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꿈을 꾸었다.
"끄아아아아악!!"
이미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러 갔는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끙끙댄다.
뭐냐. 뭐야, 그건. 꿈은 소망의 표현이라고 자주 말하지만, 나는 그런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뭐가 '그런 얼굴을 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은것 뿐이다'냐. 바보냐.
한차례 끙끙대고서 조금 진정하고나서 팔을 본다.
꿈 속에서 느낀, 유키노의 가늘고 부드러운 몸의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 감촉을 뿌리치려고 팔을 흔들고 나도 아침식사를 하러 향했다.
식당으로 향하니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이미 없고, 있던건 평소 멤버와 히라츠카 선생님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음, 안녕"
히라츠카 선생님이 차를 한손에 들고 신문을 읽으면서 답한다. 그 모습은 마치 파도같았다.
"안녕"
"아, 힛키 안녕"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이미 아침식사를 먹고 있는 유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야아 + 하로- 인 만큼, 얏하로- 는 아침에는 쓰지 않는 모양이다.
"안녕, 히키가야"
"어, 어어"
그런 꿈을 꿔서일까, 유키노와 시선을 맞추기 힘들다. 그런 나를 보고 유키노는 쿡 웃는다.
"오빠야 안녕-! 지금 밥 갖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려고 하는 코마치를 유키노가 제지한다.
"코마치, 너는 아직 식사중이잖니. 나는 벌써 다 먹었으니까 내가 갈게"
유키노는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아침식사를 가질러 간다.
"자, 여기"
"땡큐"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유키노에게 아침식사를 받는다. 잘 먹겠습니다, 손을 맞대고 먹기 시작한다.
"히키가야, 한 그릇 더 먹을래?"
"부탁한다"
비어버린 밥그릇을 깨달은걸까, 유키노가 말을 건다. 내가 밥그릇을 건내고, 콧노래를 부르며 밥통에서 밥을 펀다.
유키노에게 밥그릇을 받고 식사를 재개한다.
아침식사를 먹는 나를 생글거리며 유키노가 쳐다본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코마치와 유이도 생글거리며 쳐다본다. 뭐야 이 생글거리는 공간.
비어버린 밥그릇을 두고 차를 마신다.
"오빠, 이제 됐어?"
"이제……다 먹었다. 배……불러"
유키노가 너무 기쁘게 밥을 퍼줘서, 그만 과식해버린 정도다.
이제부터 일을 해야하는데, 움직일 수 있는지 불안해진다. ……육체노동이 아니기를 빈다.
"그럼 아침식사도 마친 모양이니, 오늘 예정에 대해서 얘기하지. 초등학생은 오늘은 하루 자유행동을 하고, 밤에는 캠프 파이어와 담력시험 예정이다. 너희들에겐 그 준비를 부탁하고 싶다"
"하아, 캠프 파이어입니까"
"아, 포크 댄스 하는 그거다!"
딱보아 육체노동계 일 내용에 무심코 얼굴을 찌푸린다.
"오오! 벤트라 벤트라 하고 춤추는거죠!"
"오클라호마 믹서라고 하고 싶은거니……. 마지막 장음밖에 맞지 않잖니……"
코마치……. 너는 작년에 UFO를 불렀는건지 오빠는 묻고싶다.
"UFO를 부르든 말든 둘째치고, 담력시험 쪽 준비도 부탁하마. 뭐, 코스도 정해졌고 귀신 복장도 이쪽에 세트가 있다. 직전에 팍팍 해주면 된다. 그럼 준비 설명을 하지. 갈까"
초등학생이 하루 자유행동으로 밤까지 예정이 없다라는건, 밤의 준비만 끝내면 우리들도 자유행동이라는 것이다.
캠프 파이어 준비라는, 힘든 육체노동을 마친 나는 혼자 물에 노는 모두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좋네-. 이거 진짜 좋네-. 오는걸 거절하려고 했던 어제의 나를, 도움닫기로 때려주고 싶어질 수준.
뭐가 좋냐고 하면, 혼자 있다는게 굉장하다. 모두, 사이좋게, 즐거워보이는걸 그저 방관자로서 보고 있을뿐. 거기다 말하자면 수영복을 갖고 오지 않았으니까 모두의 틀에 들어갈수도 없다. 고독 만세.
그렇게 혼자 있는게 당연한 상황을 즐기고 있으니, 옆길에서 바스락 발소리가 났다.
기척이 난 방향을 바라보니 츠루미가 있었다.
"여"
내가 말을 거니 츠루미는 응, 하고 끄덕였다.
그대로 내 옆에 앉는다.
서로 말없이 강에서 노는 모두의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기다리다 지친듯 츠루미가 입을 연다.
"저기, 너 왜 혼자 있어?"
"혼자 있는걸 좋아하니까. 너는?"
"흐-응. ……나는, 오늘 자유행동이야. 아침밥 먹고 방에 돌아왔더니 아무도 없었어"
거 힘들겠군. 내게 있어선 바람직한 상황이지만. 권유를 거절할 필요도 없어서 실로 좋다.
"너 말야, 휴대폰 갖고 있어?"
"……그야, 갖고 있는데. 왜?"
"인생의 선구자로서 너한테 혼자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은것 뿐이다. 자, 이거 내 휴대폰이다"
메일 주소를 표시하고 츠루미에게 건낸다. 츠루미는 받아들고, 휴대전화와 나를 교대로 본다.
"……로리콘?"
"아니야. 순수하게 너한테 혼자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은것 뿐이다"
로리콘 아니야, 로리콘 아냐. 중요하므로 두번 말했습니다.
"하치만은, 혼자 있어서……즐거워?"
"즐겁다고 할까, 너무 행복해서 곤란하다"
"……이상해"
그렇게 말하고 츠루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뚝뚝 타자를 친다.
"혼자 즐거워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는 했지만, 너에게 있어 나는 남이다. 따라서 너에게도, 네 주위에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니야. 그러니까 뭐라도. 예를 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할 수 없는 말이라던가. 그런걸 보내주면 돼. 네 비밀을 알게 됐다 한들, 내게는 말할만한 친구는 없으니까"
"응. 메일 보낼게"
언젠가 유키노가 말했다. 갈 곳이 있을 뿐인 별이 되어서 불타버릴 법한 비참한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고 끝난다고.
친구였을 인간이, 다음 날에는 자신을 방해하는 측으로 돌아섰다. 누가 같은 편이고 누가 적인지 모른다. 츠루미는 그런 의심암귀에 사로잡혀있다.
그렇다면 명확하게 있을 곳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기준점을 주면 된다. 남인 나는 그녀를 배신하는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 그녀의 주위 집단의식하고는 격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있을 곳이 될 수 있다. 되어준다.
아무 위험도 없이 내가 할 수 있는건 이 정도일 것이다.
입력이 끝났는지 츠루미가 내민 휴대폰을 받는다.
"하치만은 말야……"
"힛키 헌팅하고 있어-! 유키농-! 힛키가 바람피워-!"
츠루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유이의 망언이 그걸 가로막는다.
"안 했어. 그래서, 왜 그래 츠루미? 뭐 말하려고 했잖아?"
달려온 유이와 유키노에게 가볍게 답한다. 그보다, 바람 피운다니 무슨 소리냐.
"하치만은 말야, 초등학교때 친구 있어?"
"없지. 오히려 같은 반 애들 이름도 얼굴도 기억 못해. 어차피 졸업하면 안 만나니까. 기억하는 만큼 낭비다 낭비"
그래도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는 정도는 기억하지만.
"그, 그건 힛키 뿐이잖아!"
"나도 안 만났어"
유키노가 바로 대답하니 유이는 체념한것 처럼 한숨을 쉬었다.
"루미. 이 사람들은 특수한것 뿐이니까……"
"특수한게 뭐가 나쁘냐. 특수부대라던가, 멋지잖냐"
예외라고 한 쪽이 딴죽걸 곳도 없겠지.
"특수한 예는 냅두고. 예를 들면 유이. 너, 초등학교 동급생 중에서 지금까지 만나는 녀석 몇 명있냐?"
"음-. 빈도나 만나는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순수하게 노는 목적이라면 한 명이나 둘 정도일까"
"덧붙여 네 학년에는 몇 명 있었지?"
"30명 3반"
"90명인가. 이상으로 보아 졸업하면 5년후 친구로 있는 확율은 기껏해야 5%가 된다는 소리다. 반대로 말하자면 친구가 없어질 확률은 95%. 츠루미는 아직 배우지 않았겠지만 확률이라는건 편수가 있어. 90%가 편수가 되니까 대개 녀석들은 친구가 아니라는게 되지. 이상, 증명완료"
예를 든다면 소셜 게임에서 노멀 95%, 레어 5% 게임을 학년 인수만큼 뽑게되는 것이다. 뽑는 녀석은 몇 장이라도 뽑을 수 있고, 뽑지 못한 녀석은 몇 번을 해도 못 뽑을 것이다. 덧붙여 나는 애시당초 게임 기능이 실장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유이를 예로 들었으니까 5%로 확률이 섰지만, 샘플을 늘리면 또 다른 대답이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딱히 그런 통계학적으로 올바른 답을 구하고 있는게 아니야. 요컨대 생각 방식의 문제라는거다"
"힛키가 하는 말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지만. 편수로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지네. 다같이 사이 좋게 지내도 질릴때도 있구"
어딘가 실감이 담긴 유이의 목소리. 유이는 츠루미를 돌아보며 격려하듯이 미소짓는다.
"그러니까, 루미도 그렇게 생각하면……"
"응……, 그치만 엄마는 납득하지 않아. 언제나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는지 묻고 있고, 임간학교도 사진 많이 찍으라고해서, 디지털 카메라……"
과연. 츠루미가 지금 상황하에서 주위에 도움을 바랄 수 없는건 그게 있으니까 그런걸지도. 어제 유이가 말했던것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에게 걱정을 기치고 싶지 않다는것도 클 것이다. 뭐, 확실하게 부모에게 걱정받지 않는 나에게는 나오지 않는 이유로군.
"그렇구나……. 좋은 엄마구나. 루미를 걱정하고 있구"
"과연 그럴까……. 지배하고 관리하에 두는 소유욕의 대상이 아니라?"
거미집으로 돌을 낚아 올리듯이, 불안을 긁는 말이 나온다.
그 말에 유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어, 잠, 그, 그런거 아니야! 거기다, 그런 말은……"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거겠지. 네 안에선 말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개인적으로 들어주마. 지금은 일반론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말한다? 부모가 걱정할리 없다고"
어제 너와 얼마전에 있던 하루노 씨를 돌아보면, 그 근원인 어머니가 솔직하게 걱정을 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서툰 걱정에 그대로 사로잡혀있을 뿐인거 아니냐? 진짜로.
내가 말하니, 유키노는 엄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힘없듯 한숨을 내쉰다.
"그렇구나. 언니 일도 있으니까. 나중에하자"
내게 미소짓고 유키노는 츠루미를 돌아보고 고개를 슥 숙인다.
"미안해. 내가 실수한것 같아. 무신경한 발언이었어"
"아, 전혀요……. 왠지 어려워서 몰랐으니까요"
갑작스런 유키노의 사죄에 츠루미가 허둥대면서 대답한다.
"그거다. 그럼 사진 찍어둘까? 저 녀석들과 사진. 저녀석들이라면 싫다고는 안하겠지"
"필요없어"
물에서 노는 미우라 그룹을 가리키며 언급해보니 즉시 거절당했다.
뭐, 어제 일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
"내 상황도 지금 싫어하는 느낌도 고등학교 정도가 되면 변할까……"
"적어도 지금처럼 있겠다면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야"
출처는 나.
이제, 누가 유키링걸 갖고와줘, 진짜.
"나처럼 혼자 만세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무리하게 주위랑 어울릴 필요도 없겠지"
"그치만 루미는 지금 힘들어 하구, 그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할까. 좀 싫은데. 비참해보여. 동정받으면 자신이 제일 밑에 깔렸다고 느껴"
"그런가"
뭐, 동정당하고 M도 아닌데 기뻐하는건 나 정도겠지.
"싫긴 하지만. 그치만 이제 어찌할 수도 없어"
"어째서?"
유키노에게 질문받고 츠루미는 말을 하기 힘들어하면서도 제대로 말을 한다. ……두 눈에 흘러넘치려고 하는 눈물을 담고.
"나, ……내버려졌어. 더는 사이 좋게 지낼 수 없어. 사이 좋게 지내려고 해도, 또 언제 이렇게 될지 몰라. 반복될 뿐이라면, 이대로가 좋지 않을까해. 비참한건 싫지만……"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녀의 괴로움을 모른다. 내게 있어 남이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신당한다 한들 아무것도 느끼는것이 아니라, 그저 한 가지를 배우는 것 뿐이다. 사람은 배신하는것, 이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하나 배웠다. 내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어도, 츠루미에게 있어선 다른 일이라고. 남에게 배신당하는건 힘들다고. 비참하다고.
남에게 흥미가 없는 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 필요를 느끼지 않는것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배워버렸다. 그리고 그걸로 우는 소녀를 내버리는 인간은 아니다. 다행히, 손을 내밀어줄 이유라면 이미 있다.
앞으로 내가 하려고 하는 짓은, 단순한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구해준다는 자의식이 낳은, 불쌍한 자기도취자일지도 모른다.
자기만족이어도 좋다. 자기도취자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만약……. 만약 내가 바래서 그녀가 구해진다면. 만약 내가 손을 내밀어서 그녀의 눈물을 그칠 수 있다면.
나는 원한다. 얼마든지 손을 내민다.
불끈불끈, 몸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에 몸이 뜨겁다.
"비참한건 싫나"
웅크려 앉아서 츠루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묻는다.
"……응"
"……담력시험 재밌으면 좋겠구나"
지금은. 지금 만큼은, 이 열정에 몸을 맡겨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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