다 너는 공부하고 있냐?"
 
"당연하지. 그러고보니 나도 경제학부를 지망하기로 했으니까"
 
"뭐야, 의외로 쉽게 정했구만"
 
"그래, 생각한 데가 좀 있어서……"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차에 도착한다.
운전석에서 심심해보이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말을 건다.
 
"전원다 모였으니, 이제 갑니까?"
 
"아니, 아직 한 명 안 왔다. 출발은 그리고 나서다"
 
봉사부원 3명과 특별 게스트 코마치. 거기다 인솔 히라츠카 선생님을 포함해도 전원 이 자리에 다 모였을 것이다. 달리 올 녀석은 없을거라 생각하는데.
 
"히키가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토츠카가 있었다.
 
"토츠카도 불렸나. 부활동은 쉬는거냐?"
 
"응, 고문 선생님이 바빠서 쉬게됐어"
 
토츠카가 생글생글 밝은 미소를 짓는다.
자원봉사라는건 귀찮다고만 생각하는데. 왜 모처럼 부활동도 쉬는데 참가해온걸까, 이 녀석.
 
"그럼 모두 모인것 같군. 타라"
 
운전석의 창 너머 히라츠카 선생님이 출발을 고한다.
타라고 해도 자리배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키노옹 뭐부터 먹을래-?"
 
"그건 도착하고 나서 먹는게 아니었니?"
 
유이는 이미 유키노의 옆에 앉을 생각인 모양이다. 그렇다는건.
 
"전 조수석에 앉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조수석에 앉는다.
누가 조수석에 앉지 않으면 히라츠카 선생님이 불쌍해보이고, 그 역할을 떠맡는건 히라츠카 선생님과 다소나마 교류가 있는 봉사부원일 것이다.
면식은 있어도 그다지 접점이 없는 코마치와 토츠카가 짝이 되는건 좀 생각했지만, 유이도 있으니 대화하는데는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조수석으로 올 줄이야. 완전히 동생 옆으로만 갈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토츠카가 불쌍하잖습니까. 우리들과 달리 그렇게까지 히라츠카 선생님과 접점은 없으니까. 거기다"
 
"거기다?"
 
"조수석이 가장 사망률이 높은 모양이니까요. 그렇게 됐을때 가장 피해가 적은 제가 앉는게 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독한 이유구나"
 
슬픈 표정을 짓고서 히라츠카 선생님은 차를 발진시킨다.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도록 보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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