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달리길 몇 시간, 산 속의 주차장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은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니 농밀한 풀냄새. 평소 보내는 곳과 달리 이곳이 자연 속이라고 실감되었다.
 
"기분 좋아-!"
 
유이는 차를 내리고 크게 기지개를 했다.
 
"……남의 어깨를 배게삼아 그렇게 자면 아주 기분 좋겠구나"
 
"윽, 유키농 미안"
 
유키노에게 쓴소리를 듣고 유이는 움츠러들어서 사과한다.
기지개를 피니 움츠러드니 바쁘구만, 어이.
 
"와아, 산이구나-"
 
"코마치는 작년에 왔었지만요-"
 
유키노들에 이어서 차를 내린 코마치들 둘도 각자 기지개니 심호흡을 한다.
뭐, 그 마음은 다소나마 안다. 어쨌든간에 사람이 없다. 장래설계로서 가끔이라면 이런곳에 오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초보자는 이런 곳에 살면 혼자서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이런 시골은 인구가 적은 만큼 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히려 독자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되어서 귀속하거나 배척되거나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정말로 혼자서 살고 싶다면 남에 대한 관심이 옅은 도시 속에 숨어들거나, 혹은 정년 후 생활을 시골에서 보내고 싶은 노년자이기 때문에, 그거 전용으로 만들어진 분양지에 살아야할것이다.
 
"음, 공기가 맛있구나"
 
우리들을 신경써준건지, 이동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히라츠카 선생님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여기서는 걸어서 이동한다. 짐을 내려두거라"
 
담배를 문 히라츠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짐을 내리고 있으니 한 대의 원박스 카가 남녀 4인조를 내리고 가버렸다.
뭐, 여름방학이니까. 치바시의 보양시설에서 이용 요금도 쌀테고. 그런 녀석들도 있겠지, 하며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그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손을 들었다.
 
"여, 히키타니"
 
"……너냐"
 
4인조중 한 명은 국립을 지향하는 녀석이었다. 자세히 보니 뒤에 미우라와 에비나도 있다. 남은 한 명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마 어딘가 낯이 익으니 미우라 그룹중 한 명일 것이다.
 
"너 국립지향하는거 아니었냐? 부활동은?"
 
"그거, 이제 그만두지 않겠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쓴웃음과 함께 그런 말을 했다. 순수하게 의문으로 생각한건데.
 
"흠. 전원 모인 모양이군. 일단 이번에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알고 있지?"
 
히라츠카 선생님의 질문에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숙박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들었는데요"
 
"응. 도와주기 였지"
 
유키노의 말에 토츠카가 끄덕인다. 그 옆에서 유이가 벙찐 표정을 짓는다.
 
"어? 합숙 아니었어?"
 
"코마치, 캠프한다고 들었는데요-?"
 
"자원봉사에 한 표"
 
왠지 어떻게된 전달게임이 행해졌는지 잘 알았다. 히라츠카 선생님한테 나와 유키노, 토츠카, 그리고 유키노에게서 유이를 경유해서 코마치겠지.
유키노가 전달한 숙박이라는 단어를 멋대로 합숙으로 해석하고, 그것이 코마치에게 전달됐을때는 캠프가 됐을 것이다. 물사는 정확하게 전달해라, 유이.
 
"봉사활동으로 내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저는 들었는데요"
 
"어, 왠지 단순히 캠프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으엉? 아니, 그냥 오면 위험하잖슴까-"
 
"개방적인 토베하야라고 들어서 ㅎㅇㅎㅇ"
 
저쩍도 저쪽대로 전달게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아니, 에비나 만큼은 반대로 성립하는 모양이다만.
그런 우리들의 대답에 현기증이라도 느꼈는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머리를 감쌌다.
 
"흠, 뭐, 대충 맞다고 치자. 이번에 너희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그 활동 내용은……"
 
"어째선지 내가 교장선생님한테 지역 봉사활동 감독을 떠밀려져서 말이다……. 그래서 너희들을 데리고 온거다. 너희들은 초등학생 임간학교 서포트 스태프로서 일한다. 내용은 치바마을 직원 및 교사진, 유아 서포트. 간단하게 말하자면 잡무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노예다"
 
어째서고자시고 봉사부 고문이라고 하는는 봉사활동 감독을 넘기기 쉬운 입장에 있는게 나쁜거 아닙니까? 스스로 원해서 입부한 유키노나 유이는 그렇다치고 강제 입부된 나는 말려들어서 손해잖습니까, 싫다-.
 
"봉사부의 합숙도 겸하고 있고, 하야마의 말대로 내신점수 가산점도 발생할지도 모른다. 자유시간은 알아서 놀아도 좋다"
 
교장선생님의 떠넘기기라는건 어엿한 학교 공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내신점 가산점이 실제로 행해지지 않았더라도 실적으로서 남는다. 뭐 면접 등으로 다소 유리해진다는데는 변함없을 것이다.
 
"그럼 얼른 가볼까. 본관에 짐을 두고나서 다음 일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의 선도에 따라 이동을 개시한다.
유키노와 코마치 말고는 같은 반이라고 해도, 평소 접점이 있는것도 아닌 이 집단이 규례따른 행동을 취할 수 있을리도 없어서 길게 늘어져서 이동한다.
히라츠카 선생님을 선두로 바로 뒤에 나와 유키노. 그 뒤에 코마치, 토츠카, 그리고 그 뒤에 유이와 미우라 그룹이다. 그보다 코마치와 토츠카는 꽤 사이가 좋아졌군. 토츠카의 외모도 상응하여 같은 나이대 여자애 친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저어, ……왜 하야마들까지 있는건가요"
 
"응? ……아아, 나한테 물었나"
 
히라츠카 선생님이 뒤돌아본다.
 
"뭐, 그야 그렇겠죠"
 
왜 저녀석이 있는지는 내가 알리 없으니.
 
"하야마를 부른 이유 말이다, 인원수가 부족할것 같아서 게시판에 모집을 했었거든. 애시당초 그런 모집으로 응모해오는 인간이 있을줄은 생각 못했지만……"
 
"그런데 왜 모집을?"
 
"형식상 문제다. 일단 학교 공인 자원봉사 활동이니까 참가자가 봉사부 세 명만이라는건 체제가 좋지 않다. 그래서 체면적으로 그런 수단을 취한것 뿐이다. 참가자가 늘어나면 그 만큼 감독으로서 책임도 늘어난다. 나도 그렇게 되는걸 바라고 있던건 아니야"
 
"수고하시네요"
 
한숨을 쉬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무심코 동정하고 만다.
어느정도 고삐를 쥐는 법을 알고 있는 봉사부 뿐이라면 감독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텐데, 체제를 위해 쓸데업는 수고를 짊어지게 됐다.
뭐, 외문이든 세간 평판이든 그런건 사회에선 필순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나도 대학진학을 지향하고 있는건 세간 평판 때문이다. 그런걸 생각하지 않으면 자주적으로 퇴학해서 증발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테니까.
정말이지, 사회란 귀찮다.
 
"뭐, 이것도 좋은 기회일테지. 너희들은 다른 커뮤니티와 제대로 접하는 방법을 익혀두는 편이 좋다"
 
"필요가 있으면 합니다. 그저 지금까지 필요로 한 적이 없었을 뿐이니까요"
 
뭐하면 지금부터 미우라 그룹에 섞이는것도 가능하다. 필요가 없으니까 접촉하지 않는것 뿐이며, 필요가 있으면 얼마든지 연기한다.
 
"네 경우는 조금 다른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쓴웃음을 짓고 나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필요가 있나 없나. 그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너는 불필요함을 즐기는걸 배우는 편이 좋다. 분명 그게 너를 위해서 될거다"
 
불필요함을 즐겨? 트리비아군요, 압니다.
나도 유키노도 들은대로 입을 다문다.
유키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게 있어 히라츠카 선생님의 말은 받아들일것이 아니다.
그저 그녀의 가치관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거라면, 그걸 직접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침묵을 지킨다. 거부도 허락도 하지 않도록.
그런 우리들의 태도에 히라츠카 선생님은 또 쓴웃음을 짓는다.
 
"뭐, 지금 당장 할 필요는 없겠지. 마음에 담아둔다면 그거면 된다"
 
그것만 말하고 히라츠카 선생님을 앞을 돌아보고 말없이 걷는다. 나도 유키노도 말없이 따라간다.
필요한것만 남기고, 불필요한걸 쓸모없다고 제어버린다. 그것이 뭐가 나쁜걸가?
아마 그런건 누구나 다 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내 경우 불필요한것이 극단적으로 많을 뿐이다.
쓸데없는걸 베어버려, 그리고 남는것은 자기 자신 혼자.
그저, 베어버린다는 것은 베어버려진다는것과 동의하여, 자기자신 이외에 모든것을 베어버리려 하는 나는 자기 자신 이외에 모든것에 베어버려질 것이다.
뭐,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베어버리든, 베어버려지든. 내가 혼자라는 결과만 같다면 그거면 됐다.
 
 
 
 
킹 크림 존!
정신을 차리고보니 초등학생들은 오리엔테이션에 출발하여, 빈손인 웅리들은 줄줄이 얘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지만 빈털털이랑 빈털복숭이랑 비슷하구만. 뭣하면 그걸로 SS 한권을 써보자.
눈이 썩은 소년과 그 소년이 소속하는 부의 부장인 소녀가 부활동 중에 그런 대화를 한다. 그래서 소년은 소녀에게 엄청 dis당한다. 소년이 집에 돌아가고 아침에 눈을 뜨니 얼굴 위에는 손바닥 사이즈의 소녀가. 그래서 여차저차 소년은 손바닥 소녀를 가슴 주머니에 넣고 등교한다. 수업중에는 얌전히 있던 손바닥 소녀였지만, 부활동이 시작하니 소년에게 소녀의 진심을 가르쳐준다. 그런 소리를 했지만 실은 아니야, 라는 느낌으로. 그래서 소년의 태도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소녀를 따지던 차에 눈을 뜬다. 꿈 결말 만세. 〆는 부활동 중에 꿈과 같은 대화를 하는 소녀에게 꿈에서 손바닥소녀가 이런 말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묻고 소녀가 얼굴을 붉히는 장면에서 끝이다.
어라? 진짜로 괜찮네?
썩은 요소는 없지만 에비나에게 들려주면 써줄지도, 이거.
 
"오빠야, 듣고 있어?"
 
코마치의 목소리에 문득 제정신을 차린다.
아무래도 천사의 목소리를 못 듣고 있던 모양이다. 우울하다, 죽자.
 
"왠지 히쭉거리고 있어. 힛키, 기분 나빠……"
 
"어쩔 수 없어, 유이가하마. 왜냐면 히키가야인걸"
 
왠지 오랜만에 유키노에게 매도당한 느낌이 든다. 입부 당초에는 입을 열면 매도하는 느낌이었지만, 장마쯤부터는 그러지도 않게 됐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나라는걸 기분나쁘다는 이유가 되는건 무슨 소리냐.
 
"코마치, 지금까지 무척이나 힘들었지. 앞으로는 그가 아닌, 나를 언니로서 따라주면 된단다"
 
"유키노 언니. 아니, 언니야"
 
왠지 연극이 시작됐다.
유키노의 말에 감동이라도 한듯이 코마치가 유키노에게 안겨붙고, 유키노는 그런 코마치를 끌어안고 미소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잠깐,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내게 이해할 수 있었던건 유키노에게 코마치를 빼앗겼다는것 뿐이다.
 
"힛키! 유키농 뺏겼어-!"
 
"아마, 유키노한테 있어 너도 동생같은거겠지. 일단 언니야라고 부르고 안겨보면 되지 않겠냐?"
 
내 팔을 잡고 붕붕 흔들어대는 유이를 적당하게 달랜다.
애시당초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 진짜로 하네.
유이와 코마치 사이에 끼여, 곤혹해하는 유키노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히키타니의 동생이었나. 어쩐지 토츠카의 동생치고는 안 닮았다고 생각했어"
 
유키노가 곤란해하는걸 깨닫고, 유키노에게 떨어진 코마치에게 다가간다. 덧붙여 유이는 유키노의 가슴에 매달린 상태다.
 
"히키타니의 같은 반인 하야마 하야토야. 잘 부탁해 코마치"
 
"코마치한테 오빠는 없어요. 언니라면 있지만"
 
코마치는 놀란듯이 한발짝 물러서고 유키노의 뒤에 숨어 내 존재를 부정한다.
 
"힛키, 불쌍해……. 아, 하야토. 코마치는 이런 말을 하지만 힛키 동생 맞아. 그치만 분명 유키농이랑 코마치는 닮았네-. 믿었어?"
 
"아니, 유키노시타한테 동생이 없는건 알고 있었으니까……"
 
"아, 그랭? 어 근데 왜 아는거야?"
 
"왜라니……"
 
곤란한 얼굴로 유키노에게 힐끔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유키노는 거기에 맞추지 않고, 코마치에게 시선을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이 녀석이 부실을 찾아왔을때 유키노는 저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던것 같고. 아마 같은 중학교나 그런거겠지. 아니, 가족구성을 파악하고 있는걸 생각하면 소꿉친구라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한가. 유키노가 저 녀석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가시를 품은것도 그거면 설명이 된다. 뭐, 가시가 있는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뭘 하면 좋을지 물어보지 않았네. 나, 히라츠카 선생님 불러올게"
 
유키노의 태도를 견디지 못했는지 히라츠카 선생님을 부르러 간다.
행운이 있기를 쳐다보는 내게 코마치가 몰래 다가왔다.
 
"오빠야, 큰일이야 큰일!"
 
"뭐가?"
 
"유키노 언니, 언니야라고 불러버렸어. 이거, 조만간에 새언니라고 불러도 되는거지?"
 
"언니라고 불러라고 했으니까 당장이라도 언니라고 부르면 되는거 아니냐?"
 
지극히 정상적인 대답을 하는 내게 코마치는 이거 참, 이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한숨 섞어 말한다.
 
"이러니까 오레기는……"
 
기막혀하는 코마치에게 무슨 일인가 망설이는 내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말을 건다.
 
"아니, 유키노시타를 새언니라고 부르는게 아니라, 하야토를 형부라고 불러야한다고 생각해. 히키타니의 귀축공격에 하야토는 바로 함락해버릴테니까……"
 
"에비나, 그건 저 녀석의 총수로 끝난 이야기 아니었냐?"
 
내 말에 에비나는 히쭉, 불길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그거, 이건이거. 아니면 히키타니는 새로운 소재를 갖고 있나아-?"
 
"토츠카의 쇼타 천연 공은 어때? 쇼타니까 괜찮다고 착각하며 공격한 수가 반대로 조교당해버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즉시 새로운 소재를 투하해준다.
토츠카의 인권? 모르면 될 뿐인 이야기다.
 
"우홋, 좋은 발상. 즉시 그런 말을 해주다니, 꽤 센스가 있네. 다음에 차분하게 얘기 나누지 않을래?"
 
"……그건 좀 봐주라. 가끔 조금이라면 어울려줘도 상관은 없으니까"
 
라저! 라고 하면서 에비나는 미우라에게 돌아간다.
 
"오빠야. 코마치, 저 사람이 했던 말 대부분 모르겠어"
 
"그거면 돼. 그거면 돼, 코마치"
 
모른다면 모르는 편이 좋다. 그런것도 세상에는 있다.
그 보다, 저 녀석이 내 천사한테 무슨 소리를 들려준거야.
 
이러저러하는 사이에 히라츠카 선생님이 다가와서 이번 일의 내용을 설명해온다.
 
"이 오리엔테링에서 일 말이다만, 너희들은 골 지점에서 점심식사 준비를 해줘야겠다. 나는 차로 먼저 옮겨둘테니까 현지점에서 아동들의 도시락과 음료수 배급을 해라"
 
"누가 차에 타면 됩니까?"
 
"안됐지만 그런 공간은 없다. 걸어서 이동해라. 뭐, 아동들보다 빨리 도착하도록"
 
걸어가는건 귀찮지만, 짐의 적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좋은 점이다. 거기다 이 자연속을 걷는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먼저 출발했을 아동들보다도, 먼저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빼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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